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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교수의 도마복음 (42절) 나그네가 되어라 본문

영성수행 비전/도마복음

오강남교수의 도마복음 (42절) 나그네가 되어라

柏道 2019. 1. 3. 17:12

도   마   복   음


The Gospel of Thomas

 

 


오강남교수의 도마복음 풀이


또 다른 예수

 

Lambdin Translation

Davies Translation

Patterson and Robinson Translation


42. 나그네가 되어라

인생은 나그네 길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그네가 되십시오.”


Jesus said, "Become passers-by."


Jesus said: Be one of those who pass by.


Jesus says:

"Become passers-by."


도마복음에만 있고, 또 곱트어로 세 단어 밖에 되지 않아 도마복음에서 가장 짧은 절이다. ‘나그네의 의미를 가장 잘 말해주는 것 중의 하나로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하는 최희준의 노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래전 한국에서 독일어 선생을 한 적이 있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나그네 이야기도 인상 깊어 잊혀지지 않는다. 어느 날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 어느 성을 찾아 문을 두드리며 하룻밤 자고 가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주인은 나그네를 보고 여기는 나그네를 위한 여관이 아니니 저 아래 여관으로 가보라고 하며 문을 닫으려 했다. 나그네는 잠깐만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다. “이 성에 지금 주인 되시는 분 이전에는 누가 살았습니까?”“그야 물론 우리 아버지시지요.”“그 아버지 전에는 누가 사셨나요?”“우리 할아버지시지요.”“그 할아버지 전에는?”“물론 우리 증조할아버지…….”“, 그러고 보니 이 성에도 이처럼 여러 윗분들이 나그네처럼 잠깐씩 머물다가 가신 집이네요. 그러니 이 성도 결국 나그네를 위한 여관이나 객사가 아니겠습니까?”

 

하숙생노래나 여관이야기나 이 세상은 잠시 지나가는 나그네의 삶이라는 것, 따라서 삶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되라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21, 27, 56, 80, 110, 111 절 등에도 비슷한 생각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물론 집착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염세적이 되어 이 세상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모조리 거부하고 오로지 세상을 혐오하라는 뜻이 아니다. 문제는 세상에서 줄 수 있는 즐거움을 고맙게 여기고 즐기면서 살아가지만, 이 삶이 우리의 궁극 목적지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 길을 가느냐, 아니면 갈 길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이 삶에 달라붙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길을 떠난다’, 혹은 집을 떠난다는 것은 세계의 모든 종교에서 강조하는 가르침 중 기본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이슬람이다. 이슬람은 모든 신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가장 중요한 의무를 다섯 가지 기둥이라고 하는데, 신자들이 적어도 일생에 한 번은 메카를 다녀오는 순례haji'를 그중 하나로 지정했다.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라는 책이나 선불교에서 유명한 십우도도 모두 종교적 수행의 시작이 집을 떠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지적하는 예라 할 수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 성경에 나오는 실낙원, 출애급, 바벨론 포로 등 성경의 큰 이야기들도 모두 떠남과 돌아옴이라는 정신적 순례를 예표하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그리스도교 구속의 전 과정 자체도 하나의 여정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너희는 너희에게 몸 붙여 사는 나그네를 학대하거나 억압해서는 안 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몸 붙여 살던 나그네였다.”(22:21)라는 말에 귀가 기울여진다. “우리는 너나 없는 이방인,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하는 노랫가락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물론 집을 떠난다는 것은 물리적지리적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인습적이고 일상적이고 관습적인 생활방식이나 사유방식을 뒤로하고 새로운 차원의 삶, 해방과 자유의 삶을 향해 출발함을 상징하는 것이다. 외적 공간에서의 이동이 아니라 내적 공간inner space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것이다. 장자의 표현을 빌리면 북쪽 깊은 바다北溟에서 남쪽 하늘 못天池으로 나는 붕새의 붕정鵬程이요소요유逍遙遊이다.

[출처] 도마복음 제42절|작성자 byuns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