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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신부의 "다석의 하느님"(3) 본문

마스터와 가르침/다석

윤정현 신부의 "다석의 하느님"(3)

柏道 2021. 3. 3. 12:04

윤정현 신부의 "다석의 하느님"(3)

 

박사논문

2015. 8. 25.

다석사상, 없이 계시는 하느님, 유영모, 윤정현, 음양원리

성공회 청주 수동성당 윤정현 신부의 "다석의 하느님"(3)


음양의 상호작용과 상호보완의 원리는 ‘이것이면서 저것도’(both this and that) 그리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neither this nor that) 논리를 제공한다. ‘이것이면서 저것도’의 논리는 유대 그리스도교 전통에 잘 부합된다.

유대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신의 초월성과 내재성이 공존한다. 하느님이 초월적이거나 내재적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 유대 그리스도교에서는 하느님이 초월적이면서 동시에 내재적이다는 것을 믿는다. 만약 하느님이 초월적인 존재라면 인간과 교통할 수 없다. 또한 하느님이 단지 내재하는 신이라면 하느님은 신이 아니다. 음이 양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듯이, 하느님의 내재성은 하느님의 초월성과 연결되어 있다.

하느님의 본성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논리로 상호보완하는 논리인 ‘이것이면서 저것인’ 논리로도 설명될 수 있기 때문에 하느님의 내재성은 하느님의 초월성을 내포하고, 하느님의 초월성은 그 내재성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느님의 개념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논리 외에는 설명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궁극적 존재는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묘사(描寫)할 수도 없고, 어떤 이미지나 개념을 넘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논리는 ‘이것이면서 저것’인 논리로 보완되어야 한다. 하느님은 우리의 인식능력으로 다 묘사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가능한 완전하게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하느님께서 주셨기에 우리는 이 지식(知識)을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하느님을 이해하는데, 이 역설(逆說)적인 논리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접근법은 음양(陰陽)의 원리에 의해 설명되는 ‘이것이면서 저것인’ 논리와 병행하여 사용할 때, 가장 포괄(包括)적인 이해를 할 수 있다.

상호보완과 상호작용의 조화는 동양사상의 근저(根底)를 이루고 있다. 음양원리에서 기인하고 있는 ‘이것이면서 저것도’라는 사고는 하느님은 내재성 안에서 인격적이면서 동시에 비인격적이고 선과 악을 동시에 내포 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초월성(超越性) 안에서는 인격적인 것도 비인격적인 것도 아니고 선(善)도 악(惡)도 아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이것이면서도 저것’인 동시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논리에 입각하여 동양적 사고, 즉 종교간에 야기되는 불일치나 화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호보완과 상호작용의 조화 원리를 통하여 하느님을 재개념화 하는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상호보완의 논리인 ‘이것도 저것도’(both-and) 논리는 이중부정(二重否定)의 논리인 ‘이것도 저것도 아닌’(neither-nor) 논리와 병행될 때, 하느님은 그의 내재성 안에서는 인격적인 존재도 아니고 비인격적인 존재도 아닌 반면에, 그의 초월성 안에서는 인격적이면서도 비인격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논리를 적용하여 동양적 사고로 하느님의 개념을 재해석할 수 있다. 특히, 동양 사고에 입각하여 하느님을 이해한 유영모의 사고를 통하여 하느님의 개념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초월적 이면서도 내재적일 뿐 아니라 인격적이면서도 비인격적인 하느님의 개념과 더불어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면서도 내재적인 존재도 아닐 뿐만 아니라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면서도 비인격적인 존재가 아닌 하느님의 개념은 타종교와의 대화의 장을 제공하는 중요한 논리이자 사고이다.

유영모의 하느님 이해를 연구하는데 있어, 동양사고의 근저를 이루고 있는 ‘이것도 저것도’ (both-and)와 ‘이것도 저것도 아닌’ (neither-nor) 논리를 자주 적용할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이 두 논리는 초월적이면서도 내재적일 뿐만 아니라 인격적이면서도 비인격적인 하느님의 상호보완과 상호의존성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