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터학당(學堂)-진리를 깨달아 자유를....나는 나다.
🌲 소록도 스테파노 할아버지 본문
🌲 소록도 스테파노
할아버지
글/
김웅렬 신부
지금은 전국의
나병 환자 마을이
많이 없어졌지만,
제일 유명한 곳이
소록도이죠?
저는 신학교
두 방학을
소록도에서 보냈어요
큰 가방
하나를 들고
소록도의 비탈진
길을 오르는데,
처음에는 정말
개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팔다리가
하나도 없는
나병 환자 였어요.
배에 타이어 반으로
자른 것 대고
팔꿈치로
기어가고 있는
거였어요.
‘아저씨 어디 가세요?"
하며
얼굴을 보니
더 흉칙했어요.
구멍만 뻥뻥!
코도 없어진 지가
오래 되었죠.
저 위에 성당에
기도하러 가신대요.
목에는 묵주를
감고 계셨죠.
그래서 ‘아저씨,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안아 드리면
안될까요?
전 신학생입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오늘
천사를 만났다고
고마워 하셨어요.
다른 사람은
5분이면 갈 거리를
이 분은 지렁이처럼
기어가니
3-40분이 걸렸죠.
게다가 비탈길에
눈이 오면 열심히
올라가다 배에 있는
타이어가 죽 미끄러지고...
그 분 성함이
스테파노 셨어요.
산 중턱에
공소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죠.
어느 날 저도 기도하러
그 공소를 들어 가려는데,
공소 밖에서 스테파노
할아버지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기도하고 계시는 거예요.
‘할아버지, 왜
못 들어 가셨어요?’
세상에, 문고리를
열 손이 있어야
문고리를 열죠.
다른 때 같으면 머리로
몇 번 문을 두드리면
안에서 문을
열어 주었대요.
그런데 그 날은 너무 추워서
기도하는 사람이
없었던 거죠.
그 닫힌 문을 머리로
열려고 하다 머리가
터져 얼어 붙은 거예요.
그래서 밖에서
여기가 1처겠다,
2처겠다 하면서
혼자 배로 기면서 14처를
하고 계셨어요.
‘아이구, 아저씨
저랑 같이 해요.’
정말 아기 몸뿐이 안 되는
아저씨를 품에 안고
함께 14처를 했지요.
나중에 제가 신부가 되고
어느 날 소록도에 계시는
수녀님 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스테파노 할아버지
아시죠?’
‘네, 잘 알죠.’
‘지금 위독하신데 자꾸
신부님을 찾으시는데
오실 수 있으실까요?’
밤에 차를 몰아
소록도까지 갔어요.
‘할아버지 눈 떠보세요.
저 왔어요. 왜 빨리 천당
못가시고 힘들게 계세요.
이제 가셔도 되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물어보고
싶으신 게 있대요.
‘신부님, 저는 평생
이 몸뚱아리
가지고 살았어요.
소록도 바위에서 자살도
5번이나 시도했는데
모진 목숨이라
하느님이 살려주셨지.
난 주님을 안 후 몸 성한
사람이 부럽지 않았어.’
그런데 부러운 것이
손가락 두 개만 있어서,
내 손으로 묵주 한 번
굴려 보았으면!
그 분은 팔꿈치에
고무줄을 걸고 거기에
나무를 입으로 끼어,
땅바닥에 묵주를 펼쳐 놓고
하나하나 집어가면서
기도하셨죠.
자기는 손가락
5개도 필요 없대요,
하나는 걸고 하나는 돌리는
손가락 2개만
있으면 족하대요.
그러면서 ‘신부님,
나 죽으면 청년 시절처럼
부활시켜 주실까요?
천국에서는 내 손가락으로
묵주 기도
할 수 있을까요?
신부님 입을 통해
확인 받고 싶어
못 죽고 있어요.’
‘암, 그럼요, 깨끗한
몸으로 바꿔 주실 거예요.’
언제가 그 분의 빛바랜
사진을 보았는데
정말 잘생기고 준수한
청년이었어요.
할아버지는 ‘그럼
안심하고 가겠습니다.’
마지막 강복을 받고
스테파노 할아버지는
제 품 안에서 아이가
잠자듯 숨을 거두셨죠.
일주일이 지났을까?
제가 꿈을 꾸는데
꽃밭 한 가운데 있었어요.
순간적으로 여기가
천국이구나 생각했죠.
별의별 꽃이 다 있었어요.
그런데 저 쪽에서 누가
막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오는 거예요.
가까이 올수록
어디서 뵌 분인데?
다시 보니 그 흑백사진에
스테파노 할아버지의
젊었을 때 모습인 거예요.
손가락마다 묵주를
칭칭 감고
나를 끌어 안으면서
‘신부님, 손가락이
10개 생겼어요.’
여러분들 꿈에서
울어본 적이 있으세요?
그 양반을 끌어안고
정말 '성모님
우리 아저씨에게 손가락을
10개나 주셨네!
이제는 아저씨 손가락으로
묵주기도 드릴 수 있겠네!‘
그분은 하느님을
체험하고 난 다음
숨이 끊어질 때까지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는
그 별만을 바라보면서
한눈 팔지 않고,
비록 몸뚱이는 짐승 같고
배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처참한 몰골 이었지만,
그 분은 성인 이셨어요.
제가 이 세상 살면서
존경하는 분 중 한 분이
바로 스테파노
할아버지예요.
나도 저분의 신앙
백분의 일이라도 닮자,
그러면 나도
성인 사제가 될 수 있다
여러분들 묵주 알을
굴릴 수 있는
손이 없으십니까?
성당 문턱을 넘어 설 수
있는 발이 없으십니까?
⚘얼마나 여러분들이
은총 가운데
부자인지 모릅니다.
⚘우리들이 짊어진
등의 짐은 포기할 수도
버릴 수도 없습니다.
끝까지 용기 잃지 마시고
희망을 갖고 정진하시면
언젠가는 밝은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김웅열 (느티나무)
신부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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