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터학당(學堂)-진리를 깨달아 자유를....나는 나다.
깊은 강 본문
엔도 슈사쿠
국내에는 <침묵>의 작가로 잘 알려진, 평생에 걸쳐 신과 구원의 문제에 천착한 엔도 슈사쿠는, 1993년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완성한 마지막 장편소설 <깊은 강>에 자기 문학의 모든 주제를 집약해 놓았다. 신은 인간 내면에 살아 숨 쉬며, 인간을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는 존재임을 이 소설을 통해 역설한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네 사람이 인도 단체 여행을 계기로 만난다. 이소베는 평범하게 살아온 가장이었다. 그러다 암 선고를 받은 아내가 투병 끝에 숨을 거두면서 꼭 다시 태어날 테니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을 남긴다. 동화 작가인 누마다는 병으로 죽음의 고비를 맞았을 때 누구보다 큰 힘이 되어 준 구관조를 잊지 못한다.
기구치는 태평양 전쟁 당시 미얀마에서, 죽은 동료의 인육까지 먹어야 했던 처참한 상황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이소베의 죽어 가는 아내를 간호했던 미쓰코는 대학 시절 가톨릭 신자인 오쓰를 그저 장난으로 유혹했다가 버린 기억이 있다. 그녀는 신부가 된 오쓰가 인도의 수도원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네 사람은 저마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아 인도로 간 것이다. 불가촉천민부터 수상이었던 인디라 간디까지, 신분과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품어 안는 갠지스 강과 그곳에서 진정한 평화를 얻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이들은 강한 인상을 받는다.
목차
목차
1장 이소베의 경우
2장 설명회
3장 미쓰코의 경우
4장 누마다의 경우
5장 기구치의 경우
6장 강변 동네
7장 여신
8장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9장 강
10장 오쓰의 경우
11장 진실로 그는 우리의 병고를 짊어지고
12장 환생
13장 그는 아름답지도 않고 위엄도 없으니
작품 해설 / 유숙자
작가 연보
책속에서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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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나 증오는 정치 세계뿐만이 아니라, 종교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세상은 집단이 생기면 대립이 발생하고 분쟁이 벌어지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한 모략이 시작된다. 전쟁과 전후의 일본 속에서 살아온 이소베는 그러한 인간이나 집단을 싫증나게 보았다. 정의라는 단어도 지겹도록 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마음 깊숙이, 아무것도 믿을... 더보기
복수나 증오는 정치 세계뿐만이 아니라, 종교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세상은 집단이 생기면 대립이 발생하고 분쟁이 벌어지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한 모략이 시작된다. 전쟁과 전후의 일본 속에서 살아온 이소베는 그러한 인간이나 집단을 싫증나게 보았다. 정의라는 단어도 지겹도록 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마음 깊숙이,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는 막연한 기분이 늘 남았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 그는 사근사근하게 누구와도 잘 지냈지만, 어느 한 사람도 진심으로 믿지 않았다. 저마다 마음 깊숙이 자신만의 에고이즘이 있고, 그 에고이즘을 호도하기 위해 선의니 옳은 방향이니 주장하는 것을 실생활에서 납득하고 있었다. 그 자신도 그걸 인정하고서, 풍파 일지 않는 인생을 꾸려 왔다.
하지만 외톨이가 된 지금, 이소베는 생활과 인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겨우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생활을 위해 사귄 타인은 많았어도, 인생에서 정말로 마음이 통한 사람은 단 수 사람, 어머니와 아내밖에 없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보.'
그는 또다시 강을 향해 불렀다.
'어디로 갔어?'
강은 그의 외침을 받아 내고 그대로 묵묵히 흘러간다. 그런데 그 은빛 침묵에는, 어떤 힘이 있었다. 강은 오늘까지 수많은 인간의 죽음을 보듬으면서 그것을 다음 세상으로 실어 갔듯이, 강변의 바위에 걸터앉은 남자의 인생의 목소리도 실어 갔다. - 본문 중에서 접기 -
체념과 피로가 뒤섞인 생활. 그 존재만으로도 그녀를 피곤하게 하는 선량한 남편.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이 남자는 무엇 하나 비난받을 구석이 없다. 없는 까닭에 테레즈는 그에게도 자신에게도 초조함을 느낀다. -87쪽 - iamjune체념과 피로가 뒤섞인 생활. 그 존재만으로도 그녀를 피곤하게 하는 선량한 남편.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이 남자는 무엇 하나 비난받을 구석이 없다. 없는 까닭에 테레즈는 그에게도 자신에게도 초조함을 느낀다. -87쪽 - iam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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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후로, 생각합니다. 신은 마술사처럼 뭐든 활용하신다고, 우리의 나약함이나 죄도. 그렇습니다. 마술사가 상자에 지저분한 참새를 넣고 뚜껑을 닫고는, 신호와 더불어 두껑을 열잖습니까? 상자 속 참새는 새하얀 비둘기로 바뀌어 날아오릅니다."-93쪽 - iamjune"나는 그 후로, 생각합니다. 신은 마술사처럼 뭐든 활용하신다고, 우리의 나약함이나 죄도. 그렇습니다. 마술사가 상자에 지저분한 참새를 넣고 뚜껑을 닫고는, 신호와 더불어 두껑을 열잖습니까? 상자 속 참새는 새하얀 비둘기로 바뀌어 날아오릅니다."-93쪽 - iam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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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 사람들처럼 선과 악을 그다지 확실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선 속에도 악이 깃들고, 악 속에도 선한 것이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신은 요술을 부릴 수 있는 것입니다. 나의 죄마저 활용해서 구원으로 이끌어 주셨지요."-97쪽 - iamjune"나는 이곳 사람들처럼 선과 악을 그다지 확실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선 속에도 악이 깃들고, 악 속에도 선한 것이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신은 요술을 부릴 수 있는 것입니다. 나의 죄마저 활용해서 구원으로 이끌어 주셨지요."-97쪽 - iam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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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마다는 어떤 부부건 간에, 서로 용해될 수 없는 고독이 있음을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알았다. -115쪽 - iamjune누마다는 어떤 부부건 간에, 서로 용해될 수 없는 고독이 있음을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알았다. -115쪽 - iam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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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미처 예상할 수 없는 일, 알 수 없는 일이 있다.-169쪽 - iamjune인생에는 미처 예상할 수 없는 일, 알 수 없는 일이 있다.-169쪽 - iam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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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란 당신들처럼 인간 밖에 있어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간 안에 있으며, 더구나 인간을 감싸고 수목을 감싸고 화초도 감싸는 저 거대한 생명입니다."-177쪽 - iamjune"신이란 당신들처럼 인간 밖에 있어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간 안에 있으며, 더구나 인간을 감싸고 수목을 감싸고 화초도 감싸는 저 거대한 생명입니다."-177쪽 - iam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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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그의 외침을 받아 내고 그대로 묵묵히 흘러간다. 그런데 그 은빛 침묵에는, 어떤 힘이 있었다. 강은 오늘까지 수많은 인간의 죽음을 보듬으면서 그것을 다음 세상으로 실어 갔듯이, 강변의 바위에 걸터앉은 남자의 인생의 목소리도 실어 갔다.-285쪽 - iamjune강은 그의 외침을 받아 내고 그대로 묵묵히 흘러간다. 그런데 그 은빛 침묵에는, 어떤 힘이 있었다. 강은 오늘까지 수많은 인간의 죽음을 보듬으면서 그것을 다음 세상으로 실어 갔듯이, 강변의 바위에 걸터앉은 남자의 인생의 목소리도 실어 갔다.-285쪽 - iam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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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지점에 모이고 통하는 다양한 길이다.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가 제각기 상이한 길을 더듬어 간들 상관없지 않은가."-287쪽 - iamjune"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지점에 모이고 통하는 다양한 길이다.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가 제각기 상이한 길을 더듬어 간들 상관없지 않은가."-287쪽 - iam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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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하는 일에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거꾸로 어떤 악행에는 구원의 씨앗이 깃들어 있다. 무슨 일이건 선과 악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서, 그걸 칼로 베어 내듯 나누어선 안 된다. -300쪽 - iamjune인간이 하는 일에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거꾸로 어떤 악행에는 구원의 씨앗이 깃들어 있다. 무슨 일이건 선과 악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서, 그걸 칼로 베어 내듯 나누어선 안 된다. -300쪽 - iam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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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87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지점에 모이고 통하는 다양한 길이다.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가 제각기 상이한 길을 더듬어 간들 상관없지 않은가....중략, 그렇다면 자넨 어째서 우리들 세계에 머물러 있나? 선배한테 이렇게 타박을 받은 적도 있다. 그토록 유럽이 싫거든 냉큼 교회에서 나가면 되잖은가. 우리가... 더보기
- lonefoxP. 287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지점에 모이고 통하는 다양한 길이다.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가 제각기 상이한 길을 더듬어 간들 상관없지 않은가....중략, 그렇다면 자넨 어째서 우리들 세계에 머물러 있나? 선배한테 이렇게 타박을 받은 적도 있다. 그토록 유럽이 싫거든 냉큼 교회에서 나가면 되잖은가. 우리가 지키는 건 기독교 세계이며 기독교 교회이니까. 나갈 수 없습니다, 하고 오쓰는 울먹이듯 말했다. 저는 예수에게 붙잡혀 있습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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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3월 27일, 도쿄의 스가모(巢鴨)에서 태어났다. 1926년, 은행원이었던 아버지의 전근으로 만주의 다롄으로 이주하여 이곳에서 부모의 불화와 이혼이라는 어두운 체험을 하고, 1933년에 어머니와 함께 일본 고베로 돌아온다. 이때에 가톨릭에 귀의한 어머니를 따라서 니시노미야(西宮)에 있는 슈쿠가와(夙川) 가톨릭교회에 출석하게 된 그는 1935년 6월에 세례를 받는다.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그 어머니의 말을 따라 자신의 결단 없이 받았던 세례는, 향후 엔도 문학 전체를 결정짓는 근본 체험이 된다. 게이오대학 불문과를 졸업한 후 1950년부터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현대 프랑스 가톨릭 문학을 전공하던 중 결핵으로 인해 1953년에 귀국한다. 1955년에 『백색인(白い人)』으로 제33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지만 1960년부터 세 번에 걸친 수술과 입원 생활을 하다가 이후 자택에서 요양한다. 그러다 1962년, 스스로를 코리안 산인(狐狸庵 山人)이라고 명명하고 유머에 관련된 글을 쓰기 시작한다.
1966년 『침묵』으로 다니자키준이치로상, 1978년 『예수의 생애』로 국제다그함마르셀드상, 1980년 『사무라이』로 노마문예상 등을 받았으며, 특히 『침묵』은 2016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영화화하여 다시 한뻔 주목을 받기도 했다.
1996년 9월 29일, 폐렴에 의한 호흡부전으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던 그는 인간의 보편적인 관심사에 맞닿은 작품 세계와 타자의 고뇌와 연대하고 타인의 슬픔에 대해 공감하려는 자세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접기
- 수상 : 1980년 노마문예상, 1979년 요미우리 문학상, 1966년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1955년 아쿠타가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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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자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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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일어일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도쿄 대학교 대학원 인문사회계 연구과(일어일문학 전공)에서 연구 과정을 마쳤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비교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한국어센터 강사로 있다. 지은 책으로 《재일(在日) 한국인 문학 연구》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손바닥소설》,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만년》, 《옛이야기》, 나쓰메 소세키의 《행인》, 《유리문 안에서》,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 오에 겐자부로의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더보기
계명대학교 일어일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도쿄 대학교 대학원 인문사회계 연구과(일어일문학 전공)에서 연구 과정을 마쳤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비교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한국어센터 강사로 있다. 지은 책으로 《재일(在日) 한국인 문학 연구》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손바닥소설》,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만년》, 《옛이야기》, 나쓰메 소세키의 《행인》, 《유리문 안에서》,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 오에 겐자부로의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쓰시마 유코의 《「나」》, 김시종의 《경계의 시》, 데이비드 조페티의 《처음 온 손님》, 사토 하루오의 《전원의 우울》, 가와무라 미나토의 《전후문학을 묻는다》 등이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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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자(옮긴이)의 말
동양과 서양, 강자와 약자, 선과 악, 삶과 죽음의 경계가 만년의 엔도에게는 이미 무의미한 것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이 한데 혼연히 어우러진 인류의 거대한 흐름을 부드럽게 응시하는 초월적인 존재, 모성적인 신의 세계에 작가는 마침내 당도하게 되었다.
오늘도 지구 한 쪽에서는 각기 다른 종교나 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죽이고 죽임을 당한다. 한편 타종교 간에 가로 놓인 벽을 허물고 상호 이해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도 당연시되는 현실이다. 이러한 시대 정황 속에서 엔도의 작품은 문학의 진정성에 대한 환기와 더불어 현대인들의 정신적 공감을 이끌어 내는 가치를 한층 발휘하고 있다. - 유숙자 (옮긴이)
Edito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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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내맘대로 좋은 책 l 2008-01-18
올해 초반까지, 알라딘 편집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내맘대로 좋은 책이 잠시 연재를 중단(?)한 사이, 신입 편집직원 두 분이 오셨습니다. (누구일까요, 찾아보세요^^;) 편집장님도 바뀌었구요. 여러분들도 모두 별고 없으셨길 바라며, 새로 꾸린 편집팀에서 2008년 내맘대로 좋은 책 첫번째 소식을 보내드립니다. "만원 지하철도 무섭지 않았습니다."건...
출판사 소개
출판사 소개
- 최근작 : <여성, 정치를 하다>,<불만의 집>,<전국축제자랑>등 총 1,808종
- 대표분야 : 고전 1위 (브랜드 지수 4,890,463점), 일본소설 3위 (브랜드 지수 642,259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4위 (브랜드 지수 1,010,35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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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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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본 전후 문학계 대표적인 작가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160번)으로 출간되었다. 엔도 슈사쿠는 특히 종교적 문제, 신과 구원의 문제에 천착한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톨릭에서 큰 영향을 받아 왔지만, 그의 작품들은 종교소설의 범주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보편적 삶과 그 삶의 진실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아 왔다. 『깊은 강』은 엔도 슈사쿠의 마지막 작품으로, 그가 평생 동안 추구해 온 모든 가치들을 집약해 놓은 그의 대표작이다.
상처 받은 인간들에게 신이 내미는 구원의 손길
『깊은 강』은 엔도 슈사쿠가 1993년 완성한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이때는 그가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투병 생활을 하던 때로, 이 작품은 자신의 50년 가까운 문학 인생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엔도 슈사쿠는 자신에게 커다란 명성을 안겨 준 『침묵』과 함께 이... 더보기
일본 전후 문학계 대표적인 작가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160번)으로 출간되었다. 엔도 슈사쿠는 특히 종교적 문제, 신과 구원의 문제에 천착한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톨릭에서 큰 영향을 받아 왔지만, 그의 작품들은 종교소설의 범주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보편적 삶과 그 삶의 진실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아 왔다. 『깊은 강』은 엔도 슈사쿠의 마지막 작품으로, 그가 평생 동안 추구해 온 모든 가치들을 집약해 놓은 그의 대표작이다.
상처 받은 인간들에게 신이 내미는 구원의 손길
『깊은 강』은 엔도 슈사쿠가 1993년 완성한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이때는 그가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투병 생활을 하던 때로, 이 작품은 자신의 50년 가까운 문학 인생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엔도 슈사쿠는 자신에게 커다란 명성을 안겨 준 『침묵』과 함께 이 책을 관 속에 넣어 달라고 유언하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엔도 슈사쿠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하여 지금까지 자신이 추구해 왔던 모든 주제들을 그려 내고 있다. 삶의 기쁨과 슬픔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같은 인생의 여러 굴곡을 겪고 이제 황혼기를 맞은 네 사람이 인도 단체 여행을 계기로 만난다. 이소베는 평범하게 살아온 가장이었다. 그러다 아내는 갑작스레 암 선고를 받고, 고통스런 투병 끝에 숨을 거둔다. 그녀는 꼭 다시 태어날 테니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을 남겼다. 동화 작가인 누마다는 병으로 죽음의 고비를 맞았을 때 구관조에게 큰 위안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구관조는 마치 그를 대신하듯 죽어 버렸고, 그는 아직도 그 구관조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다. 기구치는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다가 미얀마에서 부상을 입고 낙오되었을 때 동료인 쓰카다가 곁에 남아 주었다. 쓰카다는 기구치를 살리고 자신도 살아남기 위해 다른 동료의 시체를 먹어야 했고, 그는 일본으로 무사히 돌아온 후에도 그 처참한 기억을 떨치지 못하고 평생 괴로워했다. 미쓰코는 이소베의 죽어 가는 아내를 간호했던 자원 봉사자였다. 그녀는 대학 시절 가톨릭 신자인 오쓰를 그저 장난으로 유혹했다가 버린 기억이 있다. 그녀는 신부가 된 오쓰가 인도의 수도원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오쓰는 신부의 길을 걷기 위해 프랑스 수도원에서 수련을 하지만 신과 구원에 대한 그의 생각은 그곳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인도로 가서, 홀로 죽어 가는 사람들을 갠지스 강으로 데려다 주는 일을 하게 된다.
『깊은 강』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지울 수 없는 슬픔을 가슴속에 품은 채 살아간다. 등장인물들의 삶, 나아가 이 작품 전체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 이들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인생의 문제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이들은 인도에서 불가촉천민부터 수상이었던 인디라 간디까지, 신분과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품어 안는 갠지스 강과 그곳에서 진정한 평화를 얻는 사람들을 보면서 강한 인상을 받는다.
구원에 이르는 강의 이미지, 인간 내부에 존재하는 신의 모습
『깊은 강』은 다음과 같은 흑인 영가로 시작되며, 엔도 슈사쿠는 이 흑인 영가에서 작품의 제목을 따왔다.
깊은 강, 신이여, 나는 강을 건너,
집회의 땅으로 가고 싶어라.
흑인 영가에 나타나는 ‘강’은 그들의 고달픈 기억과 고통에서 해방되어 만나는 새로운 세계, 구원의 세계에 대한 간절한 꿈을 이루어 주는 신과 같은 존재를 의미한다. 소설 ??깊은 강??에서 말하는 ‘강’은 힌두교도들이 죽음을 맞기 위해 찾아오는 성스러운 갠지스 강, 나아가 삶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구원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어머니와 같은 깊고 큰 강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힌두교의 여신 차문다를 통해 인간들의 고난을 상징적으로 그려 내면서, 나아가 그 고통을 함께 하고 또 끊임없이 사랑을 베푸는 신의 존재를 보여 준다. 이는 역시 강의 상징적인 이미지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오랜 병고를 대신 짊어진 채로 그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여신은 우아하고 고결한 성모마리아와 대조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엔도 슈사쿠는 차문다를 통해 인간 위에 있는 신이 아닌, 인간과 함께하며 인간 안에 살아 숨 쉬는 신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그녀의 젖가슴은 이미 노파처럼 쭈글쭈글합니다. 하지만 그 쭈그러든 젖가슴에서 젖을 내어, 줄지어 있는 아이들한테 나눠 줍니다. 그녀의 오른발이 문둥병으로 짓물러 있는 걸 알아볼 수 있겠습니까? 배도 허기 때문에 움푹 꺼질 대로 꺼졌고, 게다가 그걸 전갈이 물어뜯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런 병고와 아픔을 견디면서도, 쭈그러든 젖가슴으로 인간에게 젖을 주고 있습니다.
평생 신을 좇는 삶을 살아온 인물인 오쓰 역시 엔도 슈사쿠가 말하고자 하는 ‘강’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다. 오쓰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 이미 가톨릭교도가 되었고, 평생을 진정한 신을 찾아 헤매었다. 자신이 태어나 자란 나라를 떠나 프랑스까지 갔지만, 모든 인간을 품어 안는 신을 찾던 그는 신학교에서마저 배척당한 후 인도로 오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계급이나 성별 등 인간이 만들어 놓은 두터운 벽과는 상관없이 모든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갠지스 강에 감동한다. 결국 엔도 슈사쿠가 ‘강’의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하는 주제는 종교를 초월하여 인간의 영혼이 갈구하는, 선과 악이 혼재한 모든 삶을 포용하는 지닌 신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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