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터학당(學堂)-진리를 깨달아 자유를....나는 나다.
‘순수의 전조’(1803) 본문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좋아했다고 알려진 "블레이크의 시 ‘순수의 전조’(1803)에는 이런 시구가 나온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하늘을 본다. 그대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순간 속에서 영원의 시간을 붙잡는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순진무구한 영혼을 노래하던 이 구절은 이내 사회 속에서 타락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울부짖음으로 변한다. 어린아이가 굴뚝을 청소하며 고단한 삶을 겪어내야 하는 영국사회의 비애를 풍자하면서도 블레이크가 바라보고자 했던 것은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때 묻지 않은 어린시절의 순수, 도덕·법률의 잣대로 가늠할 수 없는 원시적 상상력의 세계였다. 어떤 편견에도 물들지 않은 순수한 인간의 신비로운 상상력과 창조력이야말로 블레이크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인간의 능력이었고, 이는 교육·계몽으로 완성되는 과학의 영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수연의 아트버스]<16> [이데일리 발췌]
<<순수의 전조(前兆)>>
윌리암 블레이크
하나의 모래알에서 한 세계를 보고,
한 떨기의 야생화에서 한 천국을 보며,
손바닥에서 무한을 잡고,
한 순간에서 영원을 잡는 것.
새장에 갇힌 울새 한 마리가
온 천국을 분노하게 한다.
크고 작은 비둘기가 들어찬 비둘기집 하나가
구석구석까지 지옥을 떨게 한다.
주인집 문간에서 굶어죽은 개 한 마리가
나라의 몰락을 예언한다.
노상에서 혹사당하는 말 한 마리가
하늘에 호소하여 인간의 피를 부른다.
사냥꾼에게 쫓기는 토끼가 울부짖을 적마다
인간의 뇌에서 조직을 뜯어낸다.
종달새 한 마리가 날개를 다치면
아기 천사는 노래를 멈춘다.
싸우기 위해 꽁지 잘리고 무장한 싸움닭이
떠오르는 태양을 놀라게 한다.
모든 늑대와 사자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지옥에서 인간의 영혼을 불러낸다.
여기저기 헤매는 야생 사슴이
인간의 영혼을 걱정으로부터 지켜준다.
학대받는 어린 양은 세상의 분쟁을 낳지만,
백정의 칼을 용서한다.
저녁녘에 휙휙 나는 박쥐는
믿지 않으려는 두뇌를 남겨놓았다.
밤을 찾아드는 올빼미는
신앙이 없는 자의 공포를 말해준다.
작은 굴뚝새를 해치는 자는
결코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리라.
황소를 격노하게 모는 자는
결코 여인에게 사랑받지 못하리라.
파리를 죽이는 장난 심한 소년은
거미의 증오를 느끼리라.
풍뎅이의 영혼을 괴롭히는 자는
끝없는 밤에 어둠을 짠다.
이파리 위의 풀쐐기는
네게 네 어머니의 고통을 되풀이해 말한다.
나방도 나비도 죽이지 마라,
최후의 심판이 가까워 오니.
싸우려고 말을 훈련시키는 자는
결코 극지의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리라.
거지의 개와 과부의 고양이에게
먹이를 줘라, 그러면 네가 살찔 것이다.
자신의 여름 노래를 부르는 각다귀는
비방의 혀에서 독을 얻는다.
뱀과 도롱뇽의 독은
시샘의 발에 나는 땀이다.
꿀벌의 독은
예술가의 질투이다.
왕자의 예복과 거지의 누더기 옷은
구두쇠의 자루에 돋는 독버섯이다.
나쁜 의도로 발설한 진리는
네가 꾸며낼 수 있는 모든 거짓말을 이긴다.
그렇게 되는 것이 마땅하다.
사람은 기쁨과 슬픔을 위해 창조된 것,
우리가 이것을 제대로 알 때,
우리는 세상을 안전하게 다닌다.
기쁨과 비애가 섬세하게 짜여지면,
그것이 신성한 영혼을 위한 옷.
모든 고통과 갈망 아래에는
비단실로 꼰 기쁨이 흐른다.
젖먹이는 강보(襁褓) 그 이상이다.
이 모든 인간의 땅 도처에서
연장이 만들어지고 일손이 태어났으며,
농부라면 모두가 안다.
모든 이의 눈에서 나오는 모든 눈물은
영세(永世)에서 갓난이가 된다.
이것은 민첩한 여성들에 의해 붙잡히고,
그 특유한 기쁨으로 되돌아간다.
양의 울음, 개의 짖음, 황소의 큰 울음, 맹수의 포효는
천국의 해변을 치는 물결이다.
회초리 아래에서 우는 유아는
죽음의 영토에서 앙갚음을 마음에 새긴다.
공중에 펄럭이는 거지의 누더기 옷은
하늘을 너덜너덜 찢어놓고도 남는다.
총칼로 무장한 병사는
여름 해를 중풍으로 쓰러뜨린다.
가난뱅이의 동전 한 닢이
아프리카 해안의 모든 금보다도 더 값지다.
노동자의 손에서 짜낸 쥐꼬리만한 돈이
수전노의 땅을 매매(賣買)하거나,
아니면, 높은 데서 보호를 받는다면,
온 나라를 매매할 수 있으리라.
유아의 믿음을 조롱하는 자는
나이 들어 죽을 때 조롱을 받을 것이다.
어린이에게 불신을 가르치려하는 자는
썩어가는 무덤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리라.
유아의 신앙을 되풀이해 말하는 자는
지옥과 죽음을 누르고 승리한다.
어린이의 장난감과 노인의 이성은
두 계절의 열매이다.
매우 교활하게 앉아 있는 질문자는
정녕 대답하는 법을 알지 못하리라.
의심의 말에 응답하는 자는
지식의 불을 끄고도 남는다.
이제껏 알려진 가운데 가장 강한 독은
시저의 월계관에서 나왔다.
아무 것도 갑옷의 철제 띠처럼
인류를 흉하게 만들 수는 없다.
쟁기를 금과 보석으로 장식할 때,
질투가 평화로운 예술에 굴복하리라.
수수께끼나 귀뚜라미의 울음이
회의에 주는 적절한 응답이다.
개미의 한 치와 독수리의 상당한 거리가
절름발이 철학을 미소짓게 한다.
자신이 보는 것에서 의심을 하는 자는,
누가 무슨 짓을 해도, 결코 믿지 않으리라.
만일 해와 달이 의심을 한다면,
그것들은 즉시 사라지리라.
열정 속에 있으면 좋은 일이 될 수 있지만,
열정이 네 안에 있으면 좋을 일이 없다.
국가에서 허가받은 매춘부와 도박꾼이
그 나라의 운명을 만든다.
이 거리 저 거리에서 들리는 창녀의 울음이
노쇠한 영국의 두루마리 홑이불을 짜리라.
승자의 외침과 패자의 저주가
사망한 영국의 영구차 앞에서 춤춘다.
매일 밤과 매일 아침마다
어떤 이들은 비참한 신세로 태어난다.
매일 아침과 매일 밤마다
어떤 이들은 달콤한 기쁜 처지로 태어난다.
어떤 이들은 달콤한 기쁜 처지로 태어난다.
어떤 이들은 끝없는 밤으로 태어난다.
우리는 거짓을 믿으라는 말을 듣는다,
밤에 태어나서 영혼이 빛줄기 속에 잠드는
밤에 썩어 없어질 눈을
통해서 보지 않을 때에는.
어둠 속에 사는 불쌍한 영혼들에게
신은 나타나시며 신은 빛이시다.
하지만 낮의 영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신은 인간의 형상을 보여주신다.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년 11월 28일 - 1827년 8월 12일)는 영국의 화가이자 시인이다. 신비와 공상으로 얽힌 화가로서 시작(詩作)과 회화를 발표했다. 서유럽 문화전통에서 매우 독창적·독자적인 작품〈순수의 노래 Songs of Innocence〉(1789)·〈경험의 노래 Songs of Experience〉(1794)를 필두로 삽화를 그려넣은 일련의 서정시와 서사시를 남겼다. 오늘날에는 최초이자 가장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회화에서는 블레이크는 색보다 선을 강조해서 '딱딱한 느낌의 곧은 선'을 즐겨 썼다. 뛰어난 직관력으로 궁극적으로는 상상하여 창조한 미술작품이 자연을 관찰하여 얻은 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했다. 판화·수채화·템페라에 나오는 인물들은 물결 모양의 윤곽에서 느껴지는 율동적인 생동감, 위풍당당한 단순함을 지닌 특이한 형상, 극적인 효과와 독창성을 지닌 몸짓으로 유명하다. 그 시화집에는 《천국과 지옥의 결혼》(1790), 《경험의 노래》(1794) 등이 있으며, 기독교 성경 내용에 신비한 사색을 곁들인 《욥기》(1825)가 유명하다. 블레이크는 만년에 다시 단테의 《신곡》에 100매의 삽화를 시도했으나 미완성으로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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