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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호평전『신의 아들 예수, 사람의 아들 그리스도』 본문
김흥호평전『신의 아들 예수, 사람의 아들 그리스도』
김흥호 목사가 지난해 서울 이화여대 대학교회 강당에서 ‘시편’을 강의하고 있다. 김 목사는 “내가 한 끼 먹는 것은 내가 한 끼 먹는 것이 아니다. 우주가 한 끼를 먹는 거다. 소우주는 소우주로서 사는 게 아니다. 소우주는 대우주와 같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말씀이 하나님과 같이 있었다. 말씀이 곧 하나님이다.” 신약성서 요한복음의 첫 대목이다. 이걸 동양적인 문법으로 풀면 어찌 될까. 유(儒)·불(佛)·선(仙)을 아우르며 ‘기독교 도인’으로도 불리는 김흥호(91) 목사는 이 구절을 동양의 언어로도 풀어낸다. 그는 “‘말씀이 곧 하나님이다’는 구절은 양명학의 ‘심즉리(心卽理)’와 같은 말”이라고 한다. 무슨 뜻인가. 본래의 마음(하나님의 마음)과 우주의 이치가 하나란 얘기다.
‘말씀이 육신이 됐다’는 건 지행합일이란 뜻이죠
뿐만 아니다. “말씀이 육신이 됐다(요한복음 1장14절)”는 대목에 대한 풀이도 흥미롭다. 김 목사는 “그건 양명의 지행합일(知行合一)과 같은 뜻”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말씀과 육신, 앎과 행함, 공(空)과 색(色)이 둘이 아니란 얘기다. 말씀에서 육신이 나오고, 앎에서 행함이 나오고, 공에서 색이 나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것이 나왔으니,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란 지적이다.
이처럼 성서를 꿰뚫는 김 목사의 안목은 각별하다. 그런 ‘각별한 눈’으로 그가 예수 평전 『신의 아들 예수, 사람의 아들 그리스도』(사색출판사, 1만원, 070-8265-9873)를 썼다. 제목부터 심상찮다. 신의 아들과 사람의 아들, 예수와 그리스도가 대구를 이룬다. 그래서 표지의 제목 자체가 깊은 화두(話頭)이자 거대한 물음으로 다가온다. “신의 아들은 언제 사람의 아들이 되나? 또 사람의 아들은 언제 신의 아들이 되나?” 이건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장 본질적인 물음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그 속에 ‘구원의 통로, 구원의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김 목사의 ‘예수 평전’은 그 열쇠를 찾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그는 “요한복음은 체득하는 복음”이라며 “체본(體本)은 하나님이요, 체득(體得)은 그리스도”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예수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향해 “하나님을 체득한 사람이 하나님의 아들이다. 그가 바로 예수다”라고 답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미 알던 예수의 메시지도 되씹게 된다. 2000년 전, 갈릴리 호숫가의 언덕에서 예수가 왜 ‘산상수훈’을 설했는지도 알게 된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처럼 가난한 마음, 온유한 마음, 슬퍼하는 마음, 깨끗한 마음을 왜 예수가 그토록 강조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왜 그랬을까. 다름 아닌 ‘복음에 대한 체득’ 때문이다. 가난한 마음, 깨끗한 마음을 통해 복음 속 생명이 체득되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 안에 거하듯,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는 예수의 말씀도 ‘복음의 체득’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래서 김 목사는 “하나님을 체득한 사람이 하나님의 아들이다. 믿음은 곧 체득”이라고 말한다.
김 목사는 인생을 3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가 애벌레, 2단계가 고치, 3단계가 나비다. 그걸 예수에게도 적용한다. 목수로서 살았던 30년이 예수의 애벌레 시절이다. 그리고 예수는 고치가 되어 40일간 금식하며 광야에서 악마와 싸웠다. 마침내 나비가 되어선 갈릴리 호숫가와 예루살렘 성전을 오가며 진리를 설했다. 그럼 나비의 정체는 대체 뭘까. 김 목사는 "나비가 되어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큰일을 하는 것이 영원한 생명이다”고 말했다. 그 나비가 바로 ‘영원한 생명’이라는 것이다.
『신의 아들 예수, 사람의 아들 그리스도』는 말씀의 두레박이다. 그 속에 담긴 물은 차갑고, 시원하고, 명쾌하다. 예수를 향한 길에서 갈팡질팡하며 엉뚱한 이름만 불러대는 우리의 목마름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이유가 있다. 김 목사의 두레박에 담긴 물이 숨을 쉬기 때문이다.
백성호 기자
◆김흥호 목사=1919년 황해도 서흥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기독교 목사였다. 평양고보를 나와 일본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했다. 일본 유학 시절, 무교회주의에 영향을 받았다. 조만식 선생의 제자로 활동했고, 다석 유영모 선생 밑에서 6년간 공부했다.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와 교목실장, 감리교 종교철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46세부터 90세까지 이화여대 대학교회 강당에서 기독교를 비롯해 유·불·선 경전을 풀어내는 ‘연경반 강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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