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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황소서(檄黃巢書-역적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 본문
격황소서(檄黃巢書-역적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광명 2년 7월 8일에 제도도통검교태위 모(某)는 황소에게 고하노니,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 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하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지혜 있는 이는 시기에 순응하는 데서 성공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스르는 데서 패하는 법이다. 비록 백년의 수명에 죽고 사는 것은 기약하기 어려우나, 모든 일은 마음으로써 그 옳고 그른 것을 이루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 서두(제도도통검교태위는 황소에게 고함)
이제 내가 왕사로서 말하면 정벌함은 있으나 싸우지는 않고, 군정(軍政)은 머너 은혜를 베풀고 베어 죽이는 것은 뒤로 한다. 장차 상경(上京)을 수복하고 진실로 큰 믿음을 펴려고 함에 공경스럽게 가유를 받들어 간사한 꾀를 쳐부수려고 한다. 또 너는 본래 먼 시골 구석의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문득 감히 떳떳한 기강을 어지럽게 하며 드디어 불측한 마음을 가지고 신기(神器)를 노리며 성궐을 침범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죄는 하늘에 닿을 만큼 지극하였으니 반드시 여지 없이 패하여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애달프다. 당우 시대로부터 내려오면서 묘와 호 따위가 복종하지 아니하였은즉, 양심 없는 무리와 충의(忠義) 없는 것들이란 바로 너희들의 하는 짓이다. 어느 시대인들 없겠느냐. 멀리는 유요와 왕돈이 진 나라를 엿보았고, 가까이는 녹산과 주자가 황가를 시끄럽게 하였다. 그들은 모두 손에 막강한 병권(兵權)을 쥐었고 또한 몸이 중요한 지위에 있어서, 호령만 떨어지면 우레와 번개가 치닫듯 요란하였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자욱하듯 하였지만, 잠깐 동안 못된 짓을 하다가 필경(畢竟)에는 그 씨조차 섬멸(殲滅)을 당하였다.
햇빛이 널리 비침에 어찌 요망한 기운을 마음대로 펴리요, 하늘 그물이 높게 달려 반드시 흉적을 베일진대 하물며, 너는 여염집에서 내치고, 농묘 사이에서 일어나 분겁으로 좋은 꾀 삼고, 살상으로 급무 삼으니 큰 죄는 탁발할 수 있을 것이요, 소선(小善)으로 은신(隱身)할 수 없느니라. 천하 모든 사람이 다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 아니라, 문득 또한 땅 속의 귀신도 벌써 남몰래 베기로 의논하였다. 비록 기세를 빌어 혼을 놀게 하나, 일찍이 선을 망치고 넋을 빼앗으리라. 무릇 인사를 이름에 스스로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내 망언(妄言)하지 않는다.
너는 자세히 듣거라. 요즈음 우리 나라에서는 더러운 것을 용납하는, 덕이 깊고 결점을 따지지 않는 은혜가 지중하여 너에게 병권을 주고 또 지방을 맡겼거늘, 오히려 짐새와 같은 독심을 품고 올빼미와 같은 흉악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뜯고 하는 짓이 개가 주인을 짖는 격으로, 필경에는 천자의 덕화를 배반하고 궁궐을 침략하여 공후들은 험한 길로 달아나게 되고 어가는 먼 지방으로 행차하시게 되었다. 그런데도 너는 일찌감치 덕의에 돌아올 줄 모르고 다만 흉악한 짓만 늘어가니, 이야말로 천자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해 준 은혜가 있고, 너는 국가에 은혜를 저버리니 죄가 있을 뿐이니, 반드시 머지않아 죽고 말 것인데,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하물며 누자라 솥은 물어 볼 것이 아니요, 한나라 궁궐은 어찌 네가 머무를 곳이랴. 너의 생각은 끝내 어찌하려는 것이냐.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도덕경>에 "회오리바람은 하루 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낙비는 온종일을 갈 수 없다." 고 하였으니, 하늘의 조화도 오히려 오래 가지 못하거든 하물며 사람의 하는 일이랴. 또 듣지 못하였느냐. <춘추전>에 "하늘이 아직 나쁜 자를 놓아 두는 것은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죄악이 짙기를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고 하였는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흉악함을 숨겨서 죄악이 쌓이고 앙화가 가득하였음에도, 위험한 것을 편안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이킬 줄 모르니, 이른바 제비가 막 위에다 집을 짓고 막이 불타오르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드는 것과 같고, 물고기가 솥 속에서 너울거리지만 바로 삶아지는 꼴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뛰어난 군략을 모으고 여러 군사를 규합하여, 용맹스런 장수는 구름처럼 날아들고 날랜 군사들은 비 쏟아지듯 모여들어, 높이 휘날리는 깃발은 초새의 바람을 에워싸고 총총히 들어찬 함선은 오강의 물결을 막아 끊었다.
진나라 도태위처럼 적을 쳐부수는 데 날래고, 수 나라 양소처럼 엄숙함이 신이라 불릴 만하여, 널리 팔방을 돌아보고 거침없이 만 리를 횡행할 수 있으니 마치 치열한 불꽃을 놓아 기러기 털을 태우고, 태산을 높이 들어 새알을 짓누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금신이 계절을 맡았고 수백(水伯)이 우리 군사를 환영하는 이 때, 가을 바람은 숙살하는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 이슬은 혼잡한 기운을 씻어 주니, 파도는 이미 쉬고 도로는 바로 통하였다. 석두성에 뱃줄을 놓으니 손권이 후군이 되었고, 현산에 돛을 내리니 두예가 앞잡이가 되었다. 앞으로 서울을 수복하기는 늦어도 한 달이면 되겠지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싫어하는 것은 하늘의 깊으신 덕화요, 법을 늦추고 은혜를 펴려는 것은 국가의 좋은 제도이다.
국가의 도적을 토벌하는 데는 사적인 원한을 생각지 아니 해야 하고 어두운 길에 헤매는 이를 깨우쳐 주는 데서 바른 말이라야 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나의 한 장 글을 날려서 너의 급한 사정을 풀어 주려는 바이니, 미련한 고집을 부리지 말고 일찍이 기회를 보아 자신의 선후책을 세우고 과거의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 만일 땅을 떼어 받아 나라를 맡고 가업을 계승하여서 몸과 머리가 두 동강이 되는 화를 면하고 뛰어난 공명을 얻기 원한다면 몹쓸 도당들의 말을 믿지 말고 오직 후손에게 영화를 유전해 줄 것만을 유의하라. 이는 아녀자의 알은 체할 바가 아니요 실로 대장부의 할 일이니만큼, 그 가부를 속히 회보할 것이요, 쓸데없는 의심을 두지 말라.
나는 명령은 하늘을 우러러 받았고 믿음은 맑은 물을 두어 맹세하였기에, 한 번 말이 떨어지면 반드시 메아리처럼 응할 것이매 은혜가 더 많을 것이요 원망이 짙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미쳐서 날뛰는 도당들에 견제되어 취한 잠을 깨지 못하고 마치 당랑이 수레바퀴를 항거하듯이 어리석은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우리 군사가 한 번 휘둘러 쳐부숨으로써 까마귀 떼처럼 질서 없고 솔개같이 날뛰던 무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칠 것이며, 너의 몸뚱이는 도끼 날에 기름이 되고 뼈다귀는 수레 밑에 가루가 될 것이며 처자는 잡혀 죽고 권속들은 베임을 당할 것이다.
-본문 (왕사로서 정벌하고자 함)
옛날 동탁처럼 배를 불태울 그 때가 되어서는, 사슴처럼 배꼽을 물어뜯는 후회가 있을지라도 시기는 이미 늦을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진퇴(進退)를 참작하고 옳고 그른 것을 분별(分別)하라. 배반하다가 멸망하기보다 어찌 귀순(歸順)하여 영화롭게 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다만, 너의 소망(所望)은 반드시 이루게 될 것이니, 장부(丈夫)의 할 일을 택하여 표범처럼 변하기를 기할 것이요, 못난이의 소견(所見)을 고집하여 여우처럼 의심만 품지 말라.
- 결말(귀순을 권유)
광명(廣明) 2년(881년, 신라 헌강왕 7년) 7월 8일, 제도도통검교태위(諸道都統檢校太尉) 아무〔某 : 고변(高騈)〕는 황소(黃巢)에게 알리는 바이다.
대개 옳고 바른 길을 정도(正道)라 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여 임기응변으로 모면하는 것을 권도(權道)라 한다. 슬기로운 자는 정도에 입각하여 이치에 순응하므로 성공하고, 어리석은 자는 권도를 함부로 행하다가 이치를 거슬러서 패망하는 것이다. 인간이 한평생을 사는 동안 살고 죽는 것은 예측할 수 없지만, 모든 일에 있어서 양심이 주관하여야 옳고 그름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지금 나는 황제가 내려 준 군대를 거느리고 역적을 토벌하려는 것이지 너와 같은 역적을 상대로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토벌을 하기에 앞서 한 번 더 은혜로써 회유하여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인데,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무력으로써 너희가 침탈한 경도(京都)를 수복할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너를 회유하려는 것이 바로 정도인 것으로서 네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 진지한 태도로 들어 주기 바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너는 본래 먼 시골에서 살던 하찮은 백성이었다. 무모하게도 갑자기 작당하여 강도가 되고 또 그 기세를 몰아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를 어지럽히고 말았다. 언감생심에 깊숙이 갈무리해 두었던 흉포한 마음을 함부로 드러내어 하늘이 정해 준 황제의 지위를 넘보는 데까지 이르렀다. 황제가 계신 도성과 궁궐을 무참히 짓밟았으니 그 죄를 하늘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고대의 당·우(唐·虞: 요순으로 대표되는 상고 시대)로부터 헤아려 보건대 성인인 순(舜) 임금을 배반한 묘(苗)·호(扈)와 같이 양심과 체면, 의리와 충성을 팽개쳐 버린 무리가 어느 때이고 없지는 않았었다. 멀리는 진(晉)의 왕실을 엿보아 반란을 일으킨 유요〔劉曜 : 전조(前趙)의 임금〕와 왕돈(王敦) 등이 있고, 가까이는 당(唐)의 황실을 배반한 안록산〔安祿山 : 양귀비와 내통하여 연(燕)을 세움〕과 주자〔朱 : 대진국(大秦國)을 세움〕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수하(手下)에 많은 군대를 거느리거나, 또는 높은 벼슬을 차지하고 있어서 한번 큰소리로 호령하면 수많은 사람이 벼락을 피하여 도망가듯 사라지고, 은근한 소리로 속삭이면 권력에 아부하는 무리가 마치 연기가 바람을 따라 몰려오듯 온통 그의 주위를 감싸며 몰려들었다. 그리하여 잠시나마 그들의 역모는 성공을 거두는 듯했지만 마침내는 모두 무참히 섬멸당하고 말지 않았느냐? 밝은 해가 온 세상을 비추고 있는데 어찌 도깨비 같은 요기가 횡행할 수 있으며, 황제의 군대가 칼을 뽑아 들었는데 역적이 어찌 목을 온전히 부지할 수 있겠느냐?
다시 말하거니와 너 같은 역적은 시골 구석에서 태어난 하찮은 농민 출신으로서 관청을 불지르고 양민을 학살하는 것으로 능사를 삼으니,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악질적인 죄인이 아니고 무엇이냐? 이 세상 사람 중에 너의 고기를 맛보려고 하지 않는 자가 없을 정도로 원한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너는 알아야 한다. 너 때문에 불행히 죽어 땅 속에 묻힌 원귀는 하루 속히 네가 목 없는 귀신이 되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개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번 우리 조정에서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너를 달래기 위하여 지방의 요직에 임명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도 너는 만족할 줄 모르고 오히려 못된 독기를 발산하여 가는 곳마다 사람을 죽이고 군주를 욕되게 하여, 결국 황제의 덕화(德化)를 배신하고 말았다. 곧 너는 과분하게도 중서성(中書省)의 병권(兵權)을 장악하자 공후(公侯)들을 멀리 귀양 보냈고, 마침내는 황제까지 먼 지방으로 파천하도록 하였다. 결국 너는 은혜를 원수로 갚아 백 번 죽어 마땅한 대역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고도 네 어찌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이냐? 네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하겠다.
「도덕경(道德經)」에 이르기를, "갑자기 부는 회오리 바람은 한나절을 지탱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폭우는 하루를 계속하지 못한다." 하였다.
천지에 있어서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변화는 이와 같이 오래가지 못하는 법인데 하물며 사람의 일이겠는가?
「춘추전(春秋傳)」에는 이르기를, "하늘이 착하지 못한 자를 돕는 것은 좋은 조짐이 아니라 그 흉악함을 기르게 하여 더 큰 벌을 내리려고 하는 것이다." 하였다.
지금 너의 흉포함이 쌓이고 쌓여 온 천지에 가득 찼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 속에서 스스로 안주하고 반성할 줄 모르니, 이는 마치 제비가 초막 위에 집을 지어 놓고도 만족해 하는 것과 같고, 물고기가 솥 안에서도 즐거워하며 헤엄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눈앞에 닥친 삶겨 죽을 운명을 생각지 못하고 말이다.
나는 지금 현명하고 신기스러운 계획으로 온 나라의 군대를 규합하니 용맹스런 장수가 구름처럼 모여들고,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용사들이 소나기처럼 몰려온다. 진격하는 깃대를 높이 세워 남쪽 초(楚)나라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잠재우고, 전함(戰艦)과 누선(樓船)을 띄워 오(吳)나라 강(江)의 풍랑을 막으려고 한다.
도 태위〔陶太尉 : 진(晉)의 장군 도간(陶侃)〕같은 장군은 적군을 무찌르는 데 용맹하고, 양 사공〔楊司空 : 수나라 장군 양웅(楊雄)〕같은 이는 귀신도 두려워할 만한 위엄을 가졌다. 온 세상을 널리 살펴보고 만릿길을 거침없이 횡행함에 너와 같은 좀도둑은 마치 활활 타는 용광로 속에 기러기 털을 넣는 것과 같고, 높이 솟은 태산 밑에 참새알이 깔린 것과 같아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때는 마침 가을이다. 물의 귀신이 우리의 수군(水軍)을 맞이하며 가을 바람은 생물을 죽음의 시련으로 몰아넣으려고 한다. 새벽 이슬은 어둡고 미련스러운 기운을 씻어 버린다. 파도가 진정되고 도로가 뚫리면, 석두성(石頭城)에서 닻을 올려 최후로 남은 손권(孫權)의 군대에게서 항복을 받던 두예(杜預)와 같이, 나는 경도(京都)를 순식간에 수복할 것이다. 그 기간은 한 달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사람 죽이기를 싫어하는 우리 황제의 인자한 뜻을 받들어 엄한 법을 적용하지 않고 덕으로써 포용하려고 하는 것뿐이다. 황제께서는 조정에 영을 내려, "역적을 토벌하는 자는 개인적인 감정을 버리고, 무지하여 방향을 잃은 자를 깨우치는 데 힘써야 한다." 하셨다.
나는 이 격문을 보내 너의 눈앞에 닥친 위급한 상황을 한 번 더 알려 주는 것이니, 너는 고집을 버리고 이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그리하여 허물을 알고 그것을 고치면, 나는 황제에게 주달하여 너에게 나라의 땅을 나누어 주어 대대로 부(富)를 누리도록 하겠다. 그러면 머리와 몸뚱이가 따로 떨어져 나가는 횡액을 면할 뿐 아니라 나라로부터 공명(功名)을 얻어 영원히 우뚝하게 빛날 수 있지 않겠느냐?
덧붙여 말하건대 얼굴로만 알게 된 벗들에게 신의를 생각지 말 것이며, 영화(榮華)를 후세 자손에게 내릴 수 있도록 하라. 이는 하찮은 아녀자들의 말이 아니라 진실로 대장부끼리의 약속이다. 너는 너의 생각을 일찍이 결정하여 나에게 알려 주고 쓸데없이 의심하거나 주저하지 말기를 바란다.
나는 황제의 명령을 받았다. 나의 신의는 저 맑고 깨끗한 물과 같은 마음에 바탕을 두었다. 나의 말은 틀림없이 하늘이 살펴볼 것이다. 은혜를 베푼다고 해 놓고 개인적인 원망을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네가 헛된 욕망에 이끌려 함부로 날뛰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이는 마치 지네가 수레바퀴에 저항하는 형상이고, 세상의 변화를 모른 채 옛 것만 고집하는 수주대토(守株待兎)의 우(愚)를 범하는 것이다. 마침내 곰을 잡고 표범을 쫓는 우리 군대가 몰아친다면 큰소리만 치던 너의 오합지졸(嗚合之卒)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도망칠 것이요, 너의 몸은 도끼에 묻은 기름이 될 것이며, 너의 뼈는 전차에 치여 부서진 가루가 될 것이다. 게다가 처자식도 무참히 처형을 당할 것이며, 종족들 또한 죽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때를 당한 뒤에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터이니, 너는 지금 너의 진퇴를 깊이 헤아려 결정하라. 내가 너를 위하여 너의 앞날을 점쳐 보건대 네가 나라를 배반하여 멸망하게 되는 것보다야 나라의 명령에 순종하여 영화로운 장래를 보장받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내가 다만 바라는 바는 장사다운 기개로 과단성 있게 태도를 바꾸는 것이니, 어리석은 자의 집념에 얽매여 우물쭈물 의심만 하지 말기를 간곡히 바란다.
아무〔某〕는 알린다. - 「계원필경(桂苑筆耕)」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요점 정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작자 : 최치원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연대 : 당나라 881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형식 : 격문[격서 : 격문 또는 격. 특별한 경우에 군병을 모집하거나, 세상 사람들의 흥분을 일으키거나 또는 적군을 타이르거나 힐책하기 위하여 발표하는 글], 변려문체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성격 : 경고와 힐책과 회유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장르상 특징 : 이 작품은 전통적인 한문 양식인 ‘격문`에 해당한다. 격문이란 반란이나 국가에 해를 미치는 일을 벌인 자에게 죄를 뉘우치고 항복할 것을 권유, 회유, 협박하는 성격의 글로써 공개된 지역에 게시하는 작품이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내용상 특징 : 이 작품은 안녹산의 난 이후 발생한 황소의 난을 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글이다. 황소에게 그의 죄상을 고발하고, 죄를 뉘우치고 돌아와 편안한 삶을 이어갈 것을 권유하고 협박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자의 해박한 지식과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문장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구성 :
격서의 주체와 대상 적시,황소에게 의와 불의를 분별하는 일의 중요성을 고함
황소의 과오와 패배의 필연성
아군의 위세와 황소에게 관용을 베풀 의지가 있음을 표명
황소 투항의 정당성과 그 이유 - 회유책 제시
황소에 대한 투항 권고와 위협
부귀 영화 보장에 대한 확약 및 시급한 투항 촉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주제 : 적장의 죄과를 꾸짖고 투항할 것을 권고하는 글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의의 : 신라인으로서 당나라 사람들까지 놀라게 한 명문으로 최치원의 명성을 천하에 떨치게 한 글로 당나라에서 활약하던 최치원이 반란의 주범인 '황소'가 반역을 단념하도록 하게 하기 위해 쓴 격문이다. '황소'가 이 글을 읽고 크게 놀랐다는 일화(逸話)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상대를 설득하는 전략이 돋보이는 글이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출전 : 계원필경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내용 연구
광명(廣明)[당나라 희종의 연호(880-881) 재위는 873-888] 2년(881년, 신라 헌강왕 7년) 7월 8일, 제도도통검교태위(諸道都統檢校太尉) 아무〔某 : 고변(高騈)〕는 황소(黃巢)에게 알리는 바이다.
대개 옳고 바른 길을 정도(正道)라 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여 임기응변으로 모면하는 것을 권도(權道)라 한다. 슬기로운 자는 정도에 입각하여 이치에 순응하므로 성공하고, 어리석은 자는 권도를 함부로 행하다가 이치를 거슬러서 패망하는 것이다. 인간이 한평생을 사는 동안 살고 죽는 것은 예측할 수 없지만, 모든 일에 있어서 양심이 주관하여야 옳고 그름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지금 나는 황제가 내려 준 군대를 거느리고 역적을 토벌하려는 것이지 너와 같은 역적을 상대로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토벌을 하기에 앞서 한 번 더 은혜로써 회유하여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인데,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무력으로써 너희가 침탈한 경도(京都)를 수복할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너를 회유하려는 것이 바로 정도인 것으로서 네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 진지한 태도로 들어 주기 바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너는 본래 먼 시골에서 살던 하찮은 백성이었다. 무모하게도 갑자기 작당하여 강도가 되고 또 그 기세를 몰아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를 어지럽히고 말았다. 언감생심에 깊숙이 갈무리해 두었던 흉포한 마음을 함부로 드러내어 하늘이 정해 준 황제의 지위를 넘보는 데까지 이르렀다. 황제가 계신 도성과 궁궐을 무참히 짓밟았으니 그 죄를 하늘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고대의 당·우(唐·虞: 요순으로 대표되는 상고 시대)로부터 헤아려 보건대 성인인 순(舜) 임금을 배반한 묘(苗)·호(扈)와 같이 양심과 체면, 의리와 충성을 팽개쳐 버린 무리가 어느 때이고 없지는 않았었다. 멀리는 진(晉)의 왕실을 엿보아 반란을 일으킨 유요〔劉曜 : 전조(前趙)의 임금〕와 왕돈(王敦) 등이 있고, 가까이는 당(唐)의 황실을 배반한 안록산〔安祿山 : 양귀비와 내통하여 연(燕)을 세움〕과 주자〔朱 : 대진국(大秦國)을 세움〕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수하(手下)에 많은 군대를 거느리거나, 또는 높은 벼슬을 차지하고 있어서 한번 큰소리로 호령하면 수많은 사람이 벼락을 피하여 도망가듯 사라지고, 은근한 소리로 속삭이면 권력에 아부하는 무리가 마치 연기가 바람을 따라 몰려오듯 온통 그의 주위를 감싸며 몰려들었다. 그리하여 잠시나마 그들의 역모는 성공을 거두는 듯했지만 마침내는 모두 무참히 섬멸당하고 말지 않았느냐? 밝은 해가 온 세상을 비추고 있는데 어찌 도깨비 같은 요기가 횡행할 수 있으며, 황제의 군대가 칼을 뽑아 들었는데 역적이 어찌 목을 온전히 부지할 수 있겠느냐?
다시 말하거니와 너 같은 역적은 시골 구석에서 태어난 하찮은 농민 출신으로서 관청을 불지르고 양민을 학살하는 것으로 능사를 삼으니,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악질적인 죄인이 아니고 무엇이냐? 이 세상 사람 중에 너의 고기를 맛보려고 하지 않는 자가 없을 정도로 원한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너는 알아야 한다. 너 때문에 불행히 죽어 땅 속에 묻힌 원귀는 하루 속히 네가 목 없는 귀신이 되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개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번 우리 조정에서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너를 달래기 위하여 지방의 요직에 임명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도 너는 만족할 줄 모르고 오히려 못된 독기를 발산하여 가는 곳마다 사람을 죽이고 군주를 욕되게 하여, 결국 황제의 덕화(德化)를 배신하고 말았다. 곧 너는 과분하게도 중서성(中書省)의 병권(兵權)을 장악하자 공후(公侯)들을 멀리 귀양 보냈고, 마침내는 황제까지 먼 지방으로 파천하도록 하였다. 결국 너는 은혜를 원수로 갚아 백 번 죽어 마땅한 대역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고도 네 어찌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이냐? 네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하겠다.
「도덕경(道德經)」에 이르기를, "갑자기 부는 회오리 바람은 한나절을 지탱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폭우는 하루를 계속하지 못한다." 하였다.
천지에 있어서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변화는 이와 같이 오래가지 못하는 법인데 하물며 사람의 일이겠는가?
「춘추전(春秋傳)」에는 이르기를, "하늘이 착하지 못한 자를 돕는 것은 좋은 조짐이 아니라 그 흉악함을 기르게 하여 더 큰 벌을 내리려고 하는 것이다." 하였다.
지금 너의 흉포함이 쌓이고 쌓여 온 천지에 가득 찼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 속에서 스스로 안주하고 반성할 줄 모르니, 이는 마치 제비가 초막 위에 집을 지어 놓고도 만족해 하는 것과 같고, 물고기가 솥 안에서도 즐거워하며 헤엄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눈앞에 닥친 삶겨 죽을 운명을 생각지 못하고 말이다.
나는 지금 현명하고 신기스러운 계획으로 온 나라의 군대를 규합하니 용맹스런 장수가 구름처럼 모여들고,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용사들이 소나기처럼 몰려온다. 진격하는 깃대를 높이 세워 남쪽 초(楚)나라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잠재우고, 전함(戰艦)과 누선(樓船)을 띄워 오(吳)나라 강(江)의 풍랑을 막으려고 한다.
도 태위〔陶太尉 : 진(晉)의 장군 도간(陶侃)〕같은 장군은 적군을 무찌르는 데 용맹하고, 양 사공〔楊司空 : 수나라 장군 양웅(楊雄)〕같은 이는 귀신도 두려워할 만한 위엄을 가졌다. 온 세상을 널리 살펴보고 만릿길을 거침없이 횡행함에 너와 같은 좀도둑은 마치 활활 타는 용광로 속에 기러기 털을 넣는 것과 같고, 높이 솟은 태산 밑에 참새알이 깔린 것과 같아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때는 마침 가을이다. 물의 귀신이 우리의 수군(水軍)을 맞이하며 가을 바람은 생물을 죽음의 시련으로 몰아넣으려고 한다. 새벽 이슬은 어둡고 미련스러운 기운을 씻어 버린다. 파도가 진정되고 도로가 뚫리면, 석두성(石頭城)에서 닻을 올려 최후로 남은 손권(孫權)의 군대에게서 항복을 받던 두예(杜預)와 같이, 나는 경도(京都)를 순식간에 수복할 것이다. 그 기간은 한 달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사람 죽이기를 싫어하는 우리 황제의 인자한 뜻을 받들어 엄한 법을 적용하지 않고 덕으로써 포용하려고 하는 것뿐이다. 황제께서는 조정에 영을 내려, "역적을 토벌하는 자는 개인적인 감정을 버리고, 무지하여 방향을 잃은 자를 깨우치는 데 힘써야 한다." 하셨다.
나는 이 격문을 보내 너의 눈앞에 닥친 위급한 상황을 한 번 더 알려 주는 것이니, 너는 고집을 버리고 이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그리하여 허물을 알고 그것을 고치면, 나는 황제에게 주달하여 너에게 나라의 땅을 나누어 주어 대대로 부(富)를 누리도록 하겠다. 그러면 머리와 몸뚱이가 따로 떨어져 나가는 횡액을 면할 뿐 아니라 나라로부터 공명(功名)을 얻어 영원히 우뚝하게 빛날 수 있지 않겠느냐?
덧붙여 말하건대 얼굴로만 알게 된 벗들에게 신의를 생각지 말 것이며, 영화(榮華)를 후세 자손에게 내릴 수 있도록 하라. 이는 하찮은 아녀자들의 말이 아니라 진실로 대장부끼리의 약속이다. 너는 너의 생각을 일찍이 결정하여 나에게 알려 주고 쓸데없이 의심하거나 주저하지 말기를 바란다.
나는 황제의 명령을 받았다. 나의 신의는 저 맑고 깨끗한 물과 같은 마음에 바탕을 두었다. 나의 말은 틀림없이 하늘이 살펴볼 것이다. 은혜를 베푼다고 해 놓고 개인적인 원망을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네가 헛된 욕망에 이끌려 함부로 날뛰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이는 마치 지네가 수레바퀴에 저항하는 형상이고, 세상의 변화를 모른 채 옛 것만 고집하는 수주대토(守株待兎)의 우(愚)를 범하는 것이다. 마침내 곰을 잡고 표범을 쫓는 우리 군대가 몰아친다면 큰소리만 치던 너의 오합지졸(嗚合之卒)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도망칠 것이요, 너의 몸은 도끼에 묻은 기름이 될 것이며, 너의 뼈는 전차에 치여 부서진 가루가 될 것이다. 게다가 처자식도 무참히 처형을 당할 것이며, 종족들 또한 죽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때를 당한 뒤에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터이니, 너는 지금 너의 진퇴를 깊이 헤아려 결정하라. 내가 너를 위하여 너의 앞날을 점쳐 보건대 네가 나라를 배반하여 멸망하게 되는 것보다야 나라의 명령에 순종하여 영화로운 장래를 보장받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내가 다만 바라는 바는 장사다운 기개로 과단성 있게 태도를 바꾸는 것이니, 어리석은 자의 집념에 얽매여 우물쭈물 의심만 하지 말기를 간곡히 바란다.
아무〔某〕는 알린다. - 「계원필경(桂苑筆耕)」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대저 : 대체로 보아서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변통 : 일의 경우를 따라서 이리 저리 막힘없이 잘 처리함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권 : 위태로움에 임해서 슬기롭게 이겨 나갈 수 있는 것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군정 : 전쟁이나 사변 때 군사령관이 임시로 행하는 행정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순응 : 환경을 좇아서 그것에 잘 적응함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분별 : 세상 물정을 알아서 가림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왕사 : 정부의 군대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상경 : 당나라 서울 장안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수복 : 잃었던 땅을 도로 찾음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가유 : 황제의 유시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신기 : 황제의 자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성궐 : 대궐의 문
작품 개관 : 이 작품은 당나라에 유학하여 활약하던 최치원의 당나라에 발생한 황소의 난을 제압하는 임무를 맡은 장수의 명령으로 작성한 ‘격문`의 장르의 글이다. 이 격문을 읽고 황소가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격문`중에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중국 문학과 한국 문화의 교섭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신라인이 중국에 가서 중국의 정치적인 상황과 관련하여 한자어로 작성한 작품이므로 한국 문학이 중국 문학 안에서 영향을 미쳤던 좋은 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품 내용 그 자체보다는 이 작품의 비교문학적인 특징에 중점을 두어 지도할 수 있도록 한다.
작품 감상의 의의 : 중국 문학과 우리나라 문학의 교섭 양상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문인이 중국에서 훌륭한 작품을 남겼다는 점을 통해 우리 문학에 대한 자부심을 일깨울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격문`이라는 형식의 글이 오늘날에는 훌륭한 문학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아울러 알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지도방법 : 상대를 어떤 방식으로 설득하고 있는지 생각하며 읽는다.
최치원이 황소로 하여금 죄를 뉘우치고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전략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며 감상하도록 한다. 작자는 작품 중간에 황소가 왜 죄인이며, 왜 그의 반란은 성공할 수 없는지, 돌아오면 어떤 삶이 보장되는지, 항복하지 않으면 어떤 벌이 주어지는지 등을 설명하면서 황소를 설득하고 있는데, 이를 중점적으로 파악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쓴 작품임을 생각하며 읽는다.
이 작품을 비교문학적인 관점에서 감상하도록 한다. 이 작품은 신라에서 창작된 것이 아니라 당나라에서 창작되었다. 당나라 유학생인 최치원이 중국 정부를 위해 작성한 글이므로 비교문학적인 관점에서 살핀다면 작품의 의의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이 글을 쓴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감상한다.
이 작품은 황소가 일으킨 난의 부당함과 패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과거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임으로써, 그로 하여금 항복하고 돌아와 행복한 삶을 살 것을 협박과 회유를 적절히 배합하여 작성한 글이다. 목적성이 강한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 활동 풀이
이 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한국 문학과 중국 문학의 교섭 과정에 대해 토의해보자.
이끌어 주기 : 다소 막연한 활동이 될 수 있으므로, 중세는 보편성이 지배하는 시기였다는 사실과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한문 문화권은 생활 언어는 다르되 문자 언어는 같았다는 사실을 일단 주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바탕 하에 이 작품의 창작 배경과 내용을 이해하면서 두 나라의 문학 교섭 과정에 대해 초점을 두고 토의·토론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오랜 기간 동안 한국 문학이 중국 문학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만 토의의 중점이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이 중국에 미친 영향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시답안 : 보편성이 지배하던 중세 시대에 우리나라의 문인들은 공통의 문자 언어(한자)로 문학 활동을 하였고 한문으로 쓰인 공통의 고전과 문학적 교양을 서로 주고받았다.
이 글의 작자 최치원은 12세에 당나라로 유학 가서 18세에 급제하여 당나라에서 벼슬까지 했던 신라시대의 문인이다. 그는 당나라에서 뛰어난 문인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활약을 했는데,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최치원이 중국 문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것과 그가 중국 문학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한국 문학이 중국 문학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일방적으로 강조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이 중국 문학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보인 능동적 대응의 구체적 면모를 탐구할 필요가 있다.
2 이 글을 한국 문학으로 볼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설명해 보자.
이끌어 주기 : 우리나라 문인들은 우리나라 문자인 훈민정음이 창제되기 전까지는 한자를 사용해 문학 활동을 하였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중국이라는 곳에서 창작하였지만, 최치원이라는 창작 주체는 신라인이었다는 점 역시 강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시답안 : 최치원은 통일신라시대의 문인이다. 그 당시는 아직 훈민정음이 창제되지 않은 시기였으므로, 그가 한자를 사용하여 문학 활동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한자는 현재 우리가 한글을 쓰는 것과 유사할 정도로 편리하고, 쉽게 사용하던 문자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최치원은 우리나라 문인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이 비록 중국이라는 공간에서 쓰였지만, 이 작품은 최치원이라는 인물의 교양과 문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창작된 것이므로 한국 문학 작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이글을 읽은 ‘황소’는 말 위에서 굴러 떨어졌다고 한다. 이 사실에서 알 수 있는 점을 말해 보자.
이끌어 주기 : 이 활동은 문학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고, 문학의 의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정한 활동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 황소가 그렇게 큰 충격을 받았는지에 대해 작품 내용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예시답안 : 말 위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것은 황소가 이 작품을 읽고 큰 충격에 빠졌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말이다. 문학 작품을 읽고 그가 말 위에서 떨어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문학의 힘을 생각하게 한다. 문학은 감정을 순화시켜 주고,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해 주는 데에서 그 의의가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옛날 선인들이 생각했던 것과 같이 귀신(鬼神)까지도 감동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는 대상임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곳곳을 보면 황소가 충분히 충격을 받을 만한 표현들이 다수 보인다. 황소가 말 위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말은 또한, 최치원의 글 솜씨가 대단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격문이라는 형식에 적합한 내용을 적절하게 표현하였기 때문에 상대방을 제압할 정도의 힘을 가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최치원의 삶과 문학의 역사적 의의
최치원이 중국 한문학 장르들의 원리에 입각하여 유려한 문체로 여러 작품들을 창작했다는 것은 대단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최치원의 문학은 상당한 질적 비약을 보여 주기도 한다. 특히 당(唐)에서 비로소 완성된 근체시 형식을 최치원은 예술적으로 충분하게 승화시켰다.
그러나 그의 문학 세계는 내용 면에서 안정되어 있지 않다. 남을 대신하여 작성한 공식 문서의 경우는 그렇지 않지만 특히 개인의 정서를 드러내는 한시에 있어서는 작품 세계가 심한 동요를 보이고 있다. 개인의 감정이 지나쳐 감상(感傷) 유출, 울분 토로로 일관되는가 하면 그것들이 이념적 장치에 의해 여과되기도 한다. 마침내 현실의 제반 의의가 부정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작품 세계의 동요는 그만큼 시인의 의식과 정서 세계가 변화 발전한 증거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그 세계관을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치원을 비롯한 육두품 계층은 통일신라 사회의 질서가 훼손되어 가면서 그 계층적 터전을 상실해가기 시작했다. 육두품 계층은 국가의 쇠망과 자기 계층의 몰락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창작에 임한다. 한문학에 속하는 대부분의 장르는 이 시기 통일신라 사회에서 형성단계에 있었다. 그런데 그 장르들의 담당층인 육두품들이 계층적으로 상승하는 단계가 아닌 쇠망해 가는 단계에 있었다는 것은 역설이다. 어떤 장르가 한 사회에서 단단하게 그 문학적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분명한 담당층이 있어야 하며, 그 담당층이 충분한 제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제반 사항들을 확고하게 바라보는 안목, 즉, 안정된 세계관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무렵 육두품 계층은 쇠망해가는 통일신라 사회에 대해 절망하면서 그 사회를 쇄신 할 삶의 원동력조차 상실해가는 단계에 있었다. 그럴 때 자기 계층의 세계관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계층을 현실 인식의 준거집단으로 설정할 수 있다. 육두품 계층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현실에서 떠오르는 다른 계층을 현실 인식의 준거집단으로 선택하지도 않았다. 최치원도 그러했다. 이러한 사정과 최치원 문학 세계의 불안정성이 긴밀하게 연관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그것을 문학의 세계 속으로 반영하여 마침내 바람직한 세계상까지도 그려 내는 것이야말로 전환기의 문학이 응당 감당해야 할 일이다. 전환기를 살아간 최치원은 이러한 과업을 도맡을 책임이 있던 육두품 계층에 속했다. 그리고 전환기 문학의 한 장르인 한문학을 본격적으로 실현시킨 존재이기도 하다. 개인적·계층적 한계 때문에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하지는 못했다 하겠지만, 그 한계의 많은 부분은 그 시대의 일반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치원은 자기 계층의 주·객관적 여건을 바탕으로 하여 이념적, 종교적 종합을 꾀했고, 당시 세계 보편 문학 중 하나인 한문학을 차원 높게 수용하여 발전시킴으로써 한 시대 문화인의 최대치를 보여 주었다고 하겠다. 최치원의 이러한 점들은 당시 세계 문화 수준을 고려해 볼 때 민족 문화의 소중한 자산이다.(출처 : 이강옥, ‘남북국 시대 지식인의 고뇌와 문학’)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이해와 감상
신라 헌강왕 때 최치원(崔致遠)이 지은 격서.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귀국한 이듬해 자신이 편찬하여 헌강왕에게 올린 다섯 편의 저서 중의 하나인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20권 중 제11권의 첫머리에 수록되어 있다.
당나라 때에 있었던 유명한 민란인 황소(黃巢)의 난 때 그 괴수 황소에게 항복을 권유하기 위하여 보내는 격문을 대필한 것이다. 내용은 도(道)와 권(權)을 내세워 천하대세의 운행이치를 밝히고, 당나라 조정의 바르고 강성함과 황소 무리의 비뚤어지고 무모함을 대비시켜 사태를 올바로 파악하여 항복하도록 권유한 것이다.
특히, 이 글 중의 “천하 사람들이 모두 백일하에 능지처참할 것을 생각할 뿐 아니라 땅속의 귀신들도 이미 암암리에 처치할 것을 의론하였다.”라는 구절에서 황소는 저도 모르게 상 아래로 내려와 꿇어엎드렸다는 일화와 함께 문학사 및 시화(詩話) 등에서 빈번히 인용되어오고 있다.
이 글의 문체는 대표적인 사륙변려문(四六騈儷文)으로, 변려체의 형식미 및 대장법(對仗法)의 묘는 독보적인 것이었고, 또 후세의 한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것은 중국 일류의 사륙(변려)문체가들의 그것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형식에 너무 치우쳐 작자의 독특한 사상과 정서의 결여가 하나의 결함이 되고 있으나, 문학사상 신라 전 기간을 통하여 가장 뛰어난 문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참고문헌≫ 桂苑筆耕集, 三國史記, 東國文宗崔孤雲文學(徐首生, 語文學 1·2).(출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해와 감상1
당나라 희종 광명 2년에 유적인 황소가 모반하여 복주를 점령하고 소란을 일으키자, 조정에서는 고변을 제도행영도통을 삼아 적을 치게 하였다. 이 때 최치원은 그의 막하에서 고변을 대신하여 7월 8일에 '격황소서'를 지었다. 이 격문은 적장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명문으로서 문필의 대공을 세웠다. 이 격문의 뜻이 호장 장엄하여 추상열일과 같은 위압의 힘이 있었고, 용천설악의 쾌도로써 요마의 머리를 한 칼에 베는 것같은 위엄이 있었다. 격문에서 적장의 죄를 꾸짖고 힐책하는 가운데, '다만 천하의 모든 사람이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 아니라, 또한 땅속의 귀신까지도 이미 남몰래 너를 베려고 의결하였다'라고 한 구절에서는 아무리 완강무지한 도둑일지언정 한 번 읽고는 모골이 쭈뼛하고 혼비백산하여 저도 모르게 상(床)에서 굴러 떨어졌다고 한다. 이로써 최치원의 문명(文名)이 천하에 떨쳐져 천 년 후인 오늘날에도 그 이름이 높게 된 것이다. 그리고 조종(祖宗)이라는 의의를 제쳐놓고라도 갖가지 설화와 일화, 기담으로 말미암아 초인적 존재로서 추앙을 받는 소지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심화 자료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변려문
변려체·변문 ·사륙문(四六文) ·사륙변려문이라고도 한다. 문장이 4자와 6자를 기본으로 한 대구(對句)로 이루어져 수사적(修辭的)으로 미감(美感)을 주는 문체로, 변은 한 쌍의 말이 마차를 끈다는 뜻이고, 여(儷)는 부부라는 뜻으로 후한(後漢) 중말기(中末期)에 시작되어 위(魏) ·진(晋) ·남북조(南北朝)를 거쳐 당(唐)나라 중기까지 유행한 문체로, 변려문이라는 명칭은 당송(唐宋) 8대가의 한 사람인 유종원(柳宗元)의 '걸교문(乞巧文)' 중 “변사려륙금심수구”라는 구절에서 유래한다.
변려문의 필수적인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개념 및 문법적인 기능이 서로 대응하는 2개의 구(句)로써 대구(對句)를 이루어 문장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② 문장의 전편(全篇)이 4자구(四字句)를 주로 하고, 6자구(六字句)를 이에 따르도록 구성한다. ‘사륙문’이라는 호칭은 여기서 나왔다.
③ 구말(句末) 및 구중(句中)에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평측(平仄)을 안배(按排)하고 문장의 운율을 알맞게 다듬는다.
④ 고전(古典) 문장을 잘라서 쓰는, 이른바 단어를 교묘하게 활용하여 문장에 세련미를 갖게 한다.
변려문의 귀족적인 문체는 과도한 수사주의(修辭主義) 경향으로 말미암아 중당(中唐) 때 한유(韓愈) 등이 일으킨 산문개혁운동에 의하여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걸었고, 한국에서는 신라 때에 이미 '문선(文選)'이 애독되면서 이 문체가 성행하였으며, 고려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신라 가야산 해인사 결계장 기(新羅迦耶山海印寺結界場記)
일찍이 듣자니, 대일산(大一山) 석씨는 귀중한 불멸의 법어로써 불교도들을 깨우치기를,
"큰 땅과 같은 계율을 생성하여 그 법을 보존하며 살아라."
라고 했으니 대개 마음과 업을 발하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대경(大經)>에 이르기를
"대대로 이어 불문에 귀의하면 무릇좋은 인과응보(因果應報)를 가져오게 하는 것은 모두 가장 절승인 시라(尸羅)의 땅에 의거한다."
라고 했다. 그러니 땅의 이름이 서로 들어맞아야 하늘의 말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나라의 이름을 '시라'라고 한 것은 실로 바라제가 법을 일으킨 곳이며, 산을 '가야'라고 한 것은 석가모니가 도를 이룬 곳과 같다. 그러니 경내는 실수보다 훌륭하며 산봉우리는 오대산(五臺山)보다 높이 솟았다. 엄연히 이곳은 높은 지역으로 기이하며 맑고 시원하면서도 수려한 곳으로, 문에 해인(海印)이라고 써 붙였으니 구름은 정의를 보호하는 용처럼 뭉게뭉게 일어나고 깊은 산 신령을 기대었으니 바람은 계율을 지키는 범처럼 무섭도다. 경계 좋은 곳에서 삼보(三寶)를 일으켰으나 자리잡은 것은 일백 년이 안되었고, 절터가 워낙 험하였기 때문에 아주 작은 규모로 창건했다. 다시 짓기로 의견을 모으니 나라에서 확장하여 열 것을 허락하였다.
드디어 건녕(乾寧) 4년 가을, 90일 동안 참선한 끝에 땅을 넓히고 사찰 건축하기를 기다렸다. 땅의 신은 마음으로 정성을 들이며, 하늘의 신도 기쁨 눈빛이었다. 하물며 산중의 좋은 경지가 정말 사해(四海) 밖의 복을 받는 도량이 될 것임에랴!
그러나 부처님의 사원을 세우기는 쉬우나 도를 밝히기는 매우 어렵다. 만일 마음에는 있으나 거두어 들이지 않는다면 날개가 없이 날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육신이란 잎이 바람에 날리는 것과 같은데 산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하겠는가? 계를 지키는 것은 달이 바다에서 나오는 것과 달라서 이지러지고 반드시 둥그러지기는 어려운 것이다. 하물며 지금 불법은 쇠퇴하려하며, 마귀의 군대는 다투어 일어나고 있다. 볼수록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염려가 되는 것은 연기가 심해지다가 불길이 타오르는 것이다. 도가(道家)의 교훈에,
"편안하여야 유지하기 쉽다."
라고 했고, 유가(儒家)의 글에 ,
"조심하지 않는 것을 사나운 것이라 이른다."
라고 했다. 억제하는 것이 오직 사람의 도리인데, 노력하지 않아서 되겠는가?
사방의 경계를 구획하여 모두 계산하기를 다음과 같이 하였다. 살펴보니 이른바 삼층의 집을 짓고 사층에 누를 올렸다. 훌륭하도다! 이야말로 산이 높으면 우러러보기 쉬운 이치이니, 바라건대 엎질러진 물도 다시 담을 수 있게 될지라. 곧 이 땅은 금강석처럼 굳으며 홀로 우뚝 선 귀한 사찰이로다. 위엄이 세속을 진정하니 곳간의 먼지는 곧 끊어질 것이요, 덕이 요물을 이겨내니 장각의 안개가 침노하지 못할 것이다.
또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을 재(齋)라 하며 근심을 막는 것을 계(戒)라고 한다. 유교에서도 이렇게 말하는데 불교에서 어찌 헛되이 있으리요? 잡귀가 방해하는 것을 피하려면 힘써 신의 가호(加護)를 구하라.
때는 당(唐)의 건녕(乾寧) 5년 정월이다. <동문선 제64권>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한식제진망장사(寒食祭陣亡將士)
아! 슬픕니다. 삶에 한정이 있음은 예나 이제나 탄식하는 바요, 이름이 썩지 않음은 충의(忠義)가 으뜸이 됩니다.
당신들은 활을 당겨 몸을 수고로이 하고, 수레바퀴를 덮쳐 힘을 뽐냈으므로 웅비 같은 대열에서 기운을 떨치다가 아관같은 진(陣) 앞에서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싸움에서 용맹을 나타낼 수 있었으니, 이는 진실로 집에서 편히 누워 죽은 것보다는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지금 들판에는 풀빛이 푸르고 숲 속에는 꾀꼬리가 지저귀며, 아득한 냇물은 공연히 끝없는 원한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만, 여기저기 많은 거친 무덤들마다 혼령들이 있는 줄을 누가 알겠습니까?
제가 마음속에 새겨두고 싶은 것은 당신들의 옛 공로요, 제가 마음 아파 하는 것은 좋은 계절을 맞이한 것입니다.
이 보잘것없는 술이나마 베풀어 저승에서 떠도는 혼령들을 위로하오니, 당신들은 다 같이 두회(杜回)처럼 적을 막아서 잡는 일을 꾀하고, 온서(溫序)처럼 살아서 돌아오는 것만을 생각하는 것을 본받지 않았습니다. 장한 뜻을 이룰 수 있게 하소서. 이를 일컬어 음공(陰功)이라고 합니다. <동문선 권109>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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