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숨터학당(學堂)-진리를 깨달아 자유를....나는 나다.

🌲 소록도 스테파노 할아버지 본문

배움과 깨달음/좋은책과 글

🌲 소록도 스테파노 할아버지

柏道 2022. 9. 13. 12:04

🌲 소록도 스테파노 
        할아버지

글/ 
김웅렬 신부

지금은 전국의 
나병 환자 마을이 
많이 없어졌지만, 
제일 유명한 곳이 
소록도이죠?

저는 신학교 
두 방학을 
소록도에서 보냈어요

큰 가방 
하나를 들고 
소록도의 비탈진 
길을 오르는데, 
처음에는 정말 
개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팔다리가 
하나도 없는 
나병 환자 였어요.

배에 타이어 반으로 
자른 것 대고 
팔꿈치로 
기어가고 있는 
거였어요.

‘아저씨 어디 가세요?"
하며 
얼굴을 보니 
더 흉칙했어요.
구멍만 뻥뻥! 
코도 없어진 지가 
오래 되었죠.

저 위에 성당에
기도하러 가신대요. 
목에는 묵주를 
감고 계셨죠.

그래서 ‘아저씨,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안아 드리면 
안될까요? 
전 신학생입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오늘 
천사를 만났다고 
고마워 하셨어요.

다른 사람은 
5분이면 갈 거리를
이 분은 지렁이처럼
기어가니
3-40분이 걸렸죠.

게다가 비탈길에 
눈이 오면 열심히
올라가다 배에 있는 
타이어가 죽 미끄러지고...

그 분 성함이 
스테파노 셨어요.
산 중턱에 
공소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죠.

어느 날 저도 기도하러 
그 공소를 들어 가려는데, 
공소 밖에서 스테파노 
할아버지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기도하고 계시는 거예요.

‘할아버지, 왜 
못 들어 가셨어요?’
세상에, 문고리를 
열 손이 있어야 
문고리를 열죠. 
다른 때 같으면 머리로 
몇 번 문을 두드리면 
안에서 문을 
열어 주었대요.

그런데 그 날은 너무 추워서 
기도하는 사람이 
없었던 거죠.

그 닫힌 문을 머리로
열려고 하다 머리가 
터져 얼어 붙은 거예요.

그래서 밖에서 
여기가 1처겠다, 
2처겠다 하면서 
혼자 배로 기면서 14처를 
하고 계셨어요.

‘아이구, 아저씨 
저랑 같이 해요.’
정말 아기 몸뿐이 안 되는 
아저씨를 품에 안고 
함께 14처를 했지요.

나중에 제가 신부가 되고 
어느 날 소록도에 계시는 
수녀님 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스테파노 할아버지 
아시죠?’
‘네, 잘 알죠.’
‘지금 위독하신데 자꾸 
신부님을 찾으시는데 
오실 수 있으실까요?’
밤에 차를 몰아 
소록도까지 갔어요.

‘할아버지 눈 떠보세요. 
저 왔어요. 왜 빨리 천당 
못가시고 힘들게 계세요. 
이제 가셔도 되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물어보고 
싶으신 게 있대요.

‘신부님, 저는 평생 
이 몸뚱아리 
가지고 살았어요. 
소록도 바위에서 자살도 
5번이나 시도했는데 
모진 목숨이라 
하느님이 살려주셨지. 
난 주님을 안 후 몸 성한 
사람이 부럽지 않았어.’

그런데 부러운 것이 
손가락 두 개만 있어서, 
내 손으로 묵주 한 번 
굴려 보았으면!

그 분은 팔꿈치에 
고무줄을 걸고 거기에 
나무를 입으로 끼어,
땅바닥에 묵주를 펼쳐 놓고 
하나하나 집어가면서 
기도하셨죠.

자기는 손가락 
5개도 필요 없대요,
하나는 걸고 하나는 돌리는 
손가락 2개만 
있으면 족하대요.

그러면서 ‘신부님, 
나 죽으면 청년 시절처럼 
부활시켜 주실까요?

천국에서는 내 손가락으로 
묵주 기도 
할 수 있을까요? 
신부님 입을 통해 
확인 받고 싶어 
못 죽고 있어요.’

‘암, 그럼요, 깨끗한 
몸으로 바꿔 주실 거예요.’

언제가 그 분의 빛바랜 
사진을 보았는데 
정말 잘생기고 준수한 
청년이었어요.

할아버지는 ‘그럼 
안심하고 가겠습니다.’
마지막 강복을 받고 
스테파노 할아버지는 
제 품 안에서 아이가 
잠자듯 숨을 거두셨죠.

일주일이 지났을까?

제가 꿈을 꾸는데 
꽃밭 한 가운데 있었어요.
순간적으로 여기가 
천국이구나 생각했죠.
별의별 꽃이 다 있었어요.

그런데 저 쪽에서 누가 
막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오는 거예요.

가까이 올수록 
어디서 뵌 분인데?
다시 보니 그 흑백사진에 
스테파노 할아버지의 
젊었을 때 모습인 거예요.

손가락마다 묵주를 
칭칭 감고 
나를 끌어 안으면서 
‘신부님, 손가락이 
10개 생겼어요.’
 
여러분들 꿈에서 
울어본 적이 있으세요?

그 양반을 끌어안고 
정말 '성모님
우리 아저씨에게 손가락을 
10개나 주셨네!
이제는 아저씨 손가락으로 
묵주기도 드릴 수 있겠네!‘
 
그분은 하느님을
체험하고 난 다음 
숨이 끊어질 때까지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는 
그 별만을 바라보면서 
한눈 팔지 않고,

비록 몸뚱이는 짐승 같고 
배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처참한 몰골 이었지만, 
그 분은 성인 이셨어요.

제가 이 세상 살면서 
존경하는 분 중 한 분이 
바로 스테파노 
할아버지예요.

나도 저분의 신앙
백분의 일이라도 닮자, 
그러면 나도 
성인 사제가 될 수 있다
 
여러분들 묵주 알을 
굴릴 수 있는 
손이 없으십니까?

성당 문턱을 넘어 설 수 
있는 발이 없으십니까?

⚘얼마나 여러분들이 
은총 가운데 
부자인지 모릅니다.


⚘우리들이 짊어진
등의 짐은 포기할 수도
버릴 수도 없습니다.

끝까지 용기 잃지 마시고
희망을 갖고 정진하시면
언젠가는 밝은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김웅열 (느티나무)
    신부님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