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터학당(學堂)-진리를 깨달아 자유를....나는 나다.
II. 수리부 해설 본문
II. 수리부 해설
1. 수의 본질
1) 수의 뜻과 기능
<천부경>은 수(數)를 이용하여 진리를 가르치고 있다. 수란 무엇이며 어떤 기능이 있기에 <천부경>은 수를 가지고 우주와 인간을 설명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을 것이며, 실제로 수학은 여러 가지 분야로 나뉘어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우선 수(數)를 우리말로 [셈]이라 한다. 이는 [셋(三)]과 밀접히 관련되는 말임을 짐작할 수 있고, 수가 삼한의 직능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나타낸다. 삼한의 직능 중에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천문역법(天文曆法)이 수로 구성됨은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이 관점에서 수를 이해한다면, 수의 본질과 기능은 [셈(계산)] . [잼(측량)] . [뜸(본받음)]의 세 측면으로 대별할 수 있다. 먼저 [뜸]을 살펴보자면, 수가 본뜬 것은 [손(手)]이다.
손에는 자연수인 십수상(十數象)이 열 개의 손가락으로 나타나 있다. 열개의 손가락은 하나하나 떼어서 헤아릴 수 있지만 그 뿌리는 두 손으로, 한손에 다섯 개씩 붙어 있다.
그 두 손도 완전히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몸통에 붙어 있으므로서 결국 만상(萬象)이 귀원(歸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만물이 동일근원에서 나왔다는 수준높은 형이상학도 이렇게 간단한 논리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풍류의 위대한 점이니, <천부경>의 [삼한부]가 두 손의 열 손가락을 앞뒤로 놓아둔 모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역의 수지상수(手旨象數)도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한 것이니, <주역 . 설괘전>에서 "말씀이 간에서 이루어진다(成言乎艮)"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수 있다. [설괘전]에서 "간괘는 손이다(艮手也)"라고 하였으니, 이 말은 수리의 근본이 손이라는 사실을 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손과 수의 관계는 수의 두 번째 측면인 [잼(측량)]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박용숙 선생이 밝혀낸 동이의 최고가치인 [인(人)]의 뜻 중에서도 핵심은, 프로타고라스가 말한 바 있는 [만물의 척도]이다. 그런데 그 만물의 척도가 바로 손을 말하는 것이니, 엄지와 검지로 만들어지는 [뼘]의 모습이 바로 만물의 척도(尺度)인 자(尺)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인척(人尺)의 핵심은 음양의 비례에 있는 것이니, 엄지의 두마디와 검지의 세마디가 각기 음(陰)과 양(陽)의 대표수이고, 이 둘의 비율이 황금비례라고 한다. 이 내용들은 인도를 별도로 해설하므로 더 깊은 설명은 뒤로 미루기로 하자.
아무튼 이 [본뜸]과 [잼]은 외부세계의 자연현상을 사람의 몸 중에서 사물을 다루기에 가장 알맞은 기관인 손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내외의 통합이 일차적으로 손에 의해 달성된 것이 [파악(把握)]인 것이니, "대상을 파악한다"고 말할 때의 [파악]이 [손아귀에 쥔다]는 뜻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의 앎은 머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손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이것이 [수]라는 말이 숨기고 있는 지혜의 비밀 중의 하나이다.
손으로 거머쥔 대상은 드디어 머리 속으로 옮겨져 헤아려지는데, 이것이 [셈]이다. [셈]을 [헤아림]이라고 한다. [헤아림]은 [해알음]이다. [해]는 [바다]이기도 하다. 고대인의 알음은 동이의 신전인 바다(海)에서 소(牛)로 상징된 <천부경>을 풀어(解)서 나왔다. [풀다(解)]는 "풀어 헤치다"라고 할 때의 [헤치다]와 같은 뜻이며, 희생의 제의에서 제물을 해체하여 우주의 비밀을 풀던 통과의례와 관계되는 말이다.
바다(海)의 사람들은 바다(밧 ; 外地)에서 수집된 여러 정보를 받아(바다)들여, 그것을 풀이(解)하여 [알음]을 얻는다. 이것이 [헤아림]이다. 이 과정을 인체에 적용시키면 손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머리가 풀이하여 알음을 얻는다는 의미로 바꿀 수 있다.
또 말장난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우리말의 위대성을 모르는 불쌍한 사람이다. 그대가 한겨레의 한사람이라면 그대가 쓰는 말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고, 그 말을 알고 쓰고 있다는 사실을 조상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대들이 쓰는 그 말에 인류문화의 으뜸가는 알맹이가 아담하게 담겨져 있고, 그 말에 인류를 구원하는 [한나라(하늘나라)]의 비밀이 모두 감추어져 있다. 그 비밀을 풀어낼 사람들이 한겨레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형성된 알음알이가 지혜 . 원리 . 법칙 들이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있는 모든 추상적인 지식의 밑바탕에는 수리가 깔려있다. 피타고라스가 "만물은 수로 만들어졌다"라고 말한 것은 이런 뜻이며, 또 그가 말하는 만물은 인간이 이해한 사물이란 뜻이 된다. 그래서 [추상적 지식]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다.
모든 자연현상은 감각기관에 의해 형상(생김새가 주는 느낌 . 이미지)으로 받아들여 져서, 음양의 부호로 변환되어 신경섬유를 따라 신경계통의 중추인 뇌(腦)로 전달된다. 이 형상은 머릿골(腦)에서 처리되어 의미있는 표상이 되고, 그 표상들의 상호관계가 분석되고 종합되어 [의미관계]가 밝혀지므로써 원리 또는 법칙으로 지각(知覺)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감각기관이 수용한 형상을 상(象)이라고 말한다. 이 상은 어떤 의미로 제한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의미가 전체에서 떼내어져 구체화되지 않은 [총체적 지각대상]이다. 다시말해 상은 존재 . 변화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뿐 의미는 없고, 말을 바꾸어 나타내자면 자연 전체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이것을 원상(原象)이라고 한다.
이 원상이 지각되고, 그 지각이 기억되고, 기억되어 있는 다른 원상들과의 비교 . 분석을 거쳐 상호관계가 밝혀지면서 의미가 부여된다. 결국 [의미]란 [원상들 사이의 관계]가 된다. 의미가 부여된 원상은 사람이 환경에 적응하는데 쓸모가 많기 때문에 특별히 관리되는데, 이것을 표상(表象)이라 한다. 특별히 구별할 수 있도록 표시를 한 원상이라는 뜻이다.
사람들 끼리의 공동생활에서는 이 표상을 다른사람에게 전달하여야 할 경우가 많은데, 이 필요에 의해 표상을 추상(抽象)하여 부호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호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낸다는 뜻에서 표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무튼 이 부호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몸짓과 말이며, 그 다음이 그림이고 그 다음으로 만들어진 것이 글자이다. 글자 중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지고 쓸모가 많은 것이 수상(數象)이라 하겠다.
이 수상의 대표적인 것이 동양도학의 근원으로 일컬어지는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이다. 이 두 그림은 앞에서 살펴본 [뜸]과 [잼]과 [셈]을 종합하여 체계화한 [진리상(眞理象)]인 것이다. 이 진리상을 [자연의 진리를 담은 도상(圖象)]이라는 뜻으로 부르는 이름이 [자연상(自然象)]이다. 그리고 이 자연상을 다루는 학문이 상수학(象數學)이다.
2) 자연수
자연상에서 다루는 수를 자연수(自然數)라 한다. 자연수는 오늘날의 수학이 규정하는 [양(陽)의 정수(定數)]가 아니라, 자연의 상호관련성을 열가지 부류로 나누어 각 부류의 성질을 자연현상과 결부시켜 종합한 진리체계이다. 따라서 이 이름 자체가 가지는 비중은 지대하며, 양의 정수와 반드시 구별하여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해 두는 바이다.
이 자연수를 먼저 해설하는 이유는, 이 자연수를 이해하면 도학에서 사용하는 수의 관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도학에서 사용하는 수는 모두 이 자연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도학에서 사용하는 자연수는 단순한 단위가 아니라 모든 자연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철학적 부호이다. 열 개의 자연수에 수량과 차례뿐만 아니라 방위 . 시간 . 속성들 까지도 모두 들어있기 때문에, 쉽게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한 번 이해해 놓으면 도학학습에 비약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자연수의 유래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0 - 6,000년 전에 복희씨가 천하(天河)에 나타난 용마(龍馬)의 몸통에 그려진 무늬를 본떠 그렸다는 하도에서 비롯되는데, 복희씨는 그 그림의 원리를 해석하여 처음으로 팔괘를 그렸다고 한다. 이 하도에 오행과 방위와 계절을 배정하면 아래에 소개된 하도 오행 배치도와 같아진다.
여기에 배정된 오행과 십수(十數)의 상은 역리에서 만사만물에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으며, 지금의 과학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주자연의 실상에 도달하고 있다. 이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상세계라는 것이 인간의 의식이 재구성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해진다.
현상세계가 인간의식이 만든 하나의 의미체계라는 사실은 현대과학도 불확정성원리에서 인정한 사실이며, 앞으로 과학과 도학이 만나게 될 곳도 우주끝이나 소립자의 내부 같은 곳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마음속이라는 것은 이미 '한'의 자연론에서 밝힌바 있다.
이 배치도만 가지고 보더라도 오행론이 단순체계가 아님을 알수 있다. 수리학(水理學) . 물상학(物象學) . 방위학(시공간학)과 천문학까지가 오행론에 종합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사물학에는 경세학 . 의학 . 산업 . 기술학등 모든 분야가 포함되게 된다.
그리고 오행의 더 큰 의의는 이 체계가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가변적인 유기적 구조라는 점이다. 오행의 각 요소들은 독자적인 의미가 있을뿐만 아니라, 그 독자적 의미들이 서로 결합되는 경우 무한히 다양한 의미가 파생된다.
수(水)가 동쪽에 있을 때와 서쪽에 있을 때는 그 물의 성질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각각의 경우가 여름일 때와 겨울일 때의 의미가 다시 달라진다. 이것을 통변(通變) 또는 변통(變通)이라 하며, 이것은 역학 중에서 구궁방위학의 핵심개념인 자백론(紫白論)으로 체계화 되어있는데, 이 책의 체계에서 볼때에는 지나치게 전문적인 내용이라서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지는 못했다.
오행이 이런 종합체계이기 때문에 현대과학의 분석적 관점에서 볼 때에는 기본개념도 정리되지 않은 학문으로 오해되었고, 그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개념을 정확히 밝히고 상호관계를 제대로 밝혀내면, 인류의 가장 위대한 학문적 업적으로 평가될 분야가 이 오행론의 분야일 것이다.
3) 수상(數象)
자연수에는 각각의 수에 부여된 고유의 의미가 있다. 그 의미를 누가 부여했고 어떤 원칙을 따라 부여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이미 부여된 의미가 널리 통용되어온 이상 그 의미들을 알아내어 문명이해의 도구로 활용할 필요성도 크다.
실제로 <천부경> 해설과 계속되는 신령학이나 인도 해설에서 이 수상은 기본개념의 하나로 사용되므로, 여기서 정리해 두고자 한다.
자연수의 수상에는 <천부경> 수체계를 밝힌 최재충 선생의 연구와, 음양오행론의 입장에서 접근한 한동석 선생의 연구 및 <천부경>을 인체에 적용시켜 해설한 박용숙 선생의 해설이 돋보이고, 또 이책에서 원용하고 있으므로 이분들의 해설을 소개하여 수상의 기본개념을 정리하도록 한다.
① 최재충 선생의 해설
최재충 선생은 "한글은 단순한 소리글이 아니다. 한자(漢字)를 뜻글자라고 하나, 한글이야말로 간편하면서도 심층적으로 굴착하여 사물의 핵심에 닿아있는, 언어의 정화(精華)라고 자긍할만한 뜻글자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앞으로 (<천부경>의) 본문을 해석함에 있어서, 우리말이 지니는 '수'의 심층이 드러날 것이나, 우리가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수'에 대한 우리말 자체의 다각적이며 다중구조적인 존재의미의 심연이다. 일찍이 어느 나라 말에 이렇듯 수의 본질을 뿌리깊게 드러낸 언어가 있었던가? "라고 하여, <천부경>의 수는 우리말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생은 다시 "<천부경>의 수를 대함에 있어서 전제해야 할 것은 '수'란 단순히 양(量)을 헤아리는 개념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그 자체가 우주를 뜻하며, 구조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질료적인 의미는 우리말의 수사(數詞)가 지니는 언어구성의 심층에서 무한한 함축성을 찾게 된다. 하나 . 둘 . 셋이 단순한 수효의 1, 2, 3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 순수한 우리말인 하나 . 둘 . 셋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세계와 자아의 존재양식의 기본구조를 인식하게 된다."고 하여, 이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선생의 수개념은 다음과 같다.
[하나] : 하나는 개체 . 시초 . 유일 . 일체 . 동질성 . 부분적인 한 측면 등 여러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하나는 보다 넓고 무한한 뜻을 담고 있다. 하나에다 '님'이라는 인격칭을 붙이면, 그대로 우주를 다스리는 최고의 유일신을 가리키게 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천지인 공부 > 천부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 묘연부 (0) | 2019.03.05 |
---|---|
4. 작용부 (0) | 2019.03.05 |
4. '한'의 '틀' (0) | 2019.03.05 |
<천부경> 해설 - 삼신의 가르침 (0) | 2019.03.05 |
무극대도 無極大道 (0) | 2019.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