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터학당(學堂)-진리를 깨달아 자유를....나는 나다.
오강남교수의 도마복음(13절) 나를 누구라 하느냐 본문
도 마 복 음
The Gospel of Thomas
오강남교수의 도마복음 풀이
또 다른 예수
Patterson and Robinson Translation
13. 나를 누구라 하느냐
도마의 침묵
예수께서 그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비교하여 내가 누구 같은지 말해주시오.”
시몬 베드로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의로운 사자使者와 같습니다.”
마태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지혜로운 철인과 같습니다.”
도마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제 입으로는 당신이 누구와 같다고 감히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예수께서 도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자네의 선생이 아닐세. 자네는 내게서 솟아나는 샘물을 마시고 취했네.” 그리고는 예수님이 도마를 데리고 물러가셔서 그에게 세 가지 말씀을 하셨습니다.
도마가 자기 동료들에게 돌아오자 동료들은 그에게 물었습니다. “예수님이 자네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는가?” 도마가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예수님이 내게 하신 말씀 중 하나라도 자네들한테 말하면 자네들은 돌을 들어 나를 칠 것이고, 돌에서 불이 나와 자네들을 삼킬 것일세.”
Jesus said to his disciples, "Compare me to someone and tell me whom I am like."
Simon Peter said to him, "You are like a righteous angel."
Matthew said to him, "You are like a wise philosopher."
Thomas said to him, "Master, my mouth is wholly incapable of saying whom you are like."
Jesus said, "I am not your master. Because you have drunk, you have become intoxicated from the bubbling spring which I have measured out."
And he took him and withdrew and told him three things. When Thomas returned to his companions, they asked him, "What did Jesus say to you?"
Thomas said to them, "If I tell you one of the things which he told me, you will pick up stones and throw them at me; a fire will come out of the stones and burn you up."
Jesus asked his disciples: "Make a comparison; what am I like?" Simon Peter replied, "You are like a righteous messenger." Matthew replied, "You are like an intelligent lover of wisdom." Thomas replied, "Teacher, I cannot possibly say what you are like." Jesus said to Thomas, " I am not your teacher; you have drunk from and become intoxicated from the bubbling water that I poured out." Jesus took Thomas and they withdrew. Jesus said three things to him. When Thomas returned to the other disciples, they asked him, "What did Jesus tell you?" Thomas replied, "If I tell you even one of the sayings that he told me you would pick up stones and throw them at me, and fire would come out of those stones and burn you up."
(1) Jesus said to his disciples: "Compare me, and tell me whom I am like."
(2) Simon Peter said to him: "You are like a just messenger."
(3) Matthew said to him: "You are like an (especially) wise philosopher."
(4) Thomas said to him:
"Teacher, my mouth will not bear at all to say whom you are like."
(5) Jesus said: "I am not your teacher. For you have drunk, you have
become intoxicated at the bubbling spring that I have measured out."
(6) And he took him, (and) withdrew, (and) he said three words to him.
(7) But when Thomas came back to his companions, they asked him:
"What did Jesus say to you?"
(8) Thomas said to them: "If I tell you one of the words he said to me,
you will pick up stones and throw them at me,
and fire will come out of the stones (and) burn you up."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하는 이야기가 공관복음서에도 나온다(막8:27-30, 마16:13-20, 눅9:18-21). 공관복음서에 나오는 이야기와 여기 『도마복음』에 나오는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공관복음서에는 베드로가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는 고백만 있을 뿐 ‘도마의 침묵’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 선불교 전통에 속하는 『육조단경六祖壇經』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인도에서 건너온 달마대사達磨大師가 소림사에 머물며 9년간 면벽面壁 참선을 끝낸 뒤 그곳을 떠나려고 하면서 제자들을 불러놓고 각각 그 동안 깨달은 바를 말해보라고 했다.
한 제자는 나와서 뭐라고 하자, 달마는 “너는 내 살갗을 얻었구나.”했다.
다음 제자가 나와 또 뭐라고 하자, “너는 내 살을 얻었구나.”
또 다른 제자가 나와 뭐라고 하자, “내는 내 뼈를 얻었구나.”
드디어 그의 수제자 혜가慧可가 나와 스승에게 경건하게 절을 올린 다음 가만히 서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달마는 그를 보고 “너는 나의 골수를 얻었구나.”했다.
깨달음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고, 구경究竟의 깨달음에 이르면 이를 말로 표현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여기 『도마복음』에서도 도마가 진리는 말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침묵을 통해 웅변적으로 말한 셈이고, 이를 통해 그의 ‘생수로 인한 술 취함’혹은 깨침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준 것이다.
예수님이 도마에게 “나는 자네의 선생이 아닐세.”라고 한 것은 또 무슨 뜻인가? 중국의 고전 『장자』를 살펴보자. 공자의 제자 안회가 공자에게 찾아와 이런저런 말로 자신의 수행이 깊어지는 것 같다고 보고하였다. 공자는 거기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기색이 없었다. 그러다가 안회가 자기는 좌망坐忘, 즉 앉아서 모든 것을 잊었다고 하니 공자가 깜짝 놀라 “그게 무슨 말이냐?”하고 묻는다. 안회가 모든 앎을 몰아내고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하자 공자는 안회를 보고 “청컨대 나도 네 뒤를 따르게 해다오.”하고 부탁한다.
예수님이 도마에게 “나는 자네의 선생이 아닐세.”라고 한 말도 이런 문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제4절에서 언급한 것처럼 달력의 나이와 관계없이 깊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바로 선생임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이런 깊은 경지에 이른 도마, 여기 표현대로 예수님이 주는 물을 마시고 완전히 ‘취한’ 도마에게, 예수님은 이제 더 이상 선생님일 필요가 없고, 깨달음에 있어서 이제 둘은 동격임을, 그의 이름 그대로 ‘쌍둥이’임을 선언한 셈이다. 제108절에도 “내 입으로부터 마시는 사람은 나와 같이 될 것이고 나도 그와 같이 됩니다.”라고 했다. 도마가 이런 경지에 이르렀기에 예수님은 그를 데리고 나가 그에게만 특별한 비법을 전수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수님이 도마를 따로 불러 일러주었다는 그 비밀이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라는 언급은 없지만, 다른 제자들처럼 아직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무엇, 심지어 그것을 전하는 사람을 돌로 쳐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공분을 일으키는 엄청나고 혼란스러운 무엇이었음에 틀림없다. 궁극 진리란 상식의 세계, 당연히 여겨지는 세계를 뛰어넘는 역설逆說의 논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덕경』에서는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면 도라고 할 수가 없다.”(제41장)라고 했다. 진리를 듣고 돌로 쳐 죽이려는 것과 크게 웃는 것에는 차이가 있지만, 진리가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무엇이라는 것을 말해준다는 점에서는 같다. 제2절에서 지적한 것처럼, 진리를 들으면 우선 “혼란스러워”지는 법이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요한복음』에서는 세 번씩이나 도마를 믿음이 없는 제자, 따라서 바람직하지 못한 제자로 묘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요11:16, 14:5, 20:24). 『요한복음』이 씌어질 당시 『도마복음』식 가르침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이 있었기에 이들을 반박하기 위해 도마를 격하시키고 폄훼하는 이야기를 삽입한 것이 아닌가 보는 학자도 있다. 『요한복음』이 정경으로 받아들여진 이후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2천 년 가까이 도마는 ‘의심하는 도마doubting Thomas' 로 알려지는 수모를 당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 여기 『도마복음』에서는 궁극 진리 앞에서 침묵하는 이가 도마로 되어 있지만, 최근에 세상에 알려진 『유다복음』(2:22-31)을 보면 ‘유다’가 등장하여 “저는 당신을 보내신 이의 이름을 선포할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도마든 유다든 모두 궁극 진리는 언설로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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