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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은 천부경 - 목차 본문
출처: 나는깨어있다 등대빛님글 퍼옴
저자: 조하선
베일벗은 천부경 - 목차
* <베일벗은 천부경>은 1998년 도서출판 물병자리에서 초판이 발행되었고 2005년 창천사에서 개정판이 발행되었다. 본 블로그에 포스팅 된 내용은 개정판에 따른 것이다. 개정판에는 초판에 없던 장이 하나 추가 되었는데 6장 생명나무의 종류와 '운삼사성환오칠'이 그것이다.
베일벗은 천부경(天符經)
저/ 조하선
목차
서문
제1장 천부경의 기원과 전래
제2장 천부경 서설
천부경의 자의(字意) / 천부경의 난해성 / 천부경의 역사적 가치 / 카발라와 생명나무 / 천부경과 10수 체계
제3장 천부경 본문 해설
제4장 천부경의 81수에 대한 수리적 해설
개요 / 유엔UN 심벌과 천부경의 구조 / 부처의 32상(相) 80종호(種好)와 천부경의 수리 구조 / 천부경과 만다라 / 보로부두르 사원의 구조와 천부경
제5장 천부인天符印
제1의 천부인 / 제2의 천부인 / 제3의 천부인 – 대원일도(大圓一圖)
제6장 생명나무의 종류와 운삼사성환오칠
생명나무의 종류 / 운삼사성환오칠에 대한 새로운 해석 / 창조와 실락
제7장 삼일신고 해설
허공(虛空) / 일신(一神) / 천궁(天宮) / 세계(世界) / 인물(人物)
제8장 다물흥방가(多勿興邦歌)
다물흥방가 / 참고문헌 해설
제9장 거발환(居發桓)과 카발라
제10장 도덕경과 천부사상
제11장 복희팔괘와 천부사상
제12장 생명나무 – 세계의 보편적 신화
거꾸로 선 나무 / 생명나무와 바다 / 생명나무와 돌 / 생명나무와 세계축(世界軸) 그리고 중심 / 생명나무와 불사약 / 생명나무와 뱀 / 생명나무와 성인(聖人)의 탄생 / 생명나무와 우주산(宇宙山) / 아브라함의 생명나무 / 생명나무와 웅상(雄常) / 생명나무와 솟대 / 생명나무와 아리랑 / 생명나무와 샤머니즘
제13장 중국 신화와 천부사상
개요 / 혼돈 / 반고 / 여와 / 복희 / 복희와 여와의 공동 신화 / 염제 신농 / 황제와 치우의 전쟁 / 하늘과 땅의 통로를 끊은 전욱 / 제준(帝俊)과 봉황 / 요임금과 예(羿) / 예와 항아(姮娥) / 우(禹)의 치수
제14장 삼국시대의 천부사상
고구려 / 백제 / 신라
제15장 용궁의 전설
제16장 최고운전 해설
제17장 격암유록과 천부사상
진경(眞經) / 십승(十勝) / 궁을(弓乙) / 전전(田田) / 계룡(鷄龍) / 석정(石井) / 양백(兩百) / 삼풍(三豊) / 삼신산(三神山) / 해인(海印) / 목인(木人) / 박(朴) / 정도령(鄭道令) / 자하도 (紫霞島) / 신천신지(新天新地)
제18장 존재의 4중 체계와 7중 체계
개요 / 존재의 7중 체계 / 존재의 4중 체계와 7중 체계 사이의 관련성 / 우주계
부록 – 카발라의 개요
카발라의 역사 / 음(陰)존재 / 생명나무에 대한 개관 / 22의 길 / 10 세피로트 / 케테르 / 호크마 / 비나 / 헤세드 / 게부라 / 티페레트 / 네차흐 / 호드 / 예소드 / 말쿠트 / 클리포트
저자 후기
베일벗은 천부경天符經
서문
천부경天符經은 우리나라의 정신적, 사상적 뿌리를 이루는 민족 고유의 성전(聖典)이다.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고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다는 개천절 노래 가사처럼 우리의 정신적 뿌리, 우리의 영적인 새암과 같은 경전이 바로 천부경이다. 이 천부경을 가지고 우리의 단군 할아버지와 환웅, 환인 천제가 그 가르침의 바이블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천부경의 이러한 위상에 걸맞는 확고한 학문적 체계가 뒷받침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천부경의 난해성에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천부경에 대한 해석이 시도되어 왔지만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해석은 나오지 않았다.
이렇듯 천부경에 대한 확실한 해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는 천부경의 신성성에 대한 어떤 확고한 신념이 끝없이 살아 흐르고 있다. 이는 마치 이집트의 대피라미드 앞에 서면 누구나 알 수 없는 경외감에 압도되어 마음속에 어떤 신앙심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이 천부경에 대해 갖고 있는 자부심은 그것이 단순히 우리 민족의 사상적, 정신적 뿌리가 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뭔가 확실치는 않지만 천부경이 세계의 모든 종교, 철학, 사상의 뿌리가 된다고 믿어왔다. 이는 거의 집단 무의식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이야 알아주건 말건 우리는 그렇게 믿어 왔던 것이다.
이 책은 천부경에 대한 가장 완벽한 해설을 싣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순간 독자들은 우리들의 그러한 믿음이 사실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최초로 활자화된 천부경의 주해서를 쓴 전병훈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런즉 이것(천부경)이 세계일신(世界一身), 오주일가(五州一家)의 천서(天書)가 어찌 아니겠는가. 태초에는 나라마다 국경이 없었으니 하늘이 장차 이 글로써 만세(萬歲)를 균화(均化)할 것은 필연이다.
<정신철학통편(1920년)>
그의 이 예언과도 같은 말은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21세기를 맞이하게 된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세계는 이제 첨단의 정보통신 체계로 인해 세계일가(世界一家)를 이미 이루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 앞에 새로운 천년의 시대가 열려온 것이다. 새로운 세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철학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도 유·불·선·기독교 등으로 각기 조각난 그런 사상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하나로 갈무리 되어 있는 그런 통합된 체계를 말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 반드시 해야할 것이 바로 우리의 천부경이다.
오늘날 최첨단 사이버 시대를 코앞에 둔 이 마당에 우리가 고대 서적에서 세월만큼이나 두껍게 낀 먼지를 거둬내고 돋보기를 들이대며 그 속에서 21세기를 이끌 새로운 정신사상을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하고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한 천부사상을 그대로 증명이나 해주는 듯, 고대는 현재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본서에는 천부경에 대한 완전한 입체적 해석이 담겨 있다. 따라서 천부경은 물론 삼일신고, 다물흥방가 등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실려 있고, 도덕경, 팔괘 등을 천부 사상에 입각해 풀이하고 있다. 게다가 고대의 천부 사상을 전체적으로 조감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신화를 총망라했으며, 우리나라의 고대 유물, 유적을 통한 고증이 따른다. 이 밖에도 그동안 신비의 베일에 가려져 있던 격암유록의 핵심적 부분들을 천부 사상을 통해 밝혀 놓았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에 의해 우리 민족의 상고 철학이 연구되어 왔지만 그 성과가 미미했던 것은 그들이 편견을 가지고 오로지 동양철학(중국철학-역학)의 입장에서만 고찰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지식의 한계에서 온 결과로, 불행히도 서양에서 이미 폭넓게 연구되고 있는 카발라가 우리나라에는 거의 소개되지 못했던 데 기인한 것이다. 본서를 계기로 우리 민족의 고대 철학이 단순한 무속적 차원을 넘어서 폭넓고 깊이 있게 연구되리라 믿는다.
우리는 이제 천부경을 통해 수천 년 동안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야만 한다. 그리고 그 옛날의 황금시대, 지복의 시대가 다시 지상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온 인류를 이끌고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우리 민족의 운명을 통찰이나 한 듯 이방의 한 시인, 타고르는 우리에게 영원한 경책이 될 참으로 귀중한 시를 남겨 주었다. 이는 우리의 7대 환인, 18대 환웅, 47대 단군이 오늘날의 부족한 후손들을 저 아득히 높은 최고천에서 내려다보시며 느끼는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되기에 서문을 마치며 적어본다.
동방의 등불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에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롭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는 곳,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하여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는 곳,
무한히 퍼져 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제1장 천부경의 기원과 전래 1
천부경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수천수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상고 시대에 있으며 우리 민족의 부침하는 역사와 함께 면면히 전래되어 내려오고 있다.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에는 천부경이 천제 환국에서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던 것으로 환웅(주1) 이 천강(天降)한 후 신지 혁덕에게 명하여 녹도문鹿圖文으로 그것을 기록케 하였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삼국유사>에 보면 환웅이 천하에 뜻을 품고 아버지 환인으로부터 천부인天符印 3개를 받고 풍백, 우사, 운사와 함께 무리 3천을 데리고 천강하였다고 씌어 있다.
여기서 천부인과 천부경은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볼 때 천부경의 기원은 이미 환인 시대로부터 뿌리를 깊이 두고 있었으며 문자로서 본격적으로 정착된 것은 환웅이 개천한 신시神市 시대부터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천부경은 우리 민족의 태동기에서부터 우리와 함께 하여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상고시대
환인, 환웅, 단군으로 이어지는 천부天符 전래의 맥을 적고 있는 문헌들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환인이 천부인天符印 3개를 환웅에게 내려 주셨다.
<삼국유사>, <삼성기전 하편>, <태백일사> 중 「신시본기」
환웅이 천부인을 가지고 오사五事를 주관했다.
<삼성기전 상편>
환웅 천왕이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무리에게 가르쳤다.
<삼성기전 하편>
풍백은 천부天符를 거울에 새겨 앞서가고 우사는 북을 치며 환무環舞를 추고 운사는 백검佰劍으로 호위하였다. (주2)
<태백일사> 「삼한관경본기」
단군왕검이 국인國人을 불러 약속을 세워 가로되, 앞으로 백성의 뜻을 듣고 공법公法을 만들어 이를 천부天符라 할 것이다. 대저 천부는 만세의 강전綱典이며 지존至尊하여 결코 범할 수 없는 바이다.
<태백일사> 「삼한관경본기」
단제(11대 단군 도해)께서 누각에 오르셔서 천부경에 대해 논하시고 삼일신고를 강연하였다.
<단군세기>
삼국시대
삼국 시대에 이르러서도 천부경 전래의 맥은 끊이지 않았다. 기록상 가장 확실한 근거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태백일사> 「고구려국본기」에 씌어진 다물흥방가多勿興邦歌이다.
이 다물흥방가는 고구려의 을밀 선인에 의해 지어진 것으로 그 내용은 완벽하게 천부경적인 것이다. 이 노래는 천부경을 모르면 결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본서에 그 자세한 해설을 실었다.
두 번째 근거는 최치원의 천부경 복원으로,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에 보면 최치원이 일찍이 옛날 비석에서 신지의 전문篆文을 보고 다시 이를 첩(문서)으로 만들어 세상에 전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최치원은 「난랑비서문」에서 ‘유불선 삼교를 포함하고 있는 현묘한 도가 나라에 있다’라고 썼는데 이 현묘지도(玄妙之道)가 바로 천부경을 사상의 머리로 하는 우리 민족의 태백진교太白眞敎인 것이다.
삼국 시대 천부 전래의 맥에 대한 물질적 증거 또한 찾아볼 수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고구려의 고분과 신라의 금관이다. 이에 대해 본서에서 앞으로 자세히 다룰 것이다. (14장. ‘삼국시대의 천부 사상’ 참고)
고구려가 망한 뒤 천부경 전래의 흐름은 발해(대진국)로 이어졌다. 특히 발해를 세운 대조영의 동생 대야발은 당나라에 의해 멸실된 <단기고사>를 다시 편찬하였다.
그리고 대진국의 3대 광성문 황제는 태학太學을 세워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가르치고, 환단고사桓檀古史를 강의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삼일신고를 영구 보존키 위해 태백산 보본단報本壇 돌집 속에 봉장해 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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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일각에서는 환桓을 ‘한’으로 발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환인, 환웅 등을 한인, 한웅으로 읽고 표기한다. <태백일사>「환국본기」에 환桓은 전일全一을 뜻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에 ‘하나’라는 의미로 ‘한’이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태백일사>「환국본기」,「신시본기」에는 환桓은 광명을 뜻한다고도 나와 있다. 즉 환桓에는 ‘환하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환은 단과 같이 결부지어서 파악해야 하는데 두 단어 모두 ‘나무’ 즉 ‘생명나무’ 자체를 의미한다. (자세한 설명은 12장의 ‘생명나무와 웅상’ 편을 참고하라.)
필자는 본서에서 환桓을 단순히 한자어 발음 그대로 표기했음을 밝혀둔다.
주2
이 부분은 환웅 천왕이 천제天祭 지낼 때의 의식을 묘사한 것이다.
제1장 천부경의 기원과 전래 2
고려시대
고려 시대에 이르면서 천부경 전래의 맥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하는데 이는 시기적으로 유교의 괄목할 성장과 때를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군세기>를 지은 행촌杏忖 이암(1297-1364)은 고려 말 좌승정, 도원수를 지냈는데 일찍이 천보산에서 노닐 때 태소암에서 한 거사를 만나 환단 진결의 고서古書를 얻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 <단군세기>, <태백진훈> 등을 남겼다. 오늘날 남아 있는 <단군세기>에는 천부경, 삼일신고와 관련된 부분들이 많이 남아 있다.
<단군세기> 서문에는 그의 사상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오호라! 정치란 그릇과 같고 사람이란 도道와 같은 것.
그릇이 어찌 도를 떠나 존재할 수 있는가.
나라란 몸과 같고 역사란 혼과 같은 것.
몸이 어찌 혼이 없이 보존될 수 있는가?
도와 그릇을 함께 닦는 것도 나요,
몸과 혼이 함께 갖추어져 있는 것도 나라.
그러므로 천하만사가 먼저 나를 아는 데 있음이라.
그런 즉 나를 알고자 하는 자,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대저 삼신일체의 도는 대원일大圓一의 뜻에 있나니
조화지신이 내려와 나의 성性이 되고
교화지신이 내려와 나의 명命이 되고
치화지신이 내려와 나의 정精이 되었으니
고로 만물 중에서 인간만이 최고로 귀하고 귀한 존재라.
그러므로 성性, 명命, 정精이 하나로 어우러지면
이는 삼신일체의 상제라.
우주만물과 더불어 혼연일체가 되고
심心, 기氣, 신身이 흔적 없이 오래 지속되고
감感, 식息, 촉觸이 하나로 어우러지면 이는 환인의 주조主祖라.
세계만방과 더불어 하나로 베풀고 동락하며
천天, 지地, 인人이 더불어 무위로써 자화自化된다.
그는 삼신일체의 도가 ‘대원일’의 뜻에 있다고 했는데 이 대원일이야말로 천부 사상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원일에 대해서는 본서의 9장 ‘거발환과 카발라’와 5장 ‘천부인’ 편을, 삼진(성, 명, 정), 삼망(심, 기, 신), 삼도(감, 식, 촉)에 대해서는 7장 ‘삼일신고 해설’ 편을 보면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그는 <단군세기> 서문에서 계속 말한다.
아, 원통하도다.
부여에 부여의 도가 없어져 한인漢人이 쳐들어왔고
고려에 고려의 도가 없어져 몽골이 쳐들어 왔다.
그때에 만약 부여에 부여의 도가 있었다면
한인은 한漢으로 돌아갔을 것이며
고려에 고려의 도가 있었다면
몽골은 몽골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부여의 도, 고려의 도는 바로 우리 민족의 고유 사상인 천부 사상, 즉 태백진교인 것이다. (주3)
<단군세기>의 서문에 나타난 그의 개탄하는 논조로 볼 때, 분명 고려시대에는 이미 천부의 맥이 위축될 대로 위축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에 고려 말의 학자 목은 이색, 휴애 범세동(주4)이 천부경을 주해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래도 고려 시대까지는 천부경의 명맥이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천부 사상이 우리 민족의 표면으로부터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은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부터였다. 조선은 철저한 사대주의 사상과 숭유 정책을 바탕으로 세워진 나라였다. 유교를 국시로 내세운 조선은 어이없게도 사회 지배 계층의 주도하에 민족적 주체사상이 말살되어졌다.
‘세조실록’에는 세조 3년 정축 5월, 팔도 관찰사에 명하여 <고조선비사古朝鮮秘史>, <대변설代辯說>, <조대기朝代記>, <표훈천사表訓天詞>, <삼성밀기三聖密記>, <삼성기三聖記>, <도증기道證記>, <동천록動天錄>, <통천록通天錄>, <지화록地華錄> 등의 문서를 사처私處에 보관함이 옳지 않으니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진상케 하라는 기록이 있으며 ‘예종실록’에는 예종 기축 9월, 예조에 명하여 <지공기>, <표훈천사>, <삼성밀기>, <도증기>, <지화록>을 집에 소장하고 있는 자는 그 책들을 올려 보내도록 하고 숨긴 자는 처참하겠다는 기록이 있고, ‘성종실록’에는 성종 즉위 기축 12월, 팔도 관찰사에 명해 <지공기>, <표훈천사>, <삼성밀기>, <도증기>, <지화록>을 남김없이 모아 올려 보내도록 하라는 기록이 있다.
<환단고기>에 인용된 <대변설>, <조대기>, <표훈천사>, <삼성기>, <지공기> 등의 고서 목록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위에 거론된 책들이 민족의 역사와 고유 사상이 담긴 책들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당시의 시대 상황으로 보아 이렇게 하여 거두어들인 책들이 학자들의 연구에 쓰였을 리는 만무하고 오히려 유교사상, 모화사상에 위배된다 하여 일반에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정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나마 이렇게 수거된 책들조차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 등의 전쟁들을 거치며 잿더미가 되어 갔다.
조선시대는 천부의 맥이 외부적으로 완전히 사라져 지하로 들어가 버렸다. 그 후로 천부 사상은 극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간신히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편린들만 나타났다. 그중 한 사람이 일십당 이맥이다.
이맥은 중종 때 찬수관撰修官이 되어 내각內閣의 비밀문서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는 연산군 시절 괴산에 유배되었을 때 읽었던 책들과 평소에 여러 고로古老들에게서 들은 것들을 내각의 비서秘書들과 같이 편찬하여 <태백일사>를 지었다. 그가 지은 이 <태백일사> 안에 천부경과 삼일신고, 다물흥방가의 전문全文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일반에 유통된 것은 아니었다.
<태백일사> 발문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이름 지어 <태백일사>라 했다. 그러나 감히 세상에 내지 못하고 비장하여 문 밖에 나서지 못했다.
이맥에 이어 숙종 때 북애자가 민족 고유의 사서史書들을 모아 <규원사화>를 쓴 것이 오늘날 전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천부경의 위상을 말해주는 책으로 남사고의 <격암유록>이 있다. 남사고는 조선 명종 때 예언가로 유년 시절에 한 신인神人을 만나 비결秘訣을 전해 받았는데 그것이 바로 <격암유록>이다.
<격암유록>의 「송가전松家田」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다.
단서용법丹書用法 천부경에 무궁조화 출현하니 천정명天井名은 생명수요 천부경은 진경眞經이라.
즉 천부경이 바로 진경眞經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풀리지 않았던 <격암유록>의 많은 부분들도 천부경의 진의를 파악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풀린다. 이에 대해서는 17장 ‘격암유록과 천부사상’ 편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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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3)
‘대저 태백진교는 천부天符에 근원을 두고 있다. -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
주4)
<북부여기> <가섭원부여기>의 저자
제1장 천부경의 기원과 전래 3
일제 강점기
일제 강점기 때에는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의해 우리의 모든 정신문화가 철저히 유린되었다. 조선사 편수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상고사가 치밀한 계획 아래 왜곡, 축소되었고 이때 불타 버린 민족 사서들만 해도 수십만 권이 넘는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암흑시대에 계연수에 의해 <환단고기>가 편찬되고 천부경의 묘향산 석벽본이 발견, 탁본되었다는 점이다. (이 탁본은 현전하지 않는다.)
계연수(?-1920)는 일제 강점기의 수도인이자 독립운동가였다. 그는 1911년 각기 따로 전해져 오던 <삼성기>, <단군세기>, <북부여기>, <태백일사>를 합편하여 <환단고기桓檀古記>라 이름하였다.
그는 <환단고기> 범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또 저 천부경과 삼일신고 두 책의 전문全文과 함께 편중編中에 있어 실로 낭가郎家의 입장에서 보면 유가의 대학, 중용과 비교할 만한 것이다. 오호라! 환단 이래 전하여 온 삼일심법三一心法은 참으로 이 책에 있는 바, 모름지기 태백진교太白眞敎가 다시 일어날 토대가 되지 않을 것인가? 손도 저절로 춤을 추고 발도 저절로 춤추고 흥겨워 소리 지르고 싶으니 기쁨에 미칠 지경이로다.
<환단고기>의 발문에는 또한 이렇게 씌어 있다.
오로라, 천부경, 홍익훈弘益訓, 신고神誥, 전계佺戒가 오히려 남아서 명명하게 나를 닦고 사람을 다스리는 심법이 되고 당당히 경세제민經世濟民의 대전大典이 되는구나. 때문에 천하는 모두 감복하여 이를 존숭하여 신성하다고 일컫는다. 그런데 동토東土의 유가儒家는 불가佛家와 더불어 고전古典에 어둡고 작은 성취 달콤함에 빠져 서토西土에 무릎 꿇고도 이를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아, 뒤에 이 책을 보는 자 반드시 숙연히 일어서 공경할 것이다.
계연수는 1916년, 우연히 묘향산에서 천부경의 석벽본을 발견하고 그것을 탁본하여 서울 단군교당에 서신과 함께 보내었다. 서신의 내용이 흥미롭기 때문에 전문全文을 소개한다.
단군교당 도하道下
일찍이 스승께서 제게 이르시길, ‘동방의 황무지를 개척한 시조 단군은 신인神人이셨다. 천부삼인天符三印을 가지고 하늘에서 내려와 덕화를 크게 편지 어언 사천년이 되었으나 이 일이 혼몽한 상태로 흐려 있어 삼인三印이 어떤 물건이며 얼마나 보배로운 것인지를 알 수 없노라. 천부天符는 바로 단군께서 교화를 펴신 글이다. 이제야 세상에 밝히게 되었는데 사람이 이 글을 읽으면 재액災厄이 길상으로 바뀌고 선량치 못한 사람이 어질고 착하게 되느니라. 오랫동안 도를 이루면 자손이 번성하고 장수와 부가 이어져 반드시 신선의 결과를 얻을 것이다. 어리석은 이라 할지라도 이 글을 한 본 지니고 있으면 재화를 면하리라.’고 하셨는 바, 제가 이 말씀을 명심하고 그것을 구하려 하였으나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성품을 수련하고 약초 캐기를 일삼아 십여 년간 명산에서 구름처럼 떠돌다가 지난 가을 태백산(묘향산)에 들어가 깊은 골짜기를 유심히 걸어감에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이르렀는데 시내 위의 석벽에 고각古刻이 있는 것을 발견한지라 덮인 이끼를 손으로 쓸어내니 글자의 획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데 바로 천부경이었습니다.
저는 두 눈이 홀연히 밝아지며 절을 하고 꿇어 앉아 경건하게 들여다보니 한편으로는 단군의 보배로운 글임에 기뻤고 또 한편으로는 고운孤雲 선생의 신기한 자취라 매우 기뻤습니다. 충만한 마음으로 이를 얻음에 저는 비로소 스승께서 헛된 말씀을 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백 걸음 간격으로 돌을 쌓아 길을 표시해 놓고 돌아와 종이와 먹을 준비해서 다시 산속에 들어갔더니 전날 갔던 곳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동서로 찾다가 지쳐 마침내 산신령에게 빌며 사흘 밤을 지내고 찾으니 때는 병진년 9월 9일이었습니다.
겨우 한 벌을 박으니 글자가 심히 흐릿하여 다시 박으려 하였으나 구름과 안개가 문득 일어나는지라 이에 그만 산사山寺로 돌아와 밤이 새도록 풀어보려고 하였으나, 그 요령을 알지 못하였으니 스스로 돌아보건대 젊어서 배움이 짧고, 이제는 늙어 총명함이 떨어지므로 다시 연구하여 그 도道를 얻을 수 없고 다만 입으로 읽을 뿐이었습니다.
마침 서울에서 온 사람이 이르길 서울에 단군교가 있다는 말을 들어 심히 기뻐 마음 같아선 직접 가보고자 하였으나 걸음이 어긋나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덧없이 봄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길에서 서울 가는 사람을 만나 이 탑본塔本을 보내드리오니 바라건대 이 글 뜻을 풀어 중생들에게 가르치면 그들이 꼭 복록을 얻고 교운敎運이 이로부터 일어날 것이니 그윽이 귀교의 하례가 될 것입니다.
또 들으니 단군 때에 신지가 지은 옛 글이 고구려에 전하여졌다 하니 꼭 구하여 만일 얻으면 응당 보낼 예정이오나 얻으면 다행이요 얻지 못하면 보내지 못하게 될 것이니 양해하시기를 바랍니다.
성심으로 수도하기를 빌면서 정사 정월 초열흘날
향산유객香山遊客 계연수 재배
이렇게 하여 발견된 석벽본 천부경의 내용은 당시 중국에서 활동하던 학자 전병훈에게도 전해지고 1920년 천부경에 대한 주석이 그의 저서 <정신철학통편> 첫머리에 실려 출판되었다. 이것이 활자화된 최초의 천부경 주해서이다. (주5)
천부경의 원문이 현재까지 전해오는 것으로 <태백일사>의 것 외에 최치원의 사적본事蹟本이 있다. 이 사적본은 1925년 최치원의 후손, 최국술이 편찬한 <최문창후전집>에 수록된 것이다. 천부경은 그 책의 「고운선생사적」편에 그 유명한 「난랑비문」과 함께 실려 있다.
「고운선생사적」 편의 ‘단전요의檀典要義’ 항목에는 천부경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태백산에 단군 전비篆碑가 있다.
어렵고 읽기 힘들었다. 고운이 그것을 번역하였다.
현대
오늘날 천부경이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79년 단학회 6대 회장 이유립에 의해 <환단고기>가 다시 편찬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80년대 학자들 사이에서 <환단고기>가 위서 논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따라서 <환단고기> 내에 실려 있는 천부경 또한 진위 여부가 문제되고 있다.
오늘날 실증사학계에 의해 <환단고기>, <규원사화>, <단기고사> 등이나 천부경이 그 역사적, 종교적, 철학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 내용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학문적 논리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 때문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본서는 상고시대 우리 민족의 종교, 철학 사상이 바로 서양 신비 철학 또는 종교의 뿌리인 카발라였음을 논리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고대 종교, 철학 사상에 새로운 학문적 접근의 토대가 본서를 통해 마련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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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
1899년 계연수는 이미 <태백일사>에 나온 천부경을 보고 <천부경요해>라는 표제로 나름대로 주해를 단 바 있다. 따라서 엄격히 말하자면 이것이 바로 천부경에 대한 최초의 주해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제2장 천부경 서설
천부경의 자의字意
천부경이란 천부天符를 설해 놓은 경전이라는 말이다. 천부天符는 하늘 천天, 인장 부符, 즉 하늘의 인장
印章을 의미한다. 하늘의 인장이란 우주, 존재계의 심벌(상징)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주 또는 존재계를 상징하는 심벌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카발라의 ‘생명나무’이다.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낯선 사상인 카발라는 서양의 정신세계 배후에서 그 모든 철학과 종교의 밑바탕으로 존재하는 신비철학 체계라 할 수 있다. 학자들은 카발라를 비밀스럽게 전승되어 온 유대교의 신비철학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중세에 서양 전역에 걸쳐 오컬티스트, 마법사, 연금술사들에 의해 연구, 발전되어 온 형이상학 체계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온 생애를 우주의 비밀을 터득하는 데 바친 수많은 탐구자들은 한결 같이 카발라의 기원을 이 세상의 문명의 시원(심지어 그 이전)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카발리스트 판코스트 같은 사람은 그의 저서 <Blue and Red Light>에서 지상의 모든 종교, 철학, 사상이 카발라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발라의 역사와 개요에 대해서는 이 책에 부록으로 포함되어 있는 「카발라의 개요」 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천부경의 난해성
천부경은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천부경에 대한 해석이 시도되어 왔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공감할 수 있는 해석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천부경은 난해의 극치를 이루는 경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탄허 스님은 천부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 내용이 지극히 심오하여 글자는 어려운 것이 없으나 퍽 해득하기 어려워서 만 세상의 사람들이 모두 머리를 앓는 것 아닙니까?
<한단고기>를 번역, 주해한 임승국 교수 또한 이렇게 말한다.
....따라서 천부경의 소중함을 목마르게 강조하는 학인은 쉽게 볼 수 있으나 천부경을 시원스레 풀어 해설하는 사람은 아직 구경하질 못했다.
하지만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천부경은 결코 난해한 경전이 아니다. 뜨인 눈으로 보기만 한다면 천부경은 오히려 가장 논리적, 압축적으로 우주론을 해설한 지상 최고最古, 최고最高의 경전인 것이다.
천부경에는 결코 어떤 불분명한 점이 없다. 어렵게 느껴졌다면 그것이 우주의 심벌[天符]을 표현한 문장인 데서 기인한 것일 뿐으로 심벌(상징)에 대한 식견을 갖고 있는 자라면 누구나 해석할 수 있는 그런 확실한, 논리 정연한 문장으로 되어 있다.
주역의 「계사전」에 이런 말이 있다.
글로는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로는 뜻을 다하지 못하니 그렇다면 성인의 뜻을 볼 수 없는 것인가?
자왈, 성인이 상象을 세움으로써 뜻을 다하며....
이것을 다시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글로써는 말이 나타내고자 하는 내용을 다 표현할 수 없고 말로써는 뜻(마음 속의 생각)을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성인의 뜻은 볼 수 없는 것인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성인이 상징[象]을 만들어서 뜻을 완전하게 표현하셨다.’
고대로부터 성인聖人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 인류를 가르쳐 왔다. 그 중에서 가장 고차원적인 가르침의 방법은 바로 상징을 통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성인들은 진리를 상징으로 표현하는 것일까?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이유에는 다음의 몇 가지가 있다.
첫째로 고대 지혜의 보존을 위해서이다. 쉽게 글로 써서 책으로 남기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언어는 변화한다는 문제가 있다. 수백 년만 지나도 언어라고 하는 것은 많은 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그 이상의 시간이 경과될 때에는 아예 언어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책으로 남길 경우 의도적이든 아니든 소실의 우려가 있기도 하다.
둘째로 무자격자에게 고대의 신비 지혜가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상징으로 진리를 설해 놓으면 깊은 탐구심 없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공부하는 자들은 결코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다.
셋째로 진리란 결코 말이나 글로써는 완벽하게 표현되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성인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노자도 도덕경의 유명한 첫 구절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도道라고 말할 수 있는 도는 참된 도가 아니고 도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도의 참된 이름이 될 수 없다.’
이것은 진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언어와 문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지극히 불완전한 매체인 언어로 표현된 것을 진리 자체로 알면 도리어 진리를 왜곡시킬 위험이 있음을 경고한 것일 것이다.
천부경의 역사적 가치
카발라Kabbalah라는 단어는 입에서 귀로 ‘받는다’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고대로부터 카발라는 오로지 스승에게서 제자에게만 직접 구술로써 가르쳐왔던 비교秘敎 체계이다. 이는 천부경의 전수 체계와 정확히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천부경은 천제 환국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던 글이다. 天符經 天帝 桓國 口傳之書也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
이렇게 전해지던 천부경은 환웅이 신지 혁덕에게 명하여 녹도의 글로 기록케 함으로써 처음으로 문자화된다.
카발라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씌어진 카발라’와 ‘씌어지지 않은 카발라’가 그것이다. 카발라 전통에서는 그 내용의 심오함으로 인해 무자격자에게 그 가르침이 전해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따라서 오로지 스승이 자격이 있는 제자에게만 직접 구전으로 가르쳐 왔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씌어지지 않은 카발라’이며 지금도 이 전통은 계속 되고 있다.
그러나 카발라의 전승과정에서 서기 200년 이후 <세페르 예치라(창조의 서)>가 씌어짐으로써 최초의 씌어진 카발라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서기 1200년 경 모세 데 레온에 의해 <조하르Zohar>가 씌어지게 됨으로써 본격적인 카발라 대중화 시대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천부경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 대해 주목하게 된다. 한마디로 천부경은 ‘씌어진 카발라’이다. 환인 시대에 구전되어 오던 것이 환웅시대(BC 3898)에 문자로 정착된 것이다. 그렇다면 천부경이야말로 세계 최초의 ‘씌어진 카발라’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것도 서양보다 무려 4천년 이상 앞선 것이다.
제2장 천부경 서설 2
카발라와 생명나무
카발라의 신비체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우주, 즉 존재계의 상징인 ‘생명나무’이다. (자세한 것은 부록 ‘카발라의 개요’ 편을 참고할 것.)
천부경은 카발라의 생명나무에 대해 설한 경전이다. 그렇다면 카발라의 ‘생명나무’란 무엇인가? 생명나무는 존재계를 상징하는 심벌이다. 생명나무는 신성神性 호아가 진화를 위한 목적으로 외부의 무질서와 접촉하기 위해 자신의 파워를 10 단계에 걸쳐 하강시켜 내려온 사다리라 할 수 있다.
표1
표2
표1은 10개의 세피로트(절대자로부터 발출되어 나온 10개의 발출물에 대한 명칭으로, 단수는 ‘세피라’이다.)와 22개의 길로 이루어진 생명나무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표2는 10 수의 발출 순서를 나타낸 것이다.
절대자로부터 첫 번째로 발출되어 나온 것은 케테르이며 숫자로는 1로 나타내고 그 속성은 균형이다. 케테르로부터 호크마가 나왔고 숫자 2로 나타내며 그 속성은 지혜이다. 호크마에서 다시 비나가 나왔고 숫자 3으로 나타내며 그 속성은 지성 또는 이해이다. 비나에서 헤세드가 발출되어 나왔고 숫자 4로 나타내며 그 속성은 자비이다. 헤세드에서 게부라가 발출되어 나왔고 숫자 5로 나타내며 그 속성은 정의 또는 심판이다. 게부라에서 티페레트가 나왔고 숫자 6으로 나타내며 그 속성은 미美이다. 티페레트에서 네차흐가 나왔고 숫자 7로 나타내며 그 속성은 승리 또는 인내이다. 네차흐에서 호드가 나왔고 숫자 8로 나타내며 그 속성은 영광 또는 광휘이다. 호드에서 예소드가 나왔고 숫자 9로 나타내며 그 속성은 기초이다. 마지막으로 예소드에서 말쿠트가 나왔고 숫자 10으로 나타내며 왕국이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하여 생명나무의 10개의 세피로트, 10개의 빛, 10개의 숫자가 이루어지고 이것이 우주의 전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표3
생명나무는 존재의 사계四界를 이루는데, 케테르, 호크마, 비나로 구성되는 아칠루트계(원형계), 헤세드, 게부라, 티페레트로 구성되는 브리어계(창조계), 네차흐, 호드, 예소드로 구성되는 예치라계(형성계), 말쿠트의 아시야계(행위계, 물질계)가 그것이다.
표4
생명나무상에서 존재의 사계를 구분하는 데는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다른 방식(표4)도 있다. 또 생명나무는 삼계三界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이때 제1계는 케테르, 호크마, 비나로 이루어진 제1트리아드Triad로 메브쉐칼계(지성계)라고 한다. 제2계는 헤세드, 게부라, 티페레트로 이루어진 제2트리아드로 몰가쉬계(도덕계)라고 한다. 제3계는 네차흐, 호드, 예소드로 이루어진 제3트리아드로 메베트보계(질료계, 물질계)라고 한다. 여기서 나머지 세피라 말쿠트는 하강한 신성인 쉐키나Shekina이다.
생명나무는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존재의 제 차원을 구분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진리는 무수한 단면으로 이루어진 보석과 같다’는 격언처럼 존재계란 어떤 하나의 기준만으로는 고찰 불가능한 무한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표5
생명나무는 인간의 신체에 비유되기도 한다. 표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생명나무의 10개 세피로트는 인간의 각 신체 부위와 대응되며, 10 세피로트를 통합적으로 인간으로 표현할 때 대우주인大宇宙人 ‘아담 카드몬’이라고 한다. (때로 행법적 측면에서 소우주인小宇宙人, 인간에게 적용할 때 좌우의 위치를 역전시켜 생각하기도 한다.)
성경의 창세기에 이런 글이 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창세기 1장 27절
이 말은 인간이 대우주인大宇宙人 아담 카드몬의 상象을 따라 창조되었다는 의미이다.
천부경과 10수 체계
천부경 속에는 10 수가 들어 있으며 우주(또는 진리)는 이 10 수로써 설명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천부경을 연구해 온 사람들이 저질러 온 큰 실수는 바로 이 10 수를 동양의 역학상의 수리체계와 연관지어 생각해 왔다는 사실이다.
역학에서는 기본 10수를 하늘과 땅, 천수天數와 지수地數로 구분한다.
천일天一지이地二천삼天三지사地四천오天五지육地六천칠天七지팔地八천구天九지십地十
주역 「계사전」
정리하면 천수天數는 1,3,5,7,9이고 지수地數는 2, 4, 6, 8, 10이 된다. 천부경에서도 10수를 천天과 지地를 이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천부경에는 또 하나의 요소가 추가되어 있으니 인人이 바로 그것이다. 즉, 천부경은 10 수를 천수天數와 지수地數와 인수人數의 삼자三者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역학이 기본 십수에 대해 이분법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면 천부경은 삼분법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표6
천부경이 역학과는 다른 별개의 체계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문헌적 근거가 있다. 그것은 바로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에 기록되어 있는 바대로, 천부경의 연구가 유학자들에 의해 탄압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본조(조선시대)에 이르러 뜻을 오로지 유가儒家의 글에 두더니 다시 조의(皂衣: 선가仙家)와 더불어 의논하여 보존할 것을 바라지 않으니...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
이제의 세상은 비록 글자 하나라도 정주程朱의 성리학에 합치되지 아니하면 마치 고슴도치처럼 무수한 화살이 날아든다. 유가儒家의 예봉이 바야흐로 사나웁도다. 천부경과 삼일신고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여도 어찌 쉬 논할 수 있겠는가?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
위 글들에서 보듯이 만일 천부경이 동양의 역리사상(특히 수리의 관점에서)과 동일하다면 어째서 굳이 유학자들이 천부경에 대한 연구를 탄압할 이유가 있었겠는가?
자세한 설명은 뒤에 하기로 하고 결론만 요약한다면 천부경에서 말하는 천수는 2, 4, 7이고 지수는 3, 5, 8이며 인수는 1, 6, 9, 10이다.
제3장 천부경 본문 해설
一始無始一
일시무시일
하나가 시작되었지만 시작된 하나가 없다.
이것은 달리 표현하면 하나가 시작되었지만 아직 하나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문장의 경우,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과 천부경 끝 구절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을 같이 연관지어 생각해 볼 때 끝없이 순환하는 우주의 섭리를 표현한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이렇게 포괄적, 추상적으로 마무리 지어버리기에는 뭔가 부족한 면이 있다.
왜냐하면 위에서처럼 간단히 ‘일시무시일’이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종결구인 ‘일종무종일’과 직접 연결지어 고찰할 때일 뿐이지 ‘일시무시일’ 자체만을 놓고 볼 때 '하나가 시작되었지만 시작되지 않은 그 하나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의문에는 여전히 답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시무시일'의 정체를 밝혀내야만 하는 필수적인 이유는 다음의 ‘석삼극(析三極)’ 때문이다. 즉 석삼극된 객체가 바로 시작되었지만 시작되지 않은 그 ‘하나’이기 때문이다.
천부경은 생명나무의 케테르, 즉 1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일시(一始) -- 하나가 시작되었다. 이 하나가 바로 케테르이다.
무시일(無始一) -- 그러나 이 시작된 하나는 시작되지 않았다.
석삼극(析三極) -- 시작되었지만 시작되지 않은 하나가 삼극으로 나뉘었다.
1이 케테르라면 시작되었지만 시작되지 않은 1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케테르 중의 케테르’, ‘호아’, '대일(大一)'이다. 케테르는 무한자(숫자값 0)로부터 나왔다. 이러한 발출 과정에서 케테르가 케테르로서 완성되는 시기는 케테르에서 호크마가 발출될 때이다.
[표1]
무슨 말인가 하면 케테르가 케테르로서 완성되어 호크마를 발출하려면 케테르 자체에서 생명나무의 과정과 동일한 미시적 발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표2]
바로 이 단계, 미시적 생명나무의 과정을 거치는 단계를 ‘케테르 이전의 케테르’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다. 즉 하나가 시작되었지만 시작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이 상태는 천부경에서 말하는 ‘일시무시일’ 상태는 아니다.
왜냐하면 [표2]에서와 같이 불완전한 유동적 상태(즉 케테르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명나무의 과정이 계속 진행되어 가는 도중의 상태)에서 삼극이 나누어진다는 말을 하기에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삼극이 나누어질 수 있는 바탕이라면 뭔가 총화된 에센스의 상태에 있는 단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시각을 밑으로(호크마)가 아닌 위(케테르가 발출되어 나온 원천)로 돌릴 필요가 있다.
케테르는 무한으로부터 나왔다. 그리고 무한으로부터 처음 발생한 케테르([표2]의 숫자1)가 있다. 이 상태가 바로 ‘케테르 중의 ’케테르‘ 상태이다. 이 단계에서 케테르는 하나(1)이면서 하나(1)가 아닌 상태에 있게 되며 케테르 이전의 배후 무한자와 직접 연결되어 있고 아직 후속의 변화 과정을 밟지 않은 순수한 에센스의 상태에 있게 된다. 이 단계는 비현현계(무한계)와 현현계(유한계) 사이의 접점으로서 가히 석삼극되어 창조의 밑바탕을 이룰 수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상징적으로 표현될 때 케테르는 ‘옆얼굴’로 묘사된다. 왜냐하면 유한한 존재인 우리 인간은 오직 그의 한쪽 면만을 볼 수 있을 뿐 다른 면의 얼굴은 볼 수 없다고 일컬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케테르의 이중성을 말한 것으로, 말하자면 [표1]의 숫자 1은 케테르의 안보이는 얼굴이고 숫자 10은 보이는 얼굴인 것이다.
케테르의 이 안보이는 얼굴을 카발라에서는 호아(Hoa)라고 하며 우리나라의 상고철학에서는 대일(大一)이라고 한다. 바로 천부경에서 말하는 ‘일시무시일’인 것이다.
위에서 비현현계(무한계)에 대한 말이 나왔으므로 이에 대해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한마디로 비현현계 또는 무한계는 생명나무 이전의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상태를 불가(佛家)에서는 공(空)이라 하고 도가(道家)에서는 도(道)라 하며 유가(儒家)에서는 무극(無極)이라고 하는데, 카발라에서는 아인소프(Ayin Soph)라고 한다. (엄격히 말하면 아인, 아인소프, 아인소프아우르의 삼단계가 있지만 편의상 통칭 아인소프라 부른다.)
이 아인소프는 우주 안에 창조된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절대 무(無)의 상태인데, 이 공(空)의 상태에서 비로소 생명나무로 표현되는 창조의 세계가 우주에 현현하게 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여기서 ‘창조’라고 할 때 그 의미는 단순히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창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창조’ 또는 ‘현현’이라는 표현은 물질적 창조의 배후에 존재하는 불가시不可示의 영역까지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카발라의 용어로 말하면 물질계인 아시야계 이전의 예치라계, 브리어계, 아칠루트계까지를 모두 포함하여 현현계(유한계)라고 한다. 한편 절대 공허의 상태인 아인소프(무한계)를 음(陰)존재계, 생명나무상의 제계(諸界)인 유한계를 양(陽)존재계라고 한다. 필자가 종종 존재계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양(陽)존재계만을 일컫는 것이다.
제3장 천부경 본문 해설(석삼극무진본)
析三極無盡本
석삼극무진본
삼극으로 나뉘었지만 그 근본은 다함이 없다.
일시무시일[대일大一] 상태에서 삼극으로 나뉘어졌다. 그렇다면 여기서 삼극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대일大一에서 케테르, 호크마, 비나가 차례로 발출돼 나와 생명나무의 기반을 이룬 것을 말한다. (나중에 설명하게 되지만 그것은 천지인 삼극이다.)
[표3]
노자는 도덕경에서 천부경과 동일한 다음의 진리를 말하고 있다.
도道가 하나를 낳고 하나가 둘을 낳고 둘이 셋을 낳고 셋이 만물을 낳았다.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이것은 존재를 삼분법적으로 보는 천부경, 카발라의 입장과 정확히 동일한 사상이다. 즉 무한[도道]에서 1(케테르)이 나오고 1에서 2(호크마)가 나오고 호크마에서 3(비나)가 나오고 이 삼자(케테르, 호크마, 비나)로부터 만물이 나왔다는 말이다. 호아(대일)는 무한과 유한 사이의 접점이므로 유한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무한자이기도 하다.
[표4]
[표4]에서처럼 생명나무는 좌측기둥, 중간기둥, 우측기둥의 세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케테르, 호크마, 비나는 각각 이 세 기둥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위에서와 같이 아래에도’라는 헤르메스학의 격언처럼 이 삼자의 반영이 하위에 투영되어 전체 생명나무가 이루어진 것이다. 즉 케테르, 호크마, 비나의 제1트리아드(삼위일체의 기능 삼각형)가 헤세드, 게부라, 티페레트의 제2트리아드에 투영되고, 이것이 다시 네차흐, 호드, 예소드의 제3트리아드에 반영되어 최종적으로 말쿠트에 이르게 된다.
케테르는 음과 양을 동시에 구유한 양성(兩性)적 존재이며 호크마는 남성원리(陽), 비나는 여성원리(陰)를 대표하는 세피로트이다. 그리고 케테르를 정점으로 하여 티페레트, 예소드, 말쿠트로 구성된 생명나무의 중간 기둥(균형의 기둥이라고도 불린다)은 양성(兩性)을 가지며, 호크마를 정점으로 하여 헤세드, 네차흐로 구성된 우측기둥(자비의 기둥이라고도 한다)은 남성원리(陽), 비나를 정점으로 하여 게부라, 호드로 구성된 좌측기둥(엄정의 기둥, 정의의 기둥, 심판의 기둥으로도 불린다)은 여성원리(陰)로 각각 이루어져 있다.
삼극의 분화와 이것이 전체 생명나무에 미치는 영향은 또 다른 관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생명나무 전체가 이 삼극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표5]
케테르, 호크마, 비나는 [표5]처럼 원초적인 공기, 불, 물과 직접 연결된다. 여기서 말하는 원초적 공기, 불, 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적인 원소가 아니라 그 배후에 존재하는 원리를 가리키는 것이다. 히브리어의 삼모자(三母字), 알레프(Aleph), 쉰(Shin), 멤(Mem)은 각기 이 원초적 공기, 불, 물을 상징한다. 현현계의 모든 존재물, 우주 만물은 바로 이 알레프, 쉰, 멤을 통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표6]
이러한 공기, 불, 물의 원리가 생명나무상에 나타날 때는 [표6]의 방식에 의한다. 먼저 케테르를 통해 공기의 원리가 중간기둥을 따라 내려가면서 티페레트, 예소드, 말쿠트까지 차례로 반영된다. 불의 원리는 호크마에서 지그재그로 게부라, 네차흐에 차례로 반영되며, 물의 원리는 비나에서 출발하여 역시 지그재그로 헤세드, 호드에 차례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삼자의 반영 원리에 의해 전체 생명나무의 모든 세피로트가 조화롭게 작용하게 된다. 요컨대 일시무시일[대일大一]이 삼극으로 나뉘었지만 그 근본에는 변함이 없이 존재계에 작용하는 것이다.
제3장 천부경 본문해설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天一一 地一二 人一三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천(天) 하나가 하나요, 지(地) 하나가 둘이요, 인(人) 하나가 셋이다.
이 문장은 색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장 쉬운 표현으로 천일(天一), 지이(地二), 인삼(人三)이라고 하지 않고, 천일일(天一一), 지일이(地一二), 인일삼(人一三)이라고 하여 가운데에 모두 일(一)을 끼워 넣은 것이다. 그렇다면 양자 사이에는 어떤 의미상의 차이가 있을까?
천일(天一), 지이(地二), 인삼(人三)이라고만 하면 그것은 십수체계상의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숫자인 1, 2, 3을 뜻하는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다분히 있게 된다. 그러나 가운데에 일(一)을 모두 끼워 넣음으로써 전체적인 의미는 확연히 달라진다.
즉 천일일(天一一), 지일이(地一二), 인일삼(人一三)에서의 천(天), 지(地), 인(人)은 단순히 1, 2, 3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천부경 본문에서 '천일일(天一一), 지일이(地一二), 인일삼(人一三)' 문장 다음에는 '일적십거무궤화삼(一積十鉅無匱化三)'이 바로 이어진다. 그 뜻은 ‘하나가 쌓여서 십으로 커지고 무의 궤가 셋으로 화하였다’이다. (이 문장에 대한 자세한 해설은 뒤에서 다시 하기로 한다.)
천부경은 10수로 우주의 구조를 설명한 경전으로, 이 문장을 통해 이미 1에서부터 10까지의 존재 양식에 대한 설명을 일단락 짓고 있다. 다시 말하면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일적십거무궤화삼’이라는 짧은 문장 속에 천부경적인 십수 체계 구조가 완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부경에서 말하는 천(天), 지(地), 인(人)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10수 체계상의 천수(天數), 지수(地數), 인수(人數)를 의미하는 것이다.
[표7]
생명나무의 각 세피라에 배당된 숫자값은 [표7]과 같다. 이 숫자값은 세피로트의 발출 순서에 따른 것이다. 생명나무에서 천수는 우측 기둥, 지수는 좌측 기둥, 인수는 중간 기둥을 나타낸다.
즉, 천수는 2, 4, 7, 지수는 3, 5, 8, 인수는 1, 6, 9, 10이 된다. 따라서 천일일(天一一)은 천수(天數)인 2, 4, 7, 지일이(地一二)는 지수(地數)인 3, 5, 8, 인일삼은(人一三) 인수(人數)인 1, 6, 9, 10을 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天一一, 地一二, 人一三에서 중간에 공통적으로 삽입된 一이라는 단어는 바로 대일(大一)이 석삼극된, 대등한 가치를 가지는 각각의 극(極)을 암시하는 역할을 해줌을 알 수 있다.
생명나무의 우측 기둥은 남성원리(陽)가 나타나는 천극(天極)이고, 좌측 기둥은 여성원리(陰)가 나타나는 지극(地極)이며, 중간 기둥은 양성(兩性)원리로 돼 있는 인극(人極)이다. 천극은 천수인 2, 4, 7로, 지극은 지수인 3, 5, 6로, 인극은 인수인 1, 6, 9, 10으로 각각 구성되어 있다.
天一一, 地一二, 人一三의 일(一), 이(二), 삼(三)은 이 세 개의 극(삼극)을 표현하고 있다. 즉 극 하나, 극 둘, 극 셋을 의미하는 것이다.
천부경은 기본 10수에 대해 삼분법적인 접근을 하고 있으며 역학은 이분법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제까지의 천부경 해석자들은 한결같이 역리상의 수 체계를 천부경에 적용시키고 있다. 따라서 다분히 논리가 결여된 억지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해지자 아예 천부경의 본문마저 잘못되었다며 자의적으로 바꾸어 해석하려는 무모한 시도까지 있어왔다.
어떤 이는 원문의 성환오칠(成環五七)을 성환오이(成環五二)로, 또 어떤 이는 성환오십(成環五十)으로 멋대로 바꾸었다. 이것은 모두 천부경이 역리적인 수리 구조를 갖고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특히나 성환오칠을 성환오십으로 주장하는 이는 그 근거로 칠(七)과 십(十)의 한문 글자 모양이 유사하기 때문에 표기에 자칫 오류가 있었을 수 있다는 점과 한자 칠(七)의 원래 형태가 십(十)이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천부경의 원문이 현재까지 전하여 내려오는 것으로 <태백일사>와 고운 최치원의 사적본 모두 십(十)이 아닌 칠(七)로 되어 있다.
최치원의 사적본인 경우 고운(孤雲) 선생의 친필이 아니라 암송되어 전하여 오던 것을 후일 구술하여 썼기 때문에 <태백일사>에 실린 천부경 원문과 음은 같고 글자가 틀린 곳이 일곱 곳이 된다. 그러나 ‘성환오칠’만은 동일하다.
한문 칠(七)과 십(十)의 모양이 유사하다 할지라도 음(音)은 ‘칠’과 ‘십’으로 판이하게 다르다. 따라서 구전의 과정에서 이 두 글자가 바뀔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환오칠’을 ‘성환오십’으로 본문을 고쳐 해석하려는 시도는 자신의 해석 의도에 견강부회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제3장 천부경 본문 해설 (일적십거무궤화삼 1)
一積十鉅無匱化三
일적십거무궤화삼
하나가 쌓이고 십으로 커져서 무의 궤가 셋으로 화하였다.
이 문장을 쉽게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케테르 1에서부터 말쿠트 10까지 숫자가 쌓여 커지고 무궤(무의 궤짝)인 생명나무가 삼극으로 화하였다.’
여기서 무(無)란 생명나무의 최초 세피라인 케테르를 낳은 존재, 아인소프를 의미한다. 여기서 아인소프는 무(無) 외에도 공(空), 도(道), 무극(無極) 등으로도 표현 가능하다. 생명나무를 무(無)가 담긴 궤짝(무궤)으로 보고 이 생명나무가 좌측 기둥, 중간 기둥, 우측 기등의 삼극으로 화하였다고 주장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결론을 쉽게 단정짓기에 앞서 문장의 구조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표8]
천부경은 비록 몇 개 안 되는 글자로 되어 있지만 고도의 논리적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으로, 그러한 고도의 논리성이 있었기에 불과 81자(字) 속에 우주의 원리를 담아낼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표8]에서처럼 문장을 도식화해 볼 때 일적십거와 무궤화삼은 문장의 선후관계를 통해 원인(선행)과 결과(후행)의 관계가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하나가 쌓여서 십으로 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결과 무궤가 셋으로 화한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일적십거’란 문장 속에서도 다시 한 번 되풀이 된다. 즉, 하나가 쌓인 것이 원인이 되어 십으로 커지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렇다면 ‘무궤화삼’ 또한 무궤는 원인(선행), 화삼은 결과(후행)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논리상 타당하다.
위에서 우리는 이 문장을 가장 쉽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무궤=생명나무’라고 보았다. 하지만 앞서 천부경의 첫머리, ‘일시무시일’을 해석한 부분을 다시 상기해 보자. 거기서 우리는 일(케테르)과 일시무시일(대일大一, 호아)을 분명히 구분하여 파악했었고, 그 결과 ‘석삼극’된 객체가 대일(大一, 케테르 중의 케테르)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와 꼭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화삼(化三)된 객체는 무궤(無櫃)인 것이다. ‘석삼극(析三極)’이나 ‘화삼(化三)’은 모두 동일한 의미이다. 따라서 무궤는 생명나무 전체가 아니라 바로 ‘케테르 중의 케테르’인 ‘일시무시일’, ‘대일(大一)’을 뜻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무궤(無櫃)란 무(無)를 담아 놓은 궤짝이라는 말이다. 궤짝이란 무엇인가를 담기 위한 용기이다. 따라서 무궤란 무(無)를 담아 놓은 궤짝이라는 뜻이 된다.
우리는 여기서 무(無)에 대한 카발라만의 독특한 사상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표9-1]
[표9-2]
아인(AIN): 무(無)
아인 소프(AIN SVP): 무한(無限)
아인 소프 아우르(AIN SVP AUR): 무한광(無限光)
매더스는 <베일벗은 카발라The Kabbalah Unveiled> (20-21쪽)에서 생명나무를 탄생시킨 무한자의 상태에 대해 [표9]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음(陰)존재계(Negative Existence)는 아인, 아인 소프, 아인 소프 아우르라는 세 개의 베일로 가려져 있다고 한다. 이 세 개의 베일을 세 개의 영광(자자호트)이라고도 부른다.
첫 번째 베일은 아인(AIN)으로, 세 개의 문자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은 앞으로 발출될 최초의 세 세피로트(케테르, 호크마, 비나), 세 숫자(1, 2, 3)을 잠재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두 번째 베일은 아인 소프(AIN SVP)로 여섯 개의 문자로 이루어져 있고 10개의 세피로트 중 선행하는 여섯 개의 세피로트, 여섯 숫자(1,2,3,4,5,6)를 잠재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세 번째 베일은 아인 소프 아우르(AIN SVP AUR)로 아홉 개의 문자로 이루어져 있고, 아홉 개의 세피로트, 아홉 개의 숫자(1,2,3,4,5,6,7,8,9)를 잠재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AIN = (1), (2), (3)
AIN SVP = (1), (2), (3), (4), (5), (6)
AIN SVP AUR = (1), (2), (3), (4), (5), (6), (7), (8), (9)
[표10]
위에서 모든 숫자를 괄호에 넣은 것은 이 숫자들이 단지 잠재적으로만 존재하는 수들일 뿐이지 실제로 현현되어 존재하는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상징한다. 실제로 현현된 숫자란 바로 생명나무상의 세피로트이며 위에서 보이는 과정은 10수, 즉 10 세피로트가 발출되어 나오기 이전의 원형적 상태이다. 셋과 여섯과 아홉으로 이루어진 이 베일을 카발라에서는 ‘음(陰)의 18 베일'이라고 부른다.
제3장 천부경 본문 해설 (일적십거무괘화삼 2)
[표9-2]에서 중심의 '케테르 중의 케테르'는 ‘아인 -> 아인 소프 -> 아인 소프 아우르’의 단계를 거친 뒤 이 무(無)의 상태로부터 응고되어 나온 최초의 존재이다. 아인 소프 아우르의 최종 분열수 (9)에서 밖으로 확장되지 않고 다시 중심으로 돌아와 최초의 수 1이 현현됨을 알 수 있다.
케테르 이전의 상태를 설명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의식권을 완전히 초월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징적으로 말해 그 상태는 케테르로부터 시작하여 말쿠트로 끝나는 생명나무(현현계)의 청사진 상태(설계도, 원형)라 할 수 있다. 즉 잠재적 존재 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음존재(비현현계, 무한계)의 말쿠트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로 케테르(정확히는 케테르 중의 케테르)이다.
생명나무는 말쿠트에서 최종적인 고형화가 일어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케테르 중의 케테르’ 상태는 무한자(無)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을 담고 있는 최초의 고형화된 상태, 즉 궤짝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궤가 셋으로 화하여다는 말은 ‘케테르 중의 케테르’, ‘일시무시일’, ‘대일’이 삼극으로 나뉘며 생명나무의 세 기둥을 형성하였다는 뜻이 된다.
[표8]을 통해 우리는 먼저 ‘무궤화삼’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똑같은 방식으로 ‘일적십거’를 고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일적(一積)은 십거(十鉅)에 선행하며, 양자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일적(一積)은 하나가 쌓였다는 말로 [표10]에서 볼 수 있듯이 음(陰)존재의 잠재적 숫자가 누적되며 전개되어 나오는 메커니즘을 표현하는 말이다. 따라서 자연히 십거(十鉅)는 양(陽)존재계인 생명나무의 세피로트가 1(케테르)에서부터 10(말쿠트)까지 커가는 과정을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문헌상의 근거가 <태백일사>「삼한관경본기 」중 '마한세가' 상편에 나와 있다.
하나가 쌓여서 음(陰)을 이루고, 십으로 커져서 양(陽)을 만들고, 무궤에서 충(衷)이 생겼다.
一積而陰立 十鉅而陽作 無匱而衷生焉
하나가 쌓여서 음(陰)을 이루었다는 말은 아인, 아인 소프, 아인 소프 아우르, 삼단계로 이루어진 음(陰)존재계를 의미하며, 십으로 커져서 양(陽)을 지었다는 것은 1(케테르)에서부터 10(말쿠트)까지 커져서 생명나무인 양(陽)존재계가 이루어졌다는 의미이다.
무궤(無匱)에서 충(衷)이 생겼다는 것은 ‘케테르 중의 케테르’ 상태에서 충(衷), 즉 케테르가 생겨났다는 의미이다. 충(衷)은 사전적으로 ‘가운데’라는 뜻이다. 여기서 ‘가운데’라는 가장 일반적인 단어인 중(中)을 쓰지 않고 굳이 충(衷)이라고 한 것은 중(中), 즉 생명나무의 중간 기둥 중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있는 케테르를 특기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확대해석해서 ‘충’을 생명나무 전체를 상징하는 말로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존재계의 전개 구조가 상징적으로 표현된 의례가 <단군세기>에 잘 기록되어 있다.
정사 2년(BC 424) 예관이 청해 삼신영고(三神迎鼓)의 제사를 지냈다. 단제(44대 단군 구물)께서 친히 행차하시어 경배하시니 첫 번째 절에 세 번 머리를 조아리고, 두 번째 절에 여섯 번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째 절에 아홉 번 머리를 숙여 예를 올리는데, 무리를 거느리고 특별히 열 번 머리를 조아렸다. 이를 삼육대례(三六大禮)라고 한다.
고조선의 이 전통적 삼육대례(삼육구배三六九拜라고도 한다)는 음 존재계의 18베일과 양 존재계의 10 세피로트를 의례를 통해 표현한 것으로, 이 대례 자체가 바로 무한계와 유한계 전체를 아우른 창조의 과정을 상징하고 있다 하겠다. 단제 홀로 세 번, 여섯 번,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린 것은 아인(3베일), 아인 소프(6베일), 아인 소프 아우르(9베일)를, 무리와 함께 10번 머리를 조아린 것은 생명나무상의 10 세피로트를 각각 상징하는 것이다.
삼육대례를 행할 때 엄지손가락을 교차시키는 특별한 행위[교무交拇]를 하는데, 이러한 몸짓은 카발라의 전통적인 축복의 제스처이다.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교차시킴으로써 10개의 손가락이 10개의 세피로트를 상징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카발라의 경전 <세페르 예치라(창조의 서)>에 나오는 다음의 구절과 매치됨을 알 수 있다.
신성한 세피로트는 10개이다. 그들의 숫자가 그러하듯이 그것들은 양손의 10개 손가락이다. 다섯은 다른 다섯과 상응한다. 그 가운데서 세피로트는 하나로 매듭지어져 있다.
天二三 地二三 人二三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
삼위(三位)를 이루는 천(天) 둘, 지(地) 둘, 인(人) 둘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은 앞서 살펴본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과 유사한 구조이면서도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이 구문은 앞서와는 전혀 다른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천부경은 매우 논리적인 문장으로 되어 있다. ‘일시무시일 석삼극 무진본’까지는 생명나무의 발생과 그 기본 구조를 설명하고 있으며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일적십거무궤화삼’은 앞 문장에 이어 구체적으로 십수의 전개원리(메커니즘)를 설명함으로써 생명나무에 대한 골격을 일단락 짓고 있다. 따라서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은 이미 성립된 생명나무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임을 알 수 있다.
[표11]
[표12]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문장은 생명나무를 수평 구분함으로써 존재의 제계(諸界)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나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고찰할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수직 구분과 수평 구분이다.
[표11]에서 볼 수 있는 수직 구분에 대해서는 생명나무의 세 기둥, 세 극성(極性)을 설명하면서 살펴 보았다. 생명나무를 수평 구분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표12]와 같이 세 개의 세피로트를 하나의 단위로 묶는 것이다. 이때 나타나는 삼각형을 ‘기능삼각형(Functional Triangle)'이라고 부른다.
’기능삼각형‘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세 개의 세피로트로 이루어진 각각의 삼각형이 하나의 기능을 하는 단위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하나의 기능삼각형과 또 다른 기능삼각형 사이에는 명백한 역할상의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다.
세 개의 세피로트가 삼위일체로 하나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이를 트리아드(Triad)라고도 한다. 편의상 앞으로는 ‘트리아드’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카발라에 의하면 제1트리아드와 제2트리아드 사이에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고 하며 제2트리아드와 제3트리아드 사이에는 베일(파로케트)이 드리워져 있다고 한다. 이것은 각 트리아드에 서로 다른 존재의 차원(진동수)이 있다는 말이다.
[표13]
천, 지, 인은 천수, 지수, 인수를 의미한다.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 뒤에 공통적으로 붙은 ‘삼’은 기능삼각형(트리아드)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천이, 지이, 인이는 트리아드를 이루는 천수 2개, 지수 2개, 인수 2개를 지칭하는 것이다.
뒤에 공통적으로 붙은 이삼(二三)은 수평 구분으로 이루어진 두 개의 트리아드를 말한다. 즉 제1트리아드와 제2트리아드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은 삼위일체로 구성된 제1트리아드와 제2트리아드에서 천수 2개, 지수 2개, 인수 2개를 말하는 것이다. 즉 천이삼은 상위 두 기능 삼각형의 천수 2개(2와 4), 지이삼은 지수 2개(3과 5), 인이삼은 인수 2개(1과 6)을 나타내고 있다.
大三合六生七八九
대삼합육생칠팔구
대삼(大三)이 합하여진 여섯 수가 7, 8, 9를 낳았다.
여기서 대삼(大三)은 트리아드를 의미한다. 대삼합은 두 개의 대삼, 즉 제1트리아드와 제2트리아드가 합하여진 것을 의미하고 '생칠팔구'는 그 결합의 결과로 제3트리아드인 7, 8, 9가 탄생되었다는 말이다.
이 문장 속의 육(六)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십수 체계상의 여섯 번째 수인 6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육(六)은 상위의 두 기능삼각형(트리아드)을 이루는 여섯 개의 세피로트, 여섯 개의 수(數)를 뜻한다. 요컨대 천수 2와 4, 지수 3과 5, 인수 1과 6, 이 여섯 개의 수가 각각 합하여져서 7, 8, 9로 이루어진 세 번째 기능삼각형(트리아드)을 낳았다는 것이다.
제1트리아드는 아칠루트계(스피리추얼계), 제2트리아드는 브리아계(멘탈계), 제3트리아드는 예치라계(아스트랄계), 제4트리아드는 아시야계(물질계)이다.
카발리스트들은 흔히 비유로 제1트리아드를 오시리스, 제2트리아드를 이시스, 제3트리아드를 호루스라고 일컫는다. 이 오시리스(남성원리)와 이시스(여성원리)가 결합하여 호루스를 낳았다고 하며 맨 밑의 말쿠트는 호루스의 자식이라고 한다. 말쿠트는 종종 사각형으로 그려지는데, 사각형의 네 변은 호루스의 4명의 자식과 상응한다. 4는 물질계를 구성하는 사대(4원소, 지수화풍)를 상징한다.
카발라에서는 제1트리아드를 부성계(父性界), 제2트리아드를 모성계(母性界)라고 하며 이 두 세계가 결합하여 제3트리아드가 생겨났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음양의 원리가 생명나무상의 수직 구분(세 기둥)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평구분(즉 존재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됨을 말해 준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 대삼합육생칠팔구’는 생명나무상의 존재계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말인 것이다.
출처 : 모른다니까 | 글쓴이 : 농갈라묵자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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