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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교수의 도마복음 (86절 ) 여우도 굴이 있고 본문
86. 여우도 굴이 있고
인간의 조건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우도 굴이 있고 새도 둥지가 있지만 사람은 누워서 쉴 곳이 없습니다.”
Jesus said, "The foxes have their holes and the birds have their nests, but the son of man has no place to lay his head and rest."
Jesus said: Foxes have holes and birds have nests but the son of man has no place to lay down his head and rest.
Jesus says:
(1) "[Foxes have] their holes and birds have their nest.
(2) But the son of man has no place to lay his head down (and) to rest."
공관복음에도 있는 말이다(마8:20, 눅9:58). 개역에서는 ‘인자人子’라고 했지만 여기서는 ‘사람’이라 옮겼다. 문자적으로 ‘인자’, ‘사람의 아들’, 혹은 ‘아담의 아들’이라 옮길 수 있는데, 이것은 셈족 언어의 관용구로서 자신을 가리킬 때도 쓰고 또 인간 전체를 말할 때도 쓰인다. 예수님도 인자이시지만, 제106절에 보면 제자들도 인자다. 우리 모두 인자일 수 있다.
물론 이 구절을 두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던 것처럼, 그의 제자들과 함께 언제나 정처 없이 운수행각雲水行脚과 같은 삶을 사신 예수님의 가난과 어려움, 고생과 핍박 등을 가리키는 말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도마복음』의 성격상 이렇게 문자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좀더 영적으로 생각하면, 여우와 새 같은 금수禽獸들은 이 세상의 것 이상을 생각할 필요가 없기에 이 세상에서라도 쉴 자리를 얻을 수 있겠지만, 우리 인간은 이 세상에 살기는 하지만 이 세상에 속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세상을 최종적 목적지로 삼고 있지 않기에 이 세상에서 최종적인 쉼을 얻을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말로 풀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살면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쉴 자리를 찾고 그것을 호화롭게 꾸미느라 일생을 바치고 있는가? “당신 안에서 쉼을 얻기까지는 우리 마음이 쉼을 찾을 수 없나이다.”라고 한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이렇게 쉼이 없는 상태가 어느 면에서 축복일 수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교에서도 ‘육도六道’라고 하여, 우리가 이생에서 업에 따라 필연적으로 이르게 되는 삶의 형태가 여섯 가지라고 했는데, 천상의 존재, 인간, 싸움만 일삼는 아수라, 축생, 언제나 허기진 배를 채우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귀, 온갖 모양의 고통으로 지새우는 지옥의 존재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인간 이하의 존재로 태어나는 것도 물론 좋지 않지만, 천상의 존재로 환생하는 것도 역시 좋지 않다고 한다. 그 이유는 천상의 존재로 나타나면 그렇게 사는 즐거움 때문에 열반에 들려는 생각을 일으키지 못할 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이하의 존재들은 아직 해탈에 이르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고 살아갈 뿐이다. 적당히 어려움을 겪는 인간만이 해탈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쉼이 없는 상태 때문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살피고 이 세상이 줄 수 없는 초월적인 쉼, 참된 쉼에 대해 동경의 염을 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일 수도 있지만, 죽음을 극복하도록 하는 동인動因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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