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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명 22 재유시비(纔有是非) 분연실심(紛然失心) 본문
22 재유시비(纔有是非) 분연실심(紛然失心)
잠깐이라도 시비를 일으키면 어지럽게 얽혀 마음의 중심을 잃으리라.
재유시비(纔有是非)의 재유(纔有)는 잠깐이라도 이고, 시비(是非)는 옳고 그른 것을 서로 따지는 관계를 말한다. 분연실심(紛然失心)의 분연(紛然)은 실같이 나누어져서 서로 얽혀 어지럽다는 뜻이고 실심(失心)은 마음을 잃는다고 했으나 마음의 중심을 잃는다고 해석했다.
남과 잠시라도 시비(是非)를 일으키면 마음이 어지러워지고 중심을 잃게 된다고 했다. 남과 아주 하찮은 시비(是非)라도 있게 되면 우리들의 마음은 그로 인해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고, 솟아오르는 화를 참기 어려워지기도 하고, 전화를 걸거나 만나서 따지고 언쟁하다보면 화가 하늘 끝까지 오르고, 두 사람사이는 다시 만나기 어려운 사이까지 가는 경우들이 있다.
우리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잘 알지 못하면서 자기 생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나’라고 하는 자아(自我) 의식이 대단히 강하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기는 잘못하는 일이 전혀 없고, 모르는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자기가 하는 말과 행동은 틀림없다는 식으로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곤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상대방을 상당히 피곤하게 하고 자칫 잘못하면 시비(是非)에 말리게 되기 쉬운 성품을 가지고 있다. 일단 시비에 말리면 마음이 어지러워져 마음의 중심을 잃게 되어, 착한 일을 하려고 하더라도 정신이 어지러워지고 편중되어져서 항상 평온한 마음을 잃게 된다.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 시비가 자신의 중심을 흔들고 큰 화를 일으키는 시비로 발전되는 것을 우리들의 생활주변에서 흔히 본다. 이러한 분쟁은 나를 몰라보느냐고 하는 자아(自我) 의식이 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자아(自我) 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남과 다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합에 큰 장애가 되는 성품을 가지고 있다. 그러하니 사소한 시비에 걸리지 않고 마음의 평정(平靜)을 항상 유지하려면 ‘나’라고 자만하는 의식이 표면에 들어날 때 그를 즉시 잡아 다스리는 노력을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되도록 좋게 받아드릴 수 있는 겸손과 말씨를 보다 유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순발력 있는 사람이 되도록 자신을 끊임없이 계발해야 한다. 자기 마음의 중심을 평정(平靜)하게 함으로서 상대방의 마음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이도 역시 중도(中道)를 지키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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