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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신부의 "다석의 하느님"(8) 본문

마스터와 가르침/다석

윤정현 신부의 "다석의 하느님"(8)

柏道 2021. 3. 3. 12:07

윤정현 신부의 "다석의 하느님"(8)

 

박사논문

2015. 8. 25.

네티 네티, 다석사상, 없이 계시는 하느님, 유영모, 윤정현,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이것이면서 저것도

성공회 청주 수동성당 윤정현 신부의 "다석의 하느님"(8)


‘이것도 저것도 아닌’(neither this nor that)
역경(易經)에서 궁극적 존재로서 역(易)은 초월적이면서 동시에 내재적이다. 역의 초월성은 내재성을 가능케 하고, 역의 내재성은 초월성을 가능케 한다. 또한 역(易)은 인격적이고 비인격적인 실재로 이루어졌다. 궁극적인 존재는 지성의 논리로 설명될 수 없기 때문에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는 그것을 ‘부정의 부정’이라고 부르고, 베단타에서는 그것을 어떠한 묘사를 넘어서 있는 ‘네티 네티’(neti, neti, neither this nor that)라고 부른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논리는 ‘이것이면서 저것도’의 부정이며 상대개념이다. 이 논리(論理)는 위에서 언급한 용수(龍樹, Nāgārjuna)의 중도론(中道論)의 사구(四句)의 마지막 논리와 통한다. 궁극적(窮極的) 존재는 어떠한 묘사나 말로 설명될 수 없으므로, 인격적이면서 비인격적인 모습 안에서 단순히 ‘그것’(it)이라 말한다.

궁극적인 존재, 즉 인도 철학에서 말하는 브라만(Brahman)은 말이나 상상 (想像)으로 설명할 수 없고 볼 수도 없다. “우리는 어떻게 궁극적 존재를 설명해야 할 지 모르며, 그것을 이해할 수도 없다. 그것은 우리의 앎을 넘어서 존재하고 우리의 무지(無知)를 넘어서 존재한다.” 그러므로 부정의 언어로 궁극적인 존재를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이 궁극적 존재는 그 이유가 어떠 하든지 이중부정(二重否定), ‘neti, neti’ 를 통해서 알려진다. 이중 부정은 존재 자체를 부정(否定)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존재를 적절하게 설명하고 정의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 궁극적인 존재는 거울 속에 분명하게 비치는 어떤 사물처럼, 순수한 영혼에게는 창조주가 하늘 안에서 빛처럼 투명하게 보여진다.

그러나 절대자는 인간의 상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이고, 어떻게 정의할 수도 없다. 절대자는 인간의 상상과 정의를 넘어 존재한다. 따라서 궁극적 존재는 상상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고, 묘사할 수 없다. 궁극적 존재는 존재와 실존의 구분을 넘어서고 주관과 객관의 구분을 넘어서 있다. 궁극적 존재는 순수 의식이며 영원한 주체이다.

신비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하느님의 개념은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인식할 수도 묘사할 수도 없다. 형상이나 개념을 넘어서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논리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논리 개념은 ‘이것이면서 저것도’의 논리로 보완되어야 완전한 사고가 된다. 실링(Schilling)이 말했듯이, 비록 하느님이 지적인 논리로 설명되지 않더라도 하느님을 알려는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하느님이 우리 인간에게 주신 능력(能力)을 활용하여 가능한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이중 부정, ‘네티 네티’(neti neti) 방법론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논리를 보완해 주는 ‘이것이면서 저것도’의 논리와 함께 가장 포괄적인 사고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순을 상호 보완하는 논리, 즉 이 역설적인 이중부정(二重否定)의 논리는 음양(陰陽)의 원리에 의해 표현되는 ‘이것도 저것도’의 사고와 병행되어야 한다. 상호보완과 조화되는 상호작용은 동양사람들의 논리사고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음양의 원리에서 나오는 ‘이것이면서 저것도’의 사고는 하느님의 내재성 안에서는 인격적이면서 비인격적이고, 선이면서 악이다고 결론 짓게 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이것이면서도 저것도’의 논리 사고와 함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고를 함께 병행해서 이해하여야하므로, 하느님의 초월성 안에서는 인격적인 것도 비인격적인 것도 아니고, 선(善)도 악(惡)도 아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상호보완과 상호의존의 이론 안에 ‘이것이면서 저것도’의 논리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논리를 적용하여야 한다. 옥덴(Ogden)은 새로운 유신론을 위해 새로운 논리 사고와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유신론은 하느님이 궁극적으로 상대적이고, 궁극적으로 절대적인 존재로서 표현될 수 있는 사고와 철학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옥덴(Ogden)은 궁극적 존재로서 가장 포괄적인 하느님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사고로서 ‘이것이면서 저것도’의 논리를 들고 있다.

그러나 나의 생각으로는 ‘이것이면서 저것도’ 논리는 이중 부정인, ‘이것도 저것도 아닌’ 논리와 병행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차원에서 나는 ‘네티 네티’(neti, neti) 라는 논리를 적용하여 유영모의 하느님 이해를 연구하려고 한다. ‘이것이면서도 저것인’ 하느님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하느님이라는 것을 덧붙여서 생각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면서 저것인’ 사고는 하느님의 초월성 안에서는 인격적이지도 비인격적이지도 아닌 반면에, 하느님의 내재성 안에서는 인격적이면서도 비인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