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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신부의 논문 중 "하느님 이해"(11) 본문
윤정현 신부의 논문 중 "하느님 이해"(11)
박사논문
2015. 8. 25.
공자, 다석사상, 상제, 없이 계시는 하느님, 유영모, 윤정현, 인, 천명
성공회 수동교회 윤정현 신부의 논문 중 "하느님 이해"(11)
일반적으로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아 온 한국이나 중국의 종교사상의 발달과정은 세계 다른 나라의 종교사상 발달과정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다신적(多神的)인 개념에서 초월적인 단일신(單一神)으로 그리고 나중에는 내재하는 일원론(一元論)으로 발전해 왔다.
여기에서 제(帝)와 천(天)의 개념은 인간의 생사를 주관하고 모든 사물을 존재케하면서도 인간과 사물을 초월해 계시는 단일신을 의미한다. 그러나 단일신론적인 관점에서도 고대 중국종교에 나타난 신앙유형은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하나는 인격적인 신(神)의 개념이고, 다른 하나는 비인격적인 개념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선(善)은 권하고 악(惡)은 벌주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신(神)으로 그리고 전쟁에서 지켜주는 신인동형론적(神人同形論的, anthropomorphic)인 신(神)으로서 제(帝)라고 불렀다. 이러한 신의 개념이 차차 초월적인 영적 존재로서의 천(天)으로 대치되었으나 천(天)과 제(帝)는 둘로 분리된 별개의 신의 개념이 아니다. 제(帝)는 상주(上主)로서 천(天)이 인격화된 반면에, 천(天)은 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공자(孔子) 시대로 올라가면 초월적인 신을 제(帝)나 상제(上帝)로 불렀다. 이러한 신의 개념은 신인동형론적인 의미로 이해하였다. 공자는 제(帝)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천(天)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였다” 천(天)을 모든 존재의 근원으로서 여긴다는 점에서는 신의 개념은 초월적이다. 또한 인간 세상의 사회질서를 관장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을 지배하는 초월적인 존재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천(天)과 제(帝)는 인격적이며 비인격적인 개념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공자시대에 천(天)은 일반적으로 인격적인 개념보다는 비인격적인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예를 들면, 천(天)은 인간사회의 도덕원리나 우주 근원의 원리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비인격적인 천(天)은 인간 본성을 포함한 자연의 도(道)로 간주하였다. 인간의 덕(德)의 길은 하늘의 명령인 천명(天命)과 관계 있는 천도(天道)이다.
천명(天命)의 개념은 인간사와 관계 있는 하늘과 연관되어 있다. 유학자들은 수신(修身)이나 격물치지(格物致知)로 얻어진 윤리적인 행위와 덕행으로 자신의 운명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천명(天命)과 관련된 이러한 하늘의 개념을 통하여 공자와 유학자들은 인간의 운명과 윤리적인 복종을 이해하려고 하였다.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의 섭리(providence, 攝理)의 개념과 비슷한 의미이다. 이와 같은 인간사의 원인과 윤리적인 복종의 개념은 이미 이 당시에 확립되었다. 진송첩(陈荣捷, Wing-tsit Chan)에 의하면, 천명(天命)은 운명(運命)으로 이해한다. 지식인들은 천명을 영적인 존재에 의해 신비스럽게 다스려지는 운명으로 이해하지 않았지만, 일반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이 신에 의해 직접으로 다스려지기 때문에 천명(天命)을 하나의 운명(運命)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점차로 천명을 하늘이 인간에게 준 윤리 규범이나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하늘의 명령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지식인이란 유학자들을 말한다. 유학자는 인간의 운명으로서 명(命)을 하늘의 영적인 존재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하늘에 의해 주어지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므로 명(命)은 따라야 하고 실현되어야 하하는 것이다. 「논어(論語)」에서 이러한 의미의 하늘의 숙명이나 하늘의 뜻을 천명(天命)이라고 공자는 말한다.
그러나 공자(孔子)는 하늘의 뜻을 인격적인 하느님의 명령으로 생각하였다고 줄리아 칭(Julia Ching)은 주장한다. 줄리아 칭은 그 증거로서 「논어(論語)」의 요왈(堯曰)과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내용을 언급한다. “공자께서 말씀하기를, 사람이 명(命)을 모르면 군자(君子)라고 할 수 없다.” “나이 50에 이르러 천명(天命)을 알게 되었다” 고 한 공자의 말에서, 줄리아 칭은 천명(天命)을 인격적인 하느님의 명령이라고 해석한다. 또한 “천(天)을 거스리는 사람은 아무도 하늘에 기원할 수 없다” 는 말을 예로 든다. 사실, 줄리아 칭은 천(天)이 모든 영(靈)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하느님, 사람들의 기도 대상으로서의 ‘절대적 당신’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제(帝)나 상제(上帝)라는 말이 「논어(論語)」에 거의 나오지 않으나 천(天)이라는 말은 자주 언급된다. 유학자들이 사용하는 천(天)이 인격적인 신을 나타내든 나타내지 않든 상관 없이, 천(天)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다음의 공자의 가르침을 보면 공자는 죽음의 세계와 신(神)에 대하여 말하는 것 보다는 근본적인 인간관계에 더 관심을 가지고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자께서 괴변(怪變)이라거나, 완력(腕力)이라거나 또는 난동(亂動)이라거나, 귀신(鬼神)이라거나, 이런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말씀하지 않았다.
계로(季路)가 귀신 섬기는 도(道)를 여쭈어 보자,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아직 사람 섬기는 도(道)도 모르면서 어떻게 귀신 섬기는 도를 알려고 하느냐?’
계로가 거듭 여쭈어 보았다.
‘그러면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아직 삶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겠는가?’
또한 공자(孔子)는「논어(論語)」에서 하늘에 의해서 결정되는 인간의 운명(運命)이라는 관점에서 하늘의 운명과 뜻에 대하여 말하였다. 아래의 글에서 이런 관점을 확실하게 볼 수 있다. 백우(伯牛)가 병에 걸려 위독한 상태에 있었다. 공자께서 문병하시어, 창 너머로 그의 손을 붙잡으시고 슬퍼하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이럴 수가 있나. 이것도 천명(天命)일세그려. 이 착한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 아까운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도(道)가 베풀어지는 것도 천명(天命)이고, 도(道)가 없어지는 것도 천명이다. 공백료(公伯寮) 따위에게 천명(天命)이 움직이지도 않을 테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君子)에게는 세가지 두려운 일이 있다. 천명(天命)을 두려워하고, 높은 인물을 두려워하고, 성인(聖人)의 말씀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위의 글에서 천명(天命)은 인격적인 궁극적인 존재의 계획과 목적에 의해 주관되는 운명과 같은 뜻으로 표현된다. 공자는 인간에게 특별한 운명을 부여하는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하늘(天)이 자신에게 거룩한 사명을 부여한 것으로 의식하였다. 공자는 이 거룩한 사명을 위해 자신에게 덕(德)을 주었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공자는 자신을 주왕조(周王朝)의 문화를 지키는 사람이나 전달자로 인식하였다. “만일 문(文)을 망하게 하려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어째서 후세(後世)에 태어난 나에게 문(文)을 좋아할 기회를 주었겠는가. 문(文)을 망하게 하지 않으려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한다면 광(匡)이라는 고장의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하늘의 뜻으로서의 천명(天命)은 또한 나라의 흥망에 관계를 하고, 천자(天子)인 황제를 세우기도 하고 제명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숙명이라는 말은 위의 백우(伯牛)에 관한 일에서 보듯이 무자비한 것이나 어쩔 수 없는 운명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여, 그 당시에 천(天)의 뜻은 4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 자연의 단순한 창공(蒼空)이나 땅의 반대의 개념으로서 하늘, 2) 신인동형론적인 천(天)이나 제(帝)가 상징하는 황천상제(皇天上帝)로서 세계를 지배하는 하늘, 3) 명(命)의 개념과 같은 의미로서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숙명적인 하늘, 4) 윤리의 원리로서의 하늘 등 4가지 의미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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