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터학당(學堂)-진리를 깨달아 자유를....나는 나다.
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물이 그 창조주를 보고 붉혔도다 본문
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물이 그 창조주를 보고 붉혔도다
남자의 몸에 여성의 자궁을 가진 시인 바이런 물이 그 창조주를 보고 붉혔도다(Water saw its Creator and blushed).―George G. Byron
의식 있는 물이 그의 ‘주님’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The conscious water saw its God and blushed)-Richard Crashaw
수줍은 물이 그녀의 신을 보자 붉혔도다(The shy Nymph saw her god, and blush’d)-John Dryden
수줍은 물이 ‘주님’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Nympha pudica Deum vidit, et erubuit)-라틴어 원문
거의 2세기 전 어느 날 케임브리지의 한 강의실 안에는 이제 곧 종교학 시험을 치를 학생들로 꽉 차 있었다. 시험문제는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바꾸었던 기적을 종교적, 영적 의미에서 서술하라.’였다. 다른 학생들은 답안지를 메우느라 여념이 없는데, 수험생 중 하얀 피부에 조각상을 그대로 베낀 듯 한 외모를 지닌 한 청년은 멍하니 햇빛 비치는 밖을 바라보면서 답안지를 작성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험 감독을 하던 교수는 답안지에는 단 한 글자도 적지 않은 채 창밖의 먼 산만 바라보는 한 청년을 발견했다. 그 교수는 그 청년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학생은 ‘왜 답안을 작성하지 않나?’ 그 청년은 대답했다. ‘저는 쓸 말이 없습니다.’ 교수는 어이가 없었다.그런데 시간을 적당히 때우더니 시험 종료종이 울리기 약 몇 분 전 시험 종이 위에 한 줄의 문장을 휘갈겨 쓰고는 그대로 시험지를 제출했다. 막판에 답을 휘갈겨 쓰듯하고 시험지를 제출한 학생은 영국 낭만파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George Gordon Byron, 1788〜1824)이다. 그의 답안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물이 그 창조주를 보고 붉혔도다(Water saw its Creator and blushed).” 그리고 그 한 줄을 쓴 청년은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그에 관한 가장 유명한 일화는 케임브리지대학 3학년 때 신학 시험에서의 이야기이다. 그는 바로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이다. 바이런의 이러한 일화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고 가정할 때 바이런의 답안은 사실 바이런의 것이 아니다. 알고 있었던 어떤 시를 전사한 것에 불과하다. 공자의 ‘술이부작(述而不作)’에 그친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독서량에서 가져온 재치의 답안이었다. 17세기 영국 서정 시인인 리처드 크래쇼(Richard Crashaw, 1613-1649)가 이 기적에 대해 쓴 짧은 시가 있다. “의식 있는 물이 그의 ‘주님’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The conscious water saw its God and blushed)”. 그런데 시로서는 조금 딱딱하게 여겨진다. <The complete works of Richard Crashaw>라는 책이 그 출처이다. 원작은 리처드 크래쇼 <Epigrammata Sacra(Epigrammatum sacrorum liber)>라는 시집인데 다음은 그 시의 원문이다. 원문의 계보는 다음과 같다.
그런데 원문은 정말 시적이다. 라틴어 시를 드라이든(John Dryden)이 영어로 옮기면서 그렇게 되었는데, 라틴 원문은 이것이다. “수줍은 물이 ‘주님’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Nympha pudica Deum vidit, et erubuit)”. 여기에서 ‘Nympha’는 ‘Lympha’의 동의어이다. 원문이 바이런 것보다 더 시적(詩的)이다. 무엇보다도 리처드 크래쇼는 매우 신실한 사람이다.
가나의 혼인 잔치를 읽을 때마다 콜린 맥긴(Colin McGinn)의 논문 한 구절이 기억난다. “어쨌거나 물질적인 두뇌라는 물이 의식의 포도주로 바뀐 것 같긴 한데, 그러나 우리는 그 전환과정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모른다.” 마음의 신비를 지적(知的)으로 알 수 없다는, 한 물질주의자의 고백이다. 사실 우리의 인생도 이러한 신비로 둘러싸여 있다. 가나 혼인잔치의 첫 번째 기적이 포도주 사건이었고, 공생애 마지막 날에 있었던 최후의 만찬에서도 포도주가 등장한다. 예수는 유월절 만찬에서 포도주를 나눠 주시며 다음 날 십자가에 흘리실 피와 연결시킨다. 예수의 공생애 사역은 포도주로 시작해서 포도주로 끝난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사건에서 첫 번째 사건은 항상 의미가 있다. 포도주 기적의 의미를 풀어 나가는 핵심은 결혼식과 포도주의 관계를 이해해야 하는 성서 시대 유대인들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 쿠데타를 음모했던 수양대군은 허리춤에 표주박 잔을 끼고 다니며 뜻을 같이하고 결의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한 잔에 술을 부어 더불어 마심으로서 모사를 성공시켰다. 그런데 바이런도 그만의 술잔을 지니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런은 귀족풍의 방탕아적인 생활에 걸맞게 “로드 바이런 글라스(Lord Byron Glass)”라는 술잔을 지니고 다니면서 술을 마셨다. 로드 바이런 글라스란? 스테인리스로 된 작은 술잔으로 특수 제작되어 수시로 술잔의 모양과 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다(I awoke one morning and found myself famous)’는 그는 36세의 단명이었는데, 여자들의 수난과 지나친 음주에 기인한 것이다.
남태우 교수:중앙대학교(교수)▸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헌정보학과 박사▸2011.07~2013.07 한국도서관협회 회장 ▸2009.07 한국도서관협회 부회장▸2007.06~2009.06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 ▸2004.01~2006.12 한국정보관리학회 회장
'배움과 깨달음 > 좋은책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의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 (1) | 2024.06.20 |
---|---|
웨이아웃 - 내려놓음. 완벽한 해결책, 개정판 (0) | 2024.06.06 |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s) (0) | 2024.04.07 |
배철현의 '위대한 리더 '"자신에게 리더인 사람이 리더다" (3) | 2024.03.22 |
각성覺醒” (0) | 2024.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