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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언어와 우주 법칙 / 수학적 우주- 다중우주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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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언어와 우주 법칙 / 수학적 우주- 다중우주론

柏道 2021. 7. 11. 23:35

호사다

삶에 대한 인문학적 탐색/우주의 신비와 수비학

우주의 언어와 우주 법칙 / 수학적 우주- 다중우주론
호사다
2020. 8. 15.

우주의 법칙은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고, 우리의 두뇌 속에는 우주를 생각하기 위한 거푸집이 있으며 이를 깨닫는 순간 우주와 인류는 하나가 되어, 우주를 알고자 로켓을 타고 대기권 밖으로 날아갈 필요가 없게 된다.



우주의 비밀이 숫자들 사이에 있다면, 그 관계를 알아보면 되지 않을까? 자연의 법칙은 숫자들을 서로 묶는 수학적 원리를 통해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 속에는 대칭이 숨어있다. 프랑스에 있는 샤르트르 노트르담 대성당의 미로 한 가운데에는 정십삼각별이 숨어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은 아름다운 공예, 디자인, 건축물들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기하가 숨어있다. 현대에 수많은 전문가들은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할 때, 기하를 정확하게 작도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하느님께서 곱자를 들고
이 별에서 저 별까지 하늘을 측정하셨을 때
천사들이 계실 만남의 자리를 표시해두려
하늘을 가로지르는 둥근 선을 그어놓으셨네.

하늘 공간에서 선은 나누어지지 않아 원 둘레는 원의 중심과 일치해 있지.
인간의 유한한 정신으로 무한 속을 들어갈 수 있다면
우주는 나의 마음과 엮어지네
나는 신의 아주 작은 부분
하늘의 별은 지상의 꽃에서 빛나고
지상의 시간 속에 영원히 깃들어 있네. ' - 우주의 기하 Cosmic Geometry_렉스 랍Rex Raab



우주가 무한하다는 것은 관측가능한 우주들이 무한하게 많이 합쳐진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주의 무한함은 그 무한함을 이루는 우주 하나하나가 다시 그 무한한 우주를 포함하는 수많은 '거품우주'들로 이루어진 무한함일까? 아니면 평행우주나 다중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진화하는 무한함일까?





1. 우주법칙과 수학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주인공 머피가 칠판에 적힌 복잡한 수식을 보면서 플랜 A에 대해 의문을 갖는 장면이 나온다. 그 수식은 블랙홀 가르강튜아의 중력장 방정식 솔루션. 이 영화의 자문을 담당한 물리학자 킵 손 교수가 실제로 풀어 적은 것이라 한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풀면 그 블랙홀 주변의 공간구조를 알 수 있게 된다. 안전하게 우주를 여행하려면 공간 구조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자칫 블랙홀에 빨려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도출된 신비한 물리 개념인데 정작 아인슈타인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독일의 천문학자 칼 슈바르츠실트가 1차 대전 중 러시아 전선의 참호 속에서 푼 중력장 방정식 솔루션을 아인슈타인에게 보냈다. 아인슈타인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정 별의 주변 '마술의 원' 안에 들어가면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 당시 아인슈타인은 물론 물리학계는 이를 믿을 수 없었다. 슈바르츠실트는 애석하게도 전선에서 병을 얻어 3개월 만에 전사했다.



그로부터 50년 후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존 휠러가 '마술의 원'을 보이지 않는 검은 구멍이라는 의미로 '블랙홀(black hole)'이라고 명명했다. 휠러는 킵 손 교수의 스승이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은 우주에 대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길 법하다. 왜 자연의 현상(우주의 법칙)은 수학으로 기술되는가. 인간은 아직 그 이유를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자연의 모든 법칙은 수학으로 기술된다는 사실이다.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은 우주가 수와 수학적 원리로 구성돼 있다고 믿었다. 갈릴레이는 "우주는 수학의 언어로 쓰여져 있고, 그것 없이는 이해할 길이 없다"고 했다. 뉴턴은 우주의 운행 법칙을 정리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라고 이름붙였다.



그러나 블랙홀과 우주를 상상하는 데 굳이 중력장 방정식을 직접 풀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리스 문학책을 읽으려고 굳이 그리스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어를 번역하듯 수학과 우주 법칙을 번역해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기본적인 수학 개념을 알면 상상력은 한층 풍부해진다







2. 영화 콘택트와 외계의 언어



물질의 원자 구조와는 다른 또 하나의 우주 언어가 있다. 바로 수학이다. 1997년에 나온 영화 `콘택트`에는 외계인이 보낸 신호를 포착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파망원경이 수신한 외계 전파가 소수(素數, prime number)와 일치하는 횟수만큼 순서대로 삑삑거리는 신호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소수란 1과 그 자신만으로 나누어지는 수로서 2, 3, 5, 7, 11, 13…의 순서로 나타난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이러한 소수가 이 우주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 즉 이 숫자들을 발신하는 존재는 분명히 지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유념할 것은 외계인들이 아라비아 숫자나 로마 숫자를 알 리가 없는 건 물론이고, 우리처럼 주로 십진법을 쓴다는 보장도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외계인과 수학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려면 먼저 상형문자나 다름없는 가장 간단하고 직관적인 방식을 통해 기본 규칙을 공유해야 한다. 이 부분은 일종의 수식이나 논리식을 통해 기본 기호들을 정의하고 그것을 약속으로 공유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 기본 기호들을 먼저 공유해야 그것을 바탕으로 더 복잡한 내용들을 해독할 수 있다.














콘택트 원작. 칼 세이건의 원작 소설 `콘택트` /사진=사이언스북스











콘택트 1997 외계 메시지. 외계에서 온 메시지에 포함된 간단한 논리식으로 해독 키를 찾는 장면 /사진=워너브라더스







영화 `콘택트`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잘 묘사되며, 그것을 통해서 외계인들이 보낸 신호에 숨어 있는 일종의 우주선 설계도를 찾아낸 다음 직접 만들기까지 한다.







3. 수학적 우주



‘수학적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 테그마크는 이에 대해 “수학적 구조는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원래 존재한다”고 말한다. 수학적 구조는 시간과 공간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시간과 공간이 수학 구조 안에 존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의 수학적 우주 가설에는 무한대는 제외된다. ‘계산 가능한 우주’만 포함된다.








2009년에 나온 〈평행우주라는 미친 생각은 어떻게 상식이 되었는가〉란 책이 있다. 독일 과학 저술가 둘이 함께 썼다. ‘평행우주’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는데 상식이 되었다고 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평행우주는 우리 우주 말고 다른 우주가 보이지 않는 곳에 수없이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 우주와 나란히 있다고 해서 평행우주라고 한다. ‘평행우주(parallel world)’ 말고 ‘다중우주(multiverse)’라는 표현이 있다. 물리학자가 쓴 다중우주 책으로는 브라이언 그린의 〈멀티 유니버스〉(2011)가 좋다. 브라이언 그린은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의 초끈이론 학자. 〈멀티 유니버스〉와 함께 〈엘리건트 유니버스〉, 〈우주의 구조〉는 그의 우주론 3부작이다.





미국 MIT 물리학과 교수인 맥스 테그마크는 브라이언 그린(1963년생)보다 약간 젊은 물리학자(1967년생)다. 그는 2013년에 내놓은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에서 자유분방한 우주론을 펼친다. 다중우주보다 훨씬 더 나아가 우주라는 물리적 실체가 수학적 실체라고 주장한다. 그의 우주론은 ‘수학적 우주 가설’이라고 불린다.





우주가 수학적 실체이고 수학 구조라니, 좀 들어본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수 세기 전 이탈리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자연은 수학의 언어로 쓰인 책”이라는 놀라운 말을 한 바 있다(〈분석자〉 1623년에 쓴 저서). 루마니아 태생인 이스라엘-미국 천체물리학자 마리오 리비오는 〈신은 수학자인가?〉(2009)라는 제목의 뛰어난 책을 쓴 바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테그마크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신이 우주를 만들 때 수학을 도구로 사용했다는 게 아니라, 우주가 수학 구조 그 자체라는 말이다. 자와 컴퍼스로 만든 게 아니라 수학책에 나오는 온갖 구조가 우주의 실체라는 것이다.





그가 1998년 말 ‘수학적 우주론’이라는 논문을 내놓았을 때, 실제로 몇몇 물리학자는 테그마크의 논문이 진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과학이 아니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테그마크가 이러한 상황에서 택한 전략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전략이다. 당시만 해도 30대 초반의 젊은 학자였으니 열정과 경력 관리 사이에서 조신해야 했다. 그는 “학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무슨 연구를 하느냐고 물어보면 지킬 박사 모드를 취해 많은 측정과 숫자 등이 동원되는 우주론 주류 문제들을 연구한다고 대답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도 보지 않으면 그는 하이드 씨의 모드로 돌아가 비밀리에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전략’은 잘 통했다. 학자로 이름을 얻었고, 대학에서 종신재직권(tenure)을 얻었다. 그는 ‘수학적 우주론’ 논문을 쓰고 15년이 지나서 이 책을 내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 내가 과학계에 빚을 졌고, 그것을 갚을 때가 되었다. 종신재직권을 받은 지 충분히 오래된 지금 더 이상 핑계를 댈 수가 없다. 나는 이제 하이드 씨를 벽장에서 나오게 해 (주류 물리학의 영역과 그 밖을 구분하는) 경계를 조금이나마 확장하는 역할을 할, 내 후배 연구자에 대한 도덕적 의무가 있음을 느낀다.”





맥스 테그마크의 ‘수학적 우주론’이 일반 독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브라이언 그린은 〈멀티 유니버스〉에서 9가지 다중우주론을 소개하며 ‘궁극적 우주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수학적 우주 가설’을 소개한 바 있다. 이에 관한 브라이언 그린의 의견은 “테그마크의 관점에 다소 회의적”이었다. 그는 부정적인 이유도 함께 밝혔다. “나는 임의의 다중우주이론을 떠올릴 때, 그 우주를 만들어내는 상상 가능한 과정, 예를 들면 인플라톤장의 요동, 브레인 세계의 충돌, 양자 터널, 슈뢰딩거 방정식을 따라 변하는 확률 파동이 존재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나는 다중우주를 낳는 일련의 사건들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테그마크의) 궁극적 다중우주는 그런 과정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는 현재까지 나와 있는 다중우주, 그러니까 브라이언 그린이 아홉 가지라고 말한 걸 네 종류로 줄여 말한다. 네 단계 위계구조다. 우주가 네 단계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테그마크의 언어로 하면 1레벨 다중우주, 2레벨 다중우주, 3레벨 다중우주, 4레벨 다중우주다. 1레벨 다중우주론은 ‘영원한 급팽창에 따른 다중우주’이고, 2레벨 다중우주론은 ‘초끈 이론의 풍경에 따른 다중우주론’이며, 3레벨 다중우주는 ‘영자역학의 다(多)세계 해석에 근거한 다중우주’이다. 테그마크가 제안한 ‘수학적 우주 가설’이 마지막 4레벨 다중우주다.





맥스 테그마크는 4레벨 다중우주를 말하기 위해 표준우주론부터 시작한다. 이어 1레벨에서 2레벨, 3레벨 다중우주론도 상세히 설명한다. 책은 우주론의 완성판인 듯하다. 테그마크는 이 네 단계 다중우주론을 설명하기 위해 입자물리학, 급팽창이론, 양자물리학, 양자역학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 의식 연구와 우리 우주의 마지막 순간은 어떤지도 말한다. 인공지능 등 인류의 가깝고 먼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들에 대한 검토도 한다.

영어판 제목이 ‘수학적 우주(Our Mathematical Universe)’인 이 책은 찬사를 많이 받았다. 내가 읽어보니 정보가 가득하고 재미가 있다. 난이도도 약간 있다. 600쪽 분량의 책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촘촘히 읽으면 된다.





4레벨 다중우주론은 궁극적 실체가 수학으로 묘사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바로 수학이라고 했다. “그 어떤 양상뿐 아니라 당신을 포함해서 그 모든 것이 수학이다”라고 테그마크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거대한 수학적 대상, 즉 정십이면체보다 더 정교하고, 아마도 칼라비-야우 다양체, 텐서 다발, 힐베르트 공간처럼 겁나는 이름이 붙어 있으며 오늘날의 가장 발달된 물리학 이론에 등장하는 것들보다 더 복잡한 수학적 대상 안에 살고 있다.”



테그마크에 따르면 사람이 현실, 즉 실체를 인식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주관적 실체, 합의된 실체, 외적 실체이다. 주관적 실체는 인간이 자신의 머릿속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합의된 실체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이다. 외적 실체는 있는 그대로다. 색을 가지고 이를 구분해 말할 수 있다. 색맹이 있는 사람은 오렌지색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의 ‘주관적 실체’는 오렌지색이 아니다. 색맹이 없는,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는 ‘합의된 실체’는 오렌지색이다. 오렌지색의 ‘외적 실체’는 600나노미터 파장을 가진 전자기파이다. 색이 사라진다. 색은 인간이란 동물이 주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일 뿐이지 실체의 속성이 아니다.





수학적 구조에는 수없이 많은 기하학적 구조가 있다. 수학자는 새로운 수학적 구조를 발견해가고 있다. 수학적 구조를 구성하는 공간인, 민코프스키 공간, 리만 공간, 힐베르트 공간, 바나흐 공간, 하우스도르프 공간이 그 일부다. 우리는 3차원 공간이 유클리드 공간이라고 생각했으나 아인슈타인이 그게 아니라고 말해줬다. 1905년 특수상대성 이론을 내놓으면서 시간을 네 번째 차원이라고 말한 민코프스키 공간에 우리가 산다고 했으며, 1910년에 내놓은 일반상대성 이론에서는 휘어질 수 있는 공간인 리만 공간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역학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는 힐베르트 양자 공간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어떤 모양인지는 모른다고 테그마크는 말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정합적인 양자 중력 모델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내가 이 우주에 버젓이 살고 있는데, 나도 수학적 구조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테그마크는 그렇다고 말한다. 대단히 복잡한,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일 뿐, 수학적 구조라고 한다. 살아서 움직이는데 수학적 구조라고?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내가 움직이는데? 시간의 흐름은 착각이고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우리는 동결된 물질일 뿐이다.

이 ‘수학적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 테그마크는 이에 대해 “수학적 구조는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원래 존재한다”고 말한다. 수학적 구조는 시간과 공간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시간과 공간이 수학 구조 안에 존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의 수학적 우주 가설에는 무한대는 제외된다. ‘계산 가능한 우주’만 포함된다.







4. 우주 질서의 배후에 수학적 질서가 있다



만물은 수이다




피타고라스(기원전 582?~497?)는 석가, 공자, 노자, 조로아스터 등과 같은 시대 사람으로서 인류사에서 사상적인 혁신이 일어나던 기원전 6세기경에 활동했다. 피타고라스는 책을 남기지 않았고 더군다나 묵언과 비밀 엄수의 의무를 지닌 공동체를 형성했으므로, 피타고라스가 실제로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사상을 펼쳤는지 알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피타고라스학파의 후세대 인물들의 진술에 의지해 피타고라스 본인의 생각을 가늠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관련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폴로도로스의 시구 정도가 알려져 있다. “피타고라스가 널리 알려진 그 도식(정리gramma)을 발견했을 때, 그 일로 그는 그 유명한 황소 제사를 거행했다.”는 짤막한 시구가 전부다. 이런 진술은 몇 가지 점에서 믿음을 주지 못한다. 우선, 황소를 제물로 제사를 지냈다는 구절을 납득할 수 없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피타고라스학파에서는 육식을 금기로 여겼고 따라서 황소를 제물로 바치는 제사를 지냈을 리는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발견”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 말이 최초로 발견했다는 말인지 증명했다는 말인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학자들은 증명했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피타고라스가 그 정리를 증명했다는 초기 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수학에서 “증명”이라는 방법 자체가 개발된 것은 기원전 5세기 말이나 4세기 초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초로 발견했다는 뜻일 텐데, 그 공로를 피타고라스에게 돌리는 것도 합당하지 않다. 피타고라스보다 천 년도 전에 바빌로니아인들이 증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었고 실제로 널리 활용했다는 사실이 점토판의 해독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우주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한 업적을 피타고라스에게 돌리는 것이 역사적으로 큰 근거가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피타고라스가 그 정리가 참임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중요함을 잘 알고 있었다고 짐작할 수는 있겠다. 피타고라스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당시의 이오니아 자연철학자들이 만물의 근원을 사고하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물이라든지 불, 흙, 공기 등의 물질적 원소를 제시하고 있을 때, 피타고라스는 실제의 본질이 비물질적인 수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델포이의 신탁은 무엇인가? 테트락튀스tetraktys이다. 즉 세이렌들이 이루어내는 조화harmonia이다. ……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 조화이다. (이암블리코스,『 피타고라스적 삶에 관하여』 82)





피타고라스는 현의 길이의 비율에 따라 협화음symphonia이 생겨난다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 옥타브는 1:2, 제5음은 2:3, 제 4음은 4:3 비율에 따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세 가지 듣기 좋은 음정의 비율이 모두 네 정수 1, 2, 3, 4에서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네 개의 숫자들이 함께 모여 코스모스의 표상인 테트락튀스를 형성한 것으로 본 듯하다. 델포이의 신탁은 지혜의 원천을 의미한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여덟 세이렌이 천구들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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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락튀스]







그러므로 위의 인용문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의 피타고라스 편 해제에서 말한 것처럼, 피타고라스가 테트락튀스와 우주의 화음을 연관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우주는 음악적 협화음들의 경우처럼 정수 1, 2, 3, 4로 이루어지는 비율들에 의해서 표현될 수 있는 화음을 갖고 있고 우주를 수적인 구조를 지닌 것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조화다.









그러므로 피타고라스의 우주론은 이렇게 요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주는 아름다운 것이고, 이는 우주가 조화롭기 때문이다. 우주의 이런 조화는 수적인 비율에서 비롯된다. 후대의 학자가 전하는 다음 인용문이 이런 내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피타고라스주의자들이] ‘테트락튀스’로 뜻하는 것은 처음 네 수로 구성되어 가장 완전한 것을 내보이는, 이를테면 10과 같은 어떤 수이다. 1, 2, 3, 4의 합은 10이 되니까. 이 수는 첫 번째 테트락튀스이며, 언제나 흐르는 자연의 원천으로 불린다. 우주 전체가 그 자체로 조화에 따라 정렬되어 있고, 조화는 세 협화음, 즉 제4음과 제5음과 옥타브의 체계이며, 이 세 협화음의 비율들이 앞서 언급된 네 수, 즉 1, 2, 3, 4에서 발견되는 한에서는 말이다. (섹수투스 엠 피리쿠스,『 학자들에 대한 반박』 Ⅶ, 94∼95)




혼의 불멸과 전이설



우주 질서의 배후에 수학적 질서가 있다는 피타고라스의 생각은 신화가 지배하던 당시에 비추어 보면 아주 혁신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피타고라스에서 비롯되어 오래도록 유럽의 철학을 지배한 혼의 불멸설이 있다. 피타고라스의 혼의 불멸과 전이설을 전하는 기록으로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있다.





그리고 이집트인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처음으로 한 사람들이다. 즉 사람의 혼은 불사적이며 몸이 소멸할 때면 그때마다 태어나는 다른 동물 속으로 들어가고, 육지나 바다에서 살거나 날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거쳐 윤회하고 나면, 태어나는 사람의 몸속으로 다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혼에 있어 그 윤회가 3,000년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한다. 헬라스인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앞서서, 어떤 이들은 나중에 이 이야기를 마치 자신들의 것인 양 이용했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알지만 기록하지는 않는다. (헤로도토스, 『역사』 Ⅱ, 123)





헤로도토스가 혼의 전이설을 이집트인의 설로 여긴 것은 잘못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인 것 같다. 이집트의 종말론에서 이 지상의 삶은 또 다른 세상에서의 이해하기 어려운 삶을 위한 짧은 준비 기간이며 되돌아옴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혼의 전이설은 확실히 인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피타고라스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만이 아니라 인도까지 여행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는 것 같다. 기원이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혼이 불멸하고 윤회한다는 생각을 희랍 세계에 처음으로 들여온 이가 피타고라스임은 거의 확실한 듯 보인다.





혼의 불멸을 믿는 피타고라스는 비밀 종교 공동체를 이루고 피타고라스적 삶을 지향했다.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수”는 불멸하는 신을 닮았다. 그러므로 수를 안다는 것은 신에 다가가는 것이고 신적인 경지에 오르는 수단이 된다. 영혼을 육신에서 자유롭게 하고 정화하는 데 수학만한 도구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천상이라 할 수 있는 수의 영역까지 올라가는 것을 최고의 종교적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새로운 피타고라스주의자

플라톤의 상기설이나 이데아론에서 보이듯, 혼이 불멸한다는 생각은 플라톤 철학에서 가장 밑바탕을 이루는 요소이다. 이후로도 혼의 불멸설은 서양철학사에 깊은 영향을 미쳐 왔다. 그런데 피타고라스가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혼의 불멸만은 아닐 것이다.





피타고라스 사후 필롤라오스 같은 뛰어난 제자들이 뒤를 이었고, 그 뒤에도 플라톤 아카데미아 계승자들을 거쳐 신피타고라스주의, 신플라톤주의까지 피타고라스주의는 적어도 여덟 세기 동안이나 존속했다고 한다. 최후의 계승자로 위대한 여성 수학자인 알렉산드리아의 히파티아를 꼽기도 한다. 어쨌든 서양철학사에서 공식적으로 피타고라스주의자들의 역사는 여기에서 끝났다.





현대 물리학을 다룬 책들을 읽다 보면 신을 언급하며 어떤 법칙의 탐구 과정을 설명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수학이라는 신적인 언어를 통해 이 세계를 창조한 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 이런 생각이 현대 입자 물리학자들의 마음 깊은 곳에도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비슷한 관점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과학 저술가 마거릿 버트하임은 중세 이래로 피타고라스주의가 재발견되었고 근대 물리학의 발전을 이끈 밑바탕에는 피타고라스주의적 사고가 넓게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호킹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신은, 아인슈타인이 제공했던 신과 마찬가지로, 전통 기독교의 영적 구속자救贖者가 아니라 수리-물리적 창조주일 뿐이다. 그는 모든 심리적·윤리적 성질을 떼어내버리고, 하는 일이라고는 전적으로 수학적 ‘법칙들’에 기초한 우주를 수학적으로 실현하는 것뿐인 피타고라스적 신이다. 물리학자 제임스 진스가 “창조된 세계의 내적 증거로 미루어볼 때, 우주의 대건축자는 순전한 수학자임이 드러나기 시작한다”고 말했을 때의 신도 바로 그러한 신이다.




우리 시대의 이 신은 또한 엄밀한 미학적 원리들도 따르고 있는 듯이 보인다. 고대 피타고라스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균형에 사로잡혀 있다고 하니 말이다.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가 성서의 신은 다름 아닌 수학적 ‘완전성’의 원리들로써 우주를 창조했다고 확신했듯이, 호킹과 그의 TOE(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 a theory of everything) 동지들은 우주의 수학적 ‘완전성’이라는 피타고라스적 개념에 헌신해 있다. (마거릿 버트하임, 『피타고라스의 바지』, 245쪽)







2013년 10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힉스 보손Higgs Boson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최종 발표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입자 물리학자 레온 레더만이 “신의 입자the God Particle”라고 부른 그 입자다. 아무리 입자 물리학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이라 해도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은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싶다.





초기 우주에서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 질량이 생겼다고 입자 물리학자들이 믿는데, 이것을 힉스 메커니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질량이 생겨나는 방법을 처음 제안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물리학자 피 터 힉스(1929~)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런데 최소한 여섯 명의 물리학자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으므로 앙글레르-브라우-힉스-구랄니크-하겐-키블 메커니즘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이 메커니즘이 일어났음을 보여 주는 증거가 힉스 보손인 것이다. 하지만 신의 입자가 발견되었다는데 신은 어디에 있는가?





레온 레더만이 신의 입자라는 말을 써 가면서까지 그 입자 발견의 중요성을 주장한 것은 막대한 돈이 드는 입자 충돌기 건설을 위해 서였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버트하임의 말처럼 100억 달러를 다오. 그러면 우리 물리학자들이 주님을 너희들에게 내어 주마”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거대한 입자 충돌기를 건설한다는 레더만의 이런 꿈은 미국에서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현대의 제사장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날에도 신과 물리학을 결부시키는 것이 대중에게 크나큰 호소력을 지닌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이 아니라 과학자들 자신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한 사회의 뿌리 깊은 문화와 사고방식의 영향에서 과학자들 자신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 주기 때문이다. 찰스 다윈(1809~1882)은 그저 “변이를 수반한 유전” 이론을 발표했을 뿐이지만, 여러 과학자들은 즉각 그의 이론을 진보와 결부시켰고 사회진화론으로 휩쓸려가 제국주의와 인종 학살의 명분을 주지 않았던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신과 대화할 신임장을 가진 사람”, 우주의 새로운 창세기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물리학자, 그들은 오늘날의 피타고라스주의자인지도 모를 일이다.









5. 수학은 우주의 언어다







1). 수학은 무엇인가?
갈릴레오는 말했다.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주에 관해 쓰여 있는 언어를 배우고 친숙해져야 하는데, 그 언어는 수학적인 언어다. 가령 언어의 글자들은 삼각형, 원, 기하학적인 모양 들일 수도 있다. 이런 언어가 없이 우리는 우주를 한 단어도 이해할 수 없다. 이런 것들을 모르고는, 이런 언어가 없다면 어두운 미로를 방황하는 것과 같다." 우주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수학적인 방법론으로 가능하다고 했고 이후 이런 생각들이 번져나갔다.




수학은 특정한 종류의 논리나 사고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우주를 이해하는 상식에 다름 아니다. 수학은 논리학만은 아니며, 수학만이 논리를 사용하는 학문은 아니다.


위키피디아에서 '수학'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수학은 양, 구조, 공간, 변화 등의 개념을 다루는 학문이다. 현대 수학은 형식 논리를 이용해서 공리로 구성된 추상적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수학은 그 구조와 발전 과정에서는 자연과학에 속하는 물리학을 비롯한 다른 학문들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하지만 여느 과학의 분야들과는 달리, 자연계에서 관측되지 않는 개념들엑 대해서까지 이론을 일반화 및 추상화시킬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현재적인 의미의 과학 중에 수학이 가장 오래되었다고 보는 것이 좋다. 고대의 아르키메데스에서부터 바빌로니아와 이집트 문명을 거쳐 르네상스 시대에 과학이 체계화 되면서 수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2). 역사를 바꾼 3가지 수학적 발견



첫째는, 빛의 굴절 원리를 설명한 '페르마의 원리'이다. 즉 빛은 물질을 통과할 때 시간을 최소화(최적화)하는 경로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원리는 몇 세기에 걸쳐 과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일러, 라그랑주, 해밀턴 등에 의해서 적용 영역이 점점 넓혀지고 20세기 중력장이 만족하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까지 '최적화의 원리'가 적용되었다.


둘째는, 어떤 물체에 힘을 가하면 그 물체가 움직인다 라는 데서 착안한 뉴턴의 운동법칙이다. 가. 힘을 가하면 가속도가 생긴다. 나. 힘을 가하면 가속도가 생기고, 힘이 클수록 가속도는 커진다. 다. 가속도는 힘에 비례한다. 작용-반작용의 원리는 한쪽으로만 힘을 가해도 반대쪽으로도 똑같은 강도의 힘이 가해진다는 원리이다.




가속도를 이해하기 위해 발견한 개념이 '미분'과 '적분'이다. 미분은 '속도가 변하는 정도'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적분은 중력법칙과 관련이 있다. 중력은 질량이 커질수록 커지고 거리가 커질수록 작아진다는 것이 만유인력(중력법칙)의 기본 원리다. 뉴턴은 케플러는 행성운동 3대 법칙을 이론적으로 완성했다.




세번째는 데카르트의 기하학에서 발표한 '좌표'의 개념이다. 이 좌표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구조를 대수적인 표현으로 가능케 되었다. 움직이는 좌표를 설명함으로써 위치와 위치의 변화에 대해 설명할 수 있고, 지구와 태양, 은하계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3). 확률론의 선과악



산업혁명 시대 사상가 제러미 밴덤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를 창시했다. 공리주의란 즉 수학과 같은 모든 학문의 가치와 판단 기준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계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카 파치올리는 산수, 대수, 기하 등 당대의 수학적 지식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특히, 복식부기법이라는 방법론을 발표하면서 오늘날의 회계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과학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으로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페르마와 파스칼에 의해 개발된 확률은 현대 세계를 가능하게 만든 중요한 발견이다. 확률론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이다. 오늘날 확률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이며 현실 자체가 확률적이라는 것이 지금은 가장 많이 받아들여지는 이론이다. 결과주의는 항상 확률론적 성격이 강하다. 결과가 좋은 정도의 기댓값을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4). 답이 없어도 좋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제에서 구성원 모두가 합당하게 느낄 만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가. 구성원 모두의 요구 조건들을 나열해보면 반드시 서로 모순되는 경우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어떻게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 '대의가 반영된다'는 것은 어떻게 확인될 수 있는가.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해 보자. 선호도를 조사하는 투표방식에는 다수결, 보르다의 방식, 순차적 결선제가 있다. 이런 방법들은 모두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콩도르세가 만든 투표방식을 이용하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만큼 수학적으로도 복잡한 사회선택 이론은 20세기 들어 사회결정 시스템이 가져야만 하는 굉장히 간단하면서도 누가 보더라도 이해 가능한 원리 3개가 만들어졌다. 케네스 애로가 만든 방법론이 아닌 이 원리 3가지는, 의견일치의 원리, 독립성의 원리, 마지막은 어느 한 개인의 의견이 항상 사회결정으로 반영된느 상황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애로의 정리가 이야기하는 바는 '후보가 적어도 3명이 있는 선거에서는 이 원칙을 만족하는 방법론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능성의 정리라고도 한다. 건전한 과학적 시각이란 '근사'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완벽하지 않다 할지라도 포기보다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사에는 틀린 증명과 틀린 정리가 많다. 그런데 오히려 그 수많은 실패가 현상을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주곤 한다. 사회선택 이론도 조금씩 진화하는 과정을 겪었다.



5). 답이 있을 때, 찾을 수 있는가
수학은 수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수학적 사고란 무엇인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는 수학자들의 중대한 관심사이다. 교육적인 목적으로 수학의 특성을 설명하려고 한 시도 중에 파급 효과가 굉장히 컸던 사례가 있다. 어떻게 남녀의 짝을 지어줘야 하는지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중매쟁이'의 문제이다. 이런 수학적 모델링을 해보면 적어도 더 복잡한 상황에 대한 통찰을 줄 수 있다. 과학은 복잡한 요소들을 단순화해서 더 정밀하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준다. 문제를 더 단순화한 다음, 더 복잡한 모델이나 강력한 요구 조건을 만들며 개선점을 찾아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과학이 하는 일이다.



6). 우주의 실체, 모양과 위상의 계산
위상수학이란 모양을 공부하는 수학의 분양 중에서 가장 근본이다. 점, 선, 삼각면 등 간단한 형태들을 이어 붙여서 만들 수 있는 모양들을 기호화하는 것이다. 위상수학은 보통 거시적인 기하라고 한다. 18세기 수학자 오일러는 점, 선, 삼각면으로 이루어진 임의의 물체가 있으면 다음과 같은 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면의 갯수-선의 갯수+점의 갯수, 이를 물체의 '오일러 수'라고 한다. 이 오일러 수는 정말 기발한 정의이며, 수학의 발전에 미친 영향이 너무나도 방대해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기하는 물론, 대수, 정수론, 조합론, 함수론에 이르기까지 그 개념의 확장을 다양하게 활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일러는 거시적인 정보를 기호화하고 계산을 해서 모양을 구분하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오일러의 수에 따르면 토끼 모양이든 도넛 모양이든 상당히 복잡하고 다른 방법으로 모양을 그리고 휘고 붙여도 결국 똑같이 0이 된다는 사실이다.










기하학에서 일어났던 혁명적인 세 가지 사건은, 첫째는 기하를 대수로 바꿔 표현 가능케 한 페르마와 데카르트의 '좌표'이다. 두번째는 기하를 생각할 때 그 물체의 내부의 관점에서 어떤 성질들을 표현하고 측정하는 가우스의 '내면기하'이다. 세번째는 알렉산더 그로탕디에크라는 수학자가 발견한 순전한 대수를 기하로 만드는 과정을 발견한 것이다.






수학이 무엇인지 답을 말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수학이란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탐구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수학이다. 특정한 논리학이나 기호학과 같은 학문을 넘어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 수학이다. 정답을 빨리 찾는 것보다 좋은 질문을 먼저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수학적 사고이다. 우리는 수학적 사고를 통해서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우리가 찾은 답이 의미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이해할 수 없는 자연현상들에 대해 깊은 생각을 거듭한 끝에 철학이란 학문이 태어났다. 철학적 사고는 구체적이고 객관적 표현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므로 문명 발전의 진화를 위한 과학으로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때 수학이 발명되고 계산과 추상적 표현의 객관화가 가능해 짐으로써 비로소 본격적인 문명을 이룩하게 된다.
오랜 세월, 수많은 천재들에 의해 묻고 계산되고 증명되어진 많은 현상들이 오늘날 현대 과학의 초석이 되었고 인류 번영에 이바지했다. 의문에 답을 찾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속에서 또다른 질문을 만들어 내고, 그 주어진 답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수학적 사고는 진행되어 왔다.






수학은 학문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꽃이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빛이 우리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직관적인 표현을 더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꽃잎이 반사한 빛의 가시광선이 최소시간의 경로를 통해서 우리 시신경에 맺힌 후 이 정보가 뇌에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더울 때 얼마나 더운지 그 정도를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이 '수'이며, 내일은 날씨가 어떨지 예상하는 것이 확률과 기대값이다. 사소한 일상의 문제도 조건을 검토하고 가설을 세우며, 논리와 검증, 다른 방향에서 야기될 문제들에 대한 질문을 재구성하는 등 이러한'수학적 사고'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철학이 계산과 증명의 옷을 입으면 수학이고, 관찰과 실험의 옷을 입으면 과학이다.





'수학이란 우주의 언어다. 언제간 우리가 지적인 외계인을 만나면 결국 수학의 언어로 대화할 것이다. 직관을 설명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 주는 가장 탁월한 방법이 바로 수학적 사고이기 때문이다.' (최재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