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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방진 魔方陣 본문
마방진
magic square, 魔方陣
숫자의 비밀을 풀어보자
연대 | 기원전 2,20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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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방진(魔方陣)’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마방진에서 ‘방’자는 사각형을 의미하고, ‘진’자는 줄을 지어 늘어선다는 뜻이에요. 마방진이란 정사각형에 1부터 차례로 숫자 적되, 숫자를 중복하거나 빠뜨리지 않고, 가로, 세로, 대각선에 있는 수들의 합이 모두 같도록 만든 숫자의 배열을 의미해요. 예를 들어 3×3 마방진은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중복하지 않고 모두 사용하되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15가 되도록 정사각형 안에 그림처럼 배열해 놓은 것이에요.
〈뿌리 깊은 나무〉라는 드라마를 본 적 있나요? 《실록》에 나와 있지 않은 한글 창제 과정과 창제 배경을 풀어낸 이야기였는데, 드라마 초반부에 마방진이 등장하지요. 한 핏줄이지만 권력성향이 다른 태종 이방원과 세종 이도, 이들은 상반된 평가만큼이나 마방진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어요. 장인의 죽음을 막지 못해 괴로워하던 이도는 괴로움 대신 놀이에 몰입하는데, 이 장면에서 마방진이 나와요. 아직 풀지 못한 33방진에 매달리는 세종을 향해 태종이 불호령을 내려요. “1을 제외한 모든 숫자를 치워버리고 나면 1방진이든, 33방진이든 모두 성립되지 않느냐! 권력 또한 마찬가지이다!”
갓 세워진 조선의 기틀을 바로잡고 이끌기 위해서는 오직 군주만이 모든 권력을 쥐고 통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태종의 방식이었죠. 반면 어떤 방진이든 그 ‘규칙’에 따라 모든 행과 열과 대각선의 합이 같은 방진을 만들 수 있다고 세종은 생각했어요.
마방진은 숫자가 채워질 정사각형의 틀을 깨고 나서야 해법을 찾을 수 있어요. 세종이 태종과는 다른 새로운 조선을 만들기 위해서 마치 마방진을 풀듯이 아버지가 보여준 절대 권력의 통치 틀을 깨야만 했던 것이지요. 게다가 규칙에 따라 숫자가 바르게 배열되면 몇 방진이 되었든 언제나 해답이 나오기 마련이죠. 그렇게 숫자가 제 설 자리를 아는 마방진은 어느 방향에서 수를 합해도 그 값이 같아진답니다. 가로, 세로, 대각선 그 어디에서도 합이 같다는 것은 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것이 바로 세종이 꿈꾸는 세상이었던 것이에요!
마방진은 마법진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것은 영어의 ‘magic square’란 뜻을 번역했기 때문이에요. 마법이라고 한 것은 배열된 수들의 합이 마치 마법처럼 모두 똑같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예부터 사람들은 마방진 속에 신비한 힘이 숨어 있다고 믿었어요. 마방진은 누가 처음으로 만들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데 중국 한나라 우왕 때 유래된 다음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장마철마다 ‘낙수’라는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는 공사를 했다고 해요. 이때 등에 어떤 무늬가 새겨진 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났는데 이 거북의 등에는 공사방법을 알려주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대요. 사람들은 이 그림을 ‘낙서(洛書)’라고 불렀고 이는 후에 명당을 정하거나 건축물의 배치 등 풍수지리에 매우 중요하게 사용됐다고 하네요. 때로는 인간사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도구로도 사용하기도 했었다는군요. 이 거북의 등에 새겨진 45개의 점의 배치도가 마방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서양에서도 중국의 마방진이 전해지고 나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어요. 서양에서의 최초의 마방진은 독일의 수학자이자 화가인 뒤러가 자신의 관뚜껑에 그린 〈멜랑콜리아〉라는 그림 속에 있는 4차 마방진이에요. 이 마방진의 맨 아래 줄의 중간에 있는 두 숫자 15, 14는 이 그림이 그려진 연도인 1514년을 의미한다고 해요. 일반적으로 정사각형 16개로 이루어진 보통의 4×4 마방진은 1부터 16까지의 숫자를 반복하지 않고 사용하면서 대각선이나 가로, 세로의 합이 항상 34가 되게 하는 것이에요. 뒤러의 4차 마방진 이후에 서양에서도 마방진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지속되었는데, B. 프레니클이라는 사람은 뒤러의 마방진 해법이 총 880개라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내기도 했다는군요.
중국의 마방진은 《산법통종》, 《양휘산법》, 《천학초함》이라는 수학책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는데, 이를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는 최석정이라는 분이에요. 최석정은 조선 숙종 때 영의정까지 지낸 양반의 신분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접한 청나라 문화의 영향으로 다른 양반들과는 달리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학문에 관심을 가졌다고 해요.
특히 수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구수략》이라는 책을 저술했는데, 여기에는 3차부터 10차 마방진까지의 독창적인 마방진에 대한 해법이 제시되어 있고, 거북무늬 그림이라는 뜻의 지수귀문도라는 새로운 마방진까지 제시되어 있답니다. 최석정이 마방진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은 그 속에 숨어 있는 자연의 질서와 이치를 깨닫고자 한 것인데, 마방진 속의 수들이 완전한 대칭을 이루고 안정된 모습으로 배열된 것에서 자연이 균형을 이루며 만물이 움직이는 원리와 같다고 생각했다는 군요. 우리가 배우는 수학은 중국이나 서양의 것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마방진 연구에 있어서는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수학자가 우리나라에 있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네요.
요즘 신문이나 인터넷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도쿠 게임을 알고 있나요? 이 스도쿠와 마방진은 매우 비슷한 면이 있어요. 이 게임은 9×9 모양의 정사각형의 각 칸에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가로, 세로에 겹치지 않도록 1번씩만 써넣는 숫자 퍼즐이에요. 이 원리로 인해 가로와 세로의 숫자들의 합이 모두 45로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여러분도 다음 빈 칸에 빠진 숫자들을 알맞게 넣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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