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으로 주변 4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은 외세의 침입을 일상으로 받고 살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개방 개혁에 눈이 어두웠고, 주변정세의 변화를 읽어 내는 외교적 시력은 근시안적이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이 침략의 담합과 침입의 협상을 하고 있었음에도 그런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알고 있었더라도 이를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무력과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해 국가 주권 보호에 속수무책이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이 20세기 패망의 식민 국가였던 대한제국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의 움직임에 민감한 눈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한반도의 지정학, 지경학적 가치를 열강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고, 자신들의 국가이익과 세력팽창 그리고 헤게모니 선취를 위해 한반도가 갖는 전략적 비중은 어느 정도이며, 왜 한반도의 패권을 잡는 일국이 동북아의 패권을 잡게 되고, 왜 동북아의 패권을 확보한 나라가 세계 패권을 주도하는 중심국가로 부상하게 되는지에 대한 주변 강대국들의 전략적 가치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매우 치밀한 미래국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서 이 전략을 바탕으로 환태평양 시대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민족 앞에 놓인 도전은 어떤 것들이 있고 이 도전에 응전하여 새로운 힘 있는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비전 수립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몰입해야 한다. 즉,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국가적 자원을 토대로 이 자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고, 안정적이고도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장기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과거 식민의 세기를 극복하고 분단과 전쟁의 한반도를 통일과 평화의 한반도로 변환시켜 나갈 수 있으며 외세의 위협과 압박으로부터도 능동적인 방어정책을 전개해 나가는 위협 없는 안정된 국가 상태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새천년 글로벌화 된 시대를 맞아 새로운 국제질서의 중심 국가로 부상하고, 동북아지역의 신 중추국가(Hub State)로 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미래 국가생존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인가.
이 글은 바로 우리 민족과 국가의 생존을 위해 미래 전략적 관점에서 국가의 외교 전략과 외교 비전을 찾고자 한 것이다. 4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존재해 있는 대한민국은 외교대국이 되어야 생존의 틀을 보장받을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강국을 이룰 수 있다. 국가 생존의 틀이 확보되고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부국을 이룬다는 것은 기둥과 주춧돌 없이 바로 집을 짓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어리석음이다. 중국과의 오랜 조공관계 속에서 그리고 36년간의 일본식민지배하에서 대한민국이 아무리 경제발전정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이는 우리의 부국강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다. 가을철 추수기에 오곡백과를 거둬들여 놓고도 돌궐족과 말갈족의 침입으로 그리고 몽골족과 중국 한족의 침입으로 우리는 이 식량의 창고를 모두 내줘야 했다. 일제 식민지하에서는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펼칠 수 있는 능력까지도 말살되어 버렸다. 필자가 뉴한반도 광개토비전을 들고 나오면서 “외교대국, 경제강국, 행복한 통일한국 그리고 세계국가”를 꿈꾸게 된 것도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의 역사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으며, 우리를 둘러싼 주변 4대 강대국들의 힘의 역학 관계 또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전히 지금도 우리를 감싸고 있는 세계최고의 강대국이란 점에서 눈길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국가의 지도력을 잘못세우고 국가의 우선적인 정책을 잘못선택하게 될 경우, 언제든지 과거의 쓰라린 역사를 되풀이 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을 갖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과거 우리 고구려의 역사가 문화적 정체성에 충실하면서도 세계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나라라는 점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말(馬)을 몰고 초원의 대륙을 질주했던 고구려의 기상과 역동성은 마치 오늘날 스텔스 신형 전투기의 스피드와 공격성을 뒷받침한 차세대전투기의 엔진을 연상시킨다. 필자는 바로 이런 고구려의 기백을 다시 복원하여 한반도가 단순한 반도의 나라가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이라는 대양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천혜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해륙국가(해양과 대륙의 접목국가)임을 상기시켜 세계를 우리민족의 무대로 삼아 새로운 세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국가기틀을 마련해 보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갖고 있다. 그것만이 대한민국이 개화말기의 쓰러져 가는 대한제국이 아니라 대한강국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구려라는 민족적 특수성이 세계라는 보편성과 맞닿아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했던 한민족의 저력을 다시 복원하여 세계화시대의 대한민국을 제3의 건국으로 이끌어 나가고 그러기 위해서는 21세기 대한민국 국가의 지평선과 수평선을 새롭게 열어 나갈 수 있는 광개토대왕과 같은 미래국가전략과 정책 그리고 능력과 세계관을 갖고 있는 인물이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반 토막 난 반도의 땅인 한반도의 좁고 폐쇄적인 공간으로부터 이 민족을 탈출시켜 대륙과 해양을 질주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글로벌 플레이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광개토대왕을 우리 민족의 이상국가의 발전모델로 삼아 한민족의 새로운 세기를 열어가고자 한다.
우리 민족은 중화의 지배 속에서도 유일하게 우리 민족의 뿌리와 정체성을 잃지 않고 독립 국가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아주 기이하고 우수한 민족임에 틀림없다.
공자의 유교를 만나도 공자를 “우리화”시키고, 예수의 기독교를 만나도 예수를 “우리화”시키며, 석가의 불교를 만나도 석가를 “한국화”화 시켜버리는 변용과 융화의 문화적 특질을 갖고 있는 민족이다. 어떤 경우에도 민족의 개체성과 독자성 그리고 특징과 정체성을 잃지 않은 민족이 한민족인 것이다. 이런 민족의 원형을 지키고 유지하려는 우리 민족의 개체 보존성은 결국 우리로 하여금 세계 경제 11~12위를 누리는 저력으로도 작용했다.
지배와 속박, 전쟁과 분단, 독재와 민주화의 역사를 딛고 경제, 정치적 기적을 이룬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밖에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런 대한민국이 이제 또 한 번의 전환적 위기를 맞게 되었다.
과거 민주화로서 정치적 기적을 이루고 산업화로서 경제적 기적을 이룩한 아시아 네 마리의 용 중 한 마리의 용이었던 우리나라는 이제 아시아의 주요 세력 기반을 중국과 일본에 내주며 주변국으로 막 밀려 나 벼랑 끝에 서 있게 되었다. 천년 이상 힘의 상징이 되었던 용의 자리도 중국에 빼앗기게 되었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 동북아시대의 한민족이란 새로운 용이 어떻게 해야만 지렁이로 꿈틀대지 않고 국가이익이란 여의주를 물고 다시 승천할 수 있을까. 그것이 필자의 고민이었고, 이 고뇌의 결론이 바로 미ㆍ중시대의 한반도의 생존전략이란 필자의 생각이다. 결론은 이렇다. 결국 또 한 세기의 대한민국이 웅비하려면 세계의 변화에 휘몰려 쓰러지지 말고 이 변화를 올라타고 변화를 주도 혹은 조정하여 세계 속의 변화 트렌드를 타고 질주할 수 있는 키를 가져야 한다. 그 키가 바로 ‘한반도 비전’인 것이다.
이 한반도 비전이 다름 아닌 뉴한반도 광개토비전이며 그 핵심은 외교대국, 경제강국, 행복한 통일한국을 이뤄 대한민국이 세계국가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상국가 모델은 광개토대왕의 고구려 모델로서 이는 광개토대왕이 고구려를 세계질서의 중심에 올려놓았듯이 필자역시 대한민국을 대한강국으로 만들어 대한강국을 국제질서의 중심에 올려놓고 싶다는 강철 같은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우리 민족이 세계화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고 험난한 국제사회의 경쟁력 파고를 헤쳐 뚫고 나갈 수 있는 외교책략과 경제지략으로서의 ‘한반도 비전’ 즉 ‘한반도 블루오션’을 준비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21세기 대한민국의 운명은 달라진다.
4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가 만일 정치의 연장으로서 외교를 생각하지 못하고, 군사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힘의 기초요인으로서 경제를 생각하지 못한다면 ‘대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한반도의 발전시계는 정지될 것이다. 성장의 새로운 기회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바로 우리의 역사가 이와 같이 추락의 과정을 밟기보다는 비약과 도약의 계기를 잡고, 이러한 발판을 토대로 우리 한민족이 보다 풍요롭고 이 땅 한반도가 보다 평화로운 땅 즉, 국풍민안과 강병부국의 새로운 비전의 땅이 되게 하기 위한 미래전략이 바로 뉴한반도 광개토비전인 것이다.
필자가 뉴한반도 광개토비전을 상상하면서 21세기 미ㆍ중시대의 한반도 생존전략이란 글을 구상하게 된 동기도 바로 국가 없는 나라에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슬픔과 이 슬픔이 지배한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미ㆍ중시대라는 새로운 세기의 패권경쟁과 대결시대를 맞아 해양국가인 미국과 대륙국가인 중국 사이에서 우리 민족이 어떤 외교안보전략과 경제정책을 미래국가의 생존전략으로 세우느냐에 따라 민족의 운명과 국가의 존망은 달라진다고 본다. 바로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결정짓는 전략적 키가 ‘뉴한반도 광개토 비전’이며, 이 비전의 보고는 미국과 중국이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이 두 국가를 우리의 국익에 가장 잘 맞는 전략적 관계로 끌고 나가 국가이익을 극대화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발견하고, 이 문제의식을 토대로 외교안보전략과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국가생존과 국가흥망의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물론 ‘뉴한반도 광개토비전’의 끝은 평화로운 남북통일의 지향을 넘어서서, 통일된 남북한이 새로운 민족의 에너지를 발산하여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태평양과 유라시아를 넘어 ‘세계의 발칸화’란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지구촌에 평화와 안정을 투입시켜 생산적 결과를 산출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가 세계평화 질서를 주도해 나가는 글로벌 리더십의 역할을 만들고 확보하는 것에 있다. 뉴한반도 광개토비전은 오늘의 분단된 남북한을 내일의 뚜렷한 단일통일국가로 지향해 나가는 꿈을 분명한 목표로 담고 있으며, 통일의 과정은 단계적으로 하되 그 이행 방법은 전쟁 없는 평화적 접근을 목표로 하여 통일된 8천만 단일 민족국가가 작게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크게는 인류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세계국가로의 지향을 목표로 한다. /장성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