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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교수의 도마복음 풀이- 또 다른 예수 후기 본문
오강남 교수의 도마복음 풀이
또 다른 예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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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복음서에 나타난 천국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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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도마복음』에 나타난 예수님의 ‘비밀의 말씀’을 나름대로 한번 풀어보았습니다. 『도마복음』 초두에 미리 예고된 것과 같이 우리에게 ‘혼란과 놀라움’을 동시에 주는 그런 말씀들을 접한 셈입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우리가 그리스도교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흔드는 말씀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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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복음』에 나오는 말씀을 살펴보면서 그것이 성경에 정경正經으로 들어 있는 복음서들, 특히 이른바 공관복음共觀福音서인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에 나오는 말씀과 사뭇 다르다는 점을 여러 번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도마복음』과 공관복음이 정말로 다른가? 『도마복음』의 말씀을 받아들이려면 공관복음서의 말씀을 부인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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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려서, 저는 『도마복음』과 공관복음서가 완전히 상호 배타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에서도 여러 번 지적한 것과 같이 문제는 텍스트를 어떻게 푸느냐,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 우리의 눈높이를 어디에 맞추느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관복음서에 나오는 말씀들이 기본적으로 현교적顯敎的, exoteric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지만, 거기에서도 깊이 들여다보면 역시 ‘의미의 계층’이 있고, 그 계층 중에는 『도마복음』과 같은 비의적秘意的, esoteric 내용의 기별을 전해주는 심층이 엄존하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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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직도 『도마복음』이라는 생소한 이름이 일반 신도들에게 공연한 오해나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음을 감안할 때, 경우에 따라서는 구태여 『도마복음』을 인용하지 않으면서 『도마복음』의 기본 내용과 의미를 전해주는 것이 교수법상으로 더욱 효과적이고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문제에 대해 잠시 언급하는 것으로 『도마복음』 풀이를 대신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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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복음』 본문을 풀이하면서도 여기저기 언급되었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한다는 기분으로 이야기를 해봅니다. 공관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복음을 “천국 복음”, 혹은 “하느님의 나라의 비밀”(막4:11)을 밝혀주는 복음이라고 합니다. 이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는 곳이 『마태복음』(4:17, 2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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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예수께서는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하고 선포하기 시작 하셨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를 두루 다니시면서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며,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표준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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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예수께서 비로소 전파하여 이르시되.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하시더라…… 예수께서 온 갈릴리에 두루 다니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개역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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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과 평행절이 『마가복음』(1:14-15)에도, 그리고 축약된 형태로 『누가복음』(4:14-15)에도 나옵니다. 여기서는 편의상 위에 인용한 『마태복음』 구절을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혹은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옛날 번역으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하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씀은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처음으로 외치신 기별입니다. 그뿐 아니라 “온 갈릴리를 두루 다니시면서”가르치신 가장 핵심적인 기별이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신학자들 중에서도 예수님의 중심 가르침이 ‘천국 복음’이었다고 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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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도마복음』을 읽어본 입장에서 여기 『마태복음』 에 나온 예수님의 기본 가르침,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은 이 말씀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말씀의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면 이 가르침과 『도마복음』에 나오는 기본 가르침은 서로 상충되는 않는다고 봅니다. 『도마복음』을 읽든 공관복음서들을 읽든, 결국 깊이만 들어가면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별로 없는 기본 메시지를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이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는 말씀을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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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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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하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하는 문장에서 이 ‘회개’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알아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는 보통 회개라고 하면 우리의 과거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도마복음』 제28절을 풀이하면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회개의 그리스어 원문 ‘메타노이아’는 ‘의식을 바꾸라’, ‘보는 법을 바꾸라.’, ‘눈을 뜨라.’는 뜻입니다. 영어 성경에는 ‘repentance’로 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사실은 ‘conversion’으로 하는 것이 원의에 더 가깝습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는 말을 “눈을 떠서 천국이 가까이 있음을 알라.”혹은 “정신 차려라.”하는 말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하면 ‘의식의 변혁transformation of consciousness’을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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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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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혹은 ‘천국天國’은 ‘하느님의 나라’혹은 ‘신국神國’과 똑같은 뜻입니다. 우리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메르어나 셈족 언어에서 ‘하늘’과 ‘하느님’은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3절 풀이에서 자세히 밝혔기에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습니다만, 이 ‘나라’라는 것이 땅덩어리를 의미하기보다는 하느님의 주권, 다스리심, 임재 등을 뜻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천국, 혹은 하느님의 나라라고 할 때, 그것이 지금 상당수 그리스도인들이 문자적 의미에 따라 이해하는 것처럼 하늘 어디에 있고, 우리가 죽어서 가는 곳, 혹은 예수님 재림 때 이 땅으로 임할 곳 등, ‘장소’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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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복음에도 예수님 스스로 “하느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17:20-21)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공관복음에서도 더 깊은 의미에서의 ‘하느님의 나라’란 우리 중에, 혹은 우리 속에 이미 있는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영어로 ‘God within’입니다. 『도마복음』의 가르침과 하등 상충될 여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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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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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했습니다. 많은 신학자들이나 그리스도인들은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했을 때 그것을 ‘시간’의 개념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 말을 두고, 예수님은 천국이 이미 임한 것으로 가르치신 것인가? 그의 생전에 곧 임할 임박한 것으로 가르치신 것인가? 혹은 이미 임했지만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이중적인 뜻으로 가르치신 것인가? 이런 식으로 ‘언제’의 문제로 논란이 계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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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는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의 가까움을 시간의 개념보다는 ‘거리’, ‘공간’, ‘어디’의 개념으로 보고 싶습니다. 영어로 ‘at hand’라는 번역이 더 실감납니다. 즉, “손 가까이 있다.”고 하는 말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시간적으로 어느 때쯤에 올 것인가 하는 문제로 보기보다, 공간적으로 바로 내 손 닿는 지근至近거리에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뜻입니다. 지근거리에 있다는 것은 결국 내 속에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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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도마복음』에서 계속 강조하는 ‘내 안의 하느님 나라’, ‘내 안의 신성’, ‘내 안의 참나’라는 기본 가르침과 어떻게 다를 수 있겠습니까? 『도마복음』으로 공관복음에 나오는 ‘내 안의 하느님 나라’라는 개념이 더욱 분명해지고 뚜렷해졌다고 볼 수도 있을지언정, 『도마복음』이 공관복음의 가르침을 무조건 무효화시키거나 경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근거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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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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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공관복음의 예수님도 우리를 보고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6:33)고 하셨습니다. ‘먼저’라는 것을 보면 예수님을 따르기로 할 경우 최우선 과제가 바로 하느님의 나라를 구하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 안에 있다고 하셨으니 우리는 당연히 우리 안을 들여다보고 거기 있는 하느님의 나라, 나의 참나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다석 유영모 선생님의 말을 빌리면, 나의 일상적이고 이기적인 ‘제나’가 죽고 나의 참된 나인 ‘얼나’로 부활한 ‘나’라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사도 바울이 “이 비밀은 여러분 안에 계신 그리스도요, 곧 영광의 소망입니다.”(골1:27)라고 했을 때 우리 안에 계신 그 ‘그리스도’이기도 합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신학자라 할 수 있는 폴 틸리히의 말, 하느님을 ‘높이’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깊이’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 이런 의미에서 뜻 깊은 것이라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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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한 말씀만 더 드린다면 『도마복음』의 가르침과 같이 내 안의 하느님, 나의 참나를 찾아 우리의 종교의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때 얻을 수 있는 열매를 나름대로 예상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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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가장 중요한 열매 두 가지만 말씀드리면, 저는 그것이 바로 ‘자유’와 ‘사랑’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수님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8:32)고 하셨습니다. 우리 속에 있는 하느님, 나의 진정한 나는 바로 하느님이라는 이 엄청난 진리를 깨우치면 우리는 진정한 자유와 떳떳함과 늠름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함석헌 선생님도 “내 맘속에 있는 하느님을 믿으란 말이다. 새삼스럽게 믿으란 말 아니 하여도 계신 하느님이지만, 그 절대자가 바로 이 나의 속에 있는 줄을 알 때, 그것을 확신할 때 우리 생명은 힘 있게 피어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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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선생님은 또 “믿는 것은 그리스도다. 그 그리스도는 영원한 그리스도가 아니면 안 된다. 그는 예수에게만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내 속에도 있다. 그 그리스도를 통하여 예수와 나는 서로 다른 인격이 아니라 하나라는 체험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빌립복음』에 의하면, 깨침을 얻으면 우리는 ‘그리스도인Christian’이 아니라, ‘그리스도Christ’라고 했습니다. 엄격히 말하면 본질적으로 ‘그리스도’인 우리 자신을 발견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자각이 바로 우리에게 자유를 주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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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우리 속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속에도 똑같이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때 자연히 다른 사라들과 동질성을 느끼고 그들을 사랑하게 됩니다. 신유학자新儒學者들이 우리가 양지良知를 극대화하면 나와 만물이 일체임을 깨닫게 되고, 그 결과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고 그 아픔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가르치는 ‘만물일체萬物一體’론이나, 동학에서 강조하듯 모든 인간을 하느님으로 보고 남을 하느님처럼 섬기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의 태도와도 맥을 같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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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마복음』은 앞 서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종교사적으로 볼 때 세계 여러 종교 전통에서 면면히 흐르는 ‘신비주의’전통에 속하는 문헌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도마복음』만 신비주의적 요소를 독점하고 있는 문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공관복음서나 『요한복음』도 읽기에 따라 얼마든지 신비주의적 기별을 담고 있는 보고寶庫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도마복음』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가는 알게 된 입장에서 성경의 복음서나 나아가 바울의 편지서를 읽으면서도 이들이 가리키는 더 깊은 면을 들여다볼 준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가 조심스럽게 진단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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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어려운 길을 함께 하신 여러분의 동행에 다시 감사드리며 계속적인 정진을 빕니다.
[출처] 또 다른 예수-후기|작성자 byuns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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