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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소환마법의 이점과 단점-19장 본문

영성수행 비전/헤르메스학

​제17장 소환마법의 이점과 단점-19장

柏道 2018. 10. 7. 21:09



제17장 소환마법의 이점과 단점

어떻게든 소환마법 관련 서적을 손에 넣은 사람들 중 대부분이 굴복하고 마는 유혹이 있다. 이런 책에서 소개하는 수많은 기법을 보고, 소환마법에 필요한 수준까지 마법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그리고 책에 언급된 지시사항과 어설픈 준비사항대로만 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전에 마법훈련을 하지 않은 채 소환마법을 하겠다고 성급하게 덤비는 동기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영역이 실제로 존재한느지 알아보겠다는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고, 실제 영이나 영존재, 악마를 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법 실행을 통해 모종의 이득을 얻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정한 힘이나 능력을 얻고 싶어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명성이나 명예 등을 얻기 위해 존재를 소환하려 할 수도 있다. 어떤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도 있고, 걸림돌이 되거나 싫어하는 사람을 해치고 싶을 수도 있다. 경솔한 사람에게 소환마법을 하라고 부추기는 동기를 열거하자면 그 밖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여기 언급한 이유, 또는 빗스한 이유로 소환마법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이번 17장을 할애했다. 나의 경고를 마음에 새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다른 마법 실행도 마찬가지지만 선행 학습도 실행한다면 그에 따르는 위험, 불이익, 불운 등을 방지할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마법적 진보를 통해 준비된 상태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 소환마법을 실행하겠다고 나서는 경우, 절대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더 이상 소환마법을 하지 않으려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실패를 빌미로 전보다 더 심한 회의주의자가 될 수도 있다. 실패가 쓰라린 나머지, 모든 마법은 한낱 거짓말이라고 단언해 버릴지도 모른다. 먼저 자기 내부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아볼 생각은 하지도 않을 뿐더러, 보다 면밀하고 철저하게 마법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할 것이다.


현생 또는 전생에서 약간의 영적인 진보나 심상화 능력을 성취한 사람이 소환마법을 실행하는 경우, 부분적으로나마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헤르메스학의 관점에서 보면, 아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사람들은 주술사나 강령술사Nekromant/necromancer다.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희생되기 십상인 사람들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파우스트die Faust/the Faust>다.<파우스트>는 독일의 작가이자 과학자인 괴테J.W.Goethe가 연대순으로 기록한 비극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파우스트라는 인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겠다.

진정한 마법사는 영적인 힘들을 다룰 때 의도적이며 학문적인 관점에서 작업한다. 영적인 힘들의 입장에서 볼 때, 마법적 발전과 성숙을 이룬 진정한 마법사는 권위이자 능력이며 권력이다. 영존재를 대하는 마법사의 태도는 주술사의 경우와 전혀 다르다. 행사하는 영향력 또한 전혀 다르다. 따라서 마법사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아주 적다. 물론 마법적 균형상태에 이른 마법사라 해도 영존재의 유혹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제아무리 황홀한 유혹이라 해도 그의 길을 가로막지 못한다. 영존재는 그의 권위를 인정한다. 또한 주인이자 피조물의 전형, 즉 신의 형상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기꺼이 마법살르 섬기며 감히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강신술사나 주술사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들 존재를 지배하는 데 필요한 권위를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균형상태가 깨질 위험은 물론이거니와 개별성이나 마법적 진보를 희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강령술사나 주술사도 스스로 원하는 환각상태에 들어가 의식을 고양할 수 있다. 또한 신성명칭(그가 내용을 알지 못하는 낯선 것이겠지만)을 동원해 초환을 했을 때, 그 단어가 부분적으로나마 영존재의 언어로 실제 변환될 수도 있다. 그가 초환하는 존재가 이 언어를 알아듣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존재가 과연 초환에 반응을 보여 주술사의 요청에 따를 것인가? 주술사가 강제로 요구사항을 관찰할 만한 성숙 및 발전 단계에 도달했는지, 아니면 완전히 무시해도 좋을 수준인지, 영존재는 순식간에 알아챈다. 소환된 존재가 긍정적이고 선한 경우라면 주술사를 동정하는 정도로 끝낼 것이다. 하지만 그저 그런 시시한 존재거나 그다지 활동적이지 않은 영존재라면, 주술사의 소망이 이루어져도 난처해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드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주술사의 소망을 이루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타인은 물론이고 주술사 본인까지 해를 입을 만한 소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주술사의 수준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질 정도가 아닌 경우, 영존재는 주술사의 초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술사는 이런저런 책에 열거된 강제 방법을 동원해 존재의 도움으로 소망을 이루려 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제시하는 모든 방법은 무력하며 공허한 문구일 뿐이다. 아스트랄 존재에게 거의 또는 전혀 아무 힘도 행사할 수 없다. 한편, 부정적 존재는 부정적이거나 악한 의도에 응할 가능성이 훨씬 많다. 주술사를 도움으로써 스스로를 인식시키려는 것이다. 주술사가 카르마의 무거운 짐을 지고 책임을 면치 못할 만한 소망을 품고 있는 경우, 그것을 들어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영존재는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악마라 해도 이런 경우에는 주술사의 소망을 들어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모든 존재는(부정적​ 존재조차) 신의 섭리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존재도 자기 멋대로 특정 계의 균형상태에 혼돈을 가져올 만한 진동을 일으킬 수 없다.

따라서 다른 계에서 영존재를 소환하려면 일정 정도의 마법적 발전과 성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은 거듭하여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자신의 두뇌의식을 특정 계나 구역으로 이동시키고, 영존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을 우주언어인 그림언어로 변환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을 토대로, 이제 '자기만의 마법서'가 지닌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마법서는 자신이 실행한 소환마법의 전체 작업과정을 우주언어로 기록한 책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자신의 모국어가 아니라 상징적 그림언어로 기록된 책이다!

사악한 마법의식을 시도하면서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초환과 소환을 일삼는 강령술사나 주술사는 체계적 순서에 맞춰 주문을 실행할 수 없다. 즉 영존재와 제대로 대화할 수 없는 것이다. 마법적 발전이나 성숙 단계 역시 부족하기 때문에 권위를 드러낼 능력도 없다. 강령술사의 경우, 잘해야 작업하는 동안 황홀경 상태에 빠지는 정도가 될 것이다. 아주 강력한 소환이 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경우조차, 특정 영역을 향한 단순한 외침으로 여겨질 뿐이다.

대부분의 경우 황홀경 상태에서 비롯된 주술사의 환각은 거의 믿을 수 없다. 주술사가 어설픈 소환을 할 때, 황홀경 때문에 신경에너지가 긴장해 본의 아니게 엘리멘탈이나 엘리멘터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때 마법원에서 마법삼각형으로 투사되는 신경에너지의 양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 주술사는 모르고 있는 상태지만, 사실 주술사가 바라던 존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것은 바로 엘리멘터리다. 그러나 그는 소환하려는 존재와 엘리멘터리를 구별하지 못한다. 이것이 자기가 소환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존재는 자신을 창조한 주술사의 마음 속에 소망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그 소망을 이루어주기도 한다. 나의 첫 책​<헤르메스학 입문>에서 이런 종류의 소환과 관련된 위험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해야 할 것이 있다. 계약 내용이 무엇인지, 계약이 어떻게 성립되는지, 불리한 조건은 무엇인지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이와 관련해 자세히 설명하겠다.

주술사나 강령술사가 자신의 영을 활홀경 상태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여 어떤 영역의 군주를 물질계로 소환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그가 부정적 존재일 때, 그는 언제나 주술사의 혼과 영을 지배하여 완전히 종속시키려 들 것이다. 대체로 두 번째나 세 번째 소환 때​, 주술사는 황홀경 상태를 만들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따라서 더 이상 특정 영역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주술사는 깊은 내면적 불안에 휩싸인 채, 소망을 이루기 위해 소환된 존재에게 말 그대로 매달리게 된다. 하지만 주술사의 영혼이 웬만큼 성숙하지 못해 자기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면, 소환하려는 군주는 주술사의 주문에 절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주술사가 이미 거쳐온 카르마의 여러 단계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영혼을 에써 손에 넣을 가치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주술사가 일정 수준의 지성과 성숙에 도달했는지, 사후에 자기 영역에 와서 자신을 잘 섬길지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 주술사가 소환을 실행하고 있는 그때, 군주는 자기 영역에 있으면서도 이미 그 모든 사실을 파악한다. 쓸 만하다고 판단되면, 군주 즉 부정적 힘 중의 우두머리는 주술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있는 힘껏 주술사를 손에 넣으려 할 것이다. 이때 주술사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가장 취약한 약점, 즉 가장 넘어가기 쉬운 부분을 알고 있는 것이다. 천성적으로 겁이 많은 경우에는 협박으로 그를 복종시킬 것이다. 그러나 혼과 영의 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경우에는 온갖 약속으로 유혹할 것이다. 예를 들어 모든 소원을 들어주겠다든가 모든 비법을 전수해주겠다든가 하는 식이다. 그리고 상호협정에 동의했을 때만 약속이 엄수된다는 사실을 밝힌 다음, 계약을 통해 얻게 될 갖가지 이익에 대해 알려준다. 이 시점에 유혹을 뿌리치고 그 존재에 맞설지 여부는 주술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우선 주술사 자신의 의식과 전투가 벌어진다. 꽤 만만치 않은 싸움일 것이다. 인간의 의식은 최고로 미세한 형태에 해당하는 '신'이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 즉 자신의 의식이 외치는 신의 경고를 듣지 않기로 결정하고 의도적으로 반복하여 이 경고를 억압하면, 주술사는 군주와 계약을 맺고 희생자로 전락하게 된다.

아마 거의 모든 사람이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일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좀더 지면을 할애하고 헤르메스학의 관점에서 자세하게 검토해 보겠다.

왜 영존재는 주술사의 영혼을 탐내는 것인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보상을 바라지 않은 채 주술사를 위해 무엇인가 해줄 영존재(특히 부정적 존재)는 없다. 육체적 죽음 후 주술사는 계약 조건에 따라 강제로 지구 영역을 떠나야 한다.32 많은 전설 속 이야기처럼, 실제로도 악마는 계약에 명시된 영역으로 주술사를 끌고 간다. 거기서 주술사는 영존재의 하인이 되어 그를 섬겨야 한다. 이것이 영존재가 받을 보상이다.

계약을 맺었던 군주는 죽어서 하인이 된 주술사를 멘탈계, 아스트랄계, 물질계 등 지구 영역의 특정 지역으로 파견한다. 주술사는 거기서 주인을 위해, 주인의 부정적 속성에 해당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와 같이 군주는 주술사와 동맹 맺기를 좋아한다. 주술사는, 신의 형상이자 그 자체가 4극 자석vierpolig/tetrapolar으로 창조된 인간이다. 따라서 군주보다 훨씬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군주는 인간의 영혼을 탐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군주는 자기의 인간 하인을 이른바 스피리투스 파밀리아리스spiritus familiaris, 즉 하인 영Dienstgrad/factotum으로 바꿔, 비슷한 상황의 다른 주술사들 대열에 두고 명령을 내린다. 스피리투스 파밀리아리스가 된 주술사에게는 군주가 지닌 모든 능력이 그대로 부여된다.

이때부터 주술사는 군주의 대리인이 된다. 군주 즉 악마의 군주로부터 앙쿠르ankhur33를 받거나 해당 영역을 움직일 힘을 받으면서 '능력 이동'이 일어난다. 이제 주술사는 충전된 대로 작용을 가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다른 하인 영을 재량껏 배치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도 있다. 이 하인 영이 자기와 똑같은 희생자인지 그 영역 거주자 출신의 졸개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사실은 그들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 군주가 마법주문이나 그 밖의 마법으로 기억이나 의식에서 원하지 않는 국면을 삭제해 버렸기 때문이다. 스스로 4극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술사는 군주의 영역에 종속된다. 이로써 주술사는 자신과 군주 사이에 채워진 족쇄에서 벗어나지도 자기 이지대로 행동하지도 못하게 된다. 결국 군주의 명령을 실행하는 일종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계약이 마무리된 다음 몇 주 동안, 가끔은 몇 달 동안 주술사는 실제 임무에 투입되지 않는다. 그 동안 군주는 주술사에게 여러 가지 실천작업에 입문시키고 지도하며, 부여받은 능력을 어떻게 상요할지 가르친다. 계약의 결말이 어떠한지는 그리무와르나 주술서에 기록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런 책에 언급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 있다. 계약서의 구문을 만들고 작성하는 것은​ 영존재가 아니라 주술사 자신이라는 점이다. 그 과정은 '자기만의 마법서'를 쓸 때와 매우 비슷하다. 계약서 본문은 동원될 마법의식에 따라 통상적인 잉크 또는 특수 잉크로 쓰여진다. 물론 이런 지엽적인 형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계약서에는 영존재가 제공해야 할 도움의 종류, 주술사가 이루고 싶은 소망의 종류, 계약을 통해 주술사가 얻게 될 능력과 기회, 주술사와 관련하여 영존재가 지켜야 할 그 밖의 사항 등이 명기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술사 스스로가 떠맡아 수행해야 할 책무Verpflichtung/obligation, 영존재가 주술사에게 정해줄 책무도 명기된다. 또한 군주를 소환하는 방법(눈에 보이게 나타나는 경우, 또는 보이지 않게 나타나는 경우), 군주가 주술사 하인 영을 어떤 식으로 부릴 것인지, 즉 주술사의 재량에 맡길 것인지 계약의 일부로 삼을 것인지 등도 포함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 기간 및 종결 시점, 주술사가 악마의 영역에 들어가게 되는 시점이다. 심지어 주술사가 죽는 방법, 주술사가 육체를 빠져나가 군주의 영역으로 가는 방법까지 계약서에 명시하고 동의를 거치는 경우도 있다.

모든 핵심사항과 조건을 확인하고 양측의 동의가 이루어지면, 영존재는 강령술 형태로 주술사의 손을 통해 자신의 인장을 그린다. 이런 식으로 서명을 해서 상호 합의를 확인하는 것이다. 한편 주술사에게는 피로 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실행을 종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피의 서명이 필수적인 계약조건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계약서는 두 통을 작성해 주술사와 영존재가 각각 하나씩 나눠 갖는다. 영존재가 두 통을 모두 가져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드문 일이어서, 주술사가 특정 계통의 존재와 거래할 때만 해당된다. 보통은 주술사가 나머지 한 통의 계약서를 접어서 태운다. 태우는 절차를 통해, 계약서 안의 개념이나 생각이 영존재의 영역으로 이동해 가는 것이다.

부정적인 존재와 계약하는 경우 계약서의 서명 및 봉인에 사소한 변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변함없는 사실은, 주술사와 영존재 모두 이 계약을 위반할 수 없으며 모든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계약의 포로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희생자도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히생자들은 청구서 대로 부채를 갚아야 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영존재의 영역에 들어선다. 한편 계약 만료 이전에 주술사의 두뇌의식이 높은 수준을 성취하게 되면, 계약에 명시된 의무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영존재는 자신의 능력을 총 동원해 가장 위험한 방법으로 주술사를 해하여 파멸시킬 것이다. 과거의 수많은 마녀재판에서, 주술사가 악마와의 계약을 후회하고 그 계약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 영존재는 계약 파기의 대가로 상황을 부추겨 극심한 고통을 안겨준다. 하지만 고대의 수많은 주술사들은 화형에 처해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내면에 사색과 신성한 불꽃이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계약 만료 때까지 계속 악마와 만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고자 했던 것이다. 반면에, 계약을 엄수하고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 계약 조건을 모두 이행한 주술사는 언제나 어둠의 힘에 의해 보호를 받았으며, 세상의 그 어떤 힘도 그를 해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은 주로 사용되는 계약사항들이다. 이러한 계약을 통해 주술사는 힘들이지 않고 영존재와 그의 수하들을 직접 만나게 된다.​

여기서 질문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주술사는 영존재나 군주의 처분에 맡겨져 영원히 그들을 섬겨야 하는가? 모든 영역을 낱낱이 알고 있는 마법사라면 어렵지 않게 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악마 군주에게 지구에서 도움 받은 것을 이자까지 쳐서 모두 갚고 나면, 주술사의 의식이 각성하기 시작하고​ 4극성을 지닌 본성 또한 속박에서 벗어나 점점 자유를 느끼게 된다. 한편, 악마의 영역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달력대로 계산하자면, 주술사가 악마의 영역에서 소비하는 시간은 수 세기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물론 주술사가 하나도 남김없이 빚을 다 갚으면, 그는 그 즉시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된다. 하지만 주술사가 이때도 여전히 이러한 사실들을 외면하고 자신의 두뇌의식을 억압하면, 즉 두뇌의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는 계속해서 군주의 영역에 남게 된다. 그리고 점점 자신의 4극성을 잃기 시작한다. 현재 거주하는 계의 수준에 스스로를 맞추고 영원히 그곳의 진동을 입고 살아갈 것이다. 신의 형상을 입은 인간임을 포기하고, 해당 영역의 일개 존재이자 악마의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나락에 떨어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종교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그야말로 영원히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자 성령을 거스르는 진정한 죄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주술사와 다른 구역의 존재가 계약을 맺는 전반적 절차를 설명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마지막에 두뇌의식의 목소리를 따르는 주술사는 군주의 구역을 떠나 지구 영역 안에서 머물 곳을 찾게 된다. 4극성을 지닌 존재로서 지구 영역에 거주하면서 또 한 번 영적 진보를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영적 진보를 위해 물질계로 육화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물질계야말로 자신을 정화할 기회, 다른 존재들처럼 마법적으로 발전해나갈 기회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우리 세계에 다시 육화한 주술사는 부정적 영역의 능력에 힘입어 일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위대한 마법능력을 타고날 수 있다. 아예 마법사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마법능력을 타고났기 때문에, 지식을 찾아 다니거나 특별한 마법수업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런 주술사들은 다시 태어난 지구에서 능력을 잘못 휘두를 만한 유혹을 만나기 마련이다. 동일한 군주가 다른 모습으로 위장하고 나타나 또 다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유혹할 것이다. 지구에서 죽음을 맞았을 때 다시 한 번 자기 영역으로 끌고 가려는 계략이다. 앞서 우리가 내린 결론을 적용해 보면, 이 주술사는 경험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 이런 종류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능력도 많아진 상태다. 경험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두뇌의식이 훨씬 날카롭게 작동하며 더 강렬하게 경고한다. 따라서 두 번 나락에 빠지는 일은 드물다. 대부분 예전의 경험을 거울 삼아 진정한 마버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정화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악마나 부정적 존재와 접촉하려는 경향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지식에 힘쓰는 사람은 이와 같은 실제 사건 기록을 경고 삼아 주술의 길에 들어서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런 식의 타락을 통해 인간은 진화나 영적 진보의 측면에서 엄청난 퇴보를 겪는다. 여기 인용한 사건들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다. 너무도 슬픈,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이런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나는지 판타지에 불과한지 확실히 알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다시 육신을 입고 진정한 입문의 길에 들어선 주술사는 보통 사람보다 유혹에 훨씬 많이 노출된다. 당연히 보통 사람은 맨 처음 단계부터 진보해야 하므로 유혹도 적다. 예전에 주술사를 감금했던 계에서는 희생자를 다시 지배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온갖 교활한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고대나 현대의 역사 속에서 인간이 영존재와 계약한 사례를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요한 파우스트나 위르뱅 그랑디에Urbain Grandier34처럼 이미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사례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물론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다만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일부 입문자들만 알고 있는 또 다른 계약도 있다. 이 또한 여러 가지 영존재와 교류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만한 내용이다. 이 계약은 직접적인 것이 아니다. 다른 인간의 육체를 매개로 하거나 아예 그 육체를 가로채는 방식이다. 둘 중에 더 유리한 방식을 각자 알아서 선택해 진행하게 된다. 다들 잘 모르는 일이기는 하지만, 죽은 인간, 지구 영역 출신의 영존재, 그리고 상위 영역에서 온 존재들이 이 방법을 선호한다. 이러한 계약이 이루어지는 절차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죽은 인간과 접촉하려면 4원소, 빛 원리Lichtprinzip/the light principle, 아카샤원리 등을 지배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접촉을 시도하는 존재, 말하자면 죽은 인간과 계약하려는 자는 고위 지성체로서, 마법적으로 일정 수준까지 성숙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식의 계약은 헤르메스학의 차원에서 완벽하게 실행 가능하다. 일부 주술사도 실행을 시도하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주적이거나 초자연적인 것을 동원하지 못한다. 노련한 투시가와 진정한 마법사의 눈으로만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주술사는 원소존재를 통해 이런 종류의 계약에 관련된 정보를 얻는다. 지구와 가장 이웃해 있는 원소존재가 주술사에게 계약을 제안하곤 하는 것이다.​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진다면 계약 진행은 아주 간단하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고위 지성체가 물질계에서 죽음의 문턱에 있는 육체를 찾아 다닌다. 이때 건강한 육체, 즉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원인, 사고 등으로 즉사한 경우를 선호한다. 급성 폐렴, 뇌막염,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등으로 죽은 육체도 가끔 사용하며, 반면 결핵이나 그 밖의 감염성 질병으로 생체기관이 파괴된 육체는 용도에 맞지 않기 때문에 회피한다. 죽음의 직접적 원인이 이런 질병인 경우는 특히 회피 대상이다. 육체와 혼과 영을 잇는 줄(즉 생명 매트릭스Lebensmatrize/life matrix)이 끊어지는 바로 그 순간, 영존재는 그 인간을 취한다. 그리고 영존재는 빛의 흐름Lichtfluid/light-fluid을 통해 자기 자신과 인간 육체 사이에 새 줄을 만든다.​ (<헤르메스학 입문>에 그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한편 영존재는 죽은 육체와 결합하기 전, 원소질료Elementestoff/element-substance를 가지고 해당 인간의 육체와 같은 크기 및 모양의 아스트랄체를 만들어 놓는다. 새 줄을 연결할 때는 두 개의 생명줄, 즉 멘탈 매트릭스Mentalmatrize/mental matrix와 아스트랄 매트릭스Astralmatrize/astral matrix가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이렇게 인간의 육체를 취한 영존재는 빌린 육체를 입은 채 완전한 인간이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심지어 가족들이 보기에도,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 고통을 떨치고 기적적으로 회복해 건강을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가족 구성원, 이런 사안에 대해 알 길이 없는 사람, 투시를 통해 아스트랄체가 육첼르 떠나는 것을 볼 능력이 없는 사람 등은 위의 모든 과정을 이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편 영존재는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자기 영역에 있을 때 지녔던 모든 능력과 힘을 그대로 갖고 있으며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실제로 죽어서 떠난 사람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 그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망자의 가족 주변을 더나 주술사 가까이로 가기 위해 첫 번째 기회를 기다린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영존재는 자기 영역에 있을 때의 모든 능력과 힘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이 능력과 힘을 주술사의 처분에 맡긴다. 진정한 마법사가 아니라면, 친구나 애인이라 할지라도 이상한 점을 찾아내지 못한다. 또한 그 상황이 담고 있는 진실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이 존재가 인간으로 살면서 주술사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주술사가 다른 계의 존재와 직접 교류하는 경우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주술사가 그의 도움을 받아 아스트랄계나 멘탈계에서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경우, 그는 스스로 트랜스상태에 빠져 주술사가 원하는 바를 실행한다.

주술사가 영존재와 육체적 접촉에 관련된 내용을 상의하는 것은 고위 지성체와의 첫 만남, 즉 최초로 소환했을 때 이루어진다. 이때 주술사에게 계약의 모든 과정이 완벽하게 고지된다. 따라서 주술사가 죽음이라는 형에 처해질 때 한 마디 불평도 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인어Wasserjungfrau/mermaid와 육체적 접촉을 하기 위해 이 방법을 이용하는 주술사도 있다. 그는 인어(운디나undina)를 부추겨 , 지구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육체를 취하게 만든다. 때로는 이런 존재와 결혼하는 주술사도 있다. 이런 경우, 인간의 육체를 입은 운디나와 일반 여성은 전혀 다르지 않다. 육체를 가진 운디나는 사람과 동일한 법칙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운디나는 물원소의 능력과 힘을 지니고 있으며, 육체를 입은 상태에서도 그 능력과 힘을 상요할 수 있다. 한편 운디나와의 결합은 조건을 수반한다. 지키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조건으로서, 남편 즉 주술사의 절대 정절Verhängnis/fidelity을 요구하는 것이다. 운디나가 육체를 지닌 주술사와 육체적 관계를 맺고 있음을 기억하라! 주술사가 다른 여자와 섹스를 시도하는 경우, 그 죄값으로 목숨을 내놓는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 운디나는 더 이상 물질계에 남을 수도,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도 없다. 친구이자 남편인 주술사가 죽은 직후 운디나도 죽는다. 죽은 다음에는 다른 인간처럼 지구 영역으로 가지 않고 다시 물원소로 돌아가 운디나로 살아가게 된다.

마법사가 영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발전한 상태이고 신과 합일을 이루었다면, 이 모든 과정을 해낼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의 창조능력을 동원해, 인간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4원소 균형상태를 운디나에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다른 인간들처럼 불멸의 영을 가진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마법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절대 그런 일에 손대지 않는다. 이것을 언급하는 이유는, 마법사에게는 이러한 마법행위를 실행할 능력이 있음을 확실히 해두고자 함이다. 비입문자에게는 공상적이고 믿을 수 없는 일 같아 보이겠지만, 헤르메스학의 입장에서 볼 때 근거도 충분하고 실행 가능한 것이다. 진정한 마법사라면 그 가능성을 확신하지 않을 수 없다.

강신술Spiritismus/spiritualism과 대조되는 또 다른 소환으로 강령술Nekromantie/nekromancy이 있다. 주술사와 강령술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주술사가 지구 영역의 상위 존재, 원소의 군주, 다른 영역의 군주 등과 접촉하고자 하는 데 비해, 강령술사의 관심사는 죽은 사람을 소환하는 데 한정되어 있다. 강령술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그래서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마법사라 해도 이 방법을 이용하면 초환을 하는 주술사보다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나 강령술사도 주술사의 경우와 동일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망자 역시 강령술사를 완전히 지배해 종속시킬 수 있끼 때문이다. 강령술사가 아스트랄계의 존재에게 종속되어 그 존재의 조언이나 도움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면, 이 또한 계약의 일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계약처럼 심각한 결말이 빚어지지 않는다 해도 그 맥락은 동일하다.

스스로 위험에 빠지지도, 소환한 존재에게 종속되거나 강령술의 희생자가 되지 않고서도, 마법사는 아스트랄계의 어떤 존재든 불러낼 수 있다. 강령술사는 영적으로나 마법적으로 발전 수준이 매우 낮은 자다. 그의 관심은 주로 지구 영역의 아스트랄 존재에, 특히 죽은 사람에 집중되어 있다. 강령술사는 대부분 아스트랄계 존재를 활용한다. 그 존재가 물질계, 아스트랄계, 멘탈계 등에서 자기를 섬기라고 요구하든 말든 중요하지 않다. 단순히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도 관심이 없다. 강령술사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할 대상은 지구에 살다가 죽은 사람, 신비학 분야에 몸담았던 사람, 일정 수준까지 진보한 사람 등이 될 것이다.

만일 강렬술사가 불러낸 존재가 진정한 마법사, 즉 진정한 입문의 길을 따르며 이 세상의 모든 법칙을 배웠고 어느 정도 성숙에 이른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마음이 고귀하며 긍정적 힘의 편에 서서 부정적 힘을 완벽하게 지배했던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마음이 동하고 문제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마법사의 영혼은 강령술사 앞에 나타나 강령술사의 계획과 의도(프로젝트)​의 장단점을 모두 알려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마법사라면 강령술사와 오래 교류하지도, 영향력을 행사해 그를 종속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강령술사에게 언제나 경고를 멈추지 않고, 절대적 필요가 있을 때만 접촉을 허용할 것이다. 나아가, 좋은 조언은 물론이고 아스트랄계의 법칙을 가르쳐 줄 것이다. 그러나 절대 봉사를 자처하지는 않는다. 그를 도와야 한다거나 물질적 소망을 이뤄주어야 한다는 이무감도 없다.

한편, 발전 단계가 초기에 머물러 있고 부정적 힘에 경도된 주술사나 사악한 마법사들35은 이 강령술사와 접촉하려고 애쓴다.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물론,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강령술사가 죽어 이들 존재의 영역으로 가서 거기 속하게되면, 지구 영역의 그 존재와 동일한 진동을 입게 된다. 이것은 강령술사에게 해악이 아닐 수 없다. 그 아스트랄 존재는 강령술사에게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한다. 영적이고 마법적인 진보나 모든 형태의 깨달음을 방해한다. 이때 그 존재는 온통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36에 사로잡힌 상태다. 지구에서도 누군가의 장애물이 되는 데 성공하지 않았던가! 아스트랄 존재는 지구에서 보냈던 시간을 회고한다. 장애와 난관으로 가득했던 지구 위의 시간들, 유혹의 희생자가 되었던 일, 힘을 잘못 휘두른 탓에 진정한 입문의 길에 들어설 기회를 잃었던 일을 떠올린다. 그러다가 질투에 사로잡혀 강령술사의 발전을 가로막고 나서는 것이다. 이 접촉을 통해 강령술사는 점점 더 위험해진다. 그 과정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겠다. 간단히 말해서 그 존재들은 강령술사의 에너지를 흡혈한다. 이렇게 흡혈한 에너지는 이기적 목적을 이루는 데 사용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모든 구도자는 나의 경고를 마음에 새겨 이런 식으로 영존재와 교류할 생각을 품지 말아야 한다. 특히 어떤 존재에게도 종속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아야 한다.

강령술사가 아스트랄계 존재를 소환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강신술에 기초한 것으로, 명상을 통해 존재를 불러내는 방법이다. 즉 자동기록술mediales Schreiben/mediumistic writing을 이용하거나, 트랜스Trance/trance를 통해 영존재가 스스로를 드러내게 함으로써 교류가 이루어진다. 이 방법을 동원하면, 해당 존재가 눈앞에 나타날 때까지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방법은 소환법이다. 강령술사는 그 존재가 과거에 육신을 입고 있을 때의 사진을 통해 접촉을 시도한다. 사진에 생기를 불어놓는 방법을 쓰기도 하는데, 이때 존재는 마치 엘리멘터리처럼 사진 밖으로 걸어 나와 과거의 모습대로 형태를 취한다. 이 경우에도 강령술사는 즉각적인 답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노력과 의지력은 물론이고​ 표현력과 심상화가 성숙 및 발전함에 따라, 결국 그 존재를 눈앞에 나타나도록 만들 수 있다.

이것이 판타지는 아닌지, 본의 아니게 엘리멘터리를 창조한 것은 아닌지, 원하는 존재와 가시적 만남이 정말 이루어진 것인지, 강령술사가 이 모든 것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제한된 능력을 갖고 있는 강령술사로서는 원하는 결과를 일으킨 것이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 아무 관심 없다. 즉 그것이 자신의 판타지인지, 신경 에너지의 반복 긴장으로 창조된 엘리멘터리인지, 정말로 자신이 아스트랄계에서 존재를 불러온 것인지 상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부정적 힘에 편향된 마법사, 이른바 흑마법사의 아스트랄체인 경우, 이런 식으로 아스트랄계로 소환 및 투사Projizieren/projecting되는 것을 반가워하면서, 강령술사와 관계를 맺으려고 직접 나선다. 이때 강령술사는 그가 제시하는 실천 및 지시 사항을 모두 받아들인다. 그 중에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것도 있고 소원을 이루어주는 것도 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은 강령술사 자신이 지게 된다. 특히 정당화될 수 없는 소망을 실행해 달라고 요구한다면, 그 행동으로 인한 카르마까지 함께 짊어지게 된다. 이러한 강령술사의 최후는 매우 비극적이기 마련이다. 비명횡사 하거나 불치병으로 돌연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 밖에 아스트랄계나 상위 영역의 존재와 수동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수동적 접촉은 소환법만큼 효과적이지 않아서 마법적으로 큰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따라서 이 방법에 거의 주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예기치 못하게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가 있다. 수동적 접촉을 통해 영존재와 연결되는 경우, 주술사나 강령술사보다 더 좋지 못한 상황에 처할 때가 많다. 자기가 접촉하고 있는 존재를 지배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 존재가 만들어내는 결과도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동적인 접촉에는 두 가지 주요 방법이 있다. 첫째는 강신술적 방법die spiritistische/the spiritistic으로 강신술사 자신이 스스로 영매Medium/medium가 되어 존재와 접촉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이때 쓰기, 듣기, 시각적 접촉 등이 동원된다. 둘째는 최면술사나 자기요법사Magnetiseur/magnetopath가 영매가 되어 몽환상태somnambulen Mediums/somnambular medium로 존재와 접촉하는 것이다. 존재를 통해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데 그쳐도 상관 없고 멘탈계, 아스트랄계, 물질계에 특정 결과를 만들기 위해 존재와 협업을 해도 된다. 그러나 영매(최면술사나 강신술사)가 마법교육을 받지 못해 마법적 성숙이나 발전 수준이 낮은 경우, 그는 건강에 타격을 입게 된다. 또한 늘 동일한 존재와 접촉하고 그 존재를 활용하는 빈도가 높은 대다수의 영매나 심령술사는 그 존재에게 의지하게 된다. 이런 행위들은 간접 계약indirekter Pakt/indirect pact으로 귀결되어 결국 멘탈체, 아스트랄체, 육체의 중병을 얻게 되는 것이다. 정신병원에서 이렇게 불행한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 여기서 언급한 것들은 모두 주술사나 강령술사들이 부정적 힘을 가지고 벌이는 부정적 활동과 위험성에 관한 것이다. 이제부터는 참된 진보의 길을 따르는 진정한 마법사, 지위나 영역에 상관 없이 선한 존재와 교류하고자 하는 진정한 마법사, 지위나 영역에 상관 없이 선한 존재와 교류하고자 하는 진정한 마법사에 대해 다뤄 보겠다. 우선 진정한 마법사는 결코 종속되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 긍정적 존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다. 어떤 존재와 한 패가 되지 않고서도, 그 존재가 얼마나 마음에 들든 상관없이, 진정한 마법사는 긍정적 존재와 언제나 마음대로 접촉할 수 있다. 이 또한 부정적 존재와 교류할 때처럼 계약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선한 존재와 작업하는 진정한 마법사에게는 위험이 그다지 크지도 치명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각 영역의 수호자와 어떻게 계약을 맺는지 알려주는 지침과 기법도 있다. 그들은 모든 분야에 걸쳐 마법사에게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진정한 마법사라면 발전해 나가는 동안 선한 존재와 교류한다. 그들과 친해져야 하며 모든 영역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개별 존재에게 스스로 종속되는 일은 없다. 그 존재가 천사든 고도로 진보한 지성체든 마찬가지다. 종속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마법사는 주술사와 똑같아진다. 우선 마법사는 해당 존재가 사는 영역의 진동을 자기 안에 입어야 한다. 그리고 결국 이 진동의 영향을 받아, 점점 해당 존재의 전반적 기질ganze Beschaffenheit/entire make-up을 닮게 된다. 물론 이 존재는 서면 계약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 고위 존재와 서면 제휴 및 계약을 맺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계약을 통해 마법사는 언제나 모든 측면에서 보호 받고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또한 갖가지 방식으로 도움을 얻고 때맞춰 경고를 받는 등 온갖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사전경고Warnung/forewarning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존재와 계약을 하는 마법사들이 있다. 그 마법사가 죽어 지구를 벗어나면, 해당 존재는 마법사를 자동으로 자기 영역에 끌어들인다. 마법사는 이 영역에 있는 동안 아무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자기 수호천사를 섬길 것이다. 언제나 선한 힘과 교류하는 상황에 놓인 자신을 바라보면서, 마법사는 그 계의 일부가 된다. 더 높이 올라갈 필요도, 다른 영역으로 갈 필요도 없어진다.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게 되면서 영적인 진화가 일시 둥단된다. 그러나 신의 섭리에 의해 지구 영역으로 가게 되거나, 육체를 입고 물질계에 다시 태어나 인간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야 비로소 그는 익숙해진 해당 영역보다 상위 영역에 대해 알고 싶다는 갈망을 품기 시작한다. 어떤 영역의 지배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마법사가 물질계에 육체를 입고 다시 태어나는 경우, 그 관계 덕분에 특별한 빛을 발한다. 헤르메스학의 영역에 있든 예술이나 문화 등 다른 학문의 영역에 있든 마찬가지다. 부정적으로 뛰어난 경우도 있고 긍정적으로 뛰어난 경우도 있다. 진정한 마법사라면, 수호자나 천사와 계약함으로써 스스로 진보를 멈추고 더 높은 상승을 포기하는 악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존재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인식하는 순간, 마법사는 의식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즉 이러한 인식을 통해 신의 형상대로 창조된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으며, 신성der Göttlichkeit/divinity의 반영을 통해 스스로의 완전함Vollkommenheit/perfection을 드러낸다. 더 이상 어떤 계도 그를 속박하거나 좌우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써 그는 진정한 완전함에 이를 수 있다. 한 가지 원소의 우세에서 벗어나 자기 안에 에너지 및 힘의 절대적 평형상태를 발전시키고, 진보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 평형상태를 영원히 유지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마법사가 지고의 완전함에 이를지 성인이 될지 여부는 상위 영역에서 결정된다. 지고의 완전함을 위해 애쓰는 마법사는 피조물 중에 가장 높고 위대한 왕Herr/lord이다. 실제로 그는 모든 측면에서 완전하고 총체적인 신의 형상을 상징한다. 한편 성인은 단일한 측면einem Aspekt/one aspect에 머무르며, 이 측면에서만 완전함에 이른다. 그는 해당 축면의 부분이다. 그리고 자기 안에서 해당 측면의 완전함을 이루는 순간, 완전해진 자신의 개체성Individualität/individuality을 상실한다.​ 따라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지고의 완전함은 진정한 왕, 즉 진정한 마법사의 완전함인 것이다. 그는 실로 완전한 신의 형상을 상징한다. 따라서 결코 자신의 개체성을 잃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

각각의 존재, 각각의 영역, 각각의 인과 등의 위계에 대해 총체적 지식을 얻게 되면, 진정한 마법사는 창조된 모든 존재(선하든 악하든)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궁극적 임무다. 그가 존재를 지배하는 데는 강요가 필요 없다. 선한 존재든 악한 존재든 기꺼이 마법사를 섬기며, 언제나 마법사의 의지에 복종하고, 어떤 보상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모든 소원을 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각 영역의 군주조차 기꺼이 그를 섬긴다. 마법사가 원하는 경우, 계약 체결 요구권을 포기한 채 하위 존재나 필요한 앙쿠르를 제공할 것이다. 한편, 진정한 마법사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필요한 만큼 하인 영을 둘 수도 있다. 어느 영역에서 왔든, 하인 영은 마법사를 가장 높은 주인으로 인정할 것이다. 마음이 고결한 참된 마법사는 결코 선한 존재와 악한 존재를 판단하지 않는다. 신은 순수하지 않은 그 무엇도 창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마법사는 어둠의 군주negativen Vorsteher/negative principal, 즉 악마도 천사만큼이나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와 같은 대립자Gegensätz/opposite가 없다면 위계의 차별성이 성립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긍정적 존재든 부정적 존재든 모든 존재를 각자의 위계에 맞게 존중한다. 이와 같이 진정한 마법사는 중용goldenen Mittelweg/golden mean의 길, 완전함에 이르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제18장 스피리투스 파밀리아스 즉 하인 영

​그리무아르나 소환마법을 다루는 책에서는 하인 영Dienstgeister/servant spirit, 이른바 스피리투스 파밀리아리스spiritus familiaris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된다. 이들 책에 따르면 고위 영, 주로 악마 군주Dämonenfürst/demon prince가 하인 영을 마법사의 손에 맡겨 개인 용도로 부리게 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마법사는 어떤 경우에도, 어떤 일로도, 군주를 괴롭힐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마법사는 물론이고 주술사에게도 스피리투스 파밀리아리스가 할당된다고 한다. 계약을 맺은 군주나 악마 군주가 하인 영을 할당해주는 것이다. 각 군주는 스피리투스 파밀리아리스에게 앙쿠르ankhur를 내려, 구역 내에서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것과 동일한 능력이나 속성 등을 부여한다. 사실 마법사에게는 자기가 바라던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군주 자신이든 그의 하인 영이든 중요하지 않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마법사 또는 주술사가 카르마적 책임을 진다는 사실이다. 계약과 관련된 부분에서 말했듯이, 물질계에서 계약이 만료되고 마법사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면 곧바로 악마 군주를 따라 군주의 영역에 가야한다. 그리고 군주가 이행한 서비스를 사소한 것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갚아야 한다. 물론 이때 갚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다. 엄격하게 영적인 방식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헤르메스학의 관점에서 볼 때, 스피리투스 파밀리아리스는 고대 원시 국가의 이른바 가족령Familiengeist/family spirit에서 따온 것이다. 이름을 잘못 붙인 것 아닌지 갸우뚱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대부분 가족령은 부족 중에 망자가 된 조상이나 영웅이었다. 원시 부족들은 친척이나 영웅 중에 죽은 사람과 지속적인 접촉을 유지했다. 결국 강령술을 원시적인 방법으로 실행한 이른바 '주물숭배呪物崇拜Fetischkult/fetish cult'의 대상이 바로 이들 가족령이었다. 오늘날의 개념에 따라, 이런 종류의 강령술을 강신술과 비교해 볼 만하다. 입문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조상, 말하자면 가족령과 접촉하기 위한 예식Praktik/practice이나 제례의식Kultthandlung/cult ritual에 통달해 있을 것이므로, 이와 관련한 설명은 여기서 그치겠다.


가족마다 가족령이나 가택신Hausgeist/house-spirit이 있을 뿐 아니라, 나라별로도 고유한 수호신Schutzgeist/guardian spirit이 있었다. 이것은 역사적 근거도 있고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진정한 마법사라면, 헤르메스학의 관점에서 실제 스피리투스 파밀리아리스와 조상령 및 가족령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법사가 고위 존재, 정확히 말하자면 고위 지성체와 교류할 때는, 접근방식이나 태도 면에서 주술사와 완전히 다르다. 아니, 흑마법사와 비교하는 것이 좋겠다. 흑마법사는 아무 노력이나 적절한 준비 없이, 마법적 진보도 없이, 오직 도움을 받고 자신의 소원을 실현시킬 목적으로 영존재를 지배하고자 한다. 그러나 카르마를 지게 된다는 사실, 나아가 자신의 진보 및 그보다 더한 것까지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하여 자신의 마법적 발전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는 사실을 염두해 두지 않는다. 영존재는 엄청난 보상이 없는 한 흑마법사를 섬기지 않을 것이다. 물질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서비스는 일종의 임시 대여Anleihe betrachtet/temporary loan일 뿐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실 주술사는 영존재의 노예일 뿐이다. 계약이 만료되면 모든 것으르 되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영존재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술사를 기꺼이 섬기며 모든 소망을 이루어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때문에 주술사는 자신이 이들 존재의 주인이 되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영존재와 관계되어 있는 동안 주술사는 원하는 것과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점점 만족을 모르는 성격으로 변한다. 계약 만료 직전, 주술사는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는다. 카르마적 책임이 얼마나 큰지, 짊어지게 된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도 깨닫는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서명한 계약의 파기를 위해 헤르메스학의 관점에서 제시했던 조언과 지침은 이제 모두 실행 가능성이 사라져 쓸모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진정한 마법사가 보기에는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종류를 불문하고 일단 어떤 원인이 만들어지면, 인과법칙에 따라 적절한 이행과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신의 자비와 사랑이 있는데, 어째서 신의 섭리는 이 문제에 가끔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지 이의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마법사는 원인이 만들어지면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카르마법칙, 말하자면 되갚음의 법칙das Gesetz der Vergeltung/the law of retaliation, 우주의 총체적 법칙성이 모두 허위nicht wahr/untrue이자 허상Ilusorisch/illusion에 불과할 뿐이니 말이다. 이것이 진리가 아니라고 애써 부정해봤자 소용 없다. 만물은 진정한 법칙에 따라 놀랍도록 세심하게 통제되고 있으니! 신의 사랑과 자비는 다른 측면에서 온전히 나타난다. 예를 들어 선함Güte/goodness이나 은총Liebe/grace 같은 것이다. 즉,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을 정복한 고통과 문제의 원인이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허락하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짐과 고통을 덜어준다. 결국 우주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사랑, 선함, 은총 등의 측면에는 신의 섭리가 깊이 개입할 수 없다.


우주보편법칙에 정통해 있는 노련한 마법사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마법사는 결단코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조심하고 경계를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계약은 자신의 마법적 발전과 진화를 갑자기 멈추게 만들어 버린다. 계약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얻는다 하더라도, 진정한 입문자라면 계약을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품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긍정적인 고위 존재라 하더라도 말이다. 마법사 또는 이 문제와 연루되는 그 누구라도, 어떤 존재 및 그 존재의 영역에 스스로를 속박시키거나 넘기는 순간, 그는 자유의 상실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소환마법에 손을 뻗칠 필요가 전혀 없는 것 아닌가. 자신의 발전에 더 깊이 몰두하고 소환작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편이 훨씬 이익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마법사라면 선한 존재든 악한 존재든, 모든 존재와 접촉하고자 노력한다. 진정한 소환마법을 실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존재와 접촉하려는 노력이, 어떤 존재와의 일상적 결합이나 교류를 고무시켜서는 안 된다. 마법사는 개별 영역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키고 풍부하게 하는 동시에, 각 영역의 법칙을 배우며, 소환작업의 대상인 존재에게 마법사로서의 권위를 보여주는 경우에 한해 영존재와 접촉해야 한다. 이 존재는 틀림없이, 마법사가 요구하는 정보를 모두 기꺼이 제공할 것이다. 또한 기꺼이 마법사를 섬길 것이다. 이들 존재에게는 진정한 마법사야말로 참된 입문자이자 주인이기 때문이다. 충직과 복종의 형태로 경의를 보여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마법에 제대로 입문하여 완전함에 이른  진정한 마법사에게는 이들 존재가 감히 계약을 하자고 청하지 못할 것이다. 필요한 경우, 마법사는 한 영역 또는 여러 영역 출신의 하인 영을 부릴 수 있다. 이때에도 마법사는 이들 영에게 아무런 빚도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또한 이들 영이 마법사를 위해 무엇을 하든, 그것은 마법사 스스로의 능력과 체계적인 마법 발전에 힘입어 이루어진 일이다. 마법사가 하인 영을 부리는 것은, 자기 자신보다는 먼저 친구를 돕기 위한 경우가 많다. 귀중한 시간을 아껴 한층 발전하기 위해 하인 영을 활용하기도 한다.


적절한 마음가짐은 바로 이런 것이다. 주술사와는 견줄 수 없는 태도 아닌가! 마법사가 지속적으로 소환마법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을 완전히 터득하여 필요할 때면 언제나 제대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마법사는 소환마법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통해 우주의 모든 존재를 대상으로 자신의 힘을 강화하고 확장시키며 자신의 마법적 권위를 견고하게 해야 한다. 진정한 마법사라면 모든 측면에서 완전함의 수준에 이르러야 하기 때문이다.


소환마법을 실행할 때는 존재의 위계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해야 한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각 원소의 군주 및 원소존재를 만나고, 가능하면 그들의 하인 영, 즉 하위 존재와 접촉한다.

2. 지구 영역, 즉 지구를 에워싼 영역의 모든 군주를 만나고, 그들의 하위 존재와 접촉한다.

3. 달의 존재들 역시 그들의 위계에 따라 순서대로 접촉해 나간다.

4. 수성 영역으로 이동하여 그곳의 군주를 만난다.

5. 금성 영역으로 이동한다.

6. 태양 영역으로 이동한다.

7. 화성 영역으로 이동한다.

8. 목성 영역으로 이동한다.

9. 토성 영역으로 이동한다.

제19장 마법적 소환

​마법사의 서재에는 소환 관련 서적이 여러 권 꽂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책에 몰두하다 보면, 지침의 개념 상 일정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어떻게 존재를 소환할지, 어떤 주문을 사용할지, 그것이 지침의 전부라는 사실이다. 어떤 책도 소환에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니 영존재와 접촉하려는 시도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헤르메스학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존재와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 그 존재의 영역이 어디인지 상관없이 소환으로 간주한다. 동원된 방법도 강신술, 강령술, 아니면 그 밖의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을 때 정말로 원하는 존재가 나타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실제로 시도를 해 본 사람만이 진실을 알 것이다. 가끔은 시중의 책에서 인용한 방법으로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그러나 존재를 소환한 직접적 요인이 바로 그 방법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자기도 모르게 다른 방법이 동원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강신술적 방법을 통해 성공을 거뒀는데, 이들 책에 제시된 소환기법으로 성공했다고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둘은 전혀 종류가 다르다. 강신술의 경우에는 영매가 개입되어 작업자에게 구두 중계Sprechmedium/verbal relay로 정보를 전달해준다. 이때 영매의 잠재의식이 의견을 덧붙일 수도 있다. 게다가 소환을 하는 동안 작업자의 흥분이 고조되어, 심상화 능력을 동원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케마, 엘리멘탈, 엘리멘터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런 식의 작업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Effekt/effect는 해당 존재 덕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작업자 자신의 특성Individualität/individuality에 따라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작업자는 이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소환에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헤르메스학의 관점에서 모두 상세하게 설명하기로 마음 먹었다. 바꿔 말하자면, 어떤 존재(출신 영역을 불문하고)와 실제 마법적으로 만나기 위해 절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은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일단 마법사 또는 마법적 소환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우선적으로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아스트랄 감각astralen Sinn/astral sense, 특히 투시Hellsehen/clairvoyance와 투청Hellhören/clairaudiance이 적절하게 발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환의 성공은 감히 생각할 여지도 없다는 사실이다. 눈 먼 사람이 믿을 만한 안내자도 없이 낯선 길에 들어서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능동적인 방법으로 어떤 존재와 접촉하기 위해 첫 번째 필수조건은 아스트랄 시각astrale Sehen/astral vision과 아스트랄 청각astrale Hören/astral hearing이다. 이 필수조건을 무시하고 아스트랄 감각을 계발하지 않은 채 소환을 실행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분명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좌절을 겪지 않을 수 없으며 모든 수고는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한편 의식이 고조된 상태에서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는 경우, 스스로 강령술사나 줄술사 차원으로 전락할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일정 정도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해도, 의도가 고귀했다 해도, 직면하게 될 위험은 동일하다.


소환을 실행하는 동안 마법사는 아스트랄 감각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절차를 철저하게 따질 수 있으며 속임을 당하거나 실패할 위험이 없다. 아스트랄 감각이 계발된 마법사는, 지금 만나고 있는 존재가 심상화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낸 존재인지 원하는 영역에서 온 존재인지 즉각 알 수 있다. 헤르메스학의 관점에서 볼 때 소환이란, 의식을 유지한 채 원하는 존재와 접촉하기bewuβte Kontaktherstellung/conscious establishment of contact, 즉 수동적 소통passiven Verkehr/passive communication이다. 나의 첫 번째 저서인<헤르메스학 입문>5단계의 '수동적 소통' 훈련을 익혔다면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수동적 소통의 경우, 마법사는 스스로를 영매로 삼지 않고 몸 밖에서 소통한다.

마법사가 몸 바깥으로 소환하고자 하는 모든 영역의 존재 및 힘은, 마법삼각형이나 마법거울, 그 밖에 응축제로 충전시킨 모든 물질로 소환할 수 있다. 마법사의 재량에 따라 이들을 응축시키거나 물질화시킬 수도 있다. 초기 단계에는 마법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소환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점점 충분한 경험을 쌓아 특정 영역을 완전히 지배한 상태에서 소환할 수 있게 되면, 그래서 해당 영역의 존재들이 마법사의 마법적 권위를 인정하고 신의와 복종의 형태로 경의를 표하게 되면, 비로소 마법도구 없이도 소환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노련한 마법사는 지배 하에 있는 영역의 모든 존재를 소환하고 마법도구 없이 이들을 다룰 수 있는 지위에 오르게 된다. 이제 그는 마법원이나 마법삼각형 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방법으로, 원할 때마다, 특별한 준비 없이 해당 영역에서 존재를 소환할 수 있다. 한편 초보자는 마법도구를 이용하는 것 이외에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다. 그에게 마법도구는 연상 보조장치로서, 제대로 소환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일단 어떤 영역에서 마법도구 없이 그 영역을 지배할 수 있게 되면, 마법사는 다음 상위 영역으로 전진한다. 거기서도 역시 그 영역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을 때까지 다시 마법도구를 사용하게 된다.

소환을 제대로 실행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리를 언제나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한다.

1. 다른 영역의 존재를 자기 영역으로 소환하고자 하는 경우 마법삼각형, 마법거울, 응축제 중 어디로 소환해도 상관 없다. 다만, 소환된 존재는 그존재의 영역과 일치하는 환경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마법사는 심상화를 동원해 삼각형 안에 빛, 즉 해당 영역의 질료를 축적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물론 작업공간 전체에 해당 영역의 질료를 축적하면 훨씬 좋다. 마법거울을 쓰는 경우, 거울은 해당 영역의 '빛 질료Lichtstoff/light-substance'로 대체해 충전해야 한다. 해당 영역의 빛 질료로 마법거울을 충전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외에서 작업하는 경우에는 현현할 존재 및 힘이 움직이기에 적당한 정도의 공간만 충전해야 한다. '빛 축적Lichtstauung/light-accumulation' 또는 '빛 충전Lichtimprägnierung/light-impregnation'을 할 때는, 각 행성의 색상원리Farbengesetz/color law에 따라 필요한 색을 골라야 한다. 나의 첫 번째 저서인​<헤르메스학 입문>3단계의 '공간 충전' 부분을 보면, 공간을 충전하거나 공간에 빛을 축적하는 훈련에 대해 완벽하게 설명되어 있다. 예를 들어, 달 영역의 존재를 자기 몸 밖에 소환할 때는 오팔색opaleszent/opalescent, 금성 존재일 때는 녹색, 태양 존재일 때는 황금색이어야 하며, 화성 존재는 빨간색, 목성 존재는 파란색, 토성 존재는 보라색 빛 질료를 심상화해야 한다. 한편, 흙원소 존재를 소환하는 경우에는 심상화의 도움을 빌어 마법삼각형이나 마법거울 안에 흙원소를 투사해야 한다. 달 영역의 존재를 소환할 때는 그 영역의 진동을 만들어야 한다. 그 어떤 존재도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영역에 머물 수는 없다. 이러한 원칙을 배려하지 않은 채 물질계로 현현하라고 계속 강요하면, 이 존재는 해당 영역의 진동을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마법사는 해당 존재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게 되며 권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그 존재는 마법사를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며 복종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합당한 경의를 표하지 않을 것이다. 소환을 할 때 이 원칙을 엄수하는 것은 극히 중요한 일로서, 진정한 마법사라면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2. 소환하려는 존재가 마법사를 알아보게 하려면, 그 존재의 영역으로 자신의 두뇌의식을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식이동은 아카샤원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아카샤원리를 통해 트랜스상태에 들어가면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지 않게 된다. 마법사는 이 상태에서 자신의 의지력과 권위 등을 동원해 특정 존재를 소환한다. 이 능력 없이는 해당 존재를 나타나게 할 수 없다.


3. 마법사는 마법적 권위를 가지고 해당 존재에게 경외심과 복종을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 존재는 마법사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긍정적 존재든 부정적 존재든 마찬가지다. 마법사가 자신의 인격성Persönlichkeit/personality을 통해 각 존재에게 마법적 권위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마법사는 해당 존재보다 위계가 높은 지성체와 하나가 될 수도 있고, 해당 존재에게 큰 위력을 가진 신Gottheit/divinity의 양태Aspekt/aspect를 띠고 직접 접근할 수도 있다. 이때, 소환된 존재에게 본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마법사 자신이 아니다. 위계가 더 높은 고위 존재나 지고의 지성체übergeordneten Intelligenz/Highest Intelligence의 권위, 즉 부름을 명하는 신의 권위인 것이다. 소환할 때 마법사가 수행할 첫 번째 임무는 고위 지성체의 힘을 입거나influenziert/influence 만나는 것이다. 소환될 존재가 마법사에게 맞서는 최악의 경우에만, 최고위 형상Form der höchsten Qualität/form of the highest quality을 입고 권위로서 자신의 주장을 선포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만약 마법사가 고위 지성체나 신과 접촉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인격성만으로 소환된 존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그 존재는 복종을 거부하거나 온갖 수단을 동원해 마법사를 속이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마법사가 아니라 고위 지성체나 고위 형상, 즉 신의 부분적 양태가 명령한다면, 그 존재는 복종할 수밖에 없다. 나의 첫 번째 저서인<헤르메스학 입문>에서 지성체나 신의 양태와 연결 및 감응하는 훈련을 익혔을 것이다. 그 부분에 신과 소통하거나 합일하는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여기서 제시한 세 가지 기본사항은 지금까지 여러분이 활용했던 지침 중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작가마다 소환마법에 필요한 개인적 경험이 부족하고, 그런 까닭에 부적절한 문헌 자료에서 저마다의 기법을 끌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기본사항이 충족되지 않으면 소환은 제대로 성공할 수 없다!


존재를 소환하기 전, 마법사는 자기만의 마법서에 전체 과정을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전체적인 실행 과정을 훤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환하는 동안 자기만의 마법서를 들여다봐야 안심이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실전에 들어가면 맨 처음에만 다소 어려움을 겪을 뿐, 자주 소환을 실행할수록 점점 경험이 쌓이고 결국 불안정한 상태는 모두 사라진다. 또한 소환이라는 것은 단순히 존재를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완벽한 마법작업으로 구성된 통상적 마법의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마법사는 작업 전체에 결함Lücke/gap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흠이 생기면 마법사 자신은 물론 소환된 존재까지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리무와르는 흠이 없는 작업을 가리켜 '완전한 원vollkommenen Kreis/perfect circle'이라고 묘사한다. 이것은 마법사가 보호를 위해 그리는 마법원이나 대우주와 소우주의 상징, 신과의 합일 등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다. '완전한 원'은 연속적 총체ganze zusammenhängend/entire continuity로서의 마법작업을 뜻한다. 따라서 마법사는 소환을 시직하기 전에 해당 작업의 목적을 명기하여, 소환하는 동안 추가적인 의문사항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소환작업을 신중하게 준비하고 정확하게 실행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단 마법사가 동일 존재를 자주 만나 좋은 교감을 나누게 되면, 그래서 그 존재가 마법사의 권위에 완전히 복종하고 권위를 인정하게 되면, 다음에 만날 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모종의 합의를 할 수 있다. 이 합의는 단축된 개별 의식일 수도 있고 어떤 문구일 수도 있다. 마법사는 이것을 통해 해당 존재를 소환하기로 결정하게 되며, 해당 존재도 역시 이 단축 의식이나 문구를 승인해야 한다. 아니면 해당 존재가 단축 방법을 정하고 그 방법에 따라 자신의 수하를 모두 데리고 언제든 나타나게 할 수도 있다. 이 단축 방법은 자기만의 마법서에 더더욱 성실하게 기록하여 소환을 실행할 때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한다. 특히 다른 존재와 이런 식으로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다면, 잘 적어두어야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존재가 단축 버전을 제시하면서 기록하지 말고 기억하기를 원하는 경우, 마법사는 그 존재가 원하는 바를 존중해줘야 한다. 한편 단축 버전을 기록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경우에도, 그 기록이 엉뚱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 다른 마법사에게 가는 일도 없어야 한다. 단, 예외가 있을 수 있다. 일단 그 존재가 해당 단축 버전의 입안자여야 한다. 그리고 그가 다른 사람에게 줘도 된다고 동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알릴 것을 주장하는 경우에만 예외가 인정된다. 자신의 권위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을 윈치 않는다면, 이 합의를 빠져나가거나 파기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때 마법사가 겪게 될 결말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존재가 마법사에게 처음 나타날 때는 자기 영역에서 돌아다니던 형상 그대로 나탄나다. 나타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법사는 자신의 권위에 근거해 원하는 대로 모습을 바꾸게 할 수 있다. 이에 관한 한 아무 제한도 없다. 소환된 존재의 외모는 마법사의 재량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때 마법사는 심상화의 힘을 빌어 존재의 외모를 변경시킨다. 존재가 어떤 성Geschlecht/gender을 취할지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자기 영역에서 여성인 존재가 남성의 모습으로 나타난 경우, 다시 여성의 형태로 바꾸라고 고집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마법사가 주장하면 그 존재는 어쩔 수 없이 복종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작업 초기에는 해당 존재가 자기 영역에서 취하는 모습, 그리고 마법사에게 나타난 모습 그대로 내보려두는 것이 좋다.


마법사는 자신의 언어로 존재와 소통한다. 의식이 고양된 상태, 즉 트랜스상태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그의 언어는 자동으로 영적인 언어, 이른바 그림언어Bildersprache/the picture language로 변환된다. 영존재가 지각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변환된 그림언어다. 소환된 영도 역시 영적인 언어로 말하며, 결국 이것 역시 마법사가 쓰는 언어로 자동 변환된다. 따라서 처음에 마법사는 영존재의 대답이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울려 나온다고 느끼게 된다.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때와 빗스한 방식인 것이다. 조만간 이러한 상황에 익숙해지면, 마법사는 자신의 밖에 있는 존재를 지각한다. 그리고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은 동료 인간에게 할 때처럼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무와르는 이런 존재들 때문에 소환을 할 때 달갑지 못한 일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소음, 덜거덕거리는 소리, 쾅 부딪히는 소리, 삐걱거리는 소리, 두드리는 소리 등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천둥소리나 번개의 섬광도 일어난다고 한다. 진정한 마법사로서는 이러한 소동을 알 수가 없다. 이런 일은, 전혀 마법교육을 받지 못한 강령술사나 주술사가 실행하는 작업에서나 일어난다. 필수조건을 간과했거나 준비가 덜 되었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진정한 마법사가 영존재나 고위 지성체를 소환하면서 탐탁치 않은 일을 겪는 경우는 없다. 물질적, 아스트랄적, 영적 영역의 다른 작업과 마찬가지로 매끄럽게 소환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영존재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아니, 해당 존재의 영역에 대한 질문 몇 가지만 한느 것이 좋다. 어떤 경우에도 해당 존재의 위계Würde/dignity에 이의를 제기하는 질문은 하지 않도록 한다. 영존재나 지성체, 군주, 그 밖에 재량껏 달루 수 있는 수하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아무 제한 없이 그들에게 지식을 청해도 된다. 그들은 진정한 마법사를 기꺼이 섬기며, 각자으 능력이 닿는 대로 사심 없이 도울 것이다. 물론 그 존재에게 보물을 가져오라든가 힘든 육체 작업을 해달라고 요구할 만큼 어리석은 마법사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물질계에 드러낸 결과는 에너지 질료, 즉 응축 질료Verdichtungsstoff/the condensation substance에 따라 결정되는데, 그 부분은 바로 마법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들 영존재는 멘탈 작업만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마법사의 경험이 많아지면 영존재는 아스트랄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되며, 결국 물질적 작업까지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존재에게 물질적인 임무는 맡기지 않는 편이 좋다. 해당 존재가 물질적 임무를 해결 및 수행할 때는, 마법사 자신이 스스로의 마법능력을 가지고 몸소 일할 때와 완전히 똑같은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이때 영존재는 마법사가 스스로 작업할 때와 동일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즉 영존재가 물리적 작업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기본 흐름인 전기적 흐름과 자기적 흐름 등이며, 당연히 아카샤원리도 동원해야 한다. 이때 영존재는 대부분 마법사 주변에서 질료와 에너지를 끌어다 쓴다. 따라서 마법사는 소환을 할 때마다 스스로 값을 치르게 된다. 이 사실을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누군가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목적으로는 소환을 실행하지 않는 것이다. 마법사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 어떤 존재나 원소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서 소환을 실행한다.


마법사는 존재를 소환할 때 주술사의 주문이나 그와 비슷한 무의미한 말을 가져다 쓰지 않는다. 마법사는 소환의 전 과정에 걸쳐 신과의 합일상태, 즉 황홀경상태에 있으며, 의식을 가진 채 자신이 선택한 존재의 영역으로 스스로를 이동시킨다. 그리고는 존재의 이름을 부르고, 자기 앞에 나타나라고 청한다. 이때 존재는 마법사를 인지하고 그의 요구에 즉각 반응하여 그의 앞에 나타난다. 진정한 마법사라면 존재를 복종시키기 위해 협박을 하지 않는다. 완강한 악마의 경우에만 이런 일이 일어난느데, 마법사는 악마를 향해 신과의 합일에서 비롯된 힘을 과시한다. 지위가 무엇이든 모든 존재는 신Göttlichkeit/Divinity, 말하자면 신과 진정한 합일을 이룬 사람에게 감히 대항하지 않을 것이다. 신은 존재를 창조한 힘으로서 경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별은 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 강요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기억하라. 점성학의 기본원리에 해박한 마법사라면, 점성학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소환에 적합한 시간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각각의 존재들을 위해 행성 및 영역의 시간을 적합하고 유리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여러 그리무와르에서 설명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소환은 마법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주술사를 위한 것이다. 그 안에 들어있는 지시사항들은 마법사에게 하등 쓸모가 없으므로, 그에 맞게 적절히 취급하면 된다. 마법사는 진정한 입문의 길을 알고 있으며, 제대로 소환을 실행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따라서 작업이 성공을 거두리라는 사실도 미리 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법적 소환이 끝난 시점에 마법사는 해당 존재를 자신의 계로 돌려보내야 한다. 바꿔 말하자면 해당 존재에게 떠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는 임무를 띤다. 이때 마법사의 의식이 그 존재와 동행해 배웅을 한다. 이로써 마법사는 내면적 안도감을 얻고, 소환한 존재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사용했던 모든 마법도구를 안전한 보관 장소로 가져가, 충전시킨 힘과 에너지를 소멸시킨다. 이때 자신의 의지력과 심상화를 동원하면 된다. 이렇게 하여 소환을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