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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신부의 논문 중 "하느님 이해"(14) 본문
윤정현 신부의 논문 중 "하느님 이해"(14)
박사논문
2015. 8. 25.
다석사상, 양의, 없이 계시는 하느님, 유영모, 윤정현, 장재, 장횡거, 태극도설
성공회 수동교회 윤정현 신부의 논문 중 "하느님 이해"(14)
2.3.2. 장횡거(張橫渠)의 태극의 개념
1077년 어느 날, 장횡거(張橫渠) 는 이상한 꿈을 꾸고 제자들에게 글을 써보냈는데, 후에 그 글들을 모아 장횡거는 죽기 일년전에 「정몽(正蒙)」이라고 불리는 책을 편집하였다.「정몽(正蒙)」은 장횡거의 평생 철학적 사고의 진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장횡거는 두 권의 중요한 책을 썼다. 한권은「경학리굴」(經學理窟)이고 다른 한 권은「역설」(易說)이다. 이 두권의 책은 역경(易經)의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이다.
특히, 다석 유영모는「정몽(正蒙)」에 나오는 서명(西銘)을 장횡거의 작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책이며, 유학의 진수(珍秀)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다석은 연경반(硏經班)에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역경(易經)과 더불어 서명(西銘)을 가르쳤다. 다석 유영모 역시 역경(易經)과 장횡거의 서명(西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장횡거의 절대자 개념과 우주 이해에 근거해서 자신의 종교적 사상을 발전시켰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태극(太極)에서 양의(兩儀)가 나오고, 양의는 오행(五行)을 낳고 오행은 만물을 낳았다는 주렴계와는 달리, 장횡거는 태극(太極)을 하나의 기(氣)로 여긴다. 장횡거는 일반적인 기(氣)로서 양의(兩儀)와 오행(五行)의 개념을 버린다.
장횡거는 음양(陰陽)은 기(氣)의 양면(兩面)이고 근본적으로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여 장횡거는 태극을 하나의 기(氣)로 본다. “하나의 사물에 양측면의 상태가 있음이 기(氣)이다. 하나이기 때문에 신(神)하고, 둘이기 때문에 화(化)한다.”
때때로 장횡거는「정몽(正蒙)」1장에서 ‘하나’를 태화(太和,)로 묘사한다. 일반적으로 성리학에서 태극(太極) 그 자체를 도(道)라고 말하는 데, 장횡거는 “태화(太和)는 도(道)와 같은 것이다” 라고 까지 말한다. 순수하고 모든 것에 미치며 현상화될 수 없고, 차별이 없는 단일체인 기(氣)가 신(神)이 된다. 다석 유영모는 장횡거의 이러한 신의 개념을 절대자 또는 하느님으로 해석한다.
“단 하나밖에 없는 웬통 하나는 허공(虛空)이다. 색계는 물질계이다. 환상계의 물질은 죄다가 색계(色界)이다. 물질이란 말이다. 단일허공(單一虛空)이라고 이 사람은 확실히 느끼는데 한아님의 맘이 있다면 한아님의 맘이라고 느껴진다. 우주가 내 몸뚱이다. 우리 아버지가 가지신 허공에 아버지의 아들로서 들어가야만 이 몸뚱이는 만족한 것이다. 이것이 그대로 허공이 우리 몸뚱이가 될 수 없다. 단일 허공에 색계(色界)가 눈에 티검지와 같이 섞여 있다.”
태공(太空), 공(空), 현상계, 환상계 등등의 단어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말들이나, 불교나 노장사상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다석은 태공(太空)을 모든 생명과 만물의 근원이고, ‘있없’(有無)를 초월한‘하나’인 하느님이라고 말한다. 이 개념은 다음 장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다석 유영모는 ‘빔’(空) 안에서 하느님을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다석은 그리스도교인으로서 자신의 사상을 불교와 노장사상에서 쓰는 말로 표현하였다. 더 나아가서 다석 유영모는 태극(太極), 무극(無極)에까지 가면 유교도 불교나 노자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결국에 가서는 ‘모두가 하나다’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유영모는 주장한다.
“없(無)을 내가 말하는 데 수십년 전부터 내가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말머리가 맘대로 트이지 않았다. 나는 없(無)에 가자는 것이다. 없는데 까지 가야 크다. 태극(太極)에서 무극(無極)에로 가자는 것이다. 이것이 내 철학의 결론이다. 그래서 태극도설(太極圖說)을 말하였다. 이걸 주렴계가 썻거나 예수가 썻거나 석가가 썻거나 누가 썻거나 문제가 안된다. 이게 내 속에 있는 것이다.”
장횡거는 어떤 법칙에 의해서 사물이 생성되고 있는 것이 자연의 순서라고 하였다. 크고 작은 일 그리고 높고 낮은 것이 서로 형상을 이루는데, 사물의 생성은 순서가 있고 질서가 있다고 장재는 말하였다: “천지의 기(氣)의 취산 공취(聚散攻取: 모이고 흩어지며 공격하고 쟁취함)는 백가지로 다르지만, 그 리(理)는 순조롭고 망령됨이 없다.”
이와 같이 기(氣)의 취산공취(聚散攻取)가 백가지로 다르지만, 어떠한 법칙에 의해 사물의 생성은 순서가 있고 사물의 완성은 일정한 구조와 조직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주희에 있어서는 기(氣)와 리(理)가 둘로 나뉘고 각기 다른 것인데 반해, 장횡거에 있어 기(氣)와 리(理)는 다르지 않은 개념이다. 기(氣)의 취산공취는 리(理)를 따르고 망령됨이 없다고 하였다. 주렴계나 주희와는 달리 장횡거는 리(理)와 기(氣)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보았다. 이 개념은 다음 장, 장횡거의 우주이해를 다루는 부분에서 더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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