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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열반경 제34권-24. 가섭보살품 ④ 본문

마스터와 가르침/석가

대반열반경 제34권-24. 가섭보살품 ④

柏道 2022. 4. 25. 19:24

대반열반경 제34권-24. 가섭보살품 ④

대반열반경 제34권


24. 가섭보살품 ④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온갖 중생들이 다 번뇌로부터 과보를 얻나니, 번뇌는 악이라 하오며, 악한 번뇌로부터 생긴 번뇌도 악이라 하나이다. 이런 번뇌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인(因)이요, 또 하나는 과(果)입니다. 인이 악하므로 과가 악하고 열매가 좋지 않으므로 씨가 좋지 않나니, 마치 임파(임婆) 열매는 씨가 쓴 까닭에 꽃과 열매와 줄기와 잎이 모두 쓴 것과 같으며, 독한 나무는 씨가 독하므로 열매도 독한 것입니다. 인이 중생이매 과도 중생이며, 인이 번뇌이매 과도 번뇌니, 번뇌의 인과 과가 곧 중생이요, 중생이 곧 번뇌의 인과 과라 하나이다. 이러하다면 어찌하여 여래께서 먼저 비유하시기를, '설산에 독한 풀과 미묘한 약왕이 있다' 하셨나이까? 만일 번뇌가 곧 중생이요 중생이 곧 번뇌라 할진댄 어찌하여 중생의 몸 속에 묘한 약왕이 있다고 말씀하셨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선남자여, 한량없는 중생들이 모두 그 의심과 같거늘, 그대가 능히 물어서 해답을 구하였고, 나도 능히 결단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가 이제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선남자여, 설산이라 비유한 것은 곧 중생이요, 독한 풀은 곧 번뇌요, 미묘한 약왕은 곧 깨끗한 범행이니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이렇게 깨끗한 범행을 닦으면, 이것을 이름하여 몸에 묘한 약왕이 있다 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중생에게 깨끗한 범행이 있다 하시나이까?"

"선남자여, 마치 세상에 씨로부터 열매가 나거든, 이 열매가 씨에게 인이 되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거니와, 능히 인이 되는 것은 열매인 씨[果子]라 하고, 인이 되지 못하는 것은 열매라고만 하고, 씨라고는 이름하지 못하느니라. 모든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다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번뇌의 과로서 번뇌의 인인 것이요, 또 하나는 번뇌의 과로서 번뇌의 인이 아닌 것이니라. 이 번뇌의 과로서 번뇌의 인이 아닌 것을 깨끗한 범행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중생은 수(受)를 관찰하여 이것이 온갖 번뇌의 가까운 인임을 아나니, 이른바 안팎 번뇌니라. 수의 인연인 연고로 온갖 번뇌를 끊지 못하고, 삼계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중생이 수로 인하여 나와 내 것에 집착하며, 마음이 뒤바뀌고 소견이 뒤바뀜을 내느니라. 그러므로 중생은 먼저 수를 관찰하되, 이 수가 온갖 애(愛)에게 가까운 인이 된다 하리니,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가 애를 끊으려 하면 먼저 수를 관찰할지니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의 12인연으로 짓는 선과 악은, 모두 수하는 때로 인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내가 아난에게 말하기를 '아난아, 모든 중생이 짓는 선과 악은 모두 수하는 때이다' 하였느니라.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는 먼저 수를 관찰할 것이요, 수를 관찰하고는 다시 관찰하되 '이러한 수는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만일 인연으로 생긴다면, 이런 인연은 무엇으로 생기는가, 만일 인이 없이 생긴다면, 인이 없는 것이 무슨 연고로 수가 없음[無受]은 내지 않는가' 하느니라. 또 관찰하기를 '이 수는 자재천으로 인하여 나지도 않고, 장정[士夫]으로 인하여 나지도 않고, 미진(微塵)으로 인하여 나지도 않고, 시절로 인하여 나지도 않고, 생각으로 인하여 나지도 않고, 성품으로 인하여 나지도 않고, 자기로부터 나지도 않고, 다른 이로부터 나지도 않고, 자기와 다른 이로부터 나지도 않고, 인이 없이 나는 것도 아니요, 이 수는 인연이 화합하여 생기는 것이니, 인연은 곧 애니라. 이 화합 중에는 수가 있는 것도 아니요 수가 없는 것도 아니니, 그러므로 나는 마땅히 화합을 끊을 것이요, 화합을 끊으면 수가 생기지 않으리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가 인을 관찰하고는 다음에 과보를 관찰하나니, 중생이 수로 인하여 지옥·아귀·축생과 나아가 삼계의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으며, 수의 인연으로 무상한 즐거움을 받으며, 수의 인연으로 선근을 끊으며, 수의 인연으로 해탈을 얻는다 하느니라. 이런 관찰을 할 때에는 수의 인을 짓지 아니하나니, 무엇을 이름하여 수의 인을 짓지 않는다 하는가. 수를 분별하되 '어떠한 수가 애(愛)의 인을 지으며, 어떠한 애가 수의 인을 짓는가' 하느니라. 선남자여, 중생이 능히 이렇게 애의 인과 수의 인을 깊이 관찰하면, 능히 나와 내 것을 끊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이가 이러한 관찰을 지으면, 마땅히 애와 수가 어디에서 멸하는가를 분별할 것이니, 애와 수가 조금 멸하는 곳을 본다면, 역시 끝까지 멸함을 알 것이니라. 그러하면 해탈에 대하여 믿는 마음을 낼 것이요, 믿는 마음을 내고는 이 해탈하는 곳은 무슨 인연으로 얻는가 하며, 8정도로부터인 줄 알고 곧 닦을 것이니라. 무엇을 8정도라 하는가. 이 도로 수를 관찰하는 데 세 가지 모양이 있으니, 하나는 괴로움이요, 둘은 즐거움이요, 셋은 괴로움도 아니요 즐거움도 아니니라. 이 세 가지가 모두 몸과 마음을 증장하나니, 무슨 인연으로 증장하는가. 촉(觸)하는 인연이니라. 촉이 세 가지니, 하나는 무명촉(無明觸)이요, 둘은 명촉(明觸)이요, 셋은 명도 무명도 아닌 촉[非明無明觸]이니라. 명촉은 곧 8정도요, 다른 두 촉은 몸과 마음과 세 가지 수를 증장하나니, 그러므로 내가 두 가지 촉의 인연을 끊으리니, 촉이 끊어지면, 세 가지 수가 생기지 아니하리라.

선남자여, 이와 같은 수는 인이라고도 이름하고 과라고도 이름하나니, 지혜 있는 이는 마땅히 인도 되고 과도 되는 줄을 관찰할 것이니라. 무엇을 인이라 하는가. 수로 인하여 애를 내는 것을 인이라 하느니라. 무엇을 과라 하는가. 촉으로 인하여 생기므로 과라 하느니라. 그러므로 이 수를 인도 되고 과도 된다 하느니라. 지혜 있는 이가 이와 같이 수를 관찰하고는, 다시 애를 관찰할지니 과보를 받으므로 애라 이름하느니라.

지혜 있는 이가 애를 관찰하는 데 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잡식(雜食)이요, 하나는 무식(無食)이니라. 잡식애(雜食愛)라 함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모든 유를 인함이요, 무식애(無食愛)라 함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모든 유를 끊고 무루의 도를 탐함이니라. 지혜 있는 이는 또 이렇게 생각할지니, 내가 만일 잡식애를 내면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끊지 못할 것이며, 내가 비록 무루의 도를 탐하지만 수의 인을 끊지 못하면 무루의 도과를 얻지 못할 것이니, 그러므로 마땅히 촉을 먼저 끊어야 하며, 촉이 끊어지면 수가 스스로 멸하며, 수가 멸하면 애도 따라서 멸할 것이니, 이것을 8정도라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이렇게 관찰하면 비록 몸에 독이 있으나 미묘한 약왕도 있느니라. 마치 설산 속에 독한 풀이 있지만 미묘한 약도 있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런 중생은 비록 번뇌로부터 과보를 얻더라도, 이 과보는 다시 번뇌의 인이 되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이름하여 깨끗한 범행이라 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가 수와 애의 두 가지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를 관찰하면, 생각으로 인하여 생기는 줄을 알지니, 왜냐하면 중생이 색을 보아도 탐심을 내지 아니하고, 수를 관찰할 때에도 탐심을 내지 아니하지만 만일 색에 대하여 뒤바뀐 생각을 내어 색이 곧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 하며, 수가 항상하여 변역함이 없다 하면, 이 뒤바뀐 생각으로 인하여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을 내게 되나니,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는 마땅히 생각을 관찰할지니라. 어떻게 생각을 관찰하는가.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이 바른 도를 얻지 못하면, 다 뒤바뀐 생각이 있나니, 무엇을 뒤바뀐 생각이라 하는가. 항상하지 아니한데 항상하다는 생각을 내고, 즐거움이 아닌데 즐겁다는 생각을 내고, 깨끗하지 아니한데 깨끗하다는 생각을 내고, 공한 법에 나라는 생각을 내고, 남자·여자·큰 것·작은 것·낮·밤·해·달·의복·집·와구가 아닌데 남자·여자, 나아가 와구란 생각을 내는 것이니라.

이 생각이 세 가지니, 하나는 작은 것, 둘은 큰 것, 셋은 그지없는 것이니라. 작은 인연으로 작은 생각을 내고, 큰 인연으로 큰 생각을 내고, 그지없는 인연으로 그지없는 생각을 내느니라. 또 작은 생각이 있으니 선정에 들지 못함이요, 큰 생각이 있으니 이미 선정에 듦이요, 그지없는 생각이 있으니 열 가지 온갖 곳[一切處]에 들어감이니라. 또 작은 생각이 있으니 욕계의 모든 생각들이요, 큰 생각이 있으니 색계의 모든 생각들이요, 그지없는 생각이니라. 세 가지 생각이 멸하므로 수가 스스로 멸하고, 생각과 수가 멸하므로 해탈이라 이름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온갖 법이 멸한 것을 해탈이라 하옵는데 여래께서 어찌하여 생각과 수가 멸한 것을 해탈이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여래가 어떤 때에 중생으로 인하여 말하거든 듣는 이는 법이라고 이해하며, 어떤 때에 법으로 인하여 중생을 말하거든 듣는 이도 중생을 말한다고 이해하느니라.

어떤 것을 이름하여 '중생으로 인하여 말하거든 듣는 이는 법이라고 이해한다' 하는가. 내가 예전에 대가섭에게 말하기를 '가섭아, 중생이 멸할 때에 선한 법이 멸하느니라' 하였으니, 이것을 이름하여 중생으로 인하여 말하거든 듣는 이는 법이라 해석함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이름하여 '법으로 인하여 중생을 말하거든 듣는 이도 중생을 말한다고 이해한다' 하는가. 내가 전에 아난에게 말하기를 '나는 온갖 법을 친근한다고 말하지도 않고, 또 온갖 법을 친근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도 않나니, 만일 법을 친근하여서 선한 법이 쇠약하고 불선한 법이 치성하면, 그런 법은 친근하지 말아야 하고, 법을 친근하여서 불선한 법이 쇠약하고 선한 법이 증장하면, 그런 법은 친근하여야 한다' 하였으니, 이것을 이름하되 법으로 인하여 중생을 말하거든 듣는 이도 중생을 말한다고 이해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여래가 비록 생각과 수 두 가지가 멸함을 말하였으나 이미 온갖 것을 끊는다 말한 것이니, 지혜 있는 이가 이러한 생각을 관찰하고는, 다음에 생각의 일을 관찰하되, '이 한량없는 생각이 무엇을 인하여 생기는가' 하면, 촉으로 인하여 생기는 줄을 알 것이니라. 촉은 두 가지니, 하나는 번뇌의 촉이요, 또 하나는 해탈의 촉이니라. 무명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을 번뇌의 촉이라 하고, 명(明)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을 해탈의 촉이라 하나니, 번뇌의 촉으로 인하여서 뒤바뀐 생각이 생기고, 해탈의 촉으로 인하여서 뒤바뀌지 않은 생각이 생기느니라. 생각의 인을 관찰하고는 다음에 과보를 관찰할지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이 번뇌의 생각으로 인하여 뒤바뀐 생각이 생긴다면, 모든 성인이 실로 뒤바뀐 생각이 있으면서도 번뇌가 없사오니, 이 이치는 어떠하겠습니까?"

"선남자여, 어찌하여 성인이 뒤바뀐 생각이 있다 하는가?"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성인들이 소[牛]에 소라는 생각을 내고는 소라고 말하고, 말이라는 생각을 내고는 말이라고 말하며, 남자·여인·큰 것·작은 것·집·수레·가고, 오는 데도 그러하니, 이것을 뒤바뀐 생각이라 하나이다."

"선남자여, 모든 범부는 두 가지 생각이 있으니, 하나는 세간에 퍼지는 생각이요, 또 하나는 집착하는 생각이니라. 모든 성인들은 세간에 퍼지는 생각만 있고, 집착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모든 범부들은 나쁜 각관(覺觀)이므로 세간에 퍼지는 것에 집착하는 생각을 내거니와, 모든 성인들은 좋은 각관이므로 세간에 퍼지는 것에 집착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느니라. 그러므로 범부는 뒤바뀐 생각이라 하고, 성인은 비록 알지만 뒤바뀐 생각이라 하지 않느니라. 지혜 있는 이는 이렇게 생각의 인을 관찰하고는 다음에 과보를 관찰하되 나쁜 생각의 과보는 지옥·아귀·축생·인간·천상에서 받는다 하느니라. 내가 나쁜 각관을 끊음으로 인하여 무명과 촉이 끊어지고, 그리하여 생각이 끊어지며, 생각이 끊어짐으로 인하여 과보도 끊어지나니, 지혜 있는 이는 이렇게 생각의 인을 끊기 위하여 8정도를 닦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이러한 관찰을 하는 이가 있으면, 청정한 범행이라 할 것이니, 선남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중생의 독한 몸에 미묘한 약왕이 있다 하나니, 마치 설산 속에 독한 풀이 있지만 미묘한 약도 있는 것과 같으니라.

또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는 탐욕을 관찰하나니, 탐욕은 빛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촉이니라. 선남자여, 이것은 곧 여래가 인 가운데서 과를 말하는 것이니, 이 다섯 가지로부터 탐욕을 내는 것이요, 실로 탐욕은 아니니라.

선남자여, 어리석은 사람은 이런 것을 받으려고 탐하여 구하는 연고로 이 빛에 대하여 뒤바뀐 생각을 내며, 나아가 촉에 대하여서도 뒤바뀐 생각을 내고, 뒤바뀐 생각의 인연으로 수(受)를 내나니, 그래서 세상에서 말하기를 '뒤바뀐 생각으로 인하여 열 가지 생각을 낸다'고 하느니라. 탐욕의 인연으로 세간에서 나쁜 과보를 받고, 나쁜 것을 부모와 사문과 바라문들에게 가하기도 하고, 짓지 않아야 할 일을 짐짓 지으면서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나니,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는 나쁜 생각의 인연으로 탐욕의 마음을 내게 하는 줄을 관찰하느니라.

지혜 있는 이가 이렇게 탐욕의 인연을 관찰하고는 다음에 과보를 관찰하되, 이 탐욕으로 모든 나쁜 과보가 많으니, 지옥·아귀·축생·인간·천상이라 하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과보를 관찰한다 하느니라. 만일 나쁜 생각을 제멸하면 욕심이 생기지 아니하고, 욕심이 없으므로 나쁜 수를 받지 아니하며, 나쁜 수가 없으므로 나쁜 과보가 없으리니, 그러므로 내가 먼저 나쁜 생각을 끊어야 하며, 나쁜 생각이 끊어지면 이런 법이 자연히 없어진다 하느니라.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가 나쁜 생각을 없애기 위하여 8정도를 닦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청정한 범행이라 하며, 이것을 이름하여 중생의 독한 몸 가운데 묘한 약왕이 있는 것이, 마치 설산 속에 독한 풀도 있지만 묘한 약도 있음과 같다고 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는 이렇게 탐욕을 관찰하고는 다음에 업을 관찰하나니, 왜냐 하면 지혜 있는 사람은 마땅히 생각하기를, 수와 생각과 촉의 탐욕이 곧 번뇌며, 이 번뇌는 능히 나는 업은 지으나 받는 업은 짓지 못한다 하느니라. 이러한 번뇌가 업과 함께 행해지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나는 업을 지음이요, 또 하나는 받는 업을 지음이니라.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는 업을 관찰할 것이니라. 업에 세 가지가 있으니, 몸과 입과 뜻이니라.

선남자여, 몸과 입의 두 업은 업이라고도 하고, 업의 과보라고도 하거니와 뜻은 업이라고만 이름하고, 과보라고는 이름하지 않나니, 업의 인이므로 업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몸과 입의 두 업은 바깥 업이라 하고, 뜻의 업은 안의 업이라 하며, 이 세 가지 업이 번뇌와 함께 행해지므로 두 가지 업을 짓나니, 하나는 나는 업이요, 또 하나는 받는 업이니라.

선남자여, 정업(正業)은 뜻으로 짓는 업이요, 기업(期業)은 몸과 입으로 짓는 업이니라. 먼저 나는 것이므로 뜻의 업이라 하고, 뜻으로부터 생기므로 몸의 업, 입의 업이라 하나니, 그러므로 뜻의 업을 정업이라 하느니라. 지혜 있는 이가 업을 관찰하고는, 다음에 업의 인을 관찰하나니, 업의 인은 무명과 촉이며, 무명과 촉으로 인하여 중생이 유(有)를 구하고, 유를 구하는 인연이 곧 애(愛)니라. 애의 인연으로 몸·입·뜻의 세 가지 업을 짓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가 이렇게 업의 인을 관찰하고는 다음에 과보를 관찰하느니라. 과보에 넷이 있으니, 하나는 흑흑과보(黑黑果報)요, 둘은 백백(白白)과보요, 셋은 잡잡(雜雜)과보요, 넷은 불흑불백불흑불백(不黑不白不黑不白)과보니라. 흑흑과보라 함은 업을 지을 때도 더럽고, 과보도 더러운 것이요, 백백과보라 함은 업을 지을 때도 깨끗하고 과보도 깨끗한 것이요, 잡잡과보라 함은, 업을 지을 때도 섞였고 과보도 섞인 것이요, 불백불흑불백불흑과보라 함은, 무루의 업을 이름하는 것이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먼저 말씀하시기는 무루는 과보가 없다 하시더니, 이제는 어찌하여 불백불흑과보라 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선남자여, 이 뜻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과도 되고 보도 되며, 다른 하나는 과뿐이요 보는 아니니라. 흑흑과보는 과도 되고 보도 되나니, 검은 인으로 생겼으므로 과라 하고, 능히 인을 지으므로 보라 하며, 깨끗함과 섞인 것도 그러하니라. 무루의 과라 함은, 유루로 인하여 생겼으므로 과라 하고, 다른 인을 짓지 아니하므로 보라고는 이름하지 않나니, 그러므로 과라고 이름하고 보라고는 이름하지 않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무루의 업이 흑법이 아니온데, 무슨 인연으로 백(白)이라고 이름하지 않나이까?"

"선남자여, 보가 없으므로 백이라고 이름하지 아니하고, 흑(黑)을 다스리므로 백이라고 이름하나니, 나는 지금 과보를 받는 것을 백이라고 이름하는데, 무루의 업은 보를 받지 아니하므로 백이라고 이름하지 않고, 적정(寂靜)이라 이름하느니라. 이러한 업은 결정코 보를 받는 곳이 있나니, 10악법은 지옥·아귀·축생에 나고, 10선업은 인간과 천상에 나느니라. 10불선업에 상품·중품·하품이 있으니, 상품의 인연으로는 지옥의 몸을 받고, 중품의 인연으로는 축생의 몸을 받고, 하품의 인연으로는 아귀의 몸을 받느니라. 인간의 업인 10선업에 또 네 가지가 있으니, 하품·중품·상품·상상품이니라. 하품의 인연으로는 울단월(鬱單越)에 나고, 중품의 인연으로는 불바제(弗婆提)주에 나고, 상품의 인연으로는 구다니(瞿陀尼)주에 나고, 상상품의 인연으로는 염부제(閻浮提)주에 나느니라.

지혜 있는 사람이 이렇게 관찰하고는 이런 생각을 하되 '내가 어떻게 이 과보를 끊을 것인가' 하고, 또 생각하기를 '이 업의 인연이 무명과 촉으로 생겼으니, 내가 만일 무명과 촉을 끊어 버린다면, 이런 업과는 멸하고 나지 아니하리라' 하느니라. 그래서 지혜 있는 이는 무명과 촉을 끊으려는 인연으로 8정도를 닦나니, 이것이 곧 청정한 범행이라 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중생의 독한 몸 속에 묘한 약왕이 있는 것이 마치 설산 속에 독한 풀이 있지만 묘한 약도 있는 것과 같으니라.

또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가 업을 관찰하며 번뇌를 관찰하고는, 다음에 이 두 가지로 얻게 되는 과보를 관찰하나니, 두 가지의 과보는 곧 고통이니라. 이미 고통인 줄을 알고는, 온갖 것에 태어나는 일을 버리느니라. 지혜 있는 이는 또 관찰하되 '번뇌의 인연으로 번뇌를 내고, 업의 인연으로도 번뇌를 내고, 번뇌의 인연으로 다시 업을 내며, 업의 인연으로 괴로움을 내고, 괴로움의 인연으로 번뇌를 내며, 번뇌의 인연으로 유(有)를 내고, 유의 인연으로 괴로움을 내며, 유의 인연으로 유를 내고, 유의 인연으로 업을 내며, 업의 인연으로 번뇌를 내고, 번뇌의 인연으로 괴로움을 내며, 괴로움의 인연으로 괴로움을 낸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가 능히 이와 같이 관찰하면 이 사람은 능히 업과 괴로움을 관찰하리니, 왜냐 하면 위에서 말한 것은 곧 나고 죽는 12인연이니, 만일 사람이 나고 죽는 12인연을 관찰하면, 이 사람은 새로운 업은 짓지 아니하고 낡은 업은 깨뜨릴 것임을 알지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사람은 지옥의 고통을 관찰하나니 한 지옥으로부터 136지옥까지를 관찰하되 '낱낱 지옥에 가지가지 고통이 있는 것이 모두 번뇌와 업의 인연으로 난다' 하리라. 지옥을 관찰하고는, 다음에 아귀와 축생 등의 고통을 관찰하며, 이렇게 관찰하고는 인간과 천상에 있는 모든 고통을 관찰하되 '이런 고통들이 모두 번뇌와 업의 인연으로 난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천상에는 크게 괴롭고 시끄러운 일은 없지만 그러나 몸이 보드랍고 매끄러워서 다섯 가지 모양을 보게 될 때에는, 지극히 괴로운 것이 지옥의 고통과 같아서 차별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는 삼계의 모든 고통이 다 번뇌와 업의 인연으로 생기는 줄을 관찰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날기와가 부서지기 쉽듯이 중생의 몸을 받음도 그와 같으니라. 이미 몸을 받으면 이는 괴로움의 그릇이니, 마치 큰 나무에 꽃과 열매가 번성하면 새의 무리가 쪼아 먹듯이, 마른 풀 무더기를 조그만 불이 태울 수 있듯이 중생이 받는 몸이 괴로움 때문에 부수어지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가 여덟 가지 괴로움을 관찰할 때에 성인의 행과 같이 하면, 이 사람은 능히 모든 괴로움을 끊을 것이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가 이 여덟 가지 괴로움을 깊이 관찰하고는, 다음에 괴로움의 인을 관찰할지니, 괴로움의 인은 곧 애와 무명이니라. 애와 무명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몸을 구함이요, 또 하나는 재물을 구함이니라. 몸을 구함과 재물을 구함이 모두 괴로움이니, 그러므로 애와 무명이 괴로움의 인인 줄을 알지니라. 선남자여, 이 애와 무명이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안이요, 또 하나는 밖이니라. 안의 것은 능히 업을 짓고, 바깥 것은 능히 증장케 하느니라. 또 안의 것은 업을 짓고, 바깥 것은 업의 과보를 짓나니, 안의 애를 끊으면 업이 끊어지고, 바깥 애를 끊으면 과보가 끊어지느니라. 안의 애는 오는 세상의 괴로움을 내고, 바깥 애는 지금 세상의 괴로움을 내나니, 지혜 있는 이는 애가 괴로움의 인임을 관찰하느니라. 이미 인을 관찰하고는 다음에 과보를 관찰할지니, 괴로움의 과보는 곧 취(取)니라. 애의 과보를 취라 이름하나니, 취의 인연이 곧 안팎의 애이므로 애의 고가 있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는 마땅히 애는 취의 인연이요 취는 애의 인연임을 관찰할 것이니, 만일 내가 애와 취의 두 가지를 끊으면, 업을 짓고 괴로움을 받지 아니하느니라.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는 애의 괴로움을 끊기 위하여 8정도를 닦느니라. 어떤 사람이 이렇게 관찰하면, 이것을 깨끗한 범행이라 이름하며, 이것을 이름하여 중생의 독한 몸 속에 묘한 약이 있는 것이 마치 설산 속에 독한 풀이 있지만 묘한 약도 있는 것과 같다고 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깨끗한 범행이라 하나이까?"

"선남자여, 온갖 법이 그것이니라."

"세존이시여, 온갖 법이라 함은 뜻이 결정되지 않았나니, 왜냐하면 여래께서 혹은 선과 불선을 말씀하시고, 혹은 4념처관(念處觀)을 말씀하시고, 혹은 12입(入)을 말씀하시고, 혹은 선지식을 말씀하시고, 혹은 12인연을 말씀하시고, 혹은 중생이라 말씀하시고, 혹은 바른 소견과 삿된 소견을 말씀하시고, 혹은 12부경을 말씀하시고, 혹은 2제(諦)를 말씀하시더니 여래께서 이제는 온갖 법이 깨끗한 범행이라 말씀하시니, 어떠한 온갖 법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이 미묘한 대열반경이 모든 선한 법의 보배 광이니라. 마치 큰 바다가 여러 가지 보배의 광이듯이 이 열반경도 그와 같아서 온갖 글자와 뜻의 비밀한 광이니라. 선남자여, 마치 수미산이 모든 약의 근본이듯이 이 경도 그와 같아서 보살계(菩薩戒)의 근본이니라. 선남자여, 마치 허공이 온갖 물건이 있는 곳인 것처럼 이 경도 그와 같아서 온갖 선한 법이 머무는 곳이니라. 선남자여, 마치 맹렬한 바람을 붙들어 맬 수 없듯이 모든 보살로서 이 경을 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번뇌의 나쁜 법에 얽매이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금강을 깨뜨릴 수 없듯이 이 경도 그와 같아서 외도나 나쁜 사람들이 깨뜨릴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항하의 모래를 셀 수 없듯이 이 경의 뜻도 그와 같아서 셀 사람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이 경전이 모든 보살에게 법의 짐대[幢]가 되는 것이 제석의 짐대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열반의 성에 나아가는 장사꾼의 우두머리니, 마치 길잡이가 장사꾼들을 데리고 큰 바다로 가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이 모든 보살들에게 법의 광명이 되는 것이 마치 세상의 해와 달이 어둠을 깨뜨림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병들어 고생하는 중생들에게 훌륭한 약이 되나니, 마치 향산 속에 있는 미묘한 약왕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일천제의 지팡이가 되나니, 마치 쇠약한 사람이 짚고 일어나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모든 나쁜 사람에게 다리가 되나니, 마치 세간의 다리가 모든 사람을 건너게 할 수 있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3유(有)에 다니는 이로서 번뇌의 뜨거움을 만난 이에게 서늘한 그늘이 되나니, 마치 세간의 일산이 햇볕을 가리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두려움이 없는 큰 왕이어서 모든 번뇌의 악마를 깨뜨릴 수 있으니, 마치 사자 왕이 뭇 짐승을 항복하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신기한 주문의 스승이어서 온갖 번뇌의 마귀들을 부수나니, 마치 세간의 주문하는 사람이 도깨비를 쫓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더할 수 없는 우박이어서 모든 생사의 과보를 파괴하나니, 마치 세간의 우박이 모든 과실을 부수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계율의 눈[戒目]이 망가진 이에게 좋은 약이 되나니, 마치 세간의 안사타약(安闍陀藥)이 안질을 치료하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모든 선한 법을 머물게 하나니, 세간의 땅이 모든 물건을 머물러 두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계율을 깨뜨린 중생에게 밝은 거울이 되나니, 세상의 거울이 모든 모양을 나타내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이에게 의복이 되나니, 세간의 옷이 몸을 가리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선한 법이 부족한 이에게 큰 보물이 되나니, 마치 공덕천(功德天)이 가난한 이를 이익케 하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법에 목마른 중생에게 감로수가 되나니, 마치 여덟 가지 맛을 가진 물이 목마른 이를 만족케 함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번뇌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법상(法床)이 되나니, 세상의 궁핍한 사람이 편안한 평상을 만난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초지 보살로부터 10지 보살에 이르기까지 영락·향기 있는 꽃·바르는 향·가루향·사르는 향과 청정한 성품을 구족한 수레가 되어 모든 6바라밀을 지나서 훌륭한 즐거움을 받는 곳이니, 마치 도리천의 파리질다라나무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금강처럼 잘 드는 도끼니, 모든 번뇌의 나무를 찍으며, 잘 드는 칼이니 습기를 베며, 날쌘 장사니 원수를 부수며, 지혜의 불이니 번뇌의 섶을 태우며, 인연의 광이니 벽지불을 내며, 성문의 광이니 성문인을 내며, 모든 하늘들의 눈이며, 모든 사람의 바른 길이며, 모든 축생이 의지할 곳이며, 아귀가 해탈할 곳이며, 지옥의 위없는 어른이며, 모든 시방 중생의 위없는 그릇이며, 시방의 과거·미래·현재의 여러 부처님의 부모니라. 선남자여, 그러므로 이 경은 모든 법을 포섭하였느니라. 내가 전에 말하기를 이 경이 비록 모든 법을 포섭한다 하였으나, 내가 말하는 범행은 곧 37조도법(助道法)이니라.

선남자여, 만일 이 37품을 여의고는, 마침내 성문의 바른 과(果)로부터 아눗다라삼먁삼보디까지를 얻지 못하며, 불성과 불성의 과를 보지 못하나니, 이런 인연으로 범행이 곧 37품이라 하느니라. 왜냐 하면 37품은 성품이 뒤바뀐 것이 아니매 능히 뒤바뀐 것을 깨뜨리며, 성품이 나쁜 소견이 아니매 능히 나쁜 소견을 깨뜨리며, 성품이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매 능히 공포스러움을 깨뜨리며, 성품이 깨끗한 행이매 중생으로 하여금 끝까지 청정한 범행을 짓게 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유루법도 능히 무루법의 인을 지을 수 있거늘, 여래께서 어찌하여 유루가 청정한 범행이라 말씀하시지 않나이까?"

"선남자여, 모든 유루는 곧 뒤바뀐 것이므로, 유루는 청정한 범행이라 이름하지 못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세제일법(世第一法)은 유루가 되나이까, 무루가 되나이까?"

"선남자여, 그것은 유루니라."

"세존이시여, 비록 유루라 하지만 성품은 뒤바뀐 것이 아니온데, 무슨 연고로 청정한 범행이라 이름하지 않나이까?"

"선남자여, 무루의 인이므로 무루와 비슷하고, 무루로 향하는 것이므로 뒤바뀌었다 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청정한 범행은 마음을 내어 서로 계속하여 필경까지 이르거니와, 세제일법은 한 생각뿐이므로 청정한 범행이라 이름하지 못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중생들의 5식(識)도 유루이지만 뒤바뀌지 아니하였사오며, 또 한 생각도 아니온데, 무슨 연고로 청정한 범행이라 이름하지 못하나이까?"

"선남자여, 중생의 5식은 비록 한 생각은 아니나, 유루이고 또 뒤바뀐 것이라 모든 누(漏)를 더하게 하므로 유루라 이름하고, 자체가 진실하지 아니하고 생각에 집착하였으므로 뒤바뀐 것이라 하느니라. 어찌하여 자체가 진실하지 아니하고 생각에 집착하였으므로 뒤바뀌었다 하였는가. 남녀가 아닌데 남녀라는 생각을 내고, 나아가 집과 수레와 질그릇과 옷에도 그와 같으므로 뒤바뀌었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37품은 성품이 뒤바뀌지 않았으므로 청정한 범행이라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37품에 대하여 근본을 알고 원인을 알고 섭취함을 알고 증장함을 알고 주인됨을 알고 인도함을 알고 훌륭함을 알고 진실함을 알고 필경을 안다면, 이런 보살은 청정한 범행이라 이름할 수 있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이름하여 근본을 알며, 나아가 필경을 안다 하나이까?"

"선남자여, 훌륭한 말이다. 보살이 묻는 것이 두 가지 일을 위하여서니, 하나는 스스로 알기 위함이요, 또 하나는 다른 이를 알게 하려는 것이니라. 그대는 지금 이미 알았지만 한량없는 중생들이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것을 묻는 것이므로 내가 그대를 찬탄하노라.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37품의 근본은 욕망이요, 원인은 밝은 촉[明燭]이요, 섭취함은 수(受)라 하고, 증장함은 잘 생각함이라 하고, 주인되는 것은 억념(憶念)이라 하고, 인도함은 선정이라 하고, 휼륭함은 지혜라 하고, 진실함은 해탈이라 하고, 필경은 대반열반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선한 욕망은 처음 도심(道心)을 내는 것으로부터 아눗다라삼먁삼보디까지의 근본이니, 그러므로 내가 욕망이 근본이라 한 것이니라. 선남자여, 마치 세간에서 말하기를 '모든 번뇌는 애가 근본이요, 모든 병은 식체가 근본이요, 모든 결단하는 일은 투쟁(鬪諍)이 근본이요, 모든 악한 일은 허망함이 근본이라' 함과 같으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이 경에서 전에 말씀하시기를 '모든 선한 법에는 방일하지 아니함이 근본이 된다' 하시더니, 이제 욕망이라 말씀하시니, 무슨 뜻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일 내는 인[生因]을 말하면 선한 욕망이요, 나타내는 인[了因]을 말하면 방일하지 않음이니라. 마치 세간에서 말하기를 '모든 열매에는 씨가 인이 된다' 하거니와, 혹은 말하기를 '씨는 내는 인이요, 땅은 나타내는 인이라' 하나니, 이 뜻도 그와 같으니라."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전에 다른 경에서는, '37품은 부처가 근본이라'고 말씀하셨사온데, 이 뜻이 어떠하옵니까?"

"선남자여, 여래가 전에는 '중생이 처음 37품을 아는 데는 부처가 근본이라' 하였거니와, 스스로 증득하는 것은 욕망이 근본이니라."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밝은 촉이 원인이 된다 이름하시나이까?"

"선남자여, 여래가 어떤 때에는 밝은 것이 지혜라 말하고, 어떤 때는 믿음이라 말하느니라. 선남자여, 믿는 인연으로 선지식을 친근하나니 이것을 촉이라 하느니라. 친근하는 인연으로 바른 법[正法]을 듣게 되나니 이것을 촉이라 하느니라. 바른 법을 들음으로 인하여 몸과 입과 뜻이 깨끗하나니, 이것을 촉이라 하느니라. 3업이 깨끗함으로 인하여 바른 생명[正命]을 얻나니 이것을 촉이라 하느니라. 바른 생명으로 인하여 근을 깨끗하게 하는 계율[淨根戒]을 얻고, 근을 깨끗하게 하는 계율로 인하여 고요한 곳을 좋아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함으로 인하여 잘 생각하고, 잘 생각함으로 인하여 법답게 머물게 되고, 법답게 머무름으로 인하여 37품을 얻어서 한량없는 나쁜 번뇌를 깨뜨리나니 이것을 촉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수(受)를 섭취라 이름하느니라. 중생이 수할 때에 선과 악을 짓나니, 그러므로 수를 이름하여 섭취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수하는 인연으로 모든 번뇌를 내거든 37품이 능히 깨뜨리나니, 그러므로 수하는 것을 섭취라 하느니라. 잘 생각함으로 인하여 능히 번뇌를 깨뜨리나니, 그러므로 증장한다 이름하느니라. 왜냐 하면 부지런히 닦는 연고로 이러한 37품을 얻느니라. 만일 관찰하여 나쁜 번뇌를 깨뜨리려 하면, 반드시 오로지 생각하여야 하나니, 그래서 생각하는 것으로 주인을 삼느니라. 마치 세간에서 네 가지 군대들이 주장(主將)의 뜻을 따르듯이 37품도 그와 같아서 생각하는 주장을 따르느니라. 선남자여, 이미 선정에 든 뒤에 37품이 모든 법의 행상(行相)을 잘 분별하나니, 그러므로 선정으로 인도를 삼느니라. 37품이 법의 행상을 분별함에는 지혜가 가장 뛰어나므로 지혜를 훌륭하다 하느니라. 이렇게 지혜가 번뇌를 안 뒤에는 지혜의 힘으로 번뇌가 소멸되느니라. 마치 세상의 네 가지 군대가 원수를 하나나 둘이나 파괴하려면 용맹한 이라야 할 수 있는 것과 같이 37품도 그와 같아서 지혜의 힘으로 번뇌를 깨뜨리는 것이므로 지혜를 훌륭하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37품을 닦음으로 인하여 4선정의 신통과 안락을 얻더라도 진실하다 이름하지 않거니와, 번뇌를 깨뜨리고 해탈을 증득할 때에야 진실하다 이름하느니라. 이 37품에 마음을 내고 도를 닦아서, 세상의 즐거움이나 출세간의 즐거움이나 네 가지 사문의 과나 해탈을 얻더라도 필경이라 이름하지 못하거니와, 만일 37품으로 행하는 일을 끊어 버려야 열반이라 이름하나니,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필경이란 것은 곧 대열반이다' 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잘 사랑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곧 욕망이니 잘 사랑하고 생각함으로 인하여 선지식을 친근하므로 촉이라 이름하며, 이것을 인이라 이름하느니라. 선지식을 친근함으로 인하는 연고로 수라 이름하며, 이것을 섭취라 이름하느니라. 선지식을 친근함으로 인하여 잘 생각하나니, 그러므로 증장이라 이름하느니라. 이 네 가지 법으로 인하여 도를 생장케 하나니, 욕망과 생각과 선정과 지혜며, 이것을 이름하여 주인이라 인도[導]라 훌륭하다 이름하느니라. 이 세 가지 법으로 인하여 두 해탈을 얻나니, 애를 끊어 버리므로 마음의 해탈을 얻고, 무명을 끊어 버리므로 지혜의 해탈을 얻나니, 이것을 진실이라 이름하느니라. 이러한 여덟 가지 법으로 필경에 과를 얻음을 이름하여 열반이라 이름하나니, 그러므로 필경이라 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욕망이라 함은, 마음을 내어 출가하는 것이요, 촉은 곧 백사 갈마(白四羯磨)니, 이것을 인이라 이름하며, 섭취한다 함은 곧 두 가지 계를 받는 것이니, 하나는 바라제목차계(波羅提木又戒)요, 또 하나는 정근계(淨根戒)라, 이것을 수라 하며, 이것을 섭취라 하느니라. 증장한다 함은 4선을 닦음이요, 주인이라 함은 수다원과와 사다함과요, 인도라 함은 아나함과요, 훌륭하다 함은 아라한과요, 진실하다 함은 벽지불과요, 필경이라 함은 아눗다라삼먁삼보디과니라.

또 선남자여, 욕망은 식이라 이름하고, 촉은 6입이라 이름하고, 섭취는 수라 이름하고, 증장함은 무명이라 이름하고, 주인은 명색(名色)이라 이름하고, 인도함은 애라 이름하고, 훌륭함은 취라 이름하고, 진실함은 유라 이름하고, 필경은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이라 이름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근본과 인과 증장하는 이 세 가지 법이 어떻게 다르나이까?"

"선남자여, 근본이라 함은 곧 처음 마음을 내는 것이요, 인은 비슷하게 끊어지지 않음이요, 증장함은 비슷한 것을 멸하고는 능히 비슷한 것을 내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근본은 곧 짓는 것이요, 인은 곧 과요, 증장함은 곧 쓸 수 있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미래의 세상에 과보가 있더라도 받지 못하였으므로 인이라 이름하였다가, 받을 때에는 증장한다 이름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근본은 곧 구함이요, 얻으면 곧 인이요, 작용은 곧 증장이니라. 선남자여, 이 경에서 근본은 도를 보는 것이요, 인은 도를 닦는 것이요, 증장은 무학의 도라 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근본은 정인(正因)이요, 인은 방편인(方便因)이니, 이 두 인으로부터 과보를 얻는 것을 증장이라 이름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부처님 말씀과 같이 필경이 곧 열반이오면, 이런 열반은 어떻게 얻겠나이까?"

"선남자여, 만일 보살마하살·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열 가지 생각을 닦아 익히면, 이 사람은 열반을 능히 얻으리라. 무엇을 열 가지라 하는가. 하나는 무상하다는 생각이요, 둘은 괴롭다는 생각이요, 셋은 내가 없다는 생각이요, 넷은 먹기를 싫어하는 생각이요, 다섯은 모든 세간이 즐거울 것 없다는 생각이요, 여섯은 죽는다는 생각이요, 일곱은 죄가 많다는 생각이요, 여덟은 여의려는 생각이요, 아홉은 멸한다는 생각이요, 열은 사랑할 것 없다는 생각이니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마하살·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이 열 가지 생각을 닦으면, 이 사람은 필경에 열반을 얻어서 다른 이의 마음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능히 선한 것과 선하지 못한 것을 분별하리니, 이것을 이름하여 진실하게 비구의 뜻에 적합하며, 나아가 우바이의 뜻에 적합하다 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이름하여 보살로부터 우바이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는다 하나이까?"

"선남자여, 보살이 두 가지니, 하나는 처음 마음을 낸 이요, 또 하나는 이미 도를 행하는 이니라. 무상하다는 생각이 두 가지니, 하나는 거친 것이요, 또 하나는 미세한 것이니라. 처음 마음을 낸 보살이 무상하다는 생각을 관찰할 때에 생각하기를, '세간의 물건이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안의 것이요, 또 하나는 바깥 것이라. 이 안의 물건이 무상하게 변하여 달라지느니라. 내가 보건댄 날 때·어렸을 때·컸을 때·장성하였을 때·늙은 때·죽을 때, 그런 시절들이 각각 같지 아니하니, 그러므로 안의 물건이 무상한 줄을 아느니라' 하느니라. 또 생각하기를 '내가 보건댄 중생이 어떤 이는 비대하고 얼굴빛과 기운을 구족하였으며, 가고 오는 행동이 자재하여 장애가 없으며, 혹은 병들어 시달리고 얼굴빛과 기운이 쇠약하고 얼굴이 초췌하여 자재하지 못하며, 혹은 재물이 많아서 창고에 가득하고, 혹은 빈궁하여 간 데마다 궁색하며, 혹은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고 혹은 한량없이 나쁜 법을 구족하나니, 그러므로 안의 법이 결정코 무상한 줄을 아느니라' 하느니라.

또 밖의 법을 보건댄 종자 때·싹틀 때·줄기 때·잎필 때·꽃필 때·열매 때, 그런 시절들이 각각 같지 아니하니라. 이러한 바깥 법들을 혹은 구족하고 혹은 구족하지 못하므로, 온갖 바깥 것이 결정코 무상한 줄을 알지니라. 보는 법이 무상함을 관찰하고는, 다시 듣는 법을 관찰하나니, 모든 하늘들은 묘한 쾌락을 구족하게 성취하고 신통이 자재하거니와, 다섯 가지 쇠하는 모양이 있다 하니, 그러므로 바깥 법이 무상한 줄을 아느니라. 또 듣건댄 겁이 처음 생길 때의 중생들은 훌륭한 공덕을 각각 성취하여 제 몸의 광명으로 비추고 일월을 빌리지 아니하다가 무상한 세력으로 광명이 없어지고 덕이 감손하였다 하며, 또 들으니 옛적에는 전륜성왕이 있어 사천하를 통솔하고 7보를 성취하여 크게 자재하지만 무상한 모양을 깨뜨리지 못한다 하며, 또 땅을 보더라도 옛적에는 한량없는 중생들을 평안히 널리 퍼져서 살게 하되, 수레바퀴 둘 만한 빈 곳도 없었으며, 온갖 기묘한 약이 모두 생장하고 숲과 나무에는 과실이 무성하더니, 중생이 점점 박복하게 되어 이 땅도 다시 세력이 없어지고 나는 물건들도 저절로 소모되었다 하니, 이런 것으로 안팎의 물건들이 모두 무상한 줄을 알 것이니라. 이것을 이름하여 거친 무상이라 하느니라.

거친 것을 관찰하고는 다음에 미세한 것을 관찰하나니, 무엇을 미세하다 하는가. 보살마하살이 온갖 팎의 물건들과 나아가 티끌까지도 미래의 세상에 있어서 벌써 무상함을 관찰하나니, 왜냐하면 파괴한 모양을 구족하게 성취한 연고니라. 만일 미래의 색신이 무상하지 않다면, 색신에 열 가지 차별이 있다고 말하지 못하리라. 무엇이 열 가지인가. 하나는 액체이던 때, 둘은 망울질 때, 셋은 껍질 생겼을 때, 넷은 살덩이 때, 다섯은 사지가 생겼을 떄, 여섯은 갓난아이 때, 일곱은 어린이 때, 여덟은 소년 때, 아홉은 장년 때, 열은 늙은이 때니라. 보살이 관찰하기를, 액체이던 것이 무상하지 않다면 망울 지는 데 이르지 못하고, 나아가 장정 때가 무상하지 않다면 마침내 늙은 데 이르지 못할 것이며, 이 여러 시절이 찰나찰나 멸하지 않는다면, 점점 자라지 않고 일시에 성장할 것이나, 이런 일이 없으므로 찰나찰나 미세하게 무상한 줄을 알지니라.

또 어떤 사람이 모든 근이 구족하고 안색이 충실하였다가 나중에 초췌하여짐을 보고는 생각하기를 '이 사람이 결정코 찰나찰나 동안에 무상하였으리라' 하며, 다시 4대와 4위의(威儀)를 관찰하고, 또 안팎의 각각 두 가지 괴로움의 인을 관찰하나니, 주리고 목마르고 춥고 더움이니라. 또 이 네 가지를 관찰하되, 만일 찰나찰나 미세하게 무상하지 아니하면, 이 네 가지 괴로움을 말할 수 없으리라 하느니라. 만일 보살이 이렇게 생각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미세하게 무상함을 관찰한다 하느니라. 안팎의 색법과 같이 마음도 그러하니, 왜냐 하면 여섯 군데에 행하는 연고니라. 여섯 군데에 행할 때에, 기쁜 마음도 내고 성내는 마음도 내고 사랑하는 마음도 내고 생각하는 마음도 내어서 여러 가지 다른 마음이 생기어 한결같지 못하니, 그러므로 온갖 색법과 색법 아닌 것이 모두 무상한 줄을 아느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한 생각 가운데서 온갖 법의 나고 멸함이 무상한 것을 본다면,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무상하다는 생각을 갖추었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가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아 익히고는, 항상하다는 교만과 항상하다는 뒤바뀜과 생각의 뒤바뀜을 멀리 여의느니라.

다음에 괴롭다는 생각을 닦나니,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괴로움이 있는가. 이 괴로움이 무상을 인하여 있는 줄을 깊이 아나니, 무상으로 인하여 있으므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받고,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인연으로 무상하다 이름하는 것이며, 무상한 인연으로 안팎의 괴로움을 받나니, 주리고 목마르고 춥고 덥고 채찍으로 때리고 꾸짖고 욕하는 이런 괴로움이 모두 무상으로 인하는 것이라 하며, 다음에는 지혜 있는 이가 이 몸이 무상한 그릇이니, 그릇이 곧 괴로움이며, 그릇이 괴로움인 연고로 담는 법도 괴로운 줄을 관찰하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는 또 나는 것이 괴로움이며 멸하는 것이 괴로움인 줄을 관찰하나니, 괴로움이 나고 멸하는 것이므로 무상한 것이며, 나와 내 것이 아니라 하여 내가 없다는 생각을 닦느니라. 지혜 있는 이는 다시 관찰하되 괴로움이 곧 무상이요, 무상이 곧 괴로움이니, 만일 괴롭고 무상하다면, 지혜 있는 이가 어찌하여 내가 있다고 말하겠는가. 괴로움이 내가 아니며 무상도 그러하여 이와 같이 5음도 괴로움이며 무상하거늘, 중생이 어찌하여 내가 있다고 말하는가 하느니라. 다음에는 온갖 법이 다른 화합이 있다고 관찰하나니, 한 화합으로부터 모든 법이 나는 것 아니고, 한 법이 모든 화합의 과(果)도 아니며, 모든 화합은 다 제 성품이 없고, 한 성품도 없고 다른 성품도 없으며, 물건의 성품도 없고 자재함도 없느니라. 모든 법이 만일 이러한 모양이라면, 지혜 있는 이가 어찌하여 내가 있다고 말하겠는가 하느니라.

또 생각하기를 '온갖 법 가운데 한 법도 능히 지을 이가 없나니, 만일 한 법을 지을 이가 없다면, 모든 법이 화합하는 것도 짓지 못하리라' 하느니라. 온갖 법의 성품이 마침내 홀로 났다가 홀로 멸하지 못할 것이요, 화합하는 연고로 멸하고 화합하는 연고로 날 것이니라. 이 법이 난 뒤에는 중생들이 뒤바뀐 생각으로 말하기를, '이 화합도 화합으로부터 나리라' 하여, 중생의 생각이 뒤바뀌고 진실함이 없거늘, 어찌하여 진실한 내가 있으리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는 내가 없다고 관찰하느니라. 또다시 자세하게 관찰하기를, 무슨 인연으로 중생들이 나라고 말하는가. 내가 만일 있다면 하나인가 여럿인가. 내가 만일 하나라면 어떻게 찰리(刹利)·바라문·비사(毘舍)·수타(首陀)·인간·천상·지옥·아귀·축생과 크고 작고 늙고 장성함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내가 하나가 아닌 줄을 알지로다 하며, 내가 만일 여럿이라면 어찌하여 말하기를 중생의 나란 것이 하나이며 두루하여 가[邊際]가 없다 하겠는가. 하나거나 여럿이거나 모두 내가 없다고 하느니라.

지혜 있는 이는 내가 없다고 관찰하고는 다시 먹기를 싫어하는 생각을 관찰하면서 생각하기를 '만일 온갖 법이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다면, 어찌하여 먹는 것을 위하여 몸과 입과 뜻의 세 가지 나쁜 업을 일으키는가' 하느니라. '만일 중생이 먹는 것을 탐하여 몸과 입과 뜻의 세 가지 나쁜 업을 일으킨다면, 얻는 재물은 여럿이 다 한가지로 하는데, 뒤에 괴로운 과보를 받는 것은 함께 나누지 않는가' 하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는 또 관찰하기를 '모든 중생들이 음식을 위하여 몸과 마음으로 괴로움을 받나니, 만일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음식을 얻는다면, 내가 어찌하여 먹는 데에 탐착을 내겠는가. 그러므로 먹는 데에 탐심을 내지 아니하리라' 하느니라.

또 지혜 있는 이는 마땅히 음식으로 인하여 몸이 증장함을 관찰하되, '내가 이제 출가하여 계를 받고 도를 닦는 것은 몸을 버리기 위함이거늘, 이제 음식을 탐한다면 어떻게 이 몸을 버릴 수 있겠는가' 하느니라. 이렇게 관찰하고는 비록 음식을 받더라도, 마치 빈 벌판에서 아들의 살을 먹듯이 마음에 싫고 미운 생각이 나서 조금도 달게 여기지 아니하며, 뭉쳐 먹음[摶食]이 이런 허물이 있음을 관찰하느니라. 다음에는 즐겨 먹음[觸食]을 관찰하되, 벗겨진 소가 무수한 벌레에게 먹힘과 같이 하며, 다음에는 생각으로 먹음[思食]이 큰 불더미 같고, 식의 먹음[識食]이 3백 자루 창과 같음을 관찰하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는 네 가지 먹음을 관찰하고는 음식에 대하여 마침내 탐하는 생각을 내지 않느니라. 그러다가도 탐심이 생기거든 부정한 줄을 관찰할지니, 왜냐하면 탐욕을 여의기 위하여 모든 음식에 부정하다는 생각을 잘 분별하고는 모든 부정한 것과 같이 여기느니라. 이렇게 관찰하면 좋은 음식이나 나쁜 음식을 만나더라도, 받을 때에는 창병에 붙였던 고약과 같이 여기고 탐하는 마음을 내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가 이렇게 관찰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먹기를 싫어하는 생각이라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지혜 있는 이가 음식을 관찰하고 부정하다는 생각을 내는 것은 진실한 관찰입니까, 빈 생각만의 관찰입니까? 만일 진실한 관찰이라면 관찰하는 음식이 실제로 부정한 것이 아니요, 빈 생각만이라면 이런 법을 어떻게 잘하는 생각이라 하오리까?"

"선남자여, 이런 관찰은 진실한 관찰도 되고, 빈 생각만이기도 하나니, 음식에 대한 탐욕을 없애는 편으로는 진실한 관찰이라 하고, 벌레가 아닌 것을 벌레라고 보는 편으로는 빈 생각뿐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온갖 유루(有漏)를 모두 빈 생각이라고도 하고, 진실한 것이라고도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비구가 걸식하려는 마음을 낼 때에 미리 생각하기를 '내가 걸식하는데 맛좋은 음식을 얻고, 험악한 것을 얻지 말며, 많이 얻고 적게 얻지 말며, 빨리 얻고 더디게 얻지 말라'고 원한다면, 이 비구는 음식에 싫어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이름하지 못하며, 수행하는 선한 법은 밤낮으로 소모되고, 선하지 못한 법은 점점 증장되느니라. 선남자여, 비구가 걸식하려 할 때에는 먼저 원하기를 '여러 걸식하는 이가 다 배가 부르게 되고, 밥을 주는 이는 한량없는 복을 받을지이다. 내가 밥을 얻으면 독한 몸을 치료하고 선한 법을 닦아서 시주를 이익케 하리라' 하라. 이렇게 원할 때에 닦는 선한 법은 밤낮으로 증장되고, 선하지 못한 법은 점점 소멸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비구가 이렇게 수행하면, 이 사람은 온 나라 안 시주들의 보시를 부질없이 먹지 않는 줄을 알지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가 이 네 가지 생각을 갖추면 세간이 즐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을 닦으면서 생각하기를 '온갖 세간에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하지 않는 데가 없으며, 내 몸은 태어나지 않는 데가 없나니, 이 세간에서 한 곳도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여읠 데가 없다면, 나는 어찌하여 세간을 좋아하겠는가. 모든 세간에 나아가기만 하고 물러가지 않는 데가 없나니, 그러므로 세간은 결정코 무상한 것이며, 만일 무상하다면 지혜 있는 이가 어찌 세간을 즐거워하겠는가. 낱낱 중생들이 모든 세간에 두루 돌아다니면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갖추어 받나니, 비록 범천의 몸이나 나아가 비상비비상천의 몸을 받더라도, 목숨을 마치면 3악도에 떨어지는 것이며, 설사 사왕천이나 나아가 타화자재천에 나더라도, 목숨을 마치면 축생 중에 태어나서, 혹은 사자 혹은 범·들소·이리·늑대·코끼리·말·소·나귀 따위가 되리라' 하느니라.

다음에는 관찰하기를 '전륜성왕은 사천하를 통솔하여 호화롭고 귀하여 자재하지만 복이 다하면 빈곤하여져서 의식을 계속하기 어려우니라' 하여, 지혜 있는 이가 이렇게 깊이 관찰하고는, '세간이 즐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지혜 있는 이가 또 관찰하기를 '세간에 있는 집이나 의복이나 음식이나 와구, 의약, 향, 꽃, 영락이나 가지가지 풍류, 재물, 보배 등이 모두 괴로움을 여의려는 것이지만 이런 물건 자체가 괴로운 것이니, 어떻게 괴로움으로 괴로움을 여의리요' 하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가 이렇게 관찰하고는, 세상 물건에 대하여 사랑하는 마음으로 즐겁다는 생각을 내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몸에 중병이 생겼을 때에는, 아무리 여러 가지 음악과 연극과 향과 꽃과 영락이 있더라도 탐애를 내지 아니하는 것과 같이, 지혜 있는 이가 물건을 관찰함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는 온갖 세간을 깊이 관찰하되 '귀의할 곳이 아니며 해탈하는 곳이 아니며 고요한 곳이 아니며 사랑할 만한 곳이 아니며 저 언덕이 아니며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곳이 아니거늘, 내가 만일 이런 세간을 탐한다면, 내가 어떻게 법을 떠나겠는가' 하나니, 어두운 데를 좋아하지 아니하여 광명을 구하면서 도리어 어두운 데로 가는 것과 같으니라.

어두운 데는 세간이요 밝은 데는 출세간이니, 만일 내가 세간을 좋아하면 어둠은 증장되고 밝은 것을 멀리 여의리라. 어둠은 무명(無明)이요 밝음은 지혜의 광명이며, 밝은 지혜의 인은 곧 세간이 즐거울 것이 없는 생각이니라. 온갖 탐욕의 번뇌가 비록 속박한다 하거니와, 이제는 지혜의 밝음을 탐하고 세간은 탐하지 아니하리라 하느니라. 지혜 있는 이가 이런 법을 깊이 관찰하고는 세간이 즐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을 구족하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사람이 세간이 즐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을 닦고는, 다음에 죽는다는 생각을 닦되, 이 목숨이 항상 한량없는 원수에게 둘러싸여서 찰나찰나 감손하고 증장하지 못함이 마치 산에 있는 홍수가 머물러 있지 못함과 같고, 아침 이슬이 오래가지 못함과 같고, 사형수가 저자로 나아감이 걸음마다 죽음에 가까워지듯 하며, 소나 양을 끌고 푸주로 나아가는 듯하다 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지혜 있는 이가 찰나찰나 멸하는 것을 관찰하나이까?"

"선남자여, 마치 네 사람이 활을 잘 쏘는데, 한 곳에 모여서 제각기 한 방위씩 쏘면서 모두 생각하기를 '우리들의 네 화살이 함께 나가서 함께 떨어지리라' 하거든, 또 한 사람이 생각하기를 '이 네 개의 살이 미처 떨어지기 전에 내가 한꺼번에 손으로 살을 잡으리라' 한다면, 선남자여, 이런 사람을 빠르다 하겠는가?"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여, 땅으로 다니는 귀신[地行鬼]은 이 사람보다 더 빠르고, 날아다니는 귀신은 땅으로 다니는 귀신보다 더 빠르고, 사천왕은 날아다니는 귀신보다 더 빠르고, 해와 달은 사천왕보다 더 빠르고, 행견질천(行堅疾天)은 해와 달보다 더 빠르고, 중생의 수명은 행견질천보다 더 빠르니라. 선남자여, 눈 한 번 깜짝할 동안에 중생의 수명이 4백 번 났다 없어졌다 하느니라. 지혜 있는 이가 수명을 관찰하기를 이와 같이 하면, 이것을 찰나찰나 멸함을 관찰한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는 목숨이 사왕(死王)에게 매인 것을 관찰하고, 내가 능히 이런 사왕을 여의기만 하면, 무상한 수명을 영원히 끊으리라 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는 관찰하기를 '목숨이란 것은 강 언덕에 위태롭게 서 있는 큰 나무와 같으며, 큰 역적죄를 지은 사람이 사형을 당할 때에 불쌍히 여길 이가 없는 것과 같으며, 사자왕이 오래 굶었을 때와 같으며, 독사가 큰 바람을 삼켰을 때와 같으며, 목마른 말이 물을 아끼는 것과 같으며, 악한 귀신이 성낼 때와 같나니, 중생의 사왕도 이와 같으리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가 만일 이렇게 관찰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죽는다는 생각을 닦는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지혜 있는 이는 또 관찰하기를 '내가 지금 출가하여 수명이 7일 7야가 된다 하여도, 나는 그동안에 부지런히 도를 닦고 계율을 지키고 법을 말하여 교화하며 중생을 이익케 하리라' 한다면, 이것을 이름하여 지혜 있는 이가 죽는다는 생각을 닦는다 하느니라. 다시 7일 7야도 많다 하여, 설사 엿새·닷새·나흘·사흘·이틀·하루·한 시간, 나아가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동안만이라 하여도 나는 그동안에 부지런히 도를 닦고 계율을 지키고 법을 말하여 교화하며 중생을 이익케 하리라 한다면, 이것을 이름하여 지혜 있는 이가 죽는다는 생각을 잘 닦는다 하느니라.

지혜 있는 이가 위에서 말한 여섯 가지 생각을 구족하면 일곱 가지 생각의 인이 되나니, 무엇을 일곱 가지라 하는가. 하나는 항상 닦는다는 생각, 둘은 닦기를 좋아하는 생각, 셋은 성내는 일 없는 생각, 넷은 질투함이 없는 생각, 다섯은 선하게 원하는 생각, 여섯은 교만이 없는 생각, 일곱은 삼매에 자재한 생각이니라. 선남자여, 만일 비구가 일곱 가지 생각을 구족하면, 이를 이름하여 사문이라 하고, 바라문이라 하고, 고요함이라 하고, 깨끗함이라 하고, 해탈이라 하고, 지혜 있는 이라 하고, 바른 지견이라 하고, 저 언덕에 이름이라 하고, 큰 의원이라 하고, 큰 상단의 주인이라 하고, 여래의 비밀을 잘 안다 하고, 모든 부처님들의 일곱 가지 말을 안다 하고, 바른 소견으로 안다 하고, 일곱 가지 말에 생기는 의심을 끊었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여섯 가지 생각을 구족하면, 이 사람은 능히 삼계를 꾸짖으며 삼계를 멀리 여의며 삼계를 없애 버리며 삼계에 대하여 애착을 내지 아니할 줄을 알지니, 이것을 이름하여 지혜 있는 이가 열 가지 생각을 구족하였다 하느니라. 만일 비구가 열 가지 생각을 구족하면 사문의 모습에 적합하다 하리라."

이 때에 가섭보살이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이 세상을 연민(憐愍)하는 큰 의왕이여, 몸과 지혜 모두 다 고요하시고

내가 없는 법 가운데 참나 있나니 그러므로 위없이 존귀하신 분 예배합니다.

첫 발심과 마지막이 다르지 않건만 이 가운데 첫 발심이 더욱 어려워

자기 제도 못하고도 남을 제도해 그러므로 첫 발심께 예배합니다.

첫 발심에 천상 인간 스승이 되니, 성문보다 연각보다 뛰어나시며

이런 발심 삼계보다 훨씬 뛰어나니, 그러므로 가장 높다 이름합니다.

구세(救世) 보살 청구해야 얻어지건만 여래께선 안 청해도 스승이 되어

세상을 따르시기 송아지처럼 그러므로 대비우(大悲牛)라 이름합니다.

여래의 크신 공덕 시방에 가득 범부들은 지혜 없어 찬탄 못하나

내가 지금 자비한 맘 찬탄하여서 몸과 입의 두 가지 업 갚으렵니다.

세상 사람 제 이익만 좋아하지만 여래께선 이런 일을 뜻하지 않고

중생들의 세간 업보 끊어 주시니, 자리이타(自利利他)하는 이께 예배합니다.

세상 사람 친한 이만 이익케 하나 여래께선 친한 이도 원수도 없어

세상처럼 그런 차별 아니하실새. 그 마음 평등하사 둘이 없나니.

세간에선 말 다르고 업도 다르나 여래께선 말도 업도 차별이 없어

행을 닦아 모든 행을 끊으시나니, 그러므로 여래라고 이름합니다.

번뇌 허물 미리부터 아시지만 중생들을 위하여서 거기 계시며

오래전에 세간에서 해탈을 얻으시고도 생사에 나시는 건 자비의 연고.

천상 몸과 인간 몸을 나타내지만 자비로 따르시기 송아지 같네,

여래는 중생들의 어머니이기에 자비하신 마음을 송아지라고.

모든 고통 받으시며 중생을 염려 가엾이 여기는 맘 뉘우침 없고

자비심이 많기에 괴로움도 몰라 고통 구해 주는 이께 예배합니다.

여래께서 무량한 복 지으시지만 몸과 입과 마음이 늘 청정하고

항상 중생들만 위하시고 당신을 몰라 그러므로 맑은 업에 예배합니다.

여래께선 많은 괴로움 받으셔도 괴로운 줄 몰라 중생들의 괴로움을 내가 당한 듯

중생을 위하여선 지옥에 가도 괴로움도 뉘우침도 내지 않으며

온갖 중생들이 받고 있는 갖가지 고통 모두 다 부처님의 괴로움이나

깨닫고는 마음이 더욱 견고해 부지런히 위없는 도 닦으신다네.

부처님의 자비하신 마음 갖추고 중생들을 아들처럼 사랑하지만

중생들은 그 은혜를 알지 못하고 여래와 법보와 승보 비방만 하네.

세상 사람 모든 번뇌 구족하였고 한량없는 죄와 허물 수가 없지만

이러하게 많은 번뇌 많은 죄악도 부처님이 첫 맘으로 소멸하시네.

부처만이 부처님을 찬탄하나니, 다른 이는 찬탄할 줄 아는 이 없어

내가 지금 한 가지 법 찬탄하오니, 자비하신 마음으로 세간에 오심.

여래는 대자비가 큰 법 덩어리 자비로써 많은 중생 제도하시며

이것이 위가 없는 참해탈이며 해탈이 곧 대반열반경이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