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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교수의 도마복음 (58절) 아픔을 겪는 사람은 행복하니 본문
58. 아픔을 겪는 사람은 행복하니
아픔의 축복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픔을 겪는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그들은 생명을 찾았습니다.”
Jesus said, "Blessed is the man who has suffered and found life."
Jesus said: Blessed is one who has labored and has found life.
Jesus says:
"Blessed is the person who has struggled. He has found life."
공관복음서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다. 의미상 가장 가까운 상응 절은 『마태복음』에 나오는 이른바 팔복 중의 하나로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5:10)라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도마복음』 제68절에 나오는 “여러분이 미움과 핍박을 받으면 행복합니다. 여러분은 박해받지 않을 곳을 찾을 것입니다.”라고 한 말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공관복음은 아니지만 『베드로전서』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정의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면, 여러분은 복이 있습니다. 그들의 위협을 무서워하지 말며, 흔들리지 마십시오.”(벧전3:14) 둘 다 그리스도인으로 올바르게 살려고 할 때 어쩔 수 없이 받게 될 박해와 핍박을 이야기하고, 이로 인해 겪게 되는 아픔을 오히려 복된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여기 『도마복음』의 말씀도 그런 외부적 조건에 의해 받게 되는 고난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또 몇몇 학자들이 지적한 것과 같이 여기에 나오는 아픔을 ‘애씀/수고함toil/labor’을 뜻하는 것으로 풀어, 깨침을 얻기 위해 열심히 힘쓰는 사람, 심지어 힘센 신 헤라클레스 같이 영웅적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 복이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좀더 깊이 들어가, 여기서 말하는 아픔이라는 것이 우리가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실존적 한계 상황에서 오는 근원적 아픔이나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고 했다.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경험하게 되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는 고통을 겪어야 비로소 이런 초청에 실감나게 응할 수 있고, 그래야 예수님께 나아가 쉼을 얻는 복을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라 볼 수 있지 않은가. 부처님도 깨침을 얻은 직후 ‘고ㆍ집ㆍ멸ㆍ도苦集滅道’라는 ‘네 가지 거룩한 진리[四聖諦]’를 설파하며 그 첫 번째로 ‘괴로움의 진리[苦諦]’를 꼽았다. 삶이 괴로움이라는 근본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선언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 원인이 집착이나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 괴로움을 없애는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어느 면에서 종교적 삶은 ‘아픔’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완전한 상태로 변화하려는 것이 종교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태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완전에 대한 희구도 있을 수 없고, 당연히 종교적 추구나 구도의 삶도 있을 수 없다. 이처럼 아픔을 자각하는 것은 축복이요, 이런 자각을 통해 생명을 얻게 된다. 병이 있으면,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인정해야 나음을 바라고, 그리하여 나음을 얻게 되는 것과 같다. 서양 말에 ‘구원salvation’이란 말도 어원적으로 고침, 나음, 완전히 됨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리가 삶이 병들었음을 아는 것이 바로 ‘생명을 찾음’이다. 고통을 통해 현실의 불완전성이나 모자람을 알고 일단 절망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니라 생명에 이른 병, 혹은 생명을 향해 가는 여정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삶으로의 여정에 나갈 수 있는 것은 괴로움을 아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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