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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교수의 도마복음 (27절) 금식하지 않으면 본문

영성수행 비전/도마복음

오강남교수의 도마복음 (27절) 금식하지 않으면

柏道 2019. 1. 2. 22:58

도   마   복   음


The Gospel of Thomas

 

 

오강남교수의 도마복음 풀이

또 다른 예수

 

Lambdin Translation

Davies Translation

Patterson and Robinson Translation



27. 금식하지 않으면

금식과 안식일 준수의 참뜻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이 세상 것들에 대해 금식하지 않으면 여러분은 나라를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안식일을 안식일로 지키지 않으면 여러분은 아버지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Jesus said,> "If you do not fast as regards the world, you will not find the kingdom. If you do not observe the Sabbath as a Sabbath, you will not see the father."


27a. If you do not fast from the world you will not find the Kingdom. 
27b. If you do not keep the Sabbath as a Sabbath you will never see the Father.


(1) "If you do not abstain from the world, you will not find the kingdom. 
(2) If you do not make the Sabbath into a Sabbath, you will not see the Father."



여기서 말하는 금식이나 안식일은 그 당시 유대인들이 인습적으로 실행하던 그런 식의 안식일 준수가 아니다. 앞에서(6, 14) 본 것처럼 도마복음의 예수님은 형식적이고 제도화된 금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참된 금식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세상 것들에 대해 금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세상 것들이란 물론 하느님의 나라와 대비되는 외면적현상적 세계가 떠받드는 가치체계를 의미한다.(57, 81, 85절 참조)

 

따라서 세상 것들에 대해 금식한다는 말은 내 속에 있는 하느님의 나라를 찾으려는 관심을 모두 앗아가고 세상적인 가치를 궁극적인 것으로 떠받들려는 마음, 특히 탐욕과 미망과 미움으로 가득 찬 마음을 비우라는 뜻이다. 아버지의 나라를 보는 것, 나의 내면적 참나를 발견하는 것은 이렇게 궁극적인 것이 아닌 것을 궁극적인 것으로 여기는 마음을 비울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것이 아닌 것을 궁극적인 것으로 여기고 떠받드는 것이 바로우상숭배, 이런 우상숭배를 버리는 것이 영적인 길로 가려는 사람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그러기에 십계명도 우상 타파를 제1계명으로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덕경12장을 보면 다섯 가지 색깔로 사람의 눈이 멀게 되고, 다섯 가지 음으로 사람의 귀가 멀게 되고, 다섯 가지 맛으로 사람의 입맛이 고약해집니다. 말달리기, 사냥하기로 사람의 마음이 광분하고, 얻기 어려운 재물로 사람의 행동이 그르게 됩니다.”라고 했다. 여기서도 우리가 감각적이고 외면적인 가치에 탐닉하거나 몰입되어 있으면, 이런 아름답고 신나는 것들이 결국은 우리의 관심을 현상세계의 근원이 되는 도에서 멀어지게 하는 족쇄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장자에서도 구도의 길에서 우리가 해야 할 최고의 금식은 바로 심재心齋’-‘마음 굶김’, ‘마음 비움이라 하지 않았던가.

 

안식일을 안식일로 지키지 않으면 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안식일은 이 세상 것에 대해 금식하는 날이다. 히브리어로 안식일에 해당되는 말사바트Sabbath’는 쉼을 의미한다. 세상의 모든 걱정 근심에서 벗어나 육체적으로 편안히 쉬면서 궁극 관심의 대상이 되는 궁극적인 것을 위해 마음을 바치는 날이다. 현재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안식일로 지키는 그리스도인들 대부분은 안식일을 일주일 중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바쁘고 힘들게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안식일의 본래 정신과 동떨어진 일,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유대인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소유냐 존재냐To Have or To Be라는 책에서 안식일은 무엇이든 가지려고 하는 소유 중심의 방식having mode'에서 존재 중심의 방식being mode'으로 넘어가, 소유에 대한 관심을 뒤로하고 그냥 그대로 있음을 즐기는 날이라고 했다.

유대인 사상가 아브라함 조슈아 헤셸Abraham Joshua Heschel도 그의 책 안식일Sabbath에서 안식일이란 신이 물질 너머에 계시다는 것, 인간이 물질세계를 초월하여 신의 영역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특별한 날이라고 했다. 모두 현상세계, 일상의 차원에서 영원의 차원으로 승화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참된 안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런 영적인 체험 없이 어찌 아버지를 볼 수 있겠는가? 도마복음전체의 흐름에서 볼 때 영원한 안식은 육체를 벗어나는 것이기에 여기서 말하는 안식일 준수도 이런 궁극적인 안식에 들어감을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출처] 도마복음 제27절|작성자 byuns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