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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더 급한 것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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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
2020. 9. 15. 14:50
내가 아는 국밥집 하나가 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아주 높은 바닷가
벼랑 끝에 있는 국밥집이다.
그 벼랑 끝에서 국밥집까지의 거리는
500m 정도 되는데, 그곳엔 인적이 없다.
인적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왜 국밥집이 덩그러니 그곳에 있는지
이 일이 있기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 사업에 실패하고 파산을 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말할 자신이 없었다.
그냥 이리저리 방황하다
한적해 보이는 바닷가로 향했다.
그러다 멀리 보이는 바닷가 위로
높은 벼랑이 보여서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벼랑이 다가올수록
점점 최악의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벼랑 끝으로 향하기 전에
그곳에 있던 작은 국밥집에 들렸다.
저승길 가는 길에
밥 한 끼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밥집에 들어서자
할머니 한분이 밝은 웃음으로 나를 맞아 주었다.
그러나 나는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왔수?"
"아... 네..."
"멀리서 혼자 여기까지 오다니...
고민이 많은가 보구만..."
"아... 네? 아니에요..."
할머니가 꼭 내 맘을 읽는 것 같아서 깜짝 놀랐다.
국밥을 시켜 놓고
그냥 멀리 있는 벼랑 끝에 펼쳐진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과연 나에게
저 벼랑 바다 아래로 몸을 던질 용기는 있을까?
하지만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더 끔찍했다.
국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계산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벼랑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별생각이 다 들었다.
이 길이 나의 마지막 길이다 생각하니
벼랑까지의 길이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앗!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국밥을 먹다가 체해서 그런가?
갑자기 복통이 심해지더니 설사를 할 것만 같았다.
죽으려는데 웬 설사가...
어차피 죽을 거, 벼랑까지 달려가 버릴까?
그러기엔 바지에 쌀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일단 다시 국밥집으로 달려갔다.
"할머니... 저 화장실 좀..."
일단 화장실에 앉아서 시원하게 볼 일을 보았다.
급했던 볼일을 다 보니 기분이 한결 좋아지고,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휴지걸이 밑에
이런 글귀가 크게 써 있었다.
"죽음보다 더 급한 것이 있다면
너는 아직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글을 읽으며 내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웃음이 나왔다.
사랑스런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울음이 쏟아졌다.
그렇게 한참을 웃다 울었다.
그리고 화장실을 나와서 할머니에게 물었다.
"저 화장실에 글 누가 적어 놓은 건가요?"
할머니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내 아들이 저 벼랑 끝에서 떨어져 죽고 난 후에
우리 할아범이 적어놓은 거야.
이보게...
내 아들이 살아 있으면 자네 나이쯤 되었을 꺼야...
죽음보다 급한 것이 있다면,
살아가야 할 이유도 많을 걸세...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게나..."
그래서 멀리서 혼자 찾아와 벼랑 끝에서
뛰어내릴 것처럼 보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국밥에 설사약을 넣고 한번이라도 더 말려 보려고,
사람이 살지도 않은 이 곳에
국밥집을 차리고 살고 있다는 할머니...
그렇게 저는 다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어렵지만 서로 위하고 격려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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