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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즉리(心卽理) 본문
심즉리 (心卽理)
철학사전
마음이 곧 이치이다라는 의미로서 양명학(陽明學)의 중요한 명제의 하나. 성리학(性理學)에서는 심(心)과 성(性)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성즉리(性卽理)의 명제를 세워 심(心)은 이(理)가 아니라고 하였다. 여기에 대해 육구연(陸九淵)과 왕수인(王守仁)의 심학(心學) 곧 양명학에 있어서는, 성리학같이 심(心)과 성(性)을 구분하지 않고 심(心) 그 자체가 이(理)에 합치된다고 하여 심즉리(心卽理)의 명제를 내세웠다. 이러한 사상은 육구연을 거쳐 왕수인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는 인간의 모든 행위의 표준은 마음에 구비되어 있으므로 오직 마음만을 밝히고 여기에서 법칙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모든 사물의 이치는 내 마음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니 마음 밖에서 사물의 이치를 구하면 사물의 이치는 없다고 하였다. 또한 그 마음의 본체가 성(性)이므로 심즉리(心卽理)라는 것이다. 우주의 모든 일은 자기 자신 안의 일이고, 마음(心)을 떠나서는 사물의 이치는 없고 물상(物象)도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만일 주희(朱熹)처럼 사사물물(事事物物)에 나아가 이치를 연구하려 하는 것은, 심(心)과 이(理)를 둘로 나누는 것이므로, 이것은 심(心)이 곧 이(理)인 것을 모르는 소치라고 성리학을 비판하였다.
그의 이런 주장은 사물과 인간을 고립된 체계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과 우주의 역동적(力動的)인 본질을 정체나 피폐의 폐쇄된 체계로 보지 않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심즉리(心卽理) 사상은 절대유심론(絶對唯心論)을 학설의 근거로 삼아 모든 실재는 심(心)의 일원(一元)에 존재하다고 본 것이다. 곧 인간으로서의 내 마음은 곧 이(理)이며, 이(理)는 우주에 가득 차 있고, 절대지선(絶對至善)이며 고금(古今)에 걸쳐 시작도 끝도 없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한편 왕수인은 이러한 심즉리(心卽理)의 학설을 근거로 치량지(致良知), 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 등을 전개하였다.
조선 성리학에 있어서는 양명학이 크게 발전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양명학의 심학(心學)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있었다. 특히 이황(李滉)은 양명학의 심학을, 『전습록논변』(傳習錄論辯)에서 불교와 동일선상에 놓고 심즉리(心卽理)와 지행합일설의 명제를 비난하였다. 또한 한원진(韓元震)도 이황과 거의 같은 시각에서 『왕양명집변』(王陽明集辯)을 지어 양명학의 심즉리(心卽理), 치량지, 지행합일설 등에 관하여 비판하였다.
한편 이이(李珥)는 『학부통변발』(學부通辯跋)에서 양명학에 대한 이해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하고 있다. 그는 양명학을 비판하는 입장에 서기는 하였으나, 양명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를 찬성하기보다는 도리어 그 공(功)은 취하고 과(過)는 약(略)하는 것이 충후(忠厚)한 도리라고 하였다. 조선 양명학의 대가로 정제두(鄭齊斗)를 손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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