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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본열반경. 대반열반경 제2권-2. 순타 이야기[純陀品] 본문
남본열반경
대반열반경 제2권-2. 순타 이야기[純陀品]
대반열반경 제2권
2. 순타 이야기[純陀品]
그 때 모인 대중 가운데 한 우바새가 있었는데 구시나성에 사는 장인[工巧]의 아들로서 이름은 순타(純陀)였다. 그 동류 15인과 함께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선한 과보를 얻게 하려고, 몸의 위의를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슬프게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이렇게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비구 대중이시여, 저희들의 마지막 공양을 불쌍히 여겨 받아 주십시오. 한량없는 중생을 건지시기 위해서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부터 주인도 없고 어버이도 없고 구원해 줄 이도 없고 보호해 줄 이도 없고 돌아갈 데도 없고 나아갈 데도 없습니다. 가난하고 궁하고 굶주리고 곤고할 것이옵기에 여래에게서 장래의 먹이를 구하려 하나이다. 바라옵건대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어 이 작은 공양을 받으신 뒤에 열반에 드시옵소서.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찰리·바라문·비사·수타가 가난하고 곤궁하여 다른 나라에 가서 농사를 지을 적에, 길 잘든 소를 얻고 반듯한 좋은 밭에 모래와 소금기가 없고 나쁜 풀이 자라지 않고 다만 하늘에서 비 오기만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길 잘든 소는 몸과 입으로 짓는 일곱 가지 업에 비유하고, 반듯한 좋은 밭은 지혜에 비유하고, 모래 소금기와 나쁜 풀을 덜어내는 것은 번뇌를 끊는 데 비유한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이제 저의 몸에는 길 잘든 소와 좋은 밭이 있고 나쁜 풀을 매어 버렸고 다만 여래의 감로 같은 법의 비만을 바랄 따름이옵니다. 가난한 네 가지 종성[四姓]은 곧 저의 몸으로서 위없는 법의 재물에 가난함이오니 바라옵건대 가엾이 여기시어 저희들의 가난하고 곤궁함을 없애 주시고, 고통받는 한량없는 중생을 건져 주소서. 저희의 이 공양이 보잘것없사오나 부처님과 대중에게 만족함이 되시옵소서. 저는 지금 주인도 없고 어버이도 없고 돌아갈 데도 없사오니, 아드님 라후라처럼 어여삐 여기시옵소서."
그 때 온갖 지혜를 갖추시고 위없는 조어장부(調御丈夫)이신 세존께서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착하도다, 착하도다. 내가 지금 너의 가난하고 곤궁함을 끊어 주고, 위없는 법비를 너의 몸밭에 내려 법의 싹이 트게 하리라. 네가 지금 나에게서 수명과 모습과 힘과 안락과 걸림없는 변재를 얻으려 하니, 내 이제 너에게 변치 않는 수명과 훌륭한 모습과 힘과 안락과 변재를 베풀어 주리라. 왜냐 하면 순타여, 음식을 보시하면 두 가지 과보가 차별이 없기 때문이니, 무엇이 두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받고서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얻는 것이요, 두 번째는 받고서 열반에 드는 것이니라. 나는 지금 너의 마지막 공양을 받고 너로 하여금 보시(布施)바라밀을 구족하게 하리라."
그 때 순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두 가지 보시의 과보가 차별이 없다는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앞에 보시를 받은 이는 번뇌가 다하지 못하였고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루지 못하였으며, 중생으로 하여금 보시바라밀을 구족케 할 수 없었습니다. 나중 보시 받은 이는 번뇌가 이미 다하였고 일체종지를 또한 이룩하였으며 능히 중생들로 하여금 널리 보시바라밀을 구족케 할 수 있습니다. 앞에 보시 받은 이는 아직 중생이옵고 나중 보시 받은 이는 하늘 중의 하늘이겠으며, 또 앞에 보시 받은 이는 잡식하는 몸이고 번뇌 있는 몸이고 뒤의 가가 있는 몸[後邊身]이고 무상한 몸이온데, 나중 보시를 받은 이는 번뇌 없는 몸이고 금강 같은 몸이고 법신이고 늘 있는 몸이고 갓이 없는 몸이거늘, 어찌하여 두 가지 보시의 과보가 평등하여 차별이 없다 하십니까.
앞에 보시 받은 이는 보시바라밀과 내지 지혜바라밀을 구족하지 못하였으며, 오직 육신의 눈만 얻고 부처님의 눈이나 내지 지혜의 눈을 얻지 못하지만 나중 보시 받은 이는 보시바라밀과 내지 지혜바라밀을 구족하였으며, 부처님의 눈과 내지 지혜의 눈을 구족할 것이거늘, 어찌하여 두 가지 보시가 평등하여 차별이 없다 하십니까? 세존이시여, 앞에 보시 받은 이는 받아먹어 배에 들어가 소화되어 수명을 얻고, 모습을 얻고 힘을 얻고, 안락을 얻고 걸림없는 변재를 얻을 것이지만 나중 보시 받은 이는 먹는 것도 아니고 소화되는 것도 아니라 다섯 가지 과보가 없을 것이거늘, 어찌하여 두 가지 보시의 과보가 평등하여 차별이 없다 하십니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여래는 이미 한량없고 가이없는 아승기겁 전부터 잡식하는 몸, 번뇌 있는 몸이 아니고, 또 뒤의 가가 있는 몸이 아니고, 늘 있는 몸이며 법신이며 금강 같은 몸이니라. 선남자여, 불성(佛性)을 보지 못한 이는 번뇌의 몸이고 잡식하는 몸이니 이는 뒤의 가가 있는 몸이거니와, 보살이 그 때 음식을 받고는 금강삼매에 들었고, 이 음식이 소화된 뒤에는 곧 불성을 보고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얻었으므로, 내가 말하기를 '두 가지 보시의 과보가 평등하여 차별이 없다'고 한 것이니라. 보살이 그 때에도 네 가지 마군을 깨뜨리었고 지금 열반에 들어서도 네 가지 마군을 깨뜨리므로, 내가 말하기를 두 가지 보시의 과보가 평등하여 차별이 없다 한 것이니라. 보살이 그 때 비록 12부 경전을 널리 말하지 아니하였으나 이미 통달하였고, 지금 열반에 들어서는 중생들을 위하여 분별하여 연설하는 것이므로 두 가지 보시의 과보가 평등하여 차별이 없다고 내가 말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여래의 몸은 이미 한량없는 아승기겁부터 음식을 받지 않는다. 모든 성문(聲聞)들을 위하여 '전에 난타(難陀)와 난타바라(難陀波羅)라는 소 기르는 두 여자가 받드는 우유죽을 받고 그 뒤에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얻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실로 먹지 않은 것이며, 지금도 내가 여기 모인 대중을 위하여서 너의 마지막 공양을 받기는 하되 실상은 먹지 않은 것이니라."
그 때 대중들은 부처님께서 널리 모인 이들을 위하여 순타의 마지막 공양을 받는다는 말을 듣고, 기뻐 뛰며 같은 소리로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희유하다. 순타여, 그대의 이름이 헛되지 아니하도다. 순타란 말은 '묘하게 안다'는 뜻이니, 그대가 지금 이러한 뜻을 세웠으므로 실제를 따르고 뜻을 의지하여 순타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로다. 그대는 이제 이 세상에서 큰 이름을 얻고 공덕과 소원이 만족하였으니, 기특하도다. 순타여, 사람의 세상에 나서 얻기 어려운 다시없는 이익을 얻었으니, 훌륭하도다. 순타여, 마치 우담바라꽃이 세간에 희유한 것처럼,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심이 어려운 일이고, 부처님 세상을 만나 신심을 내고 법문을 들음이 더욱 어렵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려 할 때에 마지막 공양을 마련하는 것은 이보다도 더욱 어려우니라.
나무 순타, 나무 순타! 그대 이제 보시바라밀을 구족하였으니, 마치 가을달이 보름밤에 깨끗하고 원만하며 한 점 구름도 없어 모든 중생들이 우러러보지 않는 이가 없는 것처럼, 그대도 그와 같아서 우리들의 우러름이 되었으며, 부처님께서 그대의 마지막 공양을 받으시어 그대의 보시바라밀을 구족케 하시었도다. 나무 순타, 그러므로 그대는 뚜렷한 가을달과 같아서 모든 중생이 쳐다보지 않는 이가 없다는 것이니라. 나무 순타, 비록 사람의 몸을 받았지만, 마음은 부처님 같으니, 지금 순타는 참으로 부처님의 아들이며 라후라와 같아서 조금도 다르지 아니하니라."
그 때 대중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 비록 인간에 태어났으나 욕계의 제6천을 뛰어났기로
나와 모든 중생들이 이제 여기서 머리를 숙여서 청하옵나니
인간에서 가장 높은 부처님께서 오늘에 열반에 드시려는데
그대는 우리들을 가엾이 여겨 한시바삐 부처님께 권청하기를
오래도록 이 세상에 머무르시며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익하시고
그 위에 다시없는 감로 법문을 연설하여 주십사고 권청해 주오.
그대 만일 부처님께 청하지 않으면 우리 목숨 보전할 길 가이없거니
그래서 부처님께 머리 조아려 간절히 청하는 것 보여 주게나.
그 때 순타는 기뻐 뛰는 것이, 마치 어떤 사람의 죽었던 부모가 다시 살아나듯이, 순타도 이와 같이 즐거워하며 다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게송을 읊었다.
좋을시고, 이내 몸 이익을 얻어 인간의 몸을 받아 태어났거니
탐욕과 성내는 것 모두 버리고 세 가지 나쁜 길을 아주 떠났네.
좋을시고, 이내 몸 이익을 얻어 금덩어리 보배를 이미 얻었고
조어장부 부처님 만났었거니 축생에 떨어질까 두렵지 않네.
부처님은 우담바라꽃과 같구나. 만나도 신심 내기 어렵다지만
만나자 선근조차 심었으므로 아귀의 쓰린 고통 길이 없으리.
아수라 종류까지 줄였다네. 부처님 나시는 일 겨자씨 던져
바늘 끝 마침보다 더 어려운데 나는 이미 보시로 생사 건넜네.
부처님 세상 법에 물들지 않아 연꽃에는 물방울도 묻지 않듯이
삼계에 태어나는 종자를 끊어 나고 죽는 물결을 길이 건넜네.
사람으로 태어남도 어렵거니와 부처님 만나기는 더욱 어려워
바다 속에 살고 있는 눈먼 거북이 나무 구멍 만나기보다 어렵네.
내가 지금 받드옵는 이 공양으로 더 없는 좋은 과보 얻어지이다.
이 세상 온갖 번뇌 끊어 버릴 때 못 끊을 것 하나도 없어지이다.
내가 지금 이곳에서 이 공덕으로 천상 인간 태어나기 바라지 않고
어쩌다가 그런 몸 받는다 해도 마음 달게 여기지 아니하오리.
여래께서 나의 공양 받으시오니, 기쁘고 황송하기 한량없어라.
마치 보기 흉한 이란(伊蘭)꽃에서 아름다운 전단 향기 풍김 같으니
이내 몸 더럽기가 이란꽃 같지만 부처님께서 나의 공양 받아 주시니
전단 향기 풍기는 것 같아서 즐겁고 황송한 맘 비길 데 없어.
내가 지금 훌륭한 과보를 받아 가장 좋고 묘한 곳에 태어나면
제석천왕 범천왕 모든 하늘이 모두 다 내게 와서 공양하오리.
오늘날 모든 세간 많은 중생이 모두들 큰 걱정을 느끼는 것은
삼계의 길잡이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려 함을 아는 까닭.
한꺼번에 소리 높여 외치는 말씀 이 세간에 지도할 이 안 계시오니
원컨대 중생들을 버리지 말고 외아들 보듯이 하시옵소서.
부처님 대중 속에 항상 계시어 더없는 좋은 법문 연설하소서.
마치 저 보배덩이 높은 수미산 바다 위에 우뚝하심 같으옵소서.
부처님 좋은 방편 크신 지혜로 우리의 어둔 무명 끊어 주시니
떠오르는 아침 햇빛 구름을 뚫고 찬란하게 온 세계 비치시는 듯.
부처님 좋은 방편 크신 힘으로 우리의 모든 번뇌 없애 주시니
허공에서 한 조각 구름 일어나 온 세상을 서늘케 하여 주는 듯.
이 세상 크고 작은 많은 중생들 우러러 사모하며 비통하옴은
끝없이 나고 죽는 고통의 바다 거친 물결에서 헤매는 까닭.
그러므로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중생의 믿는 마음 길러 주시며
나고 죽는 그 고통 끊기 위하시어 오래오래 세상에 머무옵소서.
부처님께서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네가 말한 것처럼 부처님이 세상에 나는 것은 우담바라꽃과 같고, 부처님 세상에 함께 나서 신심을 내기는 더욱 어렵고, 열반에 들려 할 때에 마지막 공양을 받들어 보시바라밀을 구족하기는 그보다도 더 한층 어려운 일이니라. 그대 순타여, 이제 너무 근심하지 말고 스스로 기뻐하며 다행하게 생각할지어다. 마지막 공양을 여래에게 받들어 보시바라밀을 구족하게 성취하였으니, 부처님께 세상에 오래 머물도록 청하지 말지어다. 너도 보거니와 부처님들의 모든 경계는 모두 무상한 것이고, 여러 가지 변천하는 성품과 모양도 그러한 것이니라."
순타에게 게송을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 난 것이란 죽고야 말고 목숨이 길다 해도 끝이 있나니
성한 것은 반드시 쇠하여지고 모인 것은 마침내 헤어진다네.
젊었던 나이라도 오래 못가고 건강에는 병고가 침노하나니
이 목숨은 죽음이 빼앗아 가서 항상 있는 법이라곤 하나도 없네.
나라의 임금들은 멋대로 하고 서슬 푸른 세력이 짝이 없지만
온갖 것 무상하여 옮아가나니 알뜰한 이 목숨도 그러하니라.
돌아가는 고통 바퀴 끝날 새 없고 나고 죽고 헤매는 일 쉬지 아니해
욕계·색계·무색계 덧없는 세상 모든 것이 하나도 즐겁지 않네.
도(道)라는 것 애초에 성품과 모양 온갖 것이 모두 다 공한 것이니
견고하지 못한 법 바뀌고 흘러 근심과 걱정이 항상 있는 것.
두려울새 모든 허물 늙고 병들고 시달리고 죽고 하는 여러 가지 일
이런 것이 뒤를 이어 가이없어서 부서지기 잘하고 원수가 침노.
시끄러운 번뇌에 얽혀지는 일 누에가 고치 속에 들어 있듯이
누구나 지혜 있는 사람으로야 이것이 즐겁다고 애착하리요.
이 몸은 온갖 고통 모여서 된 것 하나하나 모든 것 더러울 따름
눌리고 얽매이고 헌데 투성이 근본부터 보잘것없는 일이니라.
인간에나 천상에 태어나는 몸 누구나 한결같이 다 그리하여
온갖 탐욕 모두가 무상하거니 그러기에 이내 몸 애착 않노라.
모든 욕심 여의고 삼매를 닦아 진실한 바른 법을 증득하였고
마침내 모든 생사 끊어 버린 이 오늘날 큰 열반에 들려 하노라.
생사 없는 저 언덕 나는 건너가 이 세상 온갖 고통 뛰어났으니
그러므로 오늘날 항상 즐거운 위없이 묘한 낙을 받을 뿐이네.
그 때 순타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러하오이다. 그러하오이다. 참으로 부처님 말씀과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진 지혜는 보잘것없어 마치 모기나 등에와 같으니 어찌 부처님께서 열반하시는 깊고 묘한 이치를 알 수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여러 큰 코끼리[龍象]인 보살마하살과 모든 번뇌를 끊어 버린 문수사리법왕자와 같습니다. 비유하면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못하였더라도 스님들 중에 참여하는 것처럼, 저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과 보살들의 신통력으로써 이런 큰 보살 축에 들어 있나이다. 그래서 저는 지금 부처님께서 오래도록 세상에 계시고 열반에 들지 마옵소서 하는 것이오니, 마치 굶주린 사람이 변할 것도 토할 것도 없는 듯이,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도 그와 같이 항상 세상에 계시어서 열반에 들지 마옵소서."
그 때 문수사리법왕자가 순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그런 일로써 부처님으로 하여금 세상에 항상 계시고 열반에 들지 말기를 마치 굶주린 사람이 변하지도 토하지도 않는 것같이 하시라고 말하지 말고, 마땅히 모든 행법의 성품과 모양을 관찰하며, 이렇게 관찰하고 수행하여 공한 삼매를 갖출 것이니, 바른 법을 구하려거든 이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순타는 이렇게 물었다.
"문수사리여, 여래께서는 천상·인간에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하시니 이러한 여래가 어찌 행법이겠습니까. 행법이란 것은 났다 없어졌다 하는 법이니, 마치 물거품이 금방 생겼다 금방 꺼지며, 굴러가고 굴러오기를 수레바퀴와 같이 하는 것이니 모든 행법은 이런 것이 아닙니까. 내가 듣기에는 하늘들의 수명이 매우 길다는데, 하늘 중에 하늘이신 세존의 수명이 이렇게 짧아서 백년도 차지 못하겠습니까. 한 고을의 주인이 되어도 그 세력이 자재하고, 그 자재한 세력으로 다른 사람을 다스리다가, 그의 복이 다하여 빈천하여지면, 다른 이의 경멸을 사고 남의 다스림을 받는다 하니, 그것은 세력을 잃은 탓입니다. 부처님도 그러하여 모든 행법과 같을진댄 행법과 같은 이를 어떻게 하늘 중의 하늘이라 하오리까. 행법은 나고 죽는 법인 탓이오니, 문수사리여, 여래가 행법과 같다고 하지 마십시오.
또 문수사리여, 여래가 행법과 같다는 것은 알고 하는 말입니까, 모르고 하는 말입니까? 만일 여래가 행법과 같다면 이 삼계 가운데서 하늘 중의 하늘로 자재하신 법왕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마치 어떤 임금에게 큰 역사가 있어 힘이 천 사람을 대적할 수 있다면, 그를 당할 사람이 다시 없으므로 천 명을 대적하는 역사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역사는 임금이 사랑하고 벼슬을 높이어 녹과 상품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천 명을 대적하는 역사란 말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이 반드시 천 명을 대적할 힘이 없더라도 그의 여러 가지 기술이 천 사람을 이길 수 있으므로 천 명을 대적한다 하나이다. 세존도 그와 같아서 번뇌의 마군, 5음의 마군, 하늘 마군, 죽음의 마군을 항복받으므로 여래를 삼계의 가장 높은 이라 일컫나니, 저 역사가 천 명을 당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가지가지 한량없는 진실한 공덕을 구족히 성취하였으므로 여래·응공·정변지라 합니다.
문수사리여, 당신은 억지 생각으로써 여래가 행법과 같다고 분별하지 말지니, 마치 큰 부자 어른이 아들을 낳았을 적에 관상쟁이가 상을 보고 단명하리라 하면, 부모가 듣고는 가문을 계승하지 못할 줄 알고 더는 귀여워하지 않고 초개같이 여기는 것과 같습니다. 단명한 사람은 사문·바라문 등 남녀 노소의 공경을 받지 못하는 것이온데 만일 여래가 행법과 같다면 어떻게 천상 인간 모든 중생의 공경을 받겠습니까. 여래의 말씀하신 변치 않고 달라지지 않는 진실한 법문도 받을 이가 없을 것이오니, 문수사리여, 여래가 행법과 같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또 문수사리여, 비유컨대 어떤 가난한 여인이 집도 없고 구원할 이도 없는데, 병까지 걸리고 기갈에 못 견디어 거지로 다니다가, 어느 객점에서 아기를 해산했으나 객점 주인에게 쫓겨나서, 아기를 안고 다른 데로 떠나가다가 도중에 폭풍우를 만나 옷이 젖고 떨리는 고통이 막심한 가운데, 모기·등에·벌 따위에게 뜯기었습니다. 항하를 지나게 되자 아기를 안고 건너는데 그 물흐름이 세찼으나 아기를 놓지 않아 모자가 함께 물에 빠져 죽어 이 여인이 아기를 사랑한 공덕으로 죽어서 범천에 태어남과 같습니다.
문수사리여, 만일 어떤 선남자가 바른 법을 보호하려거든 여래가 행법과 같다고도 같지 않다고도 말하지 말고, 다만 스스로 책망하기를 '내가 어리석어 지혜의 눈이 없으니 여래의 바른 법을 헤아릴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래를 가리켜 함이 있다 함이 없다고도 말하지 말지니, 만일 바른 소견을 가진 어떤 이면 여래는 결정코 함이 없는 법이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중생들에게 선한 법을 내게 하며,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는 까닭이오니, 저 가난한 여인이 항하를 건너다가 아기를 사랑하여 생명을 버림과 같은 까닭입니다. 선남자여, 법을 보호하는 보살도 그와 같아서 생명을 버릴지언정, 여래가 함이 있는 법[有爲法]과 같다고 말하지 말고, 함이 없는 법과 같다고 말할 것이니, 여래가 함이 없는 법과 같다고 말하면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얻는 것이 마치 저 여인이 범천에 태어남과 같을 것입니다. 그 이유를 말하건대 법을 두호한 까닭입니다. 어떻게 법을 두호하였는가. 여래가 함이 없는 법과 같다고 말한 것입니다. 선남자여, 이런 사람은 해탈을 구하지 아니하여도 해탈을 저절로 이룰 것이니, 저 여인이 범천에 나기를 구하지 않았지만 범천에 나게 된 것과 같습니다.
문수사리여, 어떤 사람이 먼 길을 가다가 도중에 피곤하여 남의 집에 들어 잠이 들었을 적에, 그 집에 불이 일어나므로 깜짝 놀라 깨어보니 뛰어 나갈 기운도 없고 죽을 것이 틀림없으나 부끄러운 생각을 머금고 옷으로 알몸을 둘렀더니, 목숨을 마치고는 도리천에 태어나고, 그 뒤부터 여든 번이나 대범천왕이 되었으며, 백천 대가 되도록 인간에 태어나서 전륜왕이 되었고, 이 사람이 다시는 나쁜 갈래에 나지 아니하고 항상 안락한 곳에 난 것과 같습니다. 문수사리여, 이러한 인연으로 부끄러움이 있는 선남자는 부처님이 행법과 같다고 보지 말아야 합니다. 문수사리여, 외도들의 나쁜 소견으로는 여래가 함이 있는 법과 같다고 하려니와, 계행을 가지는 비구로는 부처님께 대하여 함이 있다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 여래가 함이 있는 법이라 말하면 이것은 허망한 말이니, 이런 사람은 지옥에 들어가기를 제집에 들어가듯 할 것입니다.
문수사리여, 여래는 진실로 함이 없는 법이오니 다시는 여래가 함이 있는 법이라고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나고 죽는 속에서 무지한 생각을 버리고 바른 지혜를 구하여 여래가 함이 없는 법인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니, 이렇게 여래를 관찰하면 32상을 구족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리이다."
그 때 문수사리법왕자는 순타의 말에 감탄하여 말했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장수할 인연을 짓고 여래가 항상 머무는 법이며 변하지 않는 법이며 함이 없는 법임을 자세하게 알았으며, 이제 또 이와 같이 여래의 함이 있는 모양을 덮어 가리였으니, 마치 불에 타서 죽을 사람이 부끄러운 생각으로 옷으로 몸을 덮어 가리고, 그 공덕으로 도리천에 나서 범천왕이 되고 또 전륜왕이 되며,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쾌락을 받듯이, 그대도 여래의 함이 있는 모양을 덮어 가리운 인연으로 오는 세상에서 32상과 80종호를 얻을 것이고, 보살·2승으로는 따를 수 없는 18불공법(不共法)을 구족할 것이며, 한량없는 수명으로 생사에 들어가지 않고, 항상 안락을 받다가 오래잖아 응공·정변지를 이루리라. 부처님께서 이 다음에 널리 연설하거니와, 나와 그대는 함께 여래의 함이 있는 모양을 덮어 가리울 것이며, 함이 있고 함이 없는 이야기는 아직 그냥 두고, 그대는 이 때에 빨리 공양을 올려라. 이렇게 보시함이 모든 보시 중에 가장 으뜸이 되느니라. 만일 비구나 비구니나 우바새나 우바이가 먼 길을 가다가 피곤하여서 요구하는 물건이 있거든, 때를 놓치지 말고 깨끗하게 베풀어 줄지니, 이렇게 빨리 보시하는 것은 보시바라밀의 근본 종자를 구족하는 것이니라. 순타여, 마지막 공양을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올리려거든, 많거나 적거나 만족하거나 만족치 못하거나 간에 시기를 놓치지 말고 빨리 베풀 것이니, 부처님께서는 지금 곧 열반에 드실 것이다."
순타는 대답하였다.
"문수사리여, 당신은 어찌하여 이 음식을 탐내어서 많거나 적거나 만족하거나 만족치 못하거나 간에 빨리 보시하라 합니까? 옛날 부처님께서 6년 동안 고행하시면서도 스스로 견디었거늘, 하물며 오늘날 잠깐 동안이오리까. 문수사리여, 당신은 바로 깨달으신 여래께서 참으로 이 음식을 받으시리라 생각합니까? 나의 생각으로는 여래의 몸은 곧 법신인지라, 음식을 먹는 몸이 아닌 줄 압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순타의 말과 같으니라. 순타는 이미 미묘한 큰 지혜를 이루었으며 깊고 깊은 대승 경전에 잘 들어갔느니라."
문수사리는 순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여래께서는 함이 없는 법이며 여래의 몸이 장수한다고 하니, 그러한 지견을 부처님께서 좋아하시느니라."
"여래께서는 나만 좋아하실 뿐 아니라 모든 중생들까지 좋아하십니다."
"여래께서는 그대와 우리 모든 중생들을 두루 좋아하시느니라."
"당신은 여래께서 좋아하신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좋아하는 것은 뒤바뀐 생각이니, 뒤바뀐 생각이 있으면 그것은 나고 죽는 것이요, 나고 죽음이 있으면 곧 함이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문수사리여, 여래가 함이 있는 법이라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 여래가 함이 있는 법이라 말하면 나와 당신이 모두 뒤바뀜을 행함이 됩니다. 문수사리여, 여래는 사랑하여 염려함은 없나니, 사랑하여 염려한다 함은 저 어미 소가 새끼를 사랑하여 염려하므로 비록 돌아다니면서 꼴과 물을 찾다가도 넉넉하건 못하건 간에 홀연히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들은 이런 생각이 없기 때문에 모든 중생을 라후라와 같이 평등하게 생각하시나니, 이렇게 생각하심은 곧 부처님들의 지혜의 경계입니다. 문수사리여, 마치 임금이 사마(駟馬) 메운 수레로 달릴 때에 나귀 수레로 따를 수 없는 것같이 나와 당신께서도 그와 같아서 여래의 비밀하고 깊은 이치를 다할 수 없습니다.
문수사리여, 마치 금시조(金翅鳥)가 한량없이 높은 허공으로 날아다니면서 바다를 내려다보아도 물 속에 있는 고기·자라·거북·용 따위를 분명히 보며, 자기의 그림자 비친 것은 거울을 들고 얼굴을 보듯 하지만, 지혜가 없는 범부들은 그 이치를 헤아릴 수 없는 것 같아 나와 당신께서도 그와 같아서 여래의 지혜를 헤아리지 못하나이다."
"그렇다. 그대의 말과 같으니라. 나도 이 일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대에게 보살의 경계를 시험하려 한 것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입으로 가지가지 광명을 놓으니 그 광명이 찬란하게 문수의 몸을 비치었다. 문수사리는 이 광명을 받고는 그 이유를 알고서 이윽고 순타에게 말하였다.
"순타여, 부처님께서 지금 이 상서로운 일을 나타내심은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드시려는 것이다. 그대가 마련한 마지막 공양을 이 때에 부처님과 대중에게 베풀지어다. 순타여, 부처님께서 이런 광명을 놓으심은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니라."
순타는 이 말을 듣고 슬픔을 참으며 잠자코 있었다.
부처님께서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순타여, 네가 여래와 대중에게 보시하려는 공양은 지금이 바로 그 때니라. 나는 이제 열반에 들겠노라."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도 이와 같이 하였다. 그 때 순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소리를 높여 통곡하면서 흐느껴 말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한꺼번에 몸을 던져 땅에 엎드려 같은 목소리로 부처님께 열반에 들지 마시기를 권청합시다."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순타에게 말씀하였다.
"너무 울어서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말고, 이 몸이 파초와 같고 아지랑이와 같고 물거품·요술·건달바성·굽지 않은 기와·번갯불 같으며, 물에 그림 그리기, 사형에 임한 죄수, 익은 과일, 고깃덩이, 다 짜고 남은 베틀, 방앗공이의 오르내림과 같은 줄로 관찰하라. 모든 행법은 독약 섞인 음식과 같으며, 함이 있는 법은 걱정이 많은 것을 관찰하라."
이에 순타는 부처님께 다시 여쭈었다.
"여래께서 세상에 오래 계시지 않으려 하시니, 제가 어떻게 울지 않겠나이까. 안타깝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세간이 텅 비려 하오니,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저희들과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어 오래오래 세상에 머무르시고 열반에 들지 마십시오."
"순타여, 너는 그와 같이 '우리를 불쌍히 여겨서 이 세상에 오래 머물라'는 말을 하지 말지어다. 나는 너와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오늘 열반에 들려는 것이니라. 왜냐 하면 부처님들이 으레 그렇고, 함이 있는 법도 그러하니라. 그러므로 부처님들은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느니라.
함이 있는 법이란 그 성품이 무상하여
나고서는 머물잖아 없어짐이 낙이니라.
순타여, 너는 지금 이렇게 관찰할지어다. 온갖 행법은 잡란하고, 모든 법은 나라고 할 것이 없고 무상하고 머물지 않으며, 이 몸에는 한량없는 걱정이 있어서 마치 물거품 같으니라. 그러니까 너는 울지 말지어다."
그 때 순타는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하오이다. 그러하오이다. 참으로 부처님 말씀과 같습니다. 여래께서 방편으로 열반에 드심을 보이는 줄 아나이다. 저는 근심을 품지 아니할 수 없사오나, 한편 스스로 생각하면 다시 기쁨을 내게 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순타를 칭찬하시었다.
"순타여, 훌륭하고 훌륭하다. 여래가 중생들과 같음을 보이기 위하여 방편으로 열반하는 줄을 네가 아는구나. 순타여, 너는 지금 들을지어다. 사라사(娑羅娑)새가 봄철이 되면 저 아누달(阿耨達) 못에 모이듯이 부처님들도 그와 같이 모두 이곳에 이르느니라. 순타여, 너는 지금 부처님이 장수하거나 단명한다고 생각하지 말지어다. 모든 법이 모두 곡두[幻] 모양과 같은 것인데, 여래는 그 속에 있으면서도 방편의 힘으로 물들지 않느니라. 왜냐 하면 부처님들은 으레 그렇기 때문이니라. 순타여, 내가 이제 너의 받드는 공양을 받으려 함은 너로 하여금 나고 죽는 모든 무리들을 건지어 해탈하도록 하려 하기 때문이니라. 만일 인간이나 천상 사람이 마지막으로 나에게 공양하는 이는 모두 변동 없는 과보를 얻어 항상 안락을 받으리니, 그 까닭은 내가 중생들의 좋은 복전인 연고니라. 네가 만일 중생들의 복전이 되려거든 빨리 공양을 마련하고 오래 지체하지 말지어다."
그 때 순타는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기 위하여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일 복전이 되는 것을 감당하게 될 때라면 여래의 열반하심과 열반하지 않으심을 분명히 알 수 있겠사오나, 우리들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의 지혜는 마치 모기나 하루살이 같으니, 진실로 여래의 열반하심과 열반하지 않으심을 헤아릴 수 없나이다."
그 때 순타와 그의 권속들은 수심에 잠겨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을 에워 돌면서, 향을 태우고 꽃을 흩어 마음껏 공경하여 받들다가 이윽고 문수사리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 공양거리를 마련하였다.
홍범구주洪範九疇
man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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