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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큐복음서 이야기【 Q14 】원수를 사랑하라 본문
도올의 큐복음서 이야기
【 Q14 】원수를 사랑하라
章 | 말 씀 |
Q 14 |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善待)하라.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
마태 5 | 44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46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
누가 6 | 27 그러나 너희 듣는 자에게 내가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28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
『 논어』에도 어떤 사람이 공자(孔子)에게 " 원수를 덕으로 갚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以德報怨, 何如?「憲問」)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공자는 " 以直報怨,以德報德。" 이라고 대답한다. 덕은 물론 덕으로 갚아야 하지만, 원(怨)에 대해서는 직(直)으로 갚는 것이 보다 정당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여기 " 직 " (直)이라는 말의 해석이 좀 어렵지만, 원수를 덕으로만 갚는다는 인간행위의 무리함을 지적했다고 볼 수가 있다. " 직 " 은 주희(朱熹)의 해석에 의하면 애증취사(愛憎取舍)가 지공무사(至公無私)한 것을 가리킨다. 즉 나의 원수에 대한 애정과 미움이 어떤 합리적 공평성이나 상황적 판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동양인의 인본주의적 이상(humanistic ideal)을 가리킨 명언이다.
그러나 예수는 이러한 합리성이나 상황성이나 공평성을 초월해버린다. 예수의 " 아가페 " 는 단지 인간관계만으로 형량되는 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신에 대한 복종을 의미한다. 이웃의 사랑을 통해 신에 대한 복종을 입증하는 것이다. 나의 의지를 완벽하게 신의 의지에 복속시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인류에 대한 추상적인 보편주의적 사랑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나 개인의 실존의 철저한 극기(克己)며, 나 자신의 인간적 상황판단을 철저히 포기하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욕망의 무화(無化, renunciation)를 의미한다. 인간의 사랑은 부분적일 수 없으며 전적이어야 한다. 용서의 메시지는 결국 메타노이아의 재천명이다.
" 원수를 사랑하라 " 는 예수의 메시지는 당대사회에서도 너무 래디칼하고 충격적인 것이었으며 사람들에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운동은 바로 이러한 사랑의 논리 때문에 인류사에 고등한 윤리적 좌표를 제시할 수 있었다.
출처: 큐복음서 도올 김용옥 / 통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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