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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의 테마 에세이 | <바가바드기타>] 영적인 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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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의 테마 에세이 | <바가바드기타>] 영적인 시

柏道 2021. 7. 24. 11:29

[배철현의 테마 에세이 | <바가바드기타>] 영적인 시 <바가바드기타> 연재를 시작하며
등록 2020-10-07 10:35 | 수정 2020-10-23 16:10
배철현

코로나 시대 우리가 갖추어야할 인생의 문법이 숨겨져 있어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공동체를 구성한 인류는, 저마다 처한 삶의 경험을 통해 중요한 가치를 깨닫는다. 그리고 노래와 글로 정성스럽게 남겼다. 이 노래와 글들이 경전으로 모아져, 우리에게까지 전달되었다. 경전은 인류의 최선을 담은 정수精髓다. 정수는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눈으로 보이는 것들을 만든 기반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스런 사회의 질서를 잡기 위한 예절과 충성, 그리고 이것들을 작동하게 만드는 인애를 가르쳤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최선의 가치를 현상이 아니라 이상에서 발견하였다. 과학, 철학, 그리고 예술이라는 분야의 최선을 숫자와 논리로 간결하게 설명하였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는 공동체가 작동하기 위한 도덕적 가치를 발굴하고 사후세계를 발명하였다. 영원한 사후세계의 시선으로 지금-여기에서 종말론적으로 사는 방식을 알려주었다. 로마인들은 정치와 통치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오늘날 세계정치의 틀은 로마인들이 만든 체계에 대한 각주다.

COVID-19의 볼모가 된 오늘날의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영적인 시’가 있다. 바로 <바가바드기타>Bhagavad Gita(BG)다. BG는 인도 영성의 히말라야 정상이다. 이 경전은 인도인들의 바이블로 ‘영혼의 노래’라는 뜻이다. BG는 신은 어디에나 있으며 동시에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신이 어디에나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신이 가장먼저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해야한다. 그러나 그런 신을 특정 종교의 교리에서 찾으려한다면, 그 신이 아무리 근사한 미사여구와 예술작품으로 표현됐다할지라도 부족이고 왜곡이다.

우리가 흔히 진리, 종교, 예술이라고 부르고 명명하는 것은 산스크리트어로 ‘마야’maya, 즉 ‘우주적인 기만’이다. 그것은 자신이 경험한 일부가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하는 욕심이다. 이 마야를 버리기 위해, 수련자는 가장 먼저 자신 안에 존재하는 마야를 ‘없음’의 상태로 되돌려야한다.


이 행위를 산스크리트어로 ‘순야타’sunyata, 즉 ‘공空’이라 부른다. ‘공’이란 자신이 우연히 경험해서 왜곡된 정보情報와 그 정보가 남긴 인상印象을 제거하는 행위다. ‘공’이란 한자가 그런 뜻을 내포한다. 오물과 같은 지식으로 가득 찬 구멍(穴)에 거대한 주사기를 꽂아놓고 하나도 남김없이 끌어당기는 거룩한 힘(工)이다.

순야타, 즉 ‘공’을 시도하는 습관적 행위가 ‘명상瞑想’이다. ‘명상’이 인내, 열정, 정성과 결합하면,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삼매경三昧境’이다. 삼매경은 현묘玄妙한 경지여서 자신이 그 안에 들어와 있는지, 아니면 밖에 있는지 모른다. 이 삼매상태에서 수련자는 우주의 지극한 일부이면서 우주 전체가 된다.

BG는 인도의 가장 오래된 경전인 네 권 베다의 핵심이며, 108개 우파니샤드의 정수이고, 힌두 육파철학의 근간이다. 힌두교 서사시인 <마하바라타> 6권 23-40장에 등장하는 700행으로 구성된 영적인 시다. 한 절 한 절에 숭고한 미와 절제된 단순함으로 인간 삶의 나침반이 되는 가르침이 숨겨져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영적인 시를 흠모해왔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 우리가 갖추어야할 인생의 문법이 숨겨져 있다고 확신하였다. <바가바드기타>는 인도의 영성이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다. 인도의 유구한 역사를 보면, 인도인들은 ‘신’이라고 부르는 최고의 현실을 지금 여기에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인간들을 찬양하였다.

종교는 실현實現이며 신은 최선最善이다. 영국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세계문명을 연구하면서, 인도는 종교에 있어서 천재라고 평가하였다. 여기서 종교는 개별종교 혹은 교리가 아니라, 종교 그 자체다.


힌두교는 인도인들이 말하는 ‘종교’의 의미를 표시하기에는 너무 협소하다. 인도인들은 종교를 ‘사나타나 다르마’Sanātana dharma라고 부른다. 사나타나는 ‘영원한; 변함이 없는’이란 의미이며, ‘다르마’는 ‘우주의 질서에 맞게 조절한 공동체나 개인의 원칙’이다. ‘사나타나 다르마’는 현실의 근간이며, 인간 삶의 기초가 되는 영원한 원칙이나 가치를 이른다. 그것은 교리, 국가, 문화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다.

‘사나타나 다르마’는 인도 신비주의의 요람인 ‘우파니샤드’에 처음 등장한다. 우파니샤드는 무명의 현자가 초월적인 존재와의 직접적인 만남을 기록한 경전이다. 우파니샤드는 숭고하고 영감을 주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그것은 현자들이 깨달은 내용을 전달하지만, 그 내용을 읽은 독자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사나타나 다르마의 핵심은 종교는 개인의 경험에 근거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종교의 내용은 그것을 신봉하는 삶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고 완성된다.

BG는 ‘사나타나 다르마’ 즉 ‘영원한 원칙’을 인간 삶의 현실에서 어떻게 펼쳐야하는지 알려준다. 영적인 시는 왕조의 친척들인 판다바Pandava라는 오형제와 카우라바라Kauravara라는 그의 사촌들 간의 전쟁노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면서 왕자인 아루주나Arjua는 자신의 사촌들과 전투를 벌이기 위해 허허벌판에 섰다.

그의 스승이자 전차를 모는 전사인 스리 크리슈나Sri Krishna에게 자신이 해야 할 ‘마땅한 행위’가 무엇인지 대화를 통해 더듬어 간다. 인간의 불행한 사건은 대개,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인간 공동체가 작동하는 원칙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자비다. 인간은 이런 가치를 타인에게 베풀기 전에, 자신의 가족과 친족을 통해 수련해야한다. 인생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그런 어려움은, 우리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중요한 관문이다. 만일 그(녀)가 역경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면, 그는 더 나은 인간으로 조금씩 변모하고 승화할 것이다. 만일 그가 그것을 겁에 질려 도망하거나 반칙을 통해 쉽게 해결하려고 시도한다면, 그의 인생은 이미 낭패다. 행복은 역경이 가져다주는 산속의 원석이며 바다의 진주이기 때문이다.

이 서사시는 ‘대화對話’와 ‘질문質問’이라는 서술방식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대화는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나에 던지는 말이다. 질문은, 해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상력을 동원한 정성을 촉구하는 자극이다. BG는 다른 경전처럼 명령이나 계명으로 이루지지 않았다. 독자의 자유롭고 최선을 경주한 해석이 언제나 정답正答이다. BG공부를 통해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조금씩 깨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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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쓰 만에서 책을 읽는 그레이스. Grace reading at Howth Bay 아일랜드 화가 윌리엄 오르펜 (1878–1931) 유화, 45.8 × 50.8 cm 개인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