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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큐복음서 이야기【 Q29 】예수운동 지침, 무소유의 당부  본문

영성수행 비전/큐복음서

도올의 큐복음서 이야기【 Q29 】예수운동 지침, 무소유의 당부 

柏道 2018. 12. 9. 21:40

도올의 큐복음서 이야기

【 Q29 】예수운동 지침, 무소유의 당부  

 


 

                                                 말                                          씀

 Q 29

너희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을 지니지 말라. 여행을 위하여 지갑이나, 배낭이나, 샌달을 가지고 다니지 말라. 여벌의 속옷이나, 지팡이도 가져오지 말라. 길에서 아무에게도 문안하지 말라.


마태 10

9 너희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을 가지지 말고 10 여행을 위하여 배낭이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 이는 일꾼이 자기의 먹을 것 받는 것이 마땅함이라

누가  9


누가 10

3 이르시되 여행을 위하여 아무 것도 가지지 말라 지팡이나 배낭이나 양식이나 돈이나 두 벌 옷을 가지지 말며

4 전대나 배낭이나 신발을 가지지 말며 길에서 아무에게도 문안하지 말며

 

예수운동의 참가자들에게 예수가 직접 지시하는 파송훈시인데, 싯달타 초기승가의 걸식규율이나, 요즈음 이판 수행승들의 만행을 연상케 한다. 갈릴리지역에는 당시 이렇게 수행을 목적으로 유랑하는 카리스마(영적 지도자)들이 많았다. 여기 배낭을 걸어매고 지팡이를 들고 만또를 걸치고 수염을 깎지 않으면 대체적으로 예수와 같은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예수의 모습은 실제로 다른 면모가 있었다.

 

지팡이를 들고 배낭을 걸치면 당대의 보통 방랑하는 견유학파 철인(a Cynic wanderer)의 모습이 된다. 그러나 예수는 이러한 판에 박힌 모습을 거부한다. 그 원칙은 철저한 무소유다. 실상 뱀이 많은 지역에는 지팡이와 샌달이 없이는 다니기 힘들었다고 한다. 예수는 지팡이도 지니지 말고, 신발도 없이 맨발로 다니라고 지시한다. 일체의 돈도 허리전대에 꼬불쳐서는 아니된다. 엣세네파는 자기들의 공동체 거점이 있어서, 요즈음 절처럼, 다음 행선지까지의 음식과 여비를 제공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예수운동에는 그런 거점도 없고, 그러한 노자도 제공되지 않는다.

 

마가는 누가의 이 가혹함을 완화시켰다. 그리고 지팡이와 신발만은 허락했다(막 6:8~9). 아마도 마가는 장거리여행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여 Q를 변형시켰을 것이다. 그러니까 마가보다 마태 · 누가의 Q가 더 오리지날한 상황을 반영한다는 것을 이러한 예에서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Q의 상황은 갈릴리지역의 단거리 여행이었을 것이다.

 

길거리 지나가다다 공연스레 사람들과 인사하지 말라고 지시한다. 동방적 미덕을 발휘하지 말라는 뜻이 되겠지만, 그 본의는 선교사업의 본래적 목적에서 마음이 이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에 있다. 길거리에서 괜히 인사하다가 장시간 노가리를 풀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한 인간잡사에 휘말릴 수도 있다. 예수와 그의 제자들의 여행은 만행(漫行)이 아닌 천국의 선포였다.  

 

출처: 큐복음서 도올 김용옥 / 통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