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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꿈의 신비 본문

영성수행 비전/명상과 기도

잠과 꿈의 신비

柏道 2018. 6. 22. 16:00
필자 :김태항


잠과 꿈의 신비


우리는 인생의 1/3을 잠으로 보낸다. 그러므로 이 잠을 잘 활용한다면 삶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잠은 우리에게 잊혀진 영역이다. 연극이 끝나면 무대의 검은 막이 내려오듯, 바쁜 하루가 끝나면 우리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다. 무대 막 뒤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기껏해야 꿈에 대한 희미한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잠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져져 있다. 잠을 줄여 그 시간을 유익하게 활용하는 차원이 아니라 영적 성장을 위한 소중한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육체의 휴식을 위하여 잠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육체는 일정 시간 이완/휴식을 필요로 하고 수면 상태에서 육체 이완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나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신경체계가 충분히 이완 된다면 잠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오랜 시간 잠을 자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명상이나 수련이 깊어지면 잠을 자더라도 몸은 휴식을 취하나 의식은 또렷하게 깨어있다. 불가에서 몽중일여(夢中一如)와 숙면일여(熟眠一如)를 말하는 이유이도 하다. 이들에게 잠은 기억할 수 없는 세계가 아니라 생생한 현실인 셈이다.

잠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이 꿈이다. 꿈에 대한 관심과 해석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꿈에 대해서는 과학자(생리학적 측면)나 심리학자(정신분석 측면)들의 연구가 있어왔다. 꿈 해석과 관련하여 빠뜨릴 수 없는 사람이 프로이트이다. 그는 꿈을 인간 내면의 잠재의식(무의식)에 자리한 욕망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컬트에서는 잠재의식을 두 가지 차원에서 바라본다. 하나는 억압된 감정이나 열등감 등이 저장되어 있는 기억의 저장고로, 다른 하나는 상위의 신성한 의식이 흘러들어오는 통로로 본다. 물질 현시의 법칙도 이 잠재의식의 무한한 힘을 활용하는 것이다.
꿈은 잠재의식의 기능에 의거하여 진실한 꿈과 거짓 꿈으로 나누어진다. 진실한 꿈은 상위 존재의 세계와 접촉하여 얻게 되는 지혜, 경험, 지식이 드러나는 과정이고 잘못된 꿈은 잠재의식 속에 내재한 여러 억압된 감정, 묻혀있는 욕망이 드러나는 과정이다. 꿈 상태에서 상위의식과 접촉하면 잠재의식을 통하여 어떤 임펄스가 내려오고 이것은 현재의식을 통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어떤 경험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것이 카르마의 법칙 즉 원인결과의 법칙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다. 예를 들면 아침에 갑자기 산책을 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 집을 나와 공원을 거닐다 운명적인 사람이나 사건을 만나는 경우에 이것은 우연함이 아니라 원인결과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음이다.

우리는 보통 그날 있었던 부정적 혹은 걱정스러운 일을 생각하거나 내일 일을 걱정하며 잠자리에 든다. 이것은 잠속에서 상위계의 조화로운 경험(좋은 꿈)을 가져오게 하는 대신 여러 억압된 기억(나쁜 꿈)을 가져오게 한다.
그러므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사랑, 아름다움, 질서, 균형 같은 긍정적 생각을 하여 의식의 진동을 높게 조율해야 한다. 마음이 조화로운 상태에서 우리는 신성한 의식(Divine Mind)과 접촉하게 되며 우리가 과거에 설정한 조화로운 원인의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된다.
잠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 우리 삶은 변화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의 마음 상태가 그날 밤에 꿈의 질을 결정한다. 잠이란 헛되이 낭비하는 의식 없는 시간이 아니라 영적인 성장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

잠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생각 지켜보기 명상법과 관련되는 것이다. 참 자아, 불성을 찾기 위하여 생각이나 감정을 지켜보는 명상수련이 여러 종교 단체에서 행하여지고 있다. 이것은 참 자아에서 생각이나 감정을 분리시켜 생각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삶이 아닌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기 위함이다.
생각 통제는 낮뿐만 아니라 잠속에서도 이어져야 운명의 주인이 된다. 낮에는 생각에 흔들림 없이 살아가다가(이 정도의 통제 능력도 쉽지만은 않다) 잠만 들면 꿈속에서 의식 없이 헤매는 것은 아직 참 주인이 되지 못하였음이다.
꿈이란 잠속의 생각 흐름일 뿐이다. 낮 동안 일어나는 생각 흐름과 잠속의 생각흐름(꿈)의 차이는 의식이 깨어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눈을 뜨면 생각이고 눈을 감으면 꿈이다. 깨어있는 상태에서 생각을 통제할 수 있듯이 수면 속에서 의식이 깨어있다면 꿈의 통제가 가능하다.

이처럼 꿈의 통제가 중요한 이유는 바르도계(중음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임종 시 바르도 의식을 통하여 사자(死者)가 좋은 세계에 태어나도록 안내하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 죽어가는 과정에서 지녀야 할 마음의 자세와, 외부 호흡이 멈추고 이어 내면의 의식이 육체를 떠나게 되는 시점에서 나타나는 광명을 보게 될 때 마음이 지녀야 할 태도, 카르마 흔적이 꿈처럼 펼쳐지는 바르도 전개과정에서 그것이 환영임을 깨닫는 방법 등을 가르친다. 바르도에서는 생전에 극복하지 못하여 카르마로 남아있는 개념이나 욕망이 꿈처럼 펼쳐지나 사자는 이것을 실제 세계로 인지한다. 이것은 꿈속에서 꿈인 줄 모르고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 차원이다.

티베트 비밀 불교나 오컬트 가르침에 따르면 바르도계에서 펼쳐지는 세계가 우리 참 본질을 가리는 꿈과 같은 환영임을 알게 되면, 즉시 깨달음을 얻어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활동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꿈속에서도 명료하게 깨어있는 의식으로 생각이나 꿈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시간에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을 명료하게 지켜보지 못하면 꿈을 명료하게 지켜볼 수 없고 꿈을 지켜볼 수 없으면 바르도를 명료하게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바르도보다는 꿈이, 꿈보다는 현실에서 생각을 지켜보는 일이 쉽기 때문이다. 꿈은 바르도에서 펼쳐지는 현상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꿈에 대한 이해와 통제는 죽음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며 깨달음을 위한 시간이다.

꿈은 또한 아스트럴 투사 혹은 유체이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스트럴계는 '4차원'이라 불리는데 이것은 물질계와 동일 공간에 다른 진동으로 존재한다. 평소에 우리 의식은 물질감각에 매여 있어 아스트럴계를 의식하지 못하며 이곳으로 의식을 투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잠에 들면 우리 의식은 현재의식에서 잠재의식으로 철수한다. 이렇게 되면 육체 감각이 무디어지고 의식은 자연스럽게 물질감각의 속박에서 느슨해져서 아스트럴 투사가 쉬워진다. 사실 밤마다 우리는 아스트럴 투사를 경험하지만 꿈을 기억 못하듯 이것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참다운 투사가 되려면 일어나는 과정을 지켜보고 이것을 기억으로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꿈을 지켜보고 통제할 수 있으면 아스트럴 투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여러 유체이탈 행법 중에 꿈을 이용한 아스트럴 투사법이 있는 이유이다.

꿈이 주는 교훈은 또 있다. 우리는 짧은 꿈속에서 1년을 살 수도 있고 한 생을 살 수도 있다.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므로 물질 시간으로 짧은 시간이지만 꿈속의 심리시간에서는 한 생을 살 수 있다. 물질시간으로 우리가 보통 80년을 살면서 배우는 교훈을 짧은 시간의 꿈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꿈을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꿈은 하루 밤에 수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소이다. 깨어있는 의식으로 꿈이 주는 교훈을 얻는다면 우리 삶은 훨씬 많은 각성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붓다나 위대한 성자들은 삶은 꿈이고 환영이라고 한다. 삶도 꿈이고 꿈도 꿈이고 죽어서 가는 바르도계도 꿈이라면 죽음은 없고 계속 이어지는 꿈의 세계만이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삶의 반대는 죽음이 아니라 꿈에서 깨어난 삶이다. 참 본성을 자각하고 신성 빛 속에 살아가는 것이 깨어있는 삶이다. 우리는 꿈을 이용하여 긴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김태항 / 동국대에서 법학을,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동서양 가르침을 공부하고, 특히 카발라 연구에 힘써왔다. <모던 매직(물병자리)>과 <탈무드에서 배우는 돈의 지혜>. <익스트림 리더>, <사연 많은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다>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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