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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신부의 "다석의 하느님"(4) 본문

마스터와 가르침/다석

윤정현 신부의 "다석의 하느님"(4)

柏道 2021. 3. 3. 11:57

윤정현 신부의 "다석의 하느님"(4)

 

박사논문

2015. 8. 25.

다석사상, 상호보완, 없이 계시는 하느님, 유영모, 윤정현, 음양원리

성공회 청주 수동성당 윤정현 신부의 "다석의 하느님"(4)


유영모의 하느님 이해를 연구하는데 있어, 동양사고의 근저를 이루고 있는 ‘이것도 저것도’ (both-and)와 ‘이것도 저것도 아닌’ (neither-nor) 논리를 자주 적용할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이 두 논리는 초월적이면서도 내재적일뿐만 아니라 인격적이면서도 비인격적인 하느님의 상호보완과 상호의존성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영모의 주요 사고를 분석하기 앞서, 동양인들의 삶과 사고 속에 내재해 있는 음양사고를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동양인들의 우주관을 이해하는 주요 개념인 역(易)과 관련하여 음양원리를 설명할 것이다.

서구의 형이상학은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그것을 객관적으로 나누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동양인들은 유기체적 사고로 실체의 본성을 통전적이고 종합적으로 다루고 직관을 통해 이해는 편이다. 역경(易經)에서 팔괘(八卦)와 팔괘의 조합(組合)인 64괘(六十四卦)는 동양인의 우주의 기본원리와 세계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함께 상호작용 하고 서로를 보완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음양(陰陽)의 원리

중국, 한국, 일본의 기본적인 철학과 사상을 이루고 있는 세계관과 우주관은 역경(易經)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역경의 양의(兩儀)는 음(陰, the divided bar; – –)과 양(陽, the undivided bar; ―)로 이루어졌다. 역경에서 이 음양(陰陽) 은 모든 사물의 주요 원리이다. 이 두 근원적인 힘의 작용으로 사물이 생성되고 변화한다. 음(陰)과 양(陽)이 상호 작용함으로써 변화가 일어난다.
이 음양(陰陽)의 원리는 대립이나 갈등의 관계가 아니다. 다시 말하여 이 두 힘의 원리는 이원론(二元論)적인 관계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 둘은 서로 모순되거나 갈등을 이루는 것이 아니고 서로를 보완하고 상호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이원론에 기초한 서구 사상은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 선과 악, 긍정과 부정과의 싸움 과정에서 빛과 생명, 선, 긍정 등이 어둠, 죽음, 악, 부정을 물리치는 것으로 갈등과 대립관계를 나타난다.
그러나 음양(陰陽)의 관계는 전기에서 양(陽)과 음(陰)의 양극 없이 설립될 수 없는 것과 같이, 음양(陰陽)은 갈등과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조화하며 상호보완해 주는 관계로서 서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관계이다.

음양 (陰陽)은 같은 본체의 서로 다른 면일 뿐이다. 우주적인 기(氣)인 음양은 같은 산의 각기 다른 면 즉, 양지(陽地) 쪽과 음지 (陰地) 쪽을 말한다. 어둠과 밝음 또한 한 본질의 다른 현상들이다. 삶과 죽음도 같은 관계이다. 이런 까닭에 음(陰)의 속성은 여성과 양(陽)의 속성인 남성도 대립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의 관계이다. 어둠을 뜻하는 음(陰)의 속성은 여성, 추움, 부드러움, 땅, 하강 등을 나타내는 반면에, 밝음을 나타내는 양(陽)의 속성은 남성, 따뜻함, 딱딱함, 하늘, 상승 등을 의미한다.

모든 사물은 음(陰)과 양(陽)으로 귀결된다. 그것은 음(陰)을 붙잡고 양(陽)을 밀어내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음(陰)과 양(陽)을 균형 있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음(陰)은 양(陽) 없이 있을 수 없고 양(陽)은 음(陰) 없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음양(陰陽)의 관계는 서로 일으켜 세우고 보완 하는 상생(相生)의 관계이다.

양(陽)은 같은 산(山)의 밝고 따뜻한 면을 말하는 반면에, 음(陰)은 어둡고 응달진 부분을 일컷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음양은 한 본질의 다른 현상일 뿐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음은 양이 분리된 것이요 양은 음이 연합된 것이다. 그러므로 연합은 양을 가능하게 하고 분리는 음을 가능하게 한다. 음과 양의 구분은 실존적이고 현상학적인 것에 의한 것이지 본질적인 차원에 의한 것은 아니다. 음양은 본질상으로는 하나이나, 나타나는 현상은 둘일 뿐이다. 음은 언제나 연합함으로써 양으로 변화하고, 양(陽)은 항상 나누어짐으로써 음(陰)으로 변화한다. 또한 음이 팽창(膨脹)함으로써 연합이 일어 나고, 양이 수축(隨逐)하여 분리가 일어난다. 이 양의(兩儀)는 역(易)을 구성하고 있다. 활동적인 양과 수동적인 음이 상호작용할 때, 변화가 일어난다. 음과 양을 낳는 역(易)의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는 일정한 변화원리가 있다.

계사전(繫辭傳)에 이르기를, “역경(易經)은 광대하고 크며 모든 것을 포함하는 책이다. 이는 하늘의 도(道)와 땅의 도(道)와 인간 의 도(道)를 함유하는 것으로서, 이 근원적인 세 힘이 배로 작용하여 6개의 효(爻)를 만든다. 6효(爻)는 단지 세 근원적 힘의 도(道)일 따름이다.” 대성괘(大成卦)는 소성괘(小成卦) 두 개가 결합된 것이지만, 하나의 다른 실체를 나타내는 것이다.

역의 신학자 이정용은 이러한 현상을 원자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전자와 중성자를 함유함에도 원자 나름의 독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원자가 또한 소우주(小宇宙)로서 우주의 기초 요소인 것처럼, 대성괘 (大成卦)는 우주의 모든 근원적 상황을 나타낸다.” 역경(易經)은 64괘를 통하여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설명한다. 이 원리는 현상적으로 보이는 세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설명한다. 순환원리에서 보는 봐와 같이 시작을 찾아서 끝으로 돌아온다. 역(易)의 기본적인 변화 유형, 64괘는 각각 독자성을 가지지만 이 독자성은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대성괘(大成卦)는 각각의 소성괘(小成卦)의 괘(卦)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역(易)의 변화의 전 과정 가운데 모든 만물의 관계는 음양(陰陽)의 관계처럼, 상호 의존적이고 보완적이다.

상호 의존적이고 보완적인 동양사고의 원리는 우주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이다. 이러한 형이상학적이고 우주론적인 체계는 유기체적인 세계관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실존과 실체의 개념을 가진 역경(易經)의 사상은 인격적이면서 비인격적이고 초월하면서도 내재하는 다석 유영모의 하느님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유영모는 세계와 절대자와의 관계를 상호 의존적이고 보완적인 관점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다석 유영모의 이러한 세계관 이해는 다음 장에서 설명될 ‘이것이면서 저것도’ 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논리에 의해 살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