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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선도의 마고 신화 (3) - '복본의 서약' 본문

천지인 공부/천부경

[칼럼] 한국 선도의 마고 신화 (3) - '복본의 서약'

柏道 2019. 4. 28. 22:16


[칼럼] 한국 선도의 마고 신화 (3) - '복본의 서약'



정경희 교수의 국학칼럼

한국 선도의 마고신화에서는 세상을 구성하는 세 가지 보물, 천(허달성)•지(실달성)•인(마고성) 삼원의 어우러짐, 곧 율려에 의해 세상이 창조된다고 보고, 이를 마고 여신이 세상을 창조하였다는 의인화의 방식으로 설명해 내고 있다.   

마고에 의한 많은 창조물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존재인 천인들은 현 인류의 시조로서 마고성麻姑城이라는 이상향에서 생활하였다. 그들의 역할은 천지창조 후 아직 제대로 질서가 잡히지 않은 천•지•인 삼원의 질서를 바로잡아 존재계의 질서를 온전히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역할은 ‘수증修證’, 곧 ‘(존재의 질서를) 닦아 증명함’으로 표현되고 있다.  천인들은 천•지•인 삼원의 조화로움, 그 자체로서 창조의 속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던 존재였다. 그들의 모습은 “품성이 순정하여 능히 조화를 알고, 지유地乳를 마시므로 혈기가 맑았다. 귀에는 오금烏金이 있어 천음天音을 모두 듣고, 길을 갈 때에는 능히 뛰고 걸을 수 있으므로 오고 감이 자유로웠다.”고 묘사되고 있다.

이후 한 천인이 금기를 어기고 포도를 먹었다. 포도 속의 오미五味가 지닌 독으로 인해 정신과 육체가 변이하여 마고성에서 살 수 없게 되었다. 『부도지』에서는 이 사건을 ‘오미五味의 화禍’라 하여 인류 최초의 변고로 인식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천인들이 유지하고 있던 천•지•인 삼원의 조화가 깨어지면서 창조의 속성이 사라지고 대신 천•지•인이 조화롭지 못한 상태로 떨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천인들의 상태가 저급화되니 존재계의 질서 또한 어그러져 질서가 교란되고 수(水)•화(火)가 조화를 잃어 핏기 있는 것들이 모두 시기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마고성에서 살 수 없게 된 천인들은 차츰 마고성을 빠져나가고 사태를 수습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되자 마고성 내의 네 종족(황궁족, 백소족, 청궁족, 흑소족) 중 맏이인 황궁족의 수장 황궁 씨는 흰 띠(白茅,백모)풀을 묶어 마고 앞에 사죄하고 언젠가는 “마고성에서의 근본 상태를 회복하겠다.”는 서약, 곧 ‘복본(復本)의 서약’을 한 후 마고성에서 물러나게 된다. 

황궁 씨는 천인들에게 복본을 위한 신표로서 천부天符를 나누어주고 칡으로 식량을 삼는 법을 가르쳐 사방으로 나누어 살 것을 명하였다. 이에 청궁족은 동문으로 나가 운해주로, 백소족은 서문으로 나가 월식주로, 흑소족은 남문으로 나가 성생주로, 황궁족은 북문으로 나가 천산주로 흩어져 갔다.  바로 황궁족이 우리민족과 연결된다. 『부도지』에서는 이때부터 현생 인류사가 시작된 것으로 바라본다. 

『부도지』에서는 천인들이 마고성에서 생활하던 시기를 이상 시 한다. 천인들이 천•지•인 삼원의 질서를 증명하는 본래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존재계의 질서가 안정되었던 시기를 인류사의 궁극적인 이상향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러한 질서가 깨어지는 ‘오미의 화’를 인류 최초의 변고로 강조하는 만큼 ‘오미의 화’를 돌이키려는 ’복본의 서약’ 또한 그만큼의 비중으로 강조한다. 이에 마고성에서 분거해 나온 이후 인류사 및 한국사를 서술할 때에도 한결같이 ‘복본’이라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복본’이란 근본(本), 곧 ‘마고성에서의 인류 조상의 근본(本) 상태’를 회복한다는(復) 의미로, 용어만으로도 마고성 시기를 이상 시하는 역사 인식을 잘 보여 준다.  ‘복본’의 기준점은 『부도지』전반에 철저하게 배어 있어 ‘복본사관’으로 이름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여러 선도사서속에 드러난 선도사관 중에서도 복본사관의 경우처럼 한국 선도의 존재론적 인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시종일관 ‘복본’이라는 하나의 관점을 철저히 고수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