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터학당(學堂)-진리를 깨달아 자유를....나는 나다.
오강남교수의 도마복음 (25절) 목숨처럼 사랑하고 눈동자처럼 지키라 본문
도 마 복 음
The Gospel of Thomas
오강남교수의 도마복음 풀이
또 다른 예수
Patterson and Robinson Translation
25. 목숨처럼 사랑하고 눈동자처럼 지키라
사랑과 자비의 공동체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의 동료들을 여러분 자신의 목숨처럼 사랑하고 여러분 자신의 눈동자처럼 지키십시오.”
Jesus said, "Love your brother like your soul, guard him like the pupil of your eye."
Jesus said: Love your brother as your own soul. Protect him as you protect the pupil of your eye.
Jesus says:
(1) "Love your brother like your life!
(2) Protect him like the apple of your eye!"
복음서에 예수님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마22:39, 막12:31, 눅10:27)고 하신 말씀에 해당되는 구절이다. 이 말씀은 본래 『레위기』(19:18)에 “한 백성끼리 앙심을 품거나 원수 갚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다만 너는 너의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여라.”하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네 눈동자처럼 지키라.”는 것은 『도마복음』에만 있는 말이다.
눈에 무엇이 접근하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눈을 감는다. 눈을 감을 뿐 아니라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얼굴을 피하기도 한다. 혹시 눈에 티가 들어가면 그것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 눈물까지 흘린다. 모두 눈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하는 행동이다. 우리 이웃이나 동료들이 정치적 억압이나 경제적 불의,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학대, 신체장애 등의 희생자라면, 내가 내 눈동자를 자동적으로 지키고 보호하는 것처럼 그들을 그렇게 지키고 보호하라. 그리하여 진정한 사랑으로 뭉쳐진 사랑의 공동체를 이룩하라는 분부이시다.
그런데 그야말로 이런 사랑은 아무나 하나? ‘사랑해야만 한다.’, ‘사랑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다.’하는 식의 율법주의적 윤리에 바탕을 둔 의식적인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못 된다. 참된 사랑은 저절로, 자발적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에 사랑하게 되는 사랑이다.
이런 사랑은 어떻게 가능할까?
남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내 눈동자처럼 지키는 자발적ㆍ무의식적ㆍ무조건적 사랑, 남의 아픔이나 슬픔을 나의 것으로 여기는 진정한 사랑은 사실 영적으로 깨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다.
무엇을 깨쳐야 하는가?
이 세상에 있는 사물들이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동시에 본질적으로 모두 하나라는 것, 나와 하느님, 나와 이웃, 그리고 나와 만물이 궁극적으로는 모두 하나라는 것을 깨쳐야 하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그리스도교의 일상적 용어를 빌리면, 우리는 모두 한 분 하느님의 같은 태에서 태어났다는 거, 혹은 모두 ‘하느님의 형상imago Dei', 특히 『도마복음』에서 강조하듯이 우리는 모두 우리 속에 신성神性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화엄불교의 용어로 이 세상 일체의 사물이 이사무애理事無礙ㆍ사사무애事事無礙, 상즉相卽ㆍ상입相入의 관계로 서로 막힘이 없이 의존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신유학에서 말하듯 우리가 만물과 ‘혼연동체渾然同體’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이런 일체성一體性에 대한 체험적 깨달음이 있어야 모두와 동류의식同類意識을 가지고 남을 내 몸처럼, 내 눈동자처럼 여기는 사랑이 솟아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내어줌을 강조하는 성경의 ‘아가페agape' 사랑이나,
남이 아파하면 나도 ‘함께 아파함com-passion'을 말하는 불보살의 자비심이나,
남의 아픔을 보고 견디지 못하는 ‘불인不忍’이나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모두 이렇게 ‘더불어 있음interbeing'에 대한 존재론적 눈뜸에 근거한 사랑이다. 사랑은 물론 나의 이기심이나 나의 옛 자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이런 영적 깨침을 이룬 사람들이 보여주는 최종의 결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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