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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3월5일 본문

배움과 깨달음/역사와 철학

경칩. 3월5일

柏道 2022. 3. 5. 10:46
경칩(驚蟄, 3월 5일)

24절기의 셋째, 음력으로는 2월 절기이며 양력으로는 3월 5일경부터 춘분(春分:3월 21일경)전까지이다. 태양의 황경이 345도 일 때, 우수(雨水)와 춘분 사이에 있다.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초목에 물이 오르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개구리)들도 벌레들도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한다.

개구리 - 개구리들이 봄을 맞아 물이 괸 곳에 알을 까놓는데, 그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좋고 몸에 좋다고 해서 경칩날 개구리 알 찾기가 벌어지기도 한다. 지방에 따라선 도룡뇽 알을 건져 먹기도 한다.

토역(土役,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이날 담벽을 바르거나 담장을 쌓는다.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는 지방도 있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물에 재를 타서 그릇에 담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면 빈대가 없어진다는 속설이 전한다.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즙을 마시면 위병이나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는 지방도 있다.
경칩이 지나 살이 찐 봄 미나리를 무쳐 먹으면 싱그러운 봄을 먹는 듯, 청춘을 먹는 듯하다. 봄은 청춘이다.
경칩날에 보리 싹의 성장을 보아 그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연인의 날 -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라는 노래가 있다. 봄이 오는 시점은 가히 청춘 연인들의 계절이다. 이는 동서고금이 다 그러하다. 고대 로마에는 2월 보름께 `루페르카리아'라는 축제날이 있었는데, 젊은 아가씨의 이름을 적은 종이 쪽지를 상자에 넣고 동수(同數)의 젊은 총각으로 하여금 뽑게 하여 짝지어 주는 신나는 사랑의 날이었다. 지금의 발렌타인 데이(2월 14일)도 봄이 오는 길목에 있다. 우리 나라에도 은밀히나마 연인의 날이 있었다. 벌레들이 겨울 잠에서 놀라 깨어난다는 바로 경칩(驚蟄) 날이었다. 신토불이 발렌타인데이인 셈이다.

*은행씨앗 선물 - 이날 우리 선조의 남녀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써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은밀히 은행을 나누어 먹었다한다. 은행나무는 수 나무와 암 나무가 따로 있는데 서로 맞바라보고만 있어도 사랑이 오고가서 열매를 맺기에 순결한 사랑을 유감(類感)한 것이며, 또한 비록 맛이 쓰고 껍질이 단단하여도 심어 그 싹을 틔우면 천년을 살아가는 영원한 사랑을 기원한 까닭일 것이다.

*순결한 사랑, 영원한 사랑 - 우리 옛 문헌 `사시찬요'에 보면 은행 껍데기에 세모난 것이 수 은행이요, 두모난 것이 암 은행이라 했는데, 대보름날 은행을 구해 두었다가 경칩날 지아비가 세모 은행을, 지어미가 두모 은행을 맞바라보고서 생긋 웃으며 먹는 품은 낭만적이 아닐 수 없었겠다. 처녀 총각들은 이날 날이 어두워지면 그저 동구 밖에 있는 수 나무 암 나무를 도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하고 또 정을 다지기도 했다. 은행나무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에만 자라는 동방(東方)의 나무다.

*사랑의 나무 - 두 갈래진 은행 나뭇잎을 처음 본 독일의 문호(文豪) 괴테는 `잎은 하나이면서 둘인가 / 둘이면서 하나인가 / 아! 사랑은 저러해야 하는 것을...'하고 읊었음도 사랑나무로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처럼 사랑을 동물성에서 식물성으로, 구상(具象)에서 추상(抽象)을 승화시켰던 우리 선조들 정말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