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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신부의 논문 중 "하느님 이해"(10) 본문
윤정현 신부의 논문 중 "하느님 이해"(10)
박사논문
2015. 8. 25.
다석사상, 성리학, 없이 계시는 하느님, 유영모, 윤정현, 태극
성공회 수동교회 윤정현 신부의 논문 중 "하느님 이해"(10)
II. 태극(太極) 으로서 하느님
2.1. 머리말
본 장에서는 성리학(性理學)의 관점에서 태극(太極)으로서 하느님의 개념을 알아본다. 인격적이면서 비인격적일 뿐만 아니라 초월적이고 내재적인 궁극적 존재를 살펴 보고자 한다. 이미 언급했듯이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인식의 한계를 느끼며, 유한한 존재로 살아 가고 있는 인간이 궁극적 존재의 속성과 본질(本質)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덕경(道德經)이 말하는 것처럼,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하느님의 속성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관점에서는 하느님으로서 태극 (太極)을 말하고 논한다 할 지라도 그것은 하느님 자체가 아니라 하느님에 관한 인식(認識)일 뿐이라는 것이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경험되는 것을 인간이 상징이나 형상을 통해서 하느님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양 사고와 그리스도교 신비주의자들이 말하는 부정신학(否定神學)에서는 궁극적 존재는 형상화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고, 인식할 수도 없으며, 말로 설명할 수도 묘사할 수도 없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하느님을 규정할 수 없다면 하느님은 초월적인 존재도 내재적인 존재도 아니고 또한 인격적이지도 비인격적이지도 아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하느님은 정의할 수도 없는 존재이고 인간의 사고를 넘어서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느님이 누구인지 설명해야 한다. 또한 절대자 하느님의 이미지를 말로 설명해야만 한다. 유사이래 인간은 하느님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하여 왔는데, 이에 대한 대답 없이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는 일이다.
종교사상가로서의 다석 유영모는 동양고전과 성서를 잘 이해한 사람이다. 동양적 사고로 성서와 고전을 해석하는데 뛰어난 성찰과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상가이다. 다석은 밖으로부터 다양한 철학과 사상을 받아들였지만, 거기에만 매몰되지 않고 유기체적 사고와 통전적인 사고로 동서양 사고를 조화시키고 통찰하였다.
첫 머리에서 설명했듯이 다석의 하느님 개념은 인격적이며 비인격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초월적이며 내재적인 존재이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하느님의 개념에 대한 반대논리의 정의도 성립된다. 이중부정(二重否定)의 논리(論理)를 적용하면, 하느님은 인격적인 신(神)도 아니고 비인격적인 존재도 아닐 뿐만 아니라, 초월적인 신(神)도 내적적인 존재도 아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존재를 언어로 다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장에서는 다석 유영모의 태극(太極)으로서의 하느님 이해를 ‘이것이면서 저것도’의 논리와 더불어 ‘이것도 저것도 아닌’ 논리를 적용하여 설명해 보고자 한다.
2.2. 초월적인 하느님 이름
하느님 이름이 여럿이 있는데, 대개 하늘의 최고 통치자와 관계가 있는 이름들이다. 유교가 천제(天帝)를 믿었던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천상의 통치자를 믿었기 때문이다. 유교에서는 상제(上帝), 천주(天主), 제(帝), 천(天)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우리나라 개신교인들과 선교사들이 오직 한 분이라는 뜻에서 ‘하나님’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처음으로 성서를 변역할 때는 상제(上帝)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한국의 유학자들은 천(天)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였으나 선교사들은 유일신을 강조하기 위해 천주(天主)보다는 ‘하나님’을 선호하였다.
천주(天主)라는 이름은 1603년 마태오 리치가 「천주실의(天主實義)」에서 사용한 말이다. 그 이후로 중국과 한국의 천주교는 천주(天主)라는 말을 사용하여 왔다. 천주는 하느님이라는 이름과 함께 한국 천주교에서는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1971년에는 개신교와 천주교가 공동번역을 내기로 했을 때, 하느님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천(天)은 비인격적인 하늘과 섭리를 나타내는 말인 반면에, 상제(上帝)는 세상의 지배자를 다스리는 하늘의 존재로서 초월적이며 인견적인 신이다. 넓은 의미에서 천(天)은 비인격적인 하늘을 의미하는 동시에 왕중의 왕(王)으로서 인격적인 상제(上帝)를 나타내기도 한다.
문자로는 하늘을 그리고 상징적으로는 하느님을 의미하는 천(天)의 개념은 ‘하늘이 안다’, ‘하늘이여 용서하기를’, 또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서양사람에게도 익숙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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