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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터학당(學堂)-진리를 깨달아 자유를....나는 나다.

하느님이 하신다 본문

마스터와 가르침/노장

하느님이 하신다

柏道 2020. 9. 20. 01:57
하이데거가 서재 벽에다 붙여놓은 것도 노자의 글귀였다. 15장에 나오는 두 구절이다.


孰能濁以靜之徐淸
孰能安以久動之徐生
(숙능탁이정지서청 숙능안이구동지서생)


나는 하이데거가 어떻게 저 구절을 제대로 이해했는지가 더 놀랍다. 저 말은 도덕경 속에 100년쯤 살아야 체득할 수 있는 수준의 '우주관 겸 정치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아느냐고? 내가 뭘 알겠는가? 맹인모상으로 알음질을 해보는 것이다.


"누가 할 수 있겠는가, 탁한 것을 고요함으로 천천히 맑게 만드는 것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죽은 것을 오래 꼬물거리게 해서 서서히 생명을 얻게 하는 것을"


▶ 조물주에게 길을 묻다


노자는 이것은 누가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지만, 사실은 조물주가 시범으로 매년 보여주시는 사업이다. 가을이 되면 봄 여름의 무성한 생명이 일궈놓은 탁한 것들을 고요하게 만들면서 깨끗하게 정리를 한다. 봄이 되면 다 죽은 것 같은 것에 빛을 비추고 물기를 흘려 천천히 생명을 탄생시킨다. 세상의 생태계가 사계절을 사이클로 하여 돌아갈 수 있도록 해놓은 조물주는,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이다.


언제 하느님이 봄마다 나서서 꽃 육성사업을 벌이는 것을 본 적 있는가. 가을에 잎사귀 떨어뜨리기 운동을 한 적이 있던가. 그렇지만 아무 형상도 없는 그 무엇에서 만물을 움직이는 거대한 리더십이 나온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번잡과 소란을 진정시키고, 또 힘이 빠진 세상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불어넣어 생기를 회생시키는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는가. 노자는 그것을 세상에 물었고, 하이데거는 그것을 '무'가 만들어내는 위대한 권능으로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