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터학당(學堂)-진리를 깨달아 자유를....나는 나다.
최인호 화가의 그림을 보고 본문
최인호 화가의 그림을 보고
비교종교학자인 오강남 교수는 "성경뿐 아니라 모든 경전은 transformation(변혁)을 위한 것이지 information(정보)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피카소의 이상스러운 얼굴 그림은 인체 구조에 관한 생물학적 정보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들의 내면적 변화를 위한 것이라 말한다.”
최인호 화가의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 너무 어둡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화가의 진짜 모습을 보고 허회탈 같은 꾸밈이 없는 자연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림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어느 날 그림 속에서 경전(輕典)의 가르침을 봤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내면을 바꾸는 일은 혁명적인 진통을 요한다. 수십 년 동안 살아오면서 길들여진 들소마냥 내면에서 거짓 나와 참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부딪치며 갈등한다. "아버지 집에는 거할 곳이 많다(요14:2)고"예수께서는 말씀하셨는데 나의 내면에는 어떤 집들을 짓고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다석 유영모 선생은 제나(거짓나, ego)가 죽고 얼나(참나)로 솟나야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예수는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요10:30)라고 일갈하셨는데 최인호 화가의 그림 속에는 ‘우주(宇宙)’가 보인다.
화엄철학에 상입상즉(相入相卽)이란 말이 있다.
상입상즉(相入相卽)을 상즉상입(相卽相入)이라고도 하는데, 불교에서 비롯한 말로서 서로 속에 들어가고 서로 하나가 됨을 말한다. 즉, 사물의 원융(圓融)한 소통을 이르는 말이다. 간단히 말하면 상입(相入)이란 말은 사물이 서로 융합하는 것이고, 상즉(相卽)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개의 사물 같지만, 그 본체는 하나라는 말이다. 즉, 주관과 객관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나와 너, 인간과 자연이 일체라는 말이다.
화선지(畵宣紙)는 펄프로 만드는데, 펄프는 나무에서 나오고, 나무는 흙과 물과 공기와 태양 등 수많은 요소의 인(因)과 연(緣)으로 돼 있다. 또 종이는 여러 종류의 기계와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이렇게 계속 확대해 나가면, 종이 속에는 이러한 수많은 요소들, 즉 우주(宇宙)의 모든 요소가 그 속에 들어가 있다. 곧 상입(相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세상 만물은 상입상즉(相入相卽)하고 있다. 그러므로 내가 곧 너고, 화선지(畵宣紙)가 곧 우주(宇宙)다.
상입상즉(相入相卽)의 세계는 조화(調和)의 세계요, 평화(平和)의 세계요, 너와 나의 분별이 없는 적멸(寂滅)의 세계다.
좋음도 나쁨도 없으며, 미움도 사랑도 없고, 즐거움도 고통도 없으며, 나아가 삶과 죽음도 없는(生死苦樂) 뭉뚱그려진 하나의 고요한 경지(境地)다.
화가는 화선지에 물감을 칠하고 빛과 어둠을 이용해 형상을 그려낸다. 그 속에 우주(宇宙)가 있다. 그림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우리들의 내면의 소리를 들려준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삶을 돌이켜 ‘나와 이웃을 깊이 들여 다 보라고’.....
2023.9.26. -柏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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