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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터학당(學堂)-진리를 깨달아 자유를....나는 나다.

남본열반경. 대반열반경 제8권-12. 여래의 성품[如來性品] 본문

마스터와 가르침/석가

남본열반경. 대반열반경 제8권-12. 여래의 성품[如來性品]

柏道 2022. 4. 25. 19:52

남본열반경
대반열반경 제8권-12. 여래의 성품[如來性品]

대반열반경 제8권

12. 여래의 성품[如來性品]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25유에 나[我]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나라는 것은 여래장이라는 뜻이니, 모든 중생이 모두 불성을 가진 것이 곧 나란 것이니라. 이 나란 것이 본래부터 한량없는 번뇌에 덮였으므로 중생들이 보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어떤 가난한 여인의 집안에 순금 독이 묻혀 있었는데, 집안 식구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무도 몰랐었다. 수단 많은 한 이상한 사람이 가난한 여인에게 말하기를 '내가 그대에게 삯을 주리니 나를 위하여 풀을 매어 달라'고 하였다. 여인이 대답하되 '그렇게 할 수 없으나, 나의 아들에게 순금 독을 보여주면 그대의 일을 해 주겠소'라고 하였다. 그 사람이 다시 말하되 '내가 그대의 아들에게 순금 독을 보여줄 수 있다'라고 하였다. 여인이 대답하되 '우리집 식구는 한 사람도 알지 못하는데 그대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하였다. 그 사람이 다시 말하되 '내가 아는 방법이 있다'라고 하였다. 여인이 대답하되 '나도 보고 싶으니 내게도 보여 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 사람이 그 집에서 순금 독을 파내었더니, 여인이 보고 매우 기뻐서 이상하게 여기면서 그 사람을 숭배하였느니라.

선남자야, 중생의 불성도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들은 볼 수 없는 것이, 마치 순금 독을 가난한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내가 이제 모든 중생에게 있는 불성이 번뇌에 가리웠던 것을 보여주는 것이 마치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집에 있는 순금 독을 보지 못한 것 같으니라. 여래가 오늘 중생에게 있는 본각(本覺) 광을 보여주나니, 그것은 불성이니라. 모든 중생들이 이것을 보고는 기쁜 마음으로 여래에게 귀의하리라. 수단이라 함은 곧 여래요, 가난한 여인은 온갖 중생들이요, 순금 독은 불성이니라.

또 선남자야, 어떤 여인이 한 아들을 낳아 기르는데, 어린 아기가 병이 들었다. 그 여인이 걱정하면서 의사를 찾았는데, 의사가 와서 생소와 우유와 석밀 세 가지로 약을 만들어 주고 먹이게 하면서, 여인에게 말하기를 '아기가 약을 먹은 뒤에는 젖을 주지 말았다가 약이 소화된 후에 젖을 주라'고 하였다. 여인이 '쓴 맛을 젖꼭지에 바르고, 아기에게 젖에 독약을 발랐으니 빨지 못한다'고 말하였다. 아기가 목이 마르고 허기져서 어머니의 젖을 빨려다가 독한 냄새를 맡고 멀리 떠나고 말았다. 먹은 약이 소화된 뒤에 어머니가 젖꼭지를 씻고 아기를 불러 젖을 주려 하였으나 아기는 먼저 독한 냄새를 맡은 연고로 주림을 참고 오지 아니하였다. 어머니가 다시 달래기를 '먼저는 네가 약을 먹었으므로 독약을 발랐었으나 지금은 약이 소화되었기에 독약을 씻었으니 걱정 말고 와서 먹으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아기가 차츰차츰 다시 젖을 빨게 되었느니라.

선남자야, 여래도 그러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하려고 내가 없는 법을 닦으라 하였으며, 그렇게 닦고는 나라는 마음을 아주 끊어 버리고 열반에 들게 하는 것이니, 세간의 허망한 소견을 덜려는 것이며, 세간보다 뛰어나는 법을 보이려는 것이며, 세간에서 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허망하고 참이 아님을 보이려는 것이며, 내가 없는 청정한 몸을 닦게 하려는 까닭이니라. 마치 여인이 아들을 위하여서 젖에 쓴 것을 바른 것처럼, 여래도 그러하여 공한 법을 닦게 하기 위하여 모든 법이 나랄 것이 없다고 말하였으며, 어머니가 젖을 씻고 아들을 불러 젖을 빨게 하듯이, 나도 그러하여 여래장을 말하는 것이므로 비구들은 공포심을 내지 말아야 하며, 저 아기가 어머니의 부르는 말을 듣고 다시 와서 젖을 빨듯이, 비구도 그와 같이 여래의 비밀한 법장이 없지 아니한 것을 분별하여야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실로 내가 없겠습니다. 왜냐 하면 어린아기가 갓날 적에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만일 내가 있다면 나던 날에도 앎이 있어야 할 터이오니, 그러므로 결정코 내가 없는 줄을 아나이다. 만일 결정코 내가 있다면 태어난 뒤에는 죽는 일이 없을 것이며, 모든 것이 다 불성이 있어 항상 머문다면 무너짐이 없을 것이며, 만일 무너짐이 없을진댄 어찌하여 찰제리·바라문·비사·수타·전다라·축생의 차별이 있겠나이까. 지금도 업의 인연이 가지가지 같지 않고 여러 갈래가 각각 다름을 보겠나이다. 결정코 내가 있을진댄 모든 중생이 낫고 못함이 없을 것이오매, 이런 이치로 불성이 항상한 법이 아님을 결정코 알겠나이다. 만일 불성이 결정코 항상하다면 무슨 인연으로 죽이는 일, 훔치는 일, 음행하는 일, 이간하는 말, 욕설하는 말, 거짓말, 번드르르한 말, 탐욕, 성내는 일, 삿된 소견이 있사오며, 만일 나라는 성품이 항상하다면 어찌하여 술취한 뒤에는 아득하고 허황하나이까. 나란 성품이 항상하다면 소경도 빛을 보고 귀머거리도 듣고 벙어리도 말하고 절름발이도 걸어야할 것이며, 나란 성품이 항상하다면 불구렁·큰물·독약·칼·검·나쁜 사람·나쁜 짐승을 피하지 않을 것이며, 만일 내가 항상하다면 한번 지낸 일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잊지 않았다면 무슨 인연으로 내가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이 사람을 보았던가 하오리까. 만일 내가 항상하다면 늙고 젊고 성하고 쇠하던 지난 일을 기억함이 없어야 할 것이오며, 내가 항상하다면 어느 곳에 머무나이까. 콧물·침·푸른 빛·누른 빛·붉은 빛·흰 빛 따위에 있나이까. 만일 내가 항상하오면 몸에 두루하였을 것이니, 참기름이 빈 데가 없는 것 같아서 몸을 끊을 적에는 나도 끊어질 것입니다."

"선남자야, 어떤 임금의 집에 기운 센 장사가 있었는데, 그의 양미간에 금강주가 있었다. 그가 다른 장사와 떠받는 내기를 하다가 그 장사에게 받치어서 양미간 구슬이 살 속으로 들어가서 보이지 않고 구슬 있던 데는 부스럼이 생겼다. 곧 의사를 불러 치료하게 하였더니 의사가 방문과 약을 잘 아는 터이라, 이 부스럼은 구슬이 몸에 들어간 까닭인 줄을 알았다. 구슬이 살 속에 박힌 줄을 알고는 장사에게 '그대의 양미간 구슬이 어디 있는가'라고 물었다.

장사가 놀라서 이렇게 대답하였다. '의사 선생이여, 나의 구슬이 없어졌는가. 그 구슬이 지금 어디 있는가, 요술처럼 없어졌는가?'하며 걱정하며 울었다.

그 때에 의사는 장사를 위로하였다.

'그대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떠받힐 적에 구슬이 몸으로 들어가서 지금 살 속에 박혔으며 지금도 그 모양이 밖으로 보입니다. 그대들이 다툴 적에 너무 성이 나서 구슬이 살에 박힌 줄을 모른 것입니다.'

이에 장사는 의사의 말도 믿지 않고 '만일 가죽 속에 있다면 고름과 피가 어째서 나오지 않으며, 만일 살 속에 박혔으면 보이지 않을 것이거늘, 그대가 왜 나를 속이느냐'고 하였다. 의사가 거울을 들어 얼굴을 비치니 구슬이 분명하게 거울에 나타났다. 장사가 그것을 보고야 놀라 탄식하며 이상하게 생각하였느니라.

선남자야, 모든 중생도 그와 같아서 선지식을 친근하지 못하였으므로 불성이 있는 것도 보지 못하며, 음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에 가리워졌으므로 지옥·축생·아귀·아수라·전다라·찰제리·바라문·비사·수타에 떨어져서 가지가지 문중에 태어나며, 마음으로 지은 가지각색 업으로 인하여 사람의 몸을 받더라도 귀먹고 눈멀고 벙어리 되고 앉은뱅이·곱사등이가 되어 25유에서 온갖 과보를 받으며, 탐욕·성냄·어리석음이 마음을 가리워서 불성을 알지 못하며, 장사가 구슬이 몸 속에 있는 것을 모르고 잃었다고 하듯이, 중생들도 그러하여 선지식을 친근히 할 줄을 모르는 연고로 여래의 비밀한 보배 광을 알지 못하고 내가 없는 것을 배우며, 성인 아닌 이들이 비록 내가 있다고 말하나 나의 참 성품을 알지 못함과 같이, 나의 제자도 그러하여 선지식을 친근하지 못하므로 내가 없는 것을 닦으면서도 내가 없는 데를 알지 못하나니, 내가 없다는 참 성품도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내가 있다는 참 성품이야 어떻게 알겠는가. 선남자야, 여래가 이렇게 중생들에게 불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저 의사가 장사에게 금강 구슬을 보여주는 것과 같으니, 중생들이 한량없는 번뇌에 덮이어서 불성을 알지 못하다가, 번뇌가 없어지면 그 때에야 분명히 증득하게 됨이, 마치 저 장사가 거울 속에서 구슬을 보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여래의 비밀한 법장도 이와 같이 한량이 없어 헤아릴 수 없느니라.

또 선남자야, 설산에 낙미(樂味)라는 약이 있으니 맛이 매우 달고 깊은 숲속에 있으므로 사람이 잘 보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냄새를 맡고 그곳에 이 약이 있는 줄을 안다. 지나간 세상에 어떤 전륜왕이 이 약을 얻으려고 설산에서 군데군데 나무통을 만들어 놓고 이 약을 받게 하였더니, 약이 성숙되면 땅에서 흘러 나와 통에 모이는데 그 맛이 진짜 맛이었다. 그 전륜왕이 죽은 뒤에는 약이 변하여서 시기도 짜기도 달기도 쓰기도 맵기도 싱겁기도 하여 본래 한 맛이던 것이 흐르는 곳을 따라 여러 가지로 변하였으나, 이 약의 참 맛은 산에 머물러 있어 마치 보름달 같았다. 박복한 사람들이 약을 얻으려고 공을 들여 땅을 파도 얻지 못하더니, 다른 전륜왕이 세상에 나서는 그의 복력으로 약의 진정한 맛을 얻었느니라. 선남자야, 여래의 비밀한 법장의 맛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번뇌의 숲 속에 묻혀 있으므로 무명이 두터운 중생들이 맛좋은 약을 보지 못하느니라. 불성이 번뇌로 말미암아 가지가지 맛을 내나니 소위 지옥·축생·아귀·천상·인간·남자·여자·남자 아닌 이·여자 아닌 이·찰제리·바라문·비사·수타 따위가 되지만, 불성은 웅장하고 용맹하여 깨뜨릴 수 없으므로 살해하지 못하느니라. 만일 살해할 수 있다면 불성이 끊어지려니와, 그렇지 아니하므로 불성은 끊을 수 없나니, 성품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나의 성품은 곧 여래의 비밀한 법장이니, 이렇게 비밀한 법장을 무엇으로도 깨뜨리거나 소멸할 수 없으며, 비록 깨뜨리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건만,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성취하면 증득하여 아나니, 이런 인연으로 살해할 이가 없느니라."

"세존이시여, 살해할 이가 없다면 나쁜 업이 없겠나이다."

"가섭이여, 참으로 살생하는 일이 있느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야, 중생의 불성이 5음 속에 있나니, 5음을 깨뜨리면 살생이라 할 것이며, 살생하면 나쁜 갈래에 떨어지느니라. 이러한 업의 인연으로 찰제리·바라문·비사·수타·전다라·남자·여자·남자 아닌 이·여자 아닌 이 따위와 25유의 차별이 있어 나고 죽는 데 헤매는 것이거늘, 성인 아닌 사람이 나에 대하여 크고 작은 모양을 억측할 적에 돌피씨 같다, 쌀 같다, 콩 같다, 엄지손가락 같다 하여, 가지각색 허망한 생각을 내지만 허망하게 생각하는 모양은 참되지 아니하니라. 세상을 뛰어난 나의 모양을 불성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를 생각함이 가장 선한 일이니라. 또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땅 속에 있는 보물 독을 잘 알고 괭이로 땅을 파는데 모래와 자갈과 반석은 무난하게 파고 내려갈 수 있지만, 금강륜(金剛輪)에 이르면 뚫을 수 없나니, 금강륜은 창이나 도끼로는 깨뜨릴 수 없느니라. 선남자야, 중생의 불성도 그러하여 모든 언론가(言論家)나 천마 파순이나 천상 사람 세간 사람으로는 깨뜨릴 수 없으며, 5음 모양은 만들어진 것이니 만들어진 것은 모래나 돌과 같아서 뚫을 수 있고 깨뜨릴 수 있지만, 불성인 참 나는 금강륜과 같아서 깨뜨릴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5음을 깨뜨리는 것을 살생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불성은 결정코 이러하여 헤아릴 수 없는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야, 방등경은 감로와도 같고 독약과도 같으니라."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방등경이 감로와도 같고 독약과도 같다고 말씀하십니까?"

"선남자야, 그대는 여래의 비밀한 법장의 진실한 이치를 알고자 하는가?"

"저는 참으로 여래의 비밀한 법장의 이치를 알고자 하나이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어떤 이는 감로 먹고 단명하였고 어떤 이는 감로 먹고 장수했으며

어떤 이는 독약 먹고 살았다 하고 어떤 이는 독약 먹고 죽었다 하네.



걸림없는 지혜 감로 대승의 경전 대승경을 독약이라고도 하나니

타락·생소·제호 등 사탕까지도 잘 삭이면 약이고 못 삭이면 독이네.



방등경도 그러하여 지혜 있는 이는 감로라고 하지만 어리석은 이는

불성 알지 못해 독약이 되고 성문·연각·대승에겐 감로 되나니.



말하자면 여러 가지 음식들 중에 우유가 제일 좋은 맛이 되듯이

부지런히 정진하면 대승을 인해 대열반에 이르러서 상왕(象王) 되나니.



중생들로 불성 분명히 아는 가섭보살 같은 이는 위없는 감로

나지도 아니하고 죽지 않나니 가섭이여, 삼귀의를 잘 분별하라.



이와 같이 삼보에게 귀의하면 그 성품이 틀림없는 내 성품이니

내 성품에 불성 있는 이치를 그대들 분명하게 살펴본다면



그런 이는 부처님의 비밀법장에 들어가게 되는 줄을 마땅히 알라.

나와 내 것들을 모두 다 알고 곧 세상에서 뛰어나리라.



부처님과 법과 승가의 성품 제일이요 위없는 높은 이시니

내가 지금 연설하는 이런 게송은 그 성품과 그 이치가 이러하니라.



그 때에 가섭보살도 역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지금 삼보에 귀의할 데를 그런 법을 도무지 모르옵니다.

어떻게 하면 위없고 두려움 없는 그 경계에 나아가게 되겠나이까.



삼보에 귀의할 줄 모르옵나니 어떻게 하면 내가 없게 되겠으며

어떻게 하면 부처님께 귀의하는 이 편안하게 위로함을 얻겠나이까.



어떻게 하면 대법보에 귀의할 수 있는지 바라건대 저를 위해 말씀하소서.

어떻게 하면 자재함을 얻게 되오며 어떻게 하면 자재하지 못하옵니까.



어떻게 하면 승가에 귀의하여서 위없는 큰 이익을 얻게 되오며

어떻게 하면 오는 세상 부처 이룰지 진실하게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오는 세상 부처님을 못 이룬다면 어떻게 하여 삼보에 귀의할 수 있는지

저는 지금 아는 일이 전혀 없으나 차례차례 귀의하여 볼까 합니다.



어찌하여 아기를 배지도 않고 아들 낳을 생각을 가지랴만

반드시 태 가운데 아기 있으면 자식이 있는 이라 이름하리니.



아기가 태 가운데 만일 있다면 결정코 오래잖아 낳게 되오며

이를 일러 자식이라 이름하나니 중생들의 업보도 그러합니다.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와도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하고

그 이치를 모르는 인연으로써 나고 죽는 지옥에서 헤맵니다.



이름만 빌려 가진 우바새들이 진실한 그런 이치 알지 못하니

바라건대 자세하게 분별하시어 저희들의 의심 그물 벗겨 주소서.



부처님의 대자비와 크신 지혜로 슬피 여겨 분별하심 드리우시어

여래의 비밀하신 보배 법장을 원하오니 저희들에게 말씀하소서.



가섭보살 그대들아, 마땅히 알라. 내가 지금 그대들을 모두 위하여

비밀한 큰 법장을 열어 보이어 얽혀 있는 의심 그물 끊게 하노니.



잘 들으라, 그대는 보살 중에서 일곱째 부처님과 이름 같나니

지성으로 부처님께 귀의하는 이는 진정한 우바새의 이름 얻으리.



여러 가지 천신에게 귀의치 말라. 법보에 귀의하면 살해 여의고

승보에 귀의하면 외도 멀리해 삼보에 귀의하면 공포 없으리.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네. 저는 이미 삼보에 귀의했으니

이를 일러 보리로 가는 바른 길 여러 부처님들의 경계입니다.



삼보의 평등하신 그 모양에는 넓고 큰 지혜 성품 항상 있으며

우리들의 성품과 부처님 성품 둘도 없고 차별도 없다 합니다.



이런 길은 부처님의 찬탄하신 길 올바르게 나아가 있게 될 곳

옳게 알고 두루 아는 지견이오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칭찬하셨네.



나도 역시 부처님의 찬탄하옵신 위없는 그 길로 나아가리니

이것이 가장 좋은 감로이며 온 세상에 다시 없는 큰 길입니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 지금 성문이나 범부들처럼 삼보를 분별하지 말라. 이 대승경전에는 삼귀의의 차별한 모양이 없느니라. 왜냐 하면 불성 가운데 법과 승이 있지만 성문과 범부들을 교화 제도하기 위하여 삼보가 모양이 다름을 분별하여 말한 것이니, 선남자야, 만일 세간법을 따르려면 삼귀의가 있다고 분별할 것이니라. 선남자야, 보살은 이렇게 생각할지니, 나의 이 몸이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였으니 만일 이 몸이 불도를 이룬다면 이룬 뒤에는 다른 세존에게 공경하고 예배하고 공양하지 아니할지니, 왜냐 하면 부처님들이 평등하여 다 같이 중생의 귀의할 바가 되는 까닭이며, 법신 사리를 존중하려면 모든 부처님의 탑에 예경할 것이니, 왜냐 하면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나의 몸 가운데 탑이라는 생각을 일으키고 예배하고 공양하게 하였으니, 이런 중생들이 나의 법신으로 귀의할 곳을 삼음이니라.

모든 중생들이 참되지 아니한 거짓 법에 귀의하므로 내가 차례로 참 법을 말하는 것이며, 또 참된 스님이 아닌 이에게 귀의하는 이가 있으면 내가 참 스님에게 귀의할 곳을 지을 것이며, 만일 삼귀의를 분별하는 이가 있으면, 나는 마땅히 한 귀의할 곳을 지어 세 가지 차별이 없게 할 것이며, 배냇소경들의 눈이 되며, 또 성문과 연각들을 위하여 참말 귀의할 곳을 지을 것이니, 선남자야, 보살이 이렇게 한량없는 나쁜 중생들과 지혜 있는 이들을 위하여 부처님 일을 짓느니라.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전장에 나아가 싸울 때에 생각하기를 '내가 이 가운데 가장 제일이 되었으니 모든 병사들이 나를 의지한다' 하며, 또 태자가 생각하기를 '내가 다른 왕자들을 모두 조복하고 대왕의 자리를 이어서 자재할 것이며, 모든 왕자들로 하여금 내게 귀의케 할 것이므로 못난이의 마음을 내지 아니하리라' 하며, 왕과 왕자와 같이 대신들도 또한 그러하니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생각하기를 '어떻게 하면 세 가지 일을 나와 한 몸처럼 만들 것인가' 한다. 선남자야, 내가 보여준 세 가지 일은 곧 열반이요, 여래는 위가 없는 이다. 비유컨대 사람의 몸에는 머리가 가장 위가 되고 다른 팔다리나 손발은 위가 아닌 것처럼,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가장 높은 것이요, 법이나 스님은 아니다. 세간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가지가지로 차별한 모양을 나타낸 것이 사다리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그대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는 것같이 삼귀의가 다르다는 모양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니, 그대는 대승에 대하여 용맹하게 결단하기를 강철로 만든 칼과 같이 하라."

"세존이시여, 제가 알면서 일부러 물은 것이옵고 몰라서가 아니옵니다. 저는 매우 용맹한 보살들을 위하여 때가 없고 깨끗하게 행동할 것을 묻사와 여래로 하여금 보살들을 위하여 기특한 일을 널리 분별케 하오며 대승 방등경전을 말씀하게 하였던 것이온데, 여래께서 지금 대자대비로 말씀하였사오니, 저도 그 가운데 말씀하신 보살의 깨끗이 행동할 곳에 편안하게 머무르리니, 곧 대열반경을 연설함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역시 중생들을 위하여 그러한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선양하겠사오며, 또한 참으로 삼귀의할 곳을 증득하여 알겠나이다. 어떤 중생이 이러한 대열반경을 믿는 이가 있으면 그 사람은 저절로 삼귀의할 곳을 분명하게 알 것이오니, 왜냐 하면 여래의 비밀한 법장에는 불성이 있는 터이므로 이런 경전을 선양하여 말하는 이는 모두 몸 가운데 불성이 있다고 말하나이다. 이런 사람은 삼귀의할 곳을 먼 데서 구하지 아니할 것이오니, 왜냐 하면 오는 세상에는 내 몸도 삼보를 이룰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문·연각과 다른 중생들이 모두 저에게 귀의하여 공경하고 예배하여야 하며, 선남자들이 이런 뜻으로 대승경전을 배워야 하나이다."

가섭보살이 또 말하였다.

"불성이 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으니 32상과 80종호도 헤아릴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그대가 깊고 훌륭한 지혜를 성취하였으니, 내가 이제 그대에게 여래장에 들어가도록 말하리라. 만일 내가 머문다면 그것은 항상한 법이니 괴로움을 여의지 못하고, 만일 내가 없다면 깨끗한 행을 닦아도 이익이 없으리라. 모든 법이 내가 없다고 말하면, 그것은 아주 없다는 소견[斷見]이요, 내가 머문다면 그것은 항상하다는 소견이며, 모든 변천하는 법이 무상하다고 말하면 그것은 아주 없다는 소견이요, 모든 행법이 항상하다는 것은 곧 항상한 소견이며, 만일 괴롭다고 말하면 곧 아주 없다는 소견이요, 즐겁다고 말하면 그것은 항상한 소견이니라. 온갖 법이 항상하다는 것을 닦는 이는 항상하다는 소견에 떨어지리니, 마치 자벌레가 앞발로 인하여 뒷발을 옮기듯이, 항상하다는 소견과 아주 없다는 소견을 닦는 이도 그와 같아서, 반드시 아주 없다는 소견이나 항상하다는 소견을 말미암아 되느니라. 그런 이치로 다른 법이 괴롭다고 닦는 이는 선하지 못하다 하고, 다른 법이 즐겁다고 닦는 이는 선하다 하며, 다른 법이 내가 없다고 닦는 이는 번뇌의 장본이요, 다른 법이 항상하다고 닦는 이는 여래의 비밀한 법장이라 하나니, 열반은 굴택(窟宅)이 없다는 것이니라. 다른 무상한 법을 닦는 것은 재물이요, 다른 항상한 법을 닦는 것은 불·법·승 삼보와 바른 해탈이니, 이러하여 불법의 중도(中道)는 두 가지 극단[二邊]을 여의고 진정한 법을 말하는 것이므로, 범부와 어리석은 사람도 여기에는 의심이 없는 것이, 마치 병에 걸린 사람이 생소를 먹고 기운이 상쾌하여지는 것과 같으니라.

있다 없다 하는 법의 성품이 일정치 아니함이 마치 4대(大)의 성품이 같지 아니하여 제각기 어긋나거든, 용한 의사는 그것을 잘 알고 그의 치우쳐 일어남을 따라 다스림 같으니라. 선남자야, 여래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의 용한 의사가 되어 모든 번뇌의 자체와 모양이 다른 것을 알아 끊어 버리고, 여래의 비밀한 법장에 청정한 불성이 항상 머물러 변하지 않음을 보이느니라. 만일 있다고 말하여도 지혜가 물들지 않아야 하며, 없다고 말하면 곧 허망한 말이니라. 있다고 말하거든 잠잠하지도 말며 희롱거리로 다투지도 말고, 법의 참된 성품을 알아야 할 것이니 범부들이 희롱거리로 다투는 것은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연고니라.

만일 괴롭다고 말하면 어리석은 이는 이 몸이 무상하다 하여 모든 것이 괴롭다고 생각하고 몸에 즐거운 성품이 있음을 알지 못하며, 무상하다고 말하면 범부들은 모든 몸이 모두 무상하여 날기와 같은 줄로 알거니와,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잘 분별하여 모든 것이 모두 무상하다고 말하지 말지니, 왜냐 하면 나의 몸에 불성의 종자가 있는 까닭이니라. 만일 내가 없다고 말하면 범부들은 모든 불법이 모두 내가 없다고 생각하려니와, 지혜로운 이는 내가 없다는 것이 일부러 하는 말이요 실답지 아니함을 분별할 것이며, 그렇게 알고는 의심하지 말지니라. 만일 여래의 비밀한 법장이 고요하다[空寂]고 말하면 범부들이 듣고는 아주 없다는 소견을 내려니와, 지혜로운 이는 잘 분별하여 여래는 항상하여 변함이 없음을 알며, 해탈이 마치 환술과 같다고 말하면 범부들은 참 해탈을 얻더라도 곧 소멸하리라 여기거니와, 지혜로운 이는 잘 분별하여 사람 중의 사자(師子)는 비록 가고 옴이 있더라도 항상 머물고 변함이 없음을 아느니라.

만일 무명의 인연으로 모든 행(行)이 있다 하면 범부들이 듣고는 분별을 일으키어 명(明)과 무명이 두 가지라는 생각을 내려니와, 지혜로운 사람은 그 성품이 둘이 아닌 줄을 통달하여 둘이 아닌 성품이 곧 실다운 성품임을 알며, 모든 행의 인연으로 식(識)이 있다 하면 범부들은 행과 식이 둘이라고 생각하려니와, 지혜로운 이는 그 성품이 둘이 없는 줄을 알고서 둘이 없는 성품이 곧 실다운 성품이라 하리라. 만일 10선(善), 10악(惡)·하여서 쓸 것, 하여서는 못쓸 것, 좋은 갈래, 나쁜 갈래, 흰 법[白法], 검은 법[黑法]을 말하면 범부는 둘이라 말하려니와 지혜로운 이는 그 성품이 둘이 없음을 알고 둘 없는 성품이 곧 실다운 성품이라 할 것이며, 만일 온갖 법이 괴로운 것임을 닦으라고 말하면 범부는 둘이라 하려니와, 지혜로운 이는 그 성품이 둘이 없음을 알고, 둘 없는 성품이 실다운 성품이라 할 것이며, 만일 모든 행법이 무상하고 여래의 비밀한 법장도 무상하다 말하면 범부는 둘이라 하려니와, 지혜로운 이는 그 성품이 둘이 없음을 알고, 둘 없는 성품이 곧 실다운 성품이라 할 것이며, 만일 온갖 법이 내가 없고 여래의 비밀한 법장도 내가 없다고 말하면 범부들은 둘이라 하려니와, 지혜로운 이는 그 성품이 둘이 없고 둘 없는 성품이 곧 실다운 성품임을 아느니라. 나와 내가 없음은 성품이 둘이 아니니, 여래의 비밀한 법장이 이치가 그러하여 말할 수 없고 한량없고 가없는 부처님들이 칭찬한 것이며, 나도 지금 온갖 공덕을 성취한 경에서 모두 말하였느니라. 선남자야, 나와 내가 없음의 성품과 모양이 둘이 없으니, 그대는 마땅히 이렇게 받아 지닐지니라.

선남자야, 그대도 마땅히 이런 경전을 굳게 지키고 기억하려니와, 내가 먼저 마하반야바라밀경에서 말하기를 '나와 내가 없음이 둘이 아니니, 마치 젖으로 말미암아 타락이 생기고 타락에서 생소가 생기고 생소에서 숙소가 생기고 숙소로부터 제호를 얻는 것과 같으니라' 하였다.

이러한 타락의 성질이 젖에서 생기는가, 스스로 나는가, 다른 데서 나는가. 내지 제호의 성질도 그와 같으니라. 만일 다른 데서 난다면, 곧 다른 것으로 만드는 것이므로 젖에서 생긴 것이 아니요, 젖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면 젖은 소용이 없을 것이며, 만일 스스로 난다면 비슷한 것이 계속되어서[相似相續] 나는 것이 아닐 것이며, 만일 서로 계속되어서 난다면 한꺼번에 나지 아니할 것이니, 한꺼번에 나지 않는다면 다섯 가지 맛이 한 때에 나지 아니할 것이니라. 비록 한 때에 나지 않더라도 다른 데서 오는 것은 아니니, 그러므로 알아라. 젖 속에 본래 타락의 거리[資料]가 있지만, 단맛이 많아서 스스로 변하지 못하는 것이며, 내지 제호도 그와 같으니라. 소가 물과 풀을 먹는 인연으로 혈맥이 점점 변화하여져서 젖이 되는 것이니, 단 풀을 먹으면 젖이 달아지고 쓴 풀을 먹으면 젖맛이 써지느니라. 설산에 비이(肥膩)라는 풀이 있는데, 소가 그 풀을 먹으면 순전한 제호가 생기어서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희고 검은 빛이 없나니, 곡식이나 풀의 인연으로 젖의 빛깔과 맛이 다르니라. 모든 중생들이 명(明)과 무명의 업인 인연으로 두 가지 모양이 생기는 것이니, 만일 무명이 달라지면 변하여서 명이 되는 것이며, 모든 법의 선한 것과 선하지 아니한 것도 그와 같아서 두 가지 모양이 없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 말씀에 젖 속에 타락이 있다는 이치는 어떠하오니까? 세존이시여, 만일 젖 속에 타락거리가 있지만, 너무 미세하여서 보지 못한다면, 어찌 젖의 인연으로 타락이 난다고 말하오리까? 무슨 법이든지 본래 없던 것을 난다고 말하는데, 이미 있는 것이면 어찌 난다고 말하오리까? 만일 젖 가운데 결정코 타락거리가 있다고 말할진댄 온갖 풀 가운데도 젖이 있어야 하고 그와 같이 젖 가운데도 풀이 있어야 할 것이며, 만일 젖 가운데 결정코 타락이 없다면 어찌하여 젖으로 인하여서 타락이 생기나이까? 법이 본래 없었는데 뒤에 생긴다 하오면 젖 가운데서 왜 풀은 나지 않나이까?"

"선남자야, 젖 가운데 결정코 타락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고, 다른 데서 난다고도 말할 수 없느니라. 만일 젖 가운데 결정코 타락이 있을진댄 어찌하여 그 자체와 맛이 각각 다르냐. 그러므로 젖 가운데 결정코 타락이 있다고 말할 수 없으며, 젖 가운데 결정코 타락이 없을진댄 젖 속에 어찌하여 토끼의 뿔은 나지 않으며 젖 속에 독약을 넣으면 타락이 사람을 죽게 하나니, 그러므로 젖 가운데 결정코 타락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느니라. 만일 타락이 다른 데서 난다면, 어찌하여 물에서는 타락이 생기지 않느냐. 그러므로 타락이 다른 데서 난다고도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야, 이 소가 풀을 먹은 인연으로 피가 변하여 희어지고, 풀과 피가 없어지고는 중생의 복력으로 변하여서 젖이 되나니, 젖이 비록 풀과 피로 좇아 나지만 두 가지에서 난다고 말할 수 없고, 인연으로 좇아서 난다고 이름하는 것이며, 타락으로부터 제호에 이르는 것도 그와 같나니, 이러한 이치로 소의 맛[牛味]이라 하느니라. 젖이 없어지는 인연으로 타락이 되나니, 어떠한 인연인가. 괴는[酢] 것과 가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연으로 생긴다는 것이며, 내지 제호가 되는 것도 그와 같으니, 그러므로 젖 가운데 결정코 타락이 없다고 말할 수 없으며 다른 데서 난다면 젖을 여의고 있게 되는 것이니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느니라. 선남자야, 명과 무명도 그와 같아서 만일 번뇌의 결박과 함께하면 무명이라 하고, 모든 선한 법과 함께하면 명이라 하나니, 그러므로 두 가지 모양이 없다고 내가 말하느니라. 이런 인연으로 내가 먼저 말하기를 설산에 비이라는 풀이 있는데 소가 먹으면 제호가 된다고 한 것이니, 불성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야, 중생이 박복하여 그 풀을 보지 못하듯이, 불성도 그와 같아서 번뇌가 덮이어서 중생들이 보지 못하느니라. 마치 바닷물이 비록 한결같이 짜지만 그 속에도 젖과 같이 훌륭한 물이 있으며, 설산이 비록 여러 가지 공덕으로 많은 약초가 나지만 독한 풀도 있듯이, 중생의 몸도 그러하여 비록 독사 같은 4대의 종자가 있지만 그 가운데도 묘한 약이 있으니, 곧 불성이며, 이는 만들어 되는 것이 아니요, 다만 번뇌에 덮였으므로 찰리·바라문·비사·수타들이 누구나 번뇌를 끊기만 하면 불성을 보아 위없는 보리를 이루느니라. 마치 허공에서 번개와 우레가 구름을 일으키면 모든 코끼리의 어금니에 꽃이 생기고 우레가 없으면 꽃이 생기지도 않고 이름도 없듯이, 중생의 불성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번뇌에 덮였으므로 보지 못하나니, 그래서 중생은 내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만일 이 대반열반이란 미묘한 경전을 듣기만하면 불성을 보게 되는 것이 코끼리 어금니의 꽃과 같거니와, 비록 다른 경전의 온갖 삼매를 듣더라도 이 경을 듣지 못하면 여래의 미묘한 모양을 알지 못하나니, 마치 우레가 없을 적에는 코끼리 어금니의 꽃을 볼 수 없는 것과 같으며 이 경을 들으면 모든 부처님의 비밀한 법장의 불성을 아느니라. 우레가 있을 적에는 코끼리 어금니의 꽃을 보게 되듯이, 이 경을 들으면 한량없는 중생에게 모두 불성이 있음을 알지니라. 이러한 이치로 대반열반경이 여래의 비밀한 법장이라 말하며, 법신을 기르는 것이, 우레가 있을 때에 코끼리의 어금니 위에 꽃과 같나니, 이러한 큰 이치를 기르는 것이므로 대반열반이라 이름하느니라. 만일 선남자·선여인으로서 이 미묘한 대반열반경을 익히는 이는 능히 부처님 은혜를 갚을 것이며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가 되리라."

"기이합니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시는 불성은 깊고 깊어서 보기도 어렵고 들어가기도 어렵사오니, 성문이나 연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나이다."

"선남자야, 참으로 그러하니라. 그대의 찬탄함이 나의 말에 어기지 않느니라."

"세존이시여, 불성은 어찌하여 깊고 깊어서 보기도 어렵고 들어가기도 어렵습니까?"

"선남자야, 여러 소경들이 눈을 치료하려고 용한 의사에게 찾아갔는데, 의사가 쇠 젓가락[金錍]로 눈의 막을 째고 한 손가락을 들어 보이면서 보이느냐고 물었다. 소경이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하자, 다시 두 가락 또 세 가락을 들어 보이니, 그 때서야 조금 보인다고 대답하는 것같이 선남자야, 이 대반열반의 미묘한 경전도 여래가 아직 말씀하시지 않았을 때는 그와 같아서, 한량없는 보살들이 모든 바라밀과 내지 10주(住)를 구족하게 행하더라도 불성을 보지 못하다가, 여래가 이 경을 말한 뒤에야 조금 보았으며, 보고는 모두 말하기를 '이상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우리가 한량없는 생사에 헤매면서 항상 내가 없다는 소견에 의혹되었나이다'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이와 같이 보살이 지위가 10지에 올라서도 불성을 분명하게 보지 못하거늘, 하물며 성문·연각들이 어떻게 볼 수 있겠느냐.

또 선남자야, 마치 허공에 기러기를 쳐다볼 적에 허공인지 기러기인지 모르다가 자세하게 보고야 어렴풋이 보이듯이, 10주 보살이 여래의 성품을 조금만 보는 것도 그와 같거늘, 하물며 성문·연각들이 볼 수 있겠느냐. 선남자야, 술취한 사람이 먼 길을 떠나려 할 적에 어렴풋이 길을 짐작할 수 있듯이, 10주 보살이 여래의 성품을 조금만 보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야, 목마른 사람이 넓은 벌판에 여행할 적에, 목마름이 급하여 물을 찾다가 나무숲에 흰 학이 있는 것을 보았으나, 이 사람이 정신이 나가 나무인지 물인지를 분별하지 못하고 자세히 보고서야 흰 학과 나무숲을 알아보듯이, 선남자야, 10주 보살이 여래의 성품을 조금만 보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백천 유순쯤 먼 큰 바다 가운데 있으면서, 멀리 큰 배의 망루[樓櫓]집을 바라보고 망루인가 허공인가 의심하다가, 오래오래 보고야 비로소 결정한 마음이 생기어 망루인 줄을 알듯이, 10주 보살이 자기의 몸 속에서 여래의 성품을 보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야, 어떤 왕자가 허약한 몸으로 밤이 새도록 놀다가 이튿날 새벽에 모든 것을 보아도 분명하지 못하듯이, 10주 보살이 자기의 몸에서 여래의 성품을 보는 것도 그와 같아서 매우 분명하지 못하리라. 또 선남자야, 마치 벼슬하는 신하가 나랏일에 골몰하다가 밤이 되어 집에 돌아올 적에 번갯빛이 잠깐 번쩍 하는데 소의 떼를 보고 소의 떼인지 구름인지 집인지 망설이다가 오랫동안 보고서야 소인 줄을 짐작하나 오히려 분명히 결정하지 못하듯이 10주 보살이 자기의 몸에서 여래의 성품을 보면서도 분명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또 선남자야, 계행을 가지는 비구가 벌레 없는 물을 보면서도 벌레 비슷한 모양을 보고 꾸물꾸물하는 것이 벌레인가 티끌인가 망설이다가 오래오래 보고서 비록 티끌인 줄을 짐작하지만 오히려 분명하지 못하듯이, 10주 보살이 자기의 몸에서 여래의 성품을 보는 것도 그와 같아서 분명하지 못하니라. 또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어스름한 밤에 멀리 있는 아이를 보고 소인지 사람인지 새인지 망설이다가 오래오래 보고는 어린 아이인 줄을 짐작하지만, 오히려 분명하지 못하듯이, 10주 보살이 자기의 몸에서 여래의 성품을 보는 것도 그와 같아서 분명하지 못하니라. 또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어스름한 밤에 보살의 화상을 보고 보살의 화상인가 자재천의 화상인가 대범천의 화상으로서 옷이 퇴색되었는가 생각하다가 오래오래 보고는 비록 보살의 화상인 줄 짐작하지만, 그래도 분명하지 못하듯이, 10주 보살이 자기의 몸에서 여래의 성품을 보는 것도 그와 같아서 그리 분명하지 못하니라. 선남자야, 불성이 이렇게 깊고 아득하여 보기 어려운 것이니, 부처님만이 보는 것이요, 성문이나 연각으로는 미칠 수 없느니라. 선남자야, 지혜로운 이가 이렇게 분별하여서 여래의 성품을 알지니라."

"세존이시여, 부처의 성품이 이렇게 미세하여 알기 어렵사오면, 어떻게 육안으로 볼 수 있겠습니까?"

"선남자야, 비상비비상천(非想非非想天)도 2승으로는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전을 따라서 믿음으로 아는 것같이, 선남자야, 성문과 연각이 이런 대반열반경을 믿음으로 말미암아 자기의 몸에 여래의 성품이 있는 줄을 아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야, 그러므로 대반열반경을 부지런히 익혀야 하나니, 선남자야, 이러한 불성은 부처님만이 아는 것이요, 성문이나 연각으로는 미칠 수 없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성인이 아닌 범부들은 중생의 성품이 있으니 모두 내가 있다고 말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였다.

"어떤 두 사람이 서로 친구가 되었는데, 하나는 왕자요 하나는 빈천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 왕래하였는데, 그 때 왕자에게 훌륭하고 기묘한 칼이 있는 것을 보고, 빈천한 사람이 탐을 내었다. 그 뒤에 왕자는 그 칼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도망하여 가고, 빈천한 사람이 다른 집에서 자다가 '칼 칼' 하면서 잠꼬대하는 것을 곁에 사람이 듣고 그 사람을 끌고 임금에게 갔더니, 왕이 묻기를 '네가 칼 칼 하였으니 그 칼을 내게 보여라' 하니, 그 사람이 전후 사실을 갖추어 말하고, '대왕께서 지금 신의 몸을 도륙하고 손발을 찢더라도 칼은 얻을 수 없나이다. 신이 왕자와 친하였으므로 함께 다니면서 눈으로 칼을 보았사오나, 감히 손으로 만지지도 못하였사온데 어찌 가졌을 리가 있겠나이까' 하였다. 왕이 또 묻기를 '그대가 본 칼은 모양이 어떠하였는가'라고 하자, 빈천한 사람이 '양[羖羊]의 뿔과 같다'라고 대답하였더니, 왕이 듣고는 흔연히 웃고 말하기를 '너는 지금 가고 싶은 데로 가고 무서워하지 말라. 나의 광에는 그런 칼이 없거니, 하물며 왕자에게서 보았겠느냐' 하고는, 여러 신하들에게 묻기를 '그대들은 그런 칼을 본 일이 있느냐' 하며, 말을 마치고는 얼마 후 죽었다. 이윽고 다른 아들을 세워 왕위를 잇게 하였더니, 그 왕이 또 신하들에게 묻기를 '그대들은 궐내의 광에서 그 칼을 본 일이 있는가'라고 하자 신하들이 '보았습니다'라고 대답하였고, 다시 그 모양이 어떻더냐고 물으니 신하들이 양의 뿔과 같더라고 대답하였다. 왕은 나의 광에 그런 칼이 있을 리가 있느냐고 하였다. 이렇게 차례차례로 네 임금이 모두 검사하여 보았으나 그런 칼을 찾지 못하였다. 그런 지 얼마 후에 도망하였던 왕자가 다른 나라로부터 다시 본국에 돌아와서 왕이 되었고, 왕이 된 뒤에 다시 신하들에게 그 칼을 보았느냐고 물으니, 모두 보았노라 대답하였고, 또 그 모양이 어떻더냐고 물었더니, '대왕이시여, 빛이 깨끗하여 우발라꽃 같습니다' 하고, 어떤 이는 모양이 양의 뿔 같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빛이 붉어서 불더미 같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검은 뱀 같다고 대답하였다. 그 때에 임금이 크게 웃으며'그대들은 모두 내 칼의 참 모양을 보지 못하였다'고 말하였다.

선남자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세상에 나서 나의 진실한 모양을 설명하고 말하고는 곧 떠나간 것은 마치 왕자가 훌륭한 칼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도망한 것과 같고, 어리석은 범부들이 '모든 것이 내가 있다, 내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빈천한 사람이 다른 집에서 자다가 '칼 칼' 하고 잠꼬대하던 것과 같고, 성문·연각이 중생들에게 묻기를 내가 어떤 모양인가 하니 어떤 이는 나의 모양이 엄지손가락 같다 하고, 혹은 쌀 같다 하고, 혹은 피의씨[稗子] 같다고 하며, 어떤 이는 나의 모양이 마음속에 있는데 해처럼 찬란하다고 하니, 이와 같이 중생들이 나의 모양을 알지 못하는 것은 마치 신하들이 칼의 모양을 모르는 것과 같으니라. 보살이 이렇게 나를 말하는 것을, 범부들이 알지 못하고 가지각색으로 분별을 내어 나라는 모양을 짐작하여 보는 것은 마치 칼의 모양이 양의 뿔 같다고 대답함과 같나니, 범부들이 차례차례로 계속하여 가면서 잘못된 소견을 일으키므로, 그런 소견을 끊어 버리기 위하여 여래가 일부러 내가 없다고 말하였으니, 마치 왕자가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나의 광에는 그런 칼이 없었다'고 한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오늘 여래가 말하는 참 나는 이름이 불성이니, 이러한 불성은 나의 불법 중에서 훌륭한 칼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만일 범부로서 옳게 말하는 이는 곧 위없는 불법을 따르는 이요, 잘 분별하여 이것을 따라서 말하는 이는 곧 보살의 모양인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홍범구주洪範九疇
mang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