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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을 만난 인연
나는 1984년 ‘단丹’이라는 소설의 주인공 우학도인을 만나게 되면서 천부경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삶의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단丹 소설이 1984년에 출판되어 나오자마자 지인이 곧 바로 나에게 알려주었다.
“단丹이라는 소설 보셨어요?”
“아니요, 무슨 책인데요?”
“말도 마십시오, 지금 장안에 난리입니다.”
“그래요, 당장 사보겠습니다.” 그래서 즉시 교보문고에서 한 권을 사게 되었다.
이 소설은 무려 18판 이상의 재판을 하면서 무려 100만부 판매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운 소설이다. 대한민국 출판역사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유일한 책이다. 단丹은, 우학도인 봉우 권태훈의 단학丹學수련의 실체와 체험을 엮어서 쓴 실화소설이다. 본인을 포함한 단학인丹學人들의 활동상이 있고, 선도仙道문화인 단丹으로 단련된 인물들의 초능력이 전개되고, 독립문을 뛰어넘고 비홍검법 등을 선보인다. 역사상 뛰어났던 사람들은 단학丹學의 수련을 통해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는 사람들의 정신적 욕구가 태동하고 아세안 게임, 올림픽이 개최되고 서양에서 탈현대의 바람이 밀려드는 시기이다. 이 소설은 그러한 유행의 기운을 타게 되는 측면이 있다. 현대의 모더니즘이란 것이 인간의 이성과 감정을 괴리시켜 병들게 하고 말았다. 선도 문화를 담아 낸 소설 단丹이 이러한 괴리를 감싸기에 충분했다는 일반적 평가이다.
단丹에서는 또한 세계의 중심이 장차 우리 민족인 ‘백두산족’으로 옮겨질 것이라 하였다.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남북통일을 이룬 후 옛 우리의 땅 만주까지 진출한다는 휘황찬란한 미래를 예언하기도 한다. 단丹은 국민들의 정신을 크게 고양시키고 격상시켜주었다. 소설 단丹은 출판 후 27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판매되고 있다.
소설 단丹이 나온 1984년은 후천기운의 기점인 하원갑자가 시작된 해였다. 60갑자에 상원갑자, 중원갑자, 하원갑자가 있다. 태양계에서 태양, 지구, 달,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시점이 있는데, 이때가 180년마다 1회 있다는 것이다. 이 기간을 60년씩 3등분 하여 상, 중, 하원갑자로 분류하여 부른다. 그래서 하원갑자는 1984년부터 2043계해년 까지가 된다.
내가 우학도인을 만나게 되는 과정은 매우 특이한 인연이었다. 나는 당시 서울소재 군부대에 근무하고 있었다. 단丹이 나오기 보름 전 쯤 어느 날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다 나는 갑자기 바둑을 두고 싶은 강한 충동에 휩싸였다. 그 충동이 너무 강렬해서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었다. 처음 있는 현상이었다. 그것은 전혀 경험한 적이 없었던 매우 특이한 충동이었다. 이리저리 기원을 찾아보니 골목 안으로 2층집 기원이 보인다. 몇 년 만에 가보는 기원이다. 나는 기원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가벼운 충격을 느꼈다.
웬 신선이 계시지 않는가. 신선도인 한 분이 한 남자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늘어진 흰 머리에 흰 두루마기에 안광이 현현한 그 모습이 너무나 환하였고 사람에게서 생전처음 느껴보는 신선한 기운이었다. 넓은 기원에 단 두 사람만이 있었다. 나는 먼발치에서 바둑 두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바둑이 끝이 났다.
그런데 느닷없이, “아저씨 바둑한번 두세요”
바둑을 끝낸 남자가 나를 자기 자리에 대신 앉히고는 볼일이 있다고 나가버린다. 참으로 당황하고 황망했다. 그러나 이를 어쩔 것인가. 얼떨결에 나는 신선도인 앞에 조심스레 앉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보니 그 남자는 기원집 주인이었다.
“한 수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우렁찬 음성이 허락을 한다. 깍듯한 존대의 말과 함께. 황감한 생각이 든다.
“몇 점 붙이겠습니다.” 얼떨결에 몇 점을 부쳤다. 가만히 계신다. 상호간에 급수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 바둑이 끝나고 졌다. 정신이 복잡해 승패에 관심이 가지를 않는다.
“한 점을 더 붙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다른 말씀이 일체 없으시다. 한판 두판 계속되는데 주인은 오지를 않는다. 이상하게도 기원에는 개미 한 마리 들어오지를 않는다. 기원에 정오에 들어간 시간이 어느덧 시계를 힐끗 보니 6시가 넘어간다.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계속 바둑을 두는게 예의에 맞는지 그만 두는 것이 예의에 맞는지 난감하다. 안되겠다 어찌되었던 노인이 아니신가. 두 사람 다 6시간을 화장실 한번 안가고 꼬박 앉아서 바둑을 둔 것이다. 그 긴 시간이 언제 다 갔는지 모르겠다.
“이제 그만 두시는게 어떠하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시죠” 편안하게 말씀하신다. 나도 마음이 편해지면서 문득 생각이 올라온다.
내가 평소에 무협지를 좋아하더니 오늘 드디어 도사님을 만나는구나. 이 행운을 잡자 무조건 따라가 보자. 금방 온다는 주인은 아직도 안 온다. 두 사람은 기원을 내려왔다. 그리고 신선도인은 차를 타고 떠나신다. 헌데 나는 결국 차를 따라 타지를 못했다. 물끄러미 떠나는 차의 뒷모습만 보면서 허전한 심정이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허전한 가슴을 안고 용기 없음을 자책하면서 집으로 왔다.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신선도인은 어떤 분이신가? 어디 사시는가? 무엇을 하는 분이신가? 온갖 생각뿐이다.
그 후 십여 일이 지난 어느 날, 지인으로 인해 나는 ‘단丹’책을 보게 되었다. 그 날로 책을 다 읽는다. 와 재미있다 대단하다. 자부심과 희망이 밀려온다. 새롭게 발견하는 사람의 모습이요 우리민족의 모습이다.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의 뒷표지를 보니 주인공 우학도인의 얼굴사진이 실려 있다. 그런데 순간 느낌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그러나 떠오르질 않는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내가 어찌 이 분을 꿈에선들 보았단 말인가. 그런데 분명 본 듯한 얼굴이다. 온종일 생각 끝에 저녁에서야 번쩍하고 생각이 스친다. 흑백사진이어서 얼른 생각의 연결이 잘 안 되었던 것이다.
바로 그 분이시다. 기원에서 모시고 바둑을 둔 그 신선도인이시다. 그날 나는 충동을 못 이겨 기원에 갖지만 몇 년 만에야 처음 간 것이었다. 아 어떻게 이런 인연이 있을 수 있는가. 그러나 들뜬 생각도 잠시.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왜 그날 따라가지를 못했는가. 그때 따라갔으면 축지 장풍 다 배울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나는 ‘단丹’책을 본 친한 친구와 며칠 얘기 끝에 우학도인을 찾아 나서기로 하였다. 바둑을 둔 특이한 인연이 찾아뵈어야한다는 강한 마음을 충동질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우학도인을 찾아 나섰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우리는 수소문 끝에 그 넓은 서울 장안에서 우학도인을 찾는데 성공하였다. 삶의 운명이 변화를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그 만남의 운명은 천부경天符經과의 만남의 시작이었다. 그날 만남 이후 우학도인은 가끔 바둑을 두어주시면서 은근한 깊은 사랑을 베풀어주셨다. 나는 사사師事를 받으면서 동지들과 함께 우학도인의 뜻을 받들어 ‘한국단학회 연정원’이란 단체를 건립하는데 참여했다. 나는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한국단학회 연정원’이란 단체는 지금 우학도인께서 남긴 조식調息 호흡수련법 보급과 천부경을 교육하고 있다.
우학도인은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남북통일을 이룬 후 만주까지 진출한다는 희망찬 미래를 예언하였다. 또한 소련이 해체되고 중국 역시 변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그 후에 정확하게 소련이 해체되자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학도인은 새 시대를 ‘황백대전환기黃白大轉換期’라는 새로운 용어로서 말하였다. 황백대전환기란 백인 중심의 서구문명은 이제 막을 내리고 황인종 중심의 새로운 문명이 열리는 시기라는 것이다. 백인종이 황인종에게 중심역할의 바톤을 넘긴다는 이야기다. 이는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기분 좋고 흥분되는 소리였다.
이는 과거 20세기 과학물질문명은 백인이 주축이 되어 서구에서 주도해왔으나, 장차 앞으로 21세기가 요구하는 정신문명은 황인종이 중심이 되어 창출해 간다는 얘기이다. 우학도인은 그 조짐이 천문과 역학 등에 드러나 있다고 말하였다. ‘황백대전환기’란 백두산족의 대운인 백산대운白山大運이라 한다. 백산대운이란 백두산족의 큰 운명을 가리키는 말로 3000년 만에 찾아온 역사적 순환이라는 것이다.
우학도인은 2014년 청마년靑馬年에 황백대전환이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필자는 요즘의 여러 상황을 봐서는 시기가 더 당겨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 남북통일은 양쪽 체제를 유지하는 연방제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한민족에서는 우수한 과학자들이 나와 세계를 능가하는 물질을 개발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우학도인은 한민족의 과학자들이 개발해낼 최신형 물질을 ‘평화탄’이라 명명하였다.
우리나라는 남북통일 후 만주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일본은 황백전환기에 한국, 인도, 중국이 중심이 될 때 주변 구실을 할 것이라고 하였다. 역학易學으로 보면 인류역사가 전개된 이후 인류의 영광된 문명이 동북방인 간방艮方에서 시작하였고 다시 간방에서 온다고 하였다. 우학도인은 역학의 논리를 빌려 한민족이 만물의 결실과 새 시작을 의미하는 간艮에 해당하며 그 운세를 타고 세계적 지도자들이 나온다고 하였다.
나는 우학도인께 천부경 교육을 받고 가까이서 뵙고 느낀 것은 충만한 사랑의 기운이었다. 도에 대한 사랑, 민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 인류에 대한 사랑, 조상에 대한 사랑, 하나님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다. 한민족의 홍익인간 사상을 온 힘을 다해 실현하는 사랑이었다. 홍익인간 사상의 실천강령인 경천敬天 숭조崇祖 애인愛人을 실천하는 사랑이다. 바로 우주적 사랑의 철저한 실천인임을 느낄 수 있었다.
우학도인의 좌우명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다. ‘거거거중지去去去中知 행행행리각行行行裡覺’이다. ‘가고 가고 가는 가운데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행하는 속에 깨닫게 된다.’ 필자도 도道의 길을 가면서 깊이 깨달은 것이 있다. 이는 서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깊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일의화행一意化行하여가는 것이다.
어느 먼 훗날, 천계天界에서 우학도인을 다시 뵙게 되면 바둑 한 수 두어달라고 청을 드려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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